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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친구의 친구 Jan 02. 2020

어쩌다보니 취미가 된 인터뷰

벌써 네 번째 인터뷰이까지 만났습니다.

 첫 인터뷰를 시작한 지, 정확히 61일이 지났습니다. 2019년에 시작했고 지금은 2020년이 밝았으니 2년 차 친구의 친구?!


 며칠 전에는 벌써 네 번째 인터뷰이까지 만나고 왔습니다. 61 전의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해본다면 달라진 점이  가지 정도 있어요. 가장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회사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매우 줄었다는 점입니다. 마치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내 인생의 전부인 것처럼 살아왔었는데, 꼭 그렇지 만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벌인 일이라 그런지 여러모로 생활에 활력을 주고 있어요. '수 틀리면 언제든지 회사 때려치울 거다. 조심해라.'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생긴다는 게 좀 두렵기도 하지만요. 두 번째는 시간을 매우 알차게 쓰고 있어요. 하루에 해야 할 'to do list'에 '친구의 친구'가 비집고 들어와 버렸지만,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니 그다지 본업에 지장을 주지도 않으면서 밤에 잠도 잘 자요. 세 번째는,  행복합니다. 제가 왜 더 행복한지 '인터뷰 내용을 정리하는 과정'을 공유하면서 알려드릴게요.


머릿속에 하고 싶은 것들이 떠다니기만 하고 정리가 안되던 그때. 무작정 적어본 다섯 글자.


'친구의 친구'는 브런치를 통해 인터뷰 전문을 공개합니다. 그 외에도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유튜브를 통해 티저 영상 또는 부분 글로 공유하고 있고요. 따라서 현재 인터뷰 전체 내용을 볼 수 있는 곳은 브런치가 유일하기 때문에 인터뷰 내용을 글로 정리하여 발행하는 일은 생각보다 책임감이 따르는 일입니다. 한 편의 글로 한 사람의 이야기를 담아낸다는 것은 많은 의미를 가지니까요. 네 번째 인터뷰이까지 만나고 온 이 시점에서, 그 과정에서 느끼는 저의 감정을 기록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 이 글을 씁니다. 거창한 내용은 아니지만 아무쪼록 이 글이 인터뷰를 앞둔 누군가에게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1. 인터뷰이 컨택하기

'친구의 친구'는 각 시즌별 주제를 선정하고, 주제와 관련된 인터뷰이가 다음 인터뷰이를 지목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릴레이 인터뷰 매거진입니다. 따라서 저희는 인터뷰이를 선정하고, 컨택하는 과정에서 큰 수고스러움이 없어요. 보통 인터뷰이를 선정하고 컨택하는 과정이 매우 까다롭다고 하던데, 저희는 친구들이 알아서 추천해주고 매칭 해주니까요. 이렇게 인터뷰이가 선정되고 나면, 인터뷰 내용이 후에 SNS와 매거진(잡지)을 통해 공개되는 것에 거부감이 없는지에 대한 확인을 합니다. 허락을 구하고 난 후에는, 본 인터뷰 질문지를 작성할 때 참고하기 위한 '사전 질문지' 작성을 부탁드립니다. 사전 질문지는 본인 소개글과, 각 시즌별 주제의 취지에 맞는 간단한 질문 리스트로 구성되죠. 사전 질문지 작성까지 완료되고 나면 인터뷰 일정과 장소를 조율하는 것으로 본 인터뷰를 하기 전의 과정은 일단락됩니다.


2. 인터뷰 질문지 작성하기

 인터뷰 질문지는 본 인터뷰를 진행할 때 없어서는 안 될 존재입니다. 정말로. 질문지가 없다면 울면서 뛰쳐나올 수도 있어요. 꼭 준비해 가셔야 합니다. 저희 인터뷰 질문지는 인터뷰이로부터 받은 사전 질문지와 인터뷰이 SNS 염탐.. 을 통해 만들어집니다. SNS는 인터뷰이에게 좀 더 인간적으로 다가갈 수 있게 만들어주는 수단이더라고요. SNS는 타인에게 보이기를 원하는 자신의 모습과 본모습이 동시에 공존하는 플랫폼이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인터뷰를 준비하는 입장인 저희에게 SNS는 인터뷰이를 파악하기 위한 소금 같은 존재입니다.  실제로 인터뷰 당일날 인터뷰이를 만나면, SNS에서 염탐만 하던 제 주위 친구의 친구를 만난 느낌이 들더라고요. 초면이지만 구면 같은 그런 이상한 느낌이 또 참 좋아요.


질문지에만 의존하던 첫 번째 인터뷰 (사실 지금도 마찬가지)

3. 인터뷰하기

인터뷰는 저희가 그토록 원하던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는 자리예요. 완전히 낯설지도 않은 친구의 친구랑요. 인터뷰이와 처음 대면하는 순간은 어쩔 수 없이 어색해요. 그런데 조금만 지나면 다들 인터뷰라는 것을 잊고 온갖 이야기를 나눕니다. 질문지는 왜 만들어왔나 싶을 정도로 딴 길로 샐 때도 많아요. 그러다 중간중간 어색한 타이밍이 오면 소개해준 친구의 이야기를 꺼내면서 위기를 모면하죠. 또 인터뷰 질문지에는 없지만 SNS에서 염탐했던 기억을 되살려 이야기를 이어나갑니다. 위기 모면 능력이 점점 +1 되는 것 같아요.


