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꿨어. 너와 내가 카페 의자를 하나씩 들고 큰 불상이 있는 어떤 곳으로 놀러 갔어.내 친한 지인과 지인 애기도 있었어.
가는 길에 나는 남편과 애를 불러서 같이 움직였고
우린 앉겠다고 카페 의자를 들고 다니는 게 웃겨서 크게 웃었어.
그곳에서 너의 지인 덕분에 마당놀이를 볼 수 있게 됐어. 5만 원짜리 공연을 무료로. 내 지인은 너를 멋지다 했어.
그래서 들어갔더니 피겨스케이팅 시합이었어. 마당놀이가 아니라. 네가 네 꿈이었던 스케이팅을 보여 주는구나 생각했어. 뒤쪽 계단에 앉아서 공연을 보며어린 시절 너보다는 못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어. 그런데 갑자기 앞자리에 있던 누군가 데리고 온 개가 내 지갑을 공략하더니 물고 놔주질 않는 거야. 남편이 지갑을 힘으로 뺏았는데 지갑도 돈도너덜너덜해졌어. 지갑을 뺏긴 개가 이제 내 신발을 탐내기 시작했어. 나는 개 주인이 누구냐고 소리치며 발버둥 쳤어. 개는 더 날뛰었고 나는 개 머리를 내리치고 몸을 발로 차며 저항하다 잠이 깼어.
결국 개꿈이었어. 일어났는데 온몸이 아파. 출근 준비를 하려다 화장실로 뛰어들어가 속엣것을 다 토했어. 어지러워. 너무 어지럽고 온몸이 쑤셔. 이게 뭐지? 울고 싶은데 울음이 나오지 않아.
너도 알다시피 나는 울보였어. 네가 신기해하며 깔깔거렸었잖아. 넌 왜 아프면 우냐고. 난 그걸 이상하게 생각하는 네가 이상해서 말했지. 아프니까 울지...라고.
난 아파도 화가 나도 슬퍼도 감동해도 울었어. 그래서 많이 우는 사람이었어. 내가 내 힘으로 상황을 어쩌지 못할 때는 눈물이 나왔어. 그리고 펑펑 울었지. 그런데 언제부턴가 눈물이 나오질 않아. 울면 속이 시원해진다는 걸 경험으로 아는데 울지도 못해. 대신 욕이 나오더라고.
어제도 네게 전화하기 전에 욕을 했어. 나는 아무것도 듣지 않고 고요한 상태로 운전 중이었어. 머리에 천둥이 쳤고 귀는 웅웅거렸어. 지금 직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믿기지 않는데 머릿속에서 떠나지도 않아. 이 현실이 기가 막혀서 견딜 수가 없었어. 혼자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다 결국 욕을 했어. 소리를 지르고 욕을 해대다가 끝내는 직장에 무사히 도착했어. 이 망할 책임감.
그 망할 책임감이 오늘도 출근하게 했어. 나는 내가 많이 울고 자주 다운돼서 스스로 만성 우울이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정말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을 보며 반성했어. 내가 함부로아무것도 모르면서 그 이름을 갖다 썼구나.
동료 두 명이 우울증으로 휴직했어. 그런데 우리는 그 자리를 어떻게 채울까만 생각하지 그들이 왜 아픈지는 관심이 없어. 아니 관심이 있는 척 여길 가 봐라 저걸 해 봐라 말만 해. 나는 그들을 보며 생각해. 그게 얼마나 큰 비용이 드는 일인데 저렇게 쉽게 말하나. 그 비용은 보태 줄 건가.우울증 걸린 동료가 얘기했어. 숨 쉬기도 힘들다고. 그 말을 듣는데 마음이 꽉 막혔어. 그렇구나, 숨 쉬기도 힘든 병도 있구나.
