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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추억하다

세상에 안 되는 게 어딨어.

by 문영

"영아, 어디야?"

"나? 집인데?"

"그래? 그럼 내가 지금 의자 들고 갈게."

"응?"

"화장대 의자! 기다려!"


전활 끊고 방을 대충 정리했다. 온다면 오는 아이니까. 림이는 실내 건축을 전공하고 인테리어 일을 했다. 며칠 전, 림이가 내방 화장대에 의자가 없는 걸 보더니,


"우리 모델하우스에 화장대 의자 예쁜 거 있는데. 여기 잘 어울리겠다! 내가 전시 끝나면 갖다 줄게."

"그게 가능해?"

"응, 가져올 수 있을 거야."


저 대화를 할 때도 별생각이 없었다. 아무튼, 림이는 전화를 끊은 지 약 30분 만에 초인종을 눌렀다.


뛰어나갔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이걸 어떻게 들고 왔어?"

"버스 타고 왔지~"

"응? 이걸 들고? 이 퇴근 시간에?"

"응~ 힘들었어. 거 봐. 찰떡이지? 네 방이랑 잘 어울린다. 이럴 줄 알았어ㅎㅎ."


의자를 갖다 놓고 뿌듯해한다. 나는 어안이 벙벙했다. 이 추운 날 이 번잡한 시간에 저걸 들고 버스를 탔다고? 너무 고맙다, 야. 우린 함께 저녁을 먹으며 하하 호호 떠들었다.


막 퇴근한 오빠에게 나랑 림이는 저 의자를 자랑했다. 오빠가 웃으면서 림에게,

"역시, 너는 못하는 게 없구나?"

"하하, 그치. 내가 못할 게 뭐가 있겠어!'


나는 결혼할 때도 저게 좋아서 부득불 저걸 들고 왔다. 신혼방에도 잘 어울렸고 그걸 본 림이가 정말 좋아했더랬다. 그렇게 저 의자는 근 20년째 나와 함께하고 있다.


오늘 눈뜨자마자 저 의자를 보니 눈물이 핑 돈다. 세상에서 못할 게 없던 림이가 세상 모든 걸 경험했는지 삼 년 전, 갑자기 하늘로 날아갔다.


오늘은 나의 결혼기념일이자 그녀의 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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