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영 Jan 11. 2024

너를 추억하다

세상에 안 되는 게 어딨어.

 "영아, 어디야?"

 "나? 집인데?"

 "그래? 그럼 내가 지금 의자 들고 갈게."

 "응?"

 "화장대 의자! 기다려!"


 전활 끊고 방을 대충 정리했다. 온다면 오는 아이니까. 림이는 실내 건축을 전공하고 인테리어 일을 했다. 며칠 전, 림이가 내방 화장대에 의자가 없는 걸 보더니,


 "우리 모델하우스에 화장대 의자 예쁜 거 있는데.     여기 잘 어울리겠다! 내가 전시 끝나면 갖다 줄게."

 "그게 가능해?"

 "응, 가져올 수 있을 거야."


 저 대화를 할 때도 별생각이 없었다. 아무튼, 림이는 전화를 끊은 지 약 30분 만에 초인종을 눌렀다.


  뛰어나갔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이걸 어떻게 들고 왔어?"

 "버스 타고 왔지~"

 "응? 이걸 들고? 이 퇴근 시간에?"

 "응~ 힘들었어. 거 봐. 찰떡이지? 네 방이랑 잘 어울린다. 이럴 줄 알았어ㅎㅎ."


 의자를 갖다 놓고 뿌듯해한다. 나는 어안이 벙벙했다. 이 추운 날 이 번잡한 시간에 저걸 들고 버스를 탔다고? 너무 고맙다, 야. 우린 함께 저녁을 먹으며 하하 호호 떠들었다.


 막 퇴근한 오빠에게 나랑 림이는 저 의자를 자랑했다. 오빠가 웃으면서 림에게,

 "역시, 너는 못하는 게 없구나?"

 "하하, 그치. 내가 못할 게 뭐가 있겠어!'


 나는 결혼할 때도 저게 좋아서 부득불 저걸 들고 왔다. 신혼방에도 잘 어울렸고 그걸 본 림이가 정말 좋아했더랬. 그렇게 저 의자는 근 20년째 나와 함께하고 있다.


 오늘 눈뜨자마자 저 의자를 보니 눈물이 핑 다. 세상에서 못할 게 없던 림이가 세상 모든 걸 경험했는지 삼 년 전, 갑자기 하늘로 날아갔다.


 오늘은 나의 결혼기념일이자 그녀의 기일이다.





작가의 이전글 꼼꼼하면 깐깐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