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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말 한마디

아웃백의 귀인_ 마음을 울린 날

by 초코파이

따뜻-하다:

감정, 태도, 분위기 따위가 정답고 포근하다.


자세히 보고 천천히 발음해 봐도 왠지 모르게 정감 가는 단어이다.


"케이크 배우면 생일 케이크는 내가 만들어줄게!"

앙금 플라워 케이크를 시작하면서 친구들한테 호기롭게 얘기했고, 친구의 첫 생일이 다가왔다.


"무슨 컬러로 해줄까? 원하는 색 있으면 말해봐~"

"오렌지랑 보라."

"오케이!"

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해내면 많이 뿌듯할 것 같았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아 조색부터 원하는 컬러를 만들기엔 실력이 부족했다.

분명히 수업시간에 선생님과 할 때는 예쁜 컬러들이 척척 나왔었는데

집에서 나 혼자 하려고 색소를 섞으니 점점 컬러들이 칙칙해져 간다.

이러다 케이크를 완성이나 할 수 있으려나..


약속시간은 째깍째깍 다가오고 있는데

나의 멘탈은 삐걱삐걱 부서지기 일보직전이었다.

어떻게든 완성을 해서 가져가야 한다.

후-우

깊은 숨을 다시 내뱉고 할 수 있어를 속으로 되뇌며 집중모드에 들어갔다.




케이크 상자를 들고 식당문을 열고 들어가 두리번거리며 지인을 찾는다.

털썩 주저앉으며 정말 케이크 없이 올 뻔했다고 먼저 만난 언니에게 재잘거린다.


일단 밥부터 먹자. 푸짐하게 차려진 생일 밥상을 주인공 보다 더 많이 먹은 것 같다.

사실 집중 노동을 하느라 아침도 굶어가며 만들었기에 뱃속에서 아우성이었다.


이젠 내가 만들어온 케이크를 오픈해야 할 시간이다.

아직 서투른 실력이기에 친구의 마음에 들지 실망할지 살짝 긴장이 되었다.

'내가 더 예쁘게 만들고 싶었는데 오늘은 이게 최선이었어.'

상자에서 빼꼼히 나오는 케이크를 보며 친구가 마음에 든다고 웃어주었다.

'아 됐다- 한 명을 위해 만들었으니 그 한 명만 만족하면 되지.'

긴장되었던 어깨가 자연스레 펴졌다.


점심시간이라 분주한 식당에서 서버들이 바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하필, 불을 켤 수 있는 성냥을 안 가져왔네. 미안하지만 서버를 불러 라이터가 있으실까요 여쭈어 봤다.

라이터를 가지러 사라진 서버 뒤로 매니저님이 지나가시며 케이크가 예쁘네요~ 인사를 해주신다.

"네~ 감사합니다." 기분이 묘하게 좋다.


친구에게 초에 불을 켜고 잠시 소원을 빌라고 하였다.

다시 매니저님이 오시더니 꽃 케이크 너무 예쁘다며 관심을 가져주셨다.

"이 친구가 만든 거예요." 주인공 친구가 핸드메이드 케이크임을 밝혔다.

(예~ 맞습니다. 제가 송골송골 땀이 맺혀가며 집중해서 만든 완성작이에요.)


"네에????? 이걸 고객님이 직접 만드셨다고요?? 정말이요?"


이렇게 화끈한 리액션이 살짝 부끄럽기도 했지만 아직 부족함이 많은 새내기에게 과한 칭찬을 해주시니

감사함에 몸 둘 바를 몰랐다.




서버에게 직원분들과 나눠드시라고 케이크를 잘라드렸더니 아까 그 매니저님이 다시 오셨다.

이번엔 명함을 꺼내시며,

"제가 그냥 하는 말이 아니고 진심으로 드린 말씀입니다.

정말로 오픈하시면 그 누구보다 제가 고객님의 1번 고객님이 되어 드리겠습니다. 꼭 연락 주십시오~"


그리고 매니저님은 디저트까지 서비스로 베풀어 주셨다.


나상채 매니저님! 잘 지내고 계신가요?

정말 오픈하게 되는 그날이 오면 힘들 때마다 매니저님의 칭찬으로 힘을 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될 인연이 된다면 그때는 제가 감사 선물을 드리고 싶네요.

따뜻한 진심을 느끼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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