동료 한 명은 어린 환자에게 폭행을 당했어. 막무가내로 진료실에 들어가려는 것을동료가 아이를 잡고 말렸는데 아이는 자기를 말린다고 욕에 욕을 하며 팔을 이빨로 물고 몸을 발로 찼어. 마치 내 꿈에 나온 개처럼 달려들었어. 내가 아이를 뒤에서 붙잡고 떼냈어. 어디에 갔었는지 자리를 비웠던 보호자가 돌아와서 아이를 진정시켰어. 왜 아이를 몸으로 막냐고 내게 항의했어. 기가 막혀서 이 아이가 동료를 물고 발로 차고 때렸다 했더니 동료가 아이를 잡아서 그냥 저항한 것뿐이래. 그러더니 낮게 욕을 하고는 아이를 데리고 나갔어.
동료 한 명은 집을 팔았어. 동료는 그룹 톡에 집을 처분하러 가야 해서 조퇴한다고 알렸어. 나는 이런 사실까지 공유해야 하는 이 환경이 힘들어. 공동체라는 이유로 모든 걸 공유해. 동료가 기껏 공유하고 조퇴하니까 직장에 말이 돌아. 집이 있었구나, 지금 시세가 좋지 않은데 왜 팔까, 위치는 좋다... 우리는 서로에게 참 관심이 많아.
네 직장도 이러니? 이게 이상한 건 나뿐이니?
너는 내게 부럽다고 했었잖아. 주변에 꿈을 이룬 사람이 나뿐이라고. 나는 내 꿈이 대단치 않은 것이라 이룰 수 있었던 것이라고만 여겼는데 네 말 듣고 쫌 우쭐했었어. 진짜 나만이 꿈을 이뤘더라고.
그런데 이젠 더 이상 우쭐하지가 않아. 열심히 자기 일을 했을 뿐인데 병들고 매 맞고, 쉬지 않고 일했는데 결국 집까지 팔아야 하는 이 현실이 남의 일만은 아닌 거 같아. 자꾸 혼란스러워.
피겨 스케이팅 선수가 아닌 대기업 회사원인 네가 더 잘 살잖아. 네가 꿈을 이뤘다면 너도 지금처럼 안정되진 않았을 거야.
오늘도 수많은 환자가 순서를 기다리며 짜증 내. 아이는 유튜브를 크게 틀어놓고 시청 중이야. 마치 이어폰을 꽂은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아해.
어른들은 데스크로 자꾸 와. 몇 분을 더 기다려야 하는지를 물어. 화면에서 순서를 보시라고 답해도 계속 확인해.
한 환자는 처방전이 잘못 나왔다고 짜증 내. 그건 의사 실수지 우리 잘못이 아닌데 우리에게 큰일 날 짓을 했다며 노발대발이야.
개꿈은 예지몽이었어. 문득 내게 항의하는 사람들이 큰 개처럼 보이더라고. 그들에겐 내가 뭐로 보일까. 아마 그들도 나를 같은 사람으로 보고 있진 않을 거야.
나도 이곳을 떠나야겠어. 병들기 전에, 매 맞기 전에, 집을 팔기 전에. 그런데 어디로 가야 하지? 할 줄 아는 게 이것뿐인데 다른 곳으로 간다고 뭐가 달라질까? 다른 곳에 더 큰 개가 있으면 어떡하지?
몰랐었는데 내 꿈은 이게 아니었어. 내가 착각했던 거야. 내 꿈은 사실은 백수였어. 나는 꿈을 이루기 위해 한동안 누워 지내기로 했어. 너에게 유일한 꿈을 이룬 친구로 계속 부러움을 사기 위해, 나는 꿈을 이룬 사람으로 우쭐하기 위해 사직서를 냈어.
갑자기 힘든데도 불구하고 출근한 보람을 느꼈어. 우린 인간이잖아. 내가 인간으로 존중받고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우려면 사회에 나가면 안 되겠더라고. 나는 이제야 내 진정한 꿈을 찾았고 곧 이룰 거야. 꿈을 이룬 삶을 생각하니 매우 설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