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기 = 하얀 돌덩이
첫 수업을 마치고 집에서 연습할 때 필요한 도구와 재료 리스트대로 인터넷 주문을 시작하였다.
무엇이든 시작에 앞서 준비물을 구매할때 의욕이 넘치는 나는 여러 인터넷 사이트를 오가며 가격비교 후
빵빵하게 장비를 사들였다.
꽃짜기 연습과 백설기 만들어보기
'한번쯤은 직접 쌀을 불려서 방앗간에서 빻은 쌀가루로 백설기를 만들어 보세요'
귓가에서 맴도는 선생님의 말이 기억나서 야심차게 최상급 햅쌀을 구매하였지만 집주변에 방앗간을 찾기도 힘들고 쌀 불리기는 나의 일과 우선 순위에서 항상 미뤄지고 있었다.
그러다 차라리 쌀가루를 먼저 사서 만들어 보는게 빠르겠단 결심에 집근처 떡집에서 쌀가루 2kg 을 구매했다. 수업 때 배운대로 중량대로 계량하여 재료를 섞고 물주기를 하고 조심스레 찜기에 올린다.
이제 25분 찜기에서 찌고 5분 뜸만 들이면 완성이다.
"엄마가 만든 백설기 한번 먹어봐~."
첫 시식 대상이었던 아들의 입으로 모락모락 김이 나는 백설기를 입에 넣어주었다.
처음 만든것치곤 비쥬얼은 그런대로 합격이라 의심없이 입을 벌린 아이는 순식간에 하얀 덩어리를
다시 내뱉었다.
"아무맛도 안나잖아!" 인상을 찌푸리며 엄마에게 핀잔을 주다니.
하.. 내가 먹어 보아도 목이 콱 메이는 죽을 맛이다.
'왜 이럴까?'
이유를 찾아보니 떡집에서 쌀가루를 빻을때 소금을 넣지 않고 준 것이다.
첫 술에 배를 채우긴 어렵단 말을 떠올리며 가벼운 마음으로 소금을 계량하여 넣고, 두번째 백설기를 쪘다.
왠지 모르게 이번엔 성공할 것 같은 긍정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며 뜸을 마무리한 대나무 찜기 뚜껑을 열었다.
무너지거나 갈라지지 않고 매끈하게 쪄진 동그란 백설기.
갓 나온 뜨끈한 떡은 맛이 없을 수가 없는줄로만 알았는데 이번에도 아마츄어의 맛이다.
꽃 짜는걸 위주로 배우려고 시작하긴 했지만 백설기에서 이렇게 자심감을 잃게 될 줄은 몰랐다.
거듭되는 실패로 메인 시식가 아들에겐 더이상 백설기를 먹지 않겠단 통보를 받고,
쌀가루를 변경해 봐야 겠단 생각이 들었다.
'이번엔 조금 더 안전하게 백설기를 판매하는 떡집에서 먹어보고 구매를 하는거야'
거듭된 실패로 자신감은 바닥이 되었는데 새로운 쌀가루에서 희망을 찾게 되었다.
완성된 떡에 연습한 잔꽃들을 내 마음대로 올려보는데 신이난다.
여러번 실패 끝에 성공한 돌덩이가 아닌 진짜 떡 하얀 백설기.
다음엔 단호박 설기에 도전을 계획한다. 방심하지 말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