첫 술에 배부르려 하는 자, 욕심쟁이
정식으로 꽃을 배우는 첫날, 마음이 두근거린다.
지난번 백설기 수업 때 만들어본 모란꽃이 생각보다 예쁘게 나왔기에 이번 시간도 은근히 기대된다.
"오늘은 장미꽃 기초를 배웁니다."
선생님의 말씀에 색깔부터 정해 본다. 무난하게 핑크를 선택했다.
선생님이 식용색소를 한 방울 톡 떨어뜨리시니, 휘휘 저어서 복숭앗빛 핑크가 만들어졌다.
정말 집중해야 할 시간이다.
선생님께서 장미 파이핑 시범을 보여주시며 단계를 하나하나 설명해 주셨다.
고깔을 만들며 무지개, 십 일자, 한시, 두시...
빙글빙글 돌던 꽃받침 위에 순식간에 장미가 뿅 하고 완성되었다. 선생님의 손길은 마치 마법사 같다.
"자~ 이제 쌤이 직접 해보세요."
이제 내가 연습할 차례다. 눈으로 볼 때는 쉬워 보였던 장미,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앙금을 짜다 보니 손이 말을 듣지 않고, 왼손과 오른손은 따로 논다.
첫 장미는 장미가 아닌 이름 모를 잡초가 되었고, 두 번째 장미도 엉망이었다.
와우, 나는 확실히 잡초 전문가인가 보다.
식은땀이 난다. 내 손이 말을 듣지 않네. 이 길이 나의 길이 아닌가? 고민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손끝에 걸리는 앙금이 이렇게 버거울 줄이야. 꽃을 만드는 것은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걸 다시 깨달았다.
그때 선생님의 위로 한 마디.
"연습만 충분히 하시면 잘하실 수 있어요. 처음부터 누구도 잘하지 못합니다."
그 말씀에 다시 한번 용기를 내본다.
"네, 연습 열심히 해 보겠습니다." 작은 결심이지만, 나 자신에게 중요한 다짐이다.
오늘의 케이크 어렌지에는 결국 내 장미는 바닥에 깔리고, 선생님의 예쁜 장미가 케이크를 구원했다.
뭉개진 내 장미는 어딘가에서 슬프게 울고 있을 것이다.
그래도, 이 과정을 통해 배우고 성장하는 나 자신이 조금씩 느껴진다.
짠, 완성.
이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