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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의 설렘

두근대는 내돈내산 취미수업

by 초코파이


취미가 모예요?라는 질문을 받은 지도 언제인지 가물거린다.

그만큼 직장 생활 내내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은 없었고, 일과 관련된 사람들과의 인맥만 이어온 나날들이었다.

대학교 졸업 이후에 처음으로 시작해 보는 취미 생활.

오늘은 그 수업의 첫째 날이다.

출근시간에 매일 타던 만원 지하철이 아닌 버스를 타고 차창 밖을 보는 느낌.

어색하지만 새롭고 설렌다.




첫 클래스는 [기본 설기에 대한 이론 및 실습 & 앙금 파이핑 기본자세 및 테크닉]에 대해 배워 보았다.

백설기를 먹으면서 어떤 떡은 너무 텁텁하기도,

질거나 쫀득한 식감이 없기도 하는 등 맛이 천차만별이었는데 그 이유에 대한 설명을 들으니 이해가 되었다.


• 묵은쌀보다는 햅쌀로 신선도 높이기

• 쌀 불리는 방법도 계절과 날씨, 습도에 따라 차등을 주어야 함

• 방앗간에서 쌀을 빻을 때에는 소금간 해주기

• 중간체에 쌀가루를 내릴 때엔 2번을 내리는데 꼭

손바닥을 사용하고 누르지 말아야 함.

• 포슬한 식감을 내기 위해서는 살살살~ 눈 내리듯이, 눈을 쓸어 담듯이.


1호 사이즈 설기와 도시락 사이즈 설기, 남은 쌀가루로 간식용 설기까지 소복하게 눈을 담듯이 쓸어 담고 찜기에 올렸다. 이제 설기가 완성될 때까지 25분의 찜과 5분의 뜸만 잘해주면 끝이다.

대나무 찜기에서 새하얀 쌀가루가 동그란 케이크로 변신해서 나오자 고소~~ 한 떡냄새가 내 코를 사로잡는다.



”무슨 색을 좋아하세요? “

선생님의 질문에 보라색이라 대답했다.

보라색도 컬러 톤에 따라 purple (붉은 톤)과 violet(푸른 톤)으로 나뉜다는 설명을 듣고 내 픽은 violet!

식용색소를 톡톡 넣으시며 가볍게 앙금을 섞어주니 내 마음에 쏙 드는 violet 앙금이 나온다.

오늘 만든 백설기만 가져가면 너무 아쉬우니 파이핑 기본자세를 복습하는 개념으로 꽃잎 만들어보기를 시작하였다.

하-아.

처음엔 무지하게 떨렸는데 먼저 선생님의 시범 꽃을 보고 용기 내서 앙금을 쭈-욱 짜 보았다.

희한하게도 꽃잎을 겹겹이 여러 번 짜주니 꽃이 되어 간다. 암술과 수술까지 생화 컬러와 가깝게 조색하여 정교하게 짜주니 완성도가 높아진다.


‘첫 시간인데 나 이렇게 잘해도 되는 거야?'

혼자 속으로 만족 최고조에 오르며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어린 시절, 엄마가 결정하고 등록해 주어 가는 학원이 아닌 내가 스스로 하고 싶어서 등록한 수업.

왠지 모르게 10대의 배움보다 40대의 배움이

훨씬 더 열정 넘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쌤~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꽃 디자인 위치 잡기
왼쪽 - 선생님 , 오른쪽 - 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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