세명의 인터뷰어와 한 명의 인터뷰이

인터뷰이가 보다 편한 분위기에서 대화를 이어 나갈 수 있게 리드해야 하는 입장이다 보니 상대방의 말과 행동, 표정 하나하나까지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게 되더라고요. 저는 제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는 타입인데 인터뷰를 몇 차례 진행하면서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어요. 저에게는 이 또한 변화이고 도전이에요. 투머치 토커가 하고 싶은 말 참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모르실 겁니다.


그런데 참 신기한 게,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면 인터뷰이들의 눈이 반짝거려요. 정말로 느껴져요. 그 외의 이야기를 할 때랑은 확연하게 다르죠. 제 앞에 앉아있는 인터뷰이들의 반짝거리는 눈과 흥분된 목소리를 들을 때면, '나도 저럴까? 내 눈이 반짝거리는 순간은 언제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여러분은 어떤 순간에 그럴까요?


4. 인터뷰 녹취본 정리하기

저희는 핀마이크로 인터뷰이의 목소리를 녹음합니다. 인터뷰가 끝난 후에는 녹취본을 들으며 내용을 정리하죠. 1-2시간 분량의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이어폰을 귀에 꽂고 인터뷰 내용을 정리하는 시간은 요즘 저의 힐링 시간이 되었습니다.


회사 연차 내고 휴가 가는 ktx안에서 녹취본 정리

녹음파일을 듣고 있으면 그 당시의 생생한 현장으로 되돌아가는 기분이 들곤 합니다. '이런 말을 했었지. 아 그 말이 이 말이었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 당시에는 알아차리지 못했던 말의 의도를 파악하기도 하고요. 웃겼던 그 당시의 상황을 떠올리며 피식 다시 웃기도 합니다. 인터뷰이의 이야기를 이끌어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있는 얘기 없는 얘기 다 꺼내고 있는 저의 목소리를 들을 때면 안쓰럽기도 한데, 그래도 그렇지 말이 너무 많긴 하더라고요. 주저리주저리 장황하게 말을 하지 않더라도 좀 더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이끌어낼 수 있는 훌륭한 인터뷰어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매 차례 합니다..


인터뷰이의 이야기를 최대한 생생하게 담으려는 노력들

5. 인터뷰 글 작성하기

 녹취를 들으며 1차로 정리한 스크립트에서 세상으로 내보낼 이야기와 그렇지 않은 이야기를 가려내는 작업을 합니다. 미리 인터뷰이한테 제외해달라고 부탁받은 부분을 1차적으로 걸러내고요. 대부분의 인터뷰이들이 의도치 않게 타인의 이야기를 해버린 경우, 해당 내용을 삭제할 것을 요청합니다. 행여나 인터뷰이들이 부탁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제삼자의 이야기를 사전 동의 없이 내 보내는 실수를 하지 않도록 항상 조심해야 해요.


  인터뷰 글을 작성하면서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하는 부분은 '흐름'입니다. 실제 인터뷰 현장에서, 미리 준비해 간 질문지의 흐름대로 이야기를 나누려고 하는 편이지만 대화를 하다 보면 뒷부분에서 나누려고 했던 이야기가 미리 나와버리기도 하고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오면 또 그쪽으로 튀어 버리는 게 다반사기 때문에 글을 발행할 때에는 다시 흐름에 맞추어 재 정렬하는 과정이 필요해요. 가장 어려운 과정이죠. 그 흐름을 잡을 때는 딱 세 가지만 생각합니다. 첫 번째, 인터뷰이가 어떤 사람인지 그 향이 느껴질 수 있도록 하자. 두 번째,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할 이야기를 쓰자. 세 번째, 한 구절이라도 읽는 사람의 기억에 남게 하자. 이 세 가지만 잘 풀어내도 좋은 인터뷰 글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6. 발행하기

  완성된 인터뷰 글을 인터뷰이에게 전달하고, 피드백이 완료되면 글을 최종적으로 발행합니다. 그전에 이 모든 과정에서 화룡점정이 될, 가장 고민스러운 부분인 '제목'을 정하는 과정이 있죠. 인터뷰 내용을 가장 함축적으로 잘 드러내면서도 적당히 자극적이고 감성적인 제목. 정말 어려워요. 그래서인지 요즘 일상에서 괜찮은 문구나 타이틀을 보면 메모합니다. 책을 읽다가도 제목으로 괜찮겠다 싶은 문구를 저장해두기도 하고요. 꽤 괜찮은 습관이 생긴 것 같아요. (제 어휘력도 좀 늘어나기를 바랍니다.)



  내 삶에서 '가장 원동력이 되는 것은 무엇일까. 무엇이 나를 달리게 만드는가.'에 대한 고민의 답은 사람으로부터 받는 자극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나 좋자고 벌린 일인데, 지금은 '남도 좋으면 더 좋지'라는 생각이 커요. 어떻게 하면 서로 좋을지에 대해 앞으로도 끊임없이 고민해나가려고요. 길을 만들어도 좋고, 있는 길을 따라가도 좋고요. 저희는 항상 열려있으니 언제든지 피드백주시면 천천히 그리고 단단히 잘 흡수해나갈게요. 아무튼,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재밌자고 벌린 일이 어쩌다보니 취미가 된 것 같아요. 이정도면 인터뷰를 시작하고나서 행복해진 것 맞죠?


2020.1.2

2020년에는 각자의 눈이 반짝거릴 수 있는 일들 하면서 즐거울 수 있기를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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