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구석구석 다니기
감을 잃었다. 문명은 나를 바보로 만들었다.
피자가 먹고 싶다는 아드님을 위해 배민을 열었다.
그리고 내가 아는 곳이라고 생각한 피자집 피자를 주문했다. 픽업 시, 4000원이 할인됐다. 이걸 놓칠 수 없다! 나는 룰루랄라 피자를 찾으러 갔는데..
피자집이 없다.
내가 알던 상점들이 아니다. 피자집은 어느새 정육점이 되어 있었다. 나는 어디로 주문했던가?
집에서 불과 5분밖에 되지 않는, 이 거리가 매우 낯설었다. 뚜벅이 생활을 청산하고는 운동 코스 말고는 변화를 알지 못했던 것이다.
아이 손을 잡고 드나들던 문구점은 공실이 되었고 즐겨 찼던 마트도 사라졌다. 내가 좋아했던 반찬가게 자리엔 버거집이 들어왔다. 아이는 컸고 삶에 필요한 대부분의 것을 온라인으로 해결하다 보니 동네 감을 잃었다.
배민을 통해 피자 가게에 전활 했다. 위치를 물으니 다행히 멀지 않다. 걸어서 20분 거리. 나는 마을버스를 탔다. 타기만 하면 5분 거리였다. 그런데 마을버스가 예상과 다르게 움직였다. 내가 운전을 시작하고 버스를 타지 않은 지 어언 5년이다. 그새 노선이 바뀌었다.
기사님께 여쭙고 노선을 확인하니 돌아돌아 가긴 갔다. 그래서 멍하니 앉아 있었다. 버스 노선에 강했는데 이젠 이마저도 모른다.
버스는 돌아 돌아 이십 분만에 나를 내려줬다. 피자집에 도착하여 피자를 찾고 15분을 걸어서 집에 왔다. 정말 어이가 없는 여정이었다.
온라인과 운전에 생활감각을 뺏긴 기분이었다. 익숙한 편리를 벗어나서 고되긴 했지만 한 발 한 발 내디디며 내가 사는 동네의 풍경을 눈에 담았다.
먼 길 왔다고 챙겨주신 콜라가 유독 맛있었던 저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