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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vol 1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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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친구의 친구 Jan 12. 2020

포기하면 편해요. 포기가 별거인가요?

장지용 님의 인터뷰

네 번째 인터뷰이는 '세상 까칠해 보이지만 나름 따도남. 취미, 일, 공부 매사에 열정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는 친구'라며 다섯 번째 인터뷰이를 소개했다. 까칠해 보이지만 나름 따도남이라는 말이 주는 애매모호함에서 오는 매력(?)에 어느 때보다 기대가 되었던 인터뷰를 왕십리의 어느 카페에서 하게 되었다. 


 Q. 지용 님을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첫 질문부터 너무 어렵네요. 보통 다들 뭐라고 소개하시나요?(ㅎㅎ) 음. 제 이름은 장지용입니다. 한나(전 인터뷰이)의 소개로 인터뷰를 하게 되었고요. 한나가 저를 핵인싸라고 소개했다고 하는데, 대학교 다닐 때 공부 안 하고 밖으로 많이 놀러 다녀서 그렇게 표현한 것 같아요.


조한나의 친구 '장지용'님


한나 님이  지용님은 취미, 일, 공부 매사에 열정을 가지고 최선을 다한다고 하시더라고요.

 아, 그래요? 항상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은 하지만 제 좌우명은 '포기하면 편하다'에요. 회사 들어갈 때도 '날로 먹자'가 목표였고요. 스트레스를 덜 받기 위해서죠. 제 스스로 포기하면 편하다고 생각하니까 뭘 해도 압박감을 안 느끼면서 할 수 있더라고요. 이렇게 마인드 컨트롤을 하면 무슨 일에도 안치이면서 하는 것 같아요. 


어떤 일을 하고 계신지 여쭤봐도 될까요?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전공을 살려 취업을 했었는데, 8개월 정도 다니다가 퇴사를 했어요. 그 후에 따로 준비를 해서 지금은 IT회사에 다니고 있고요. 첫 직장에서는 퇴사가 늘 꿈이었어요. '내가 졸업하고 이런 일을 하려고 학교를 다녔나?'라는 고민을 하기 시작하면서부터요. 결국 퇴사했죠. 지금은 그때보다 나아요. 2년 가까이 다니고 있어요. 퇴사는 처음이 어려운 법이에요..(ㅎㅎ) '어딜 가든 여기보다 낫겠지'라는 생각이 드는 곳이라면 바로 나와야 해요. 


 Q. 지용님은 취미가 클라이밍이라고 들었어요. 

네 맞아요. 2017년부터 클라이밍을 취미로 하기 시작했어요. 이제 거의 2년이 넘어가네요. 처음에 하게 된 계기는 학교 친구가 클라이밍 동호회를 아주 재밌게 하고 있는 걸 보고 나도 한번 데려가 달라고 해서 가게 되었죠. 저는 고등학교 때부터 농구를 해왔고 헬스 등 꾸준히 운동을 하고 있었어서 나름 클라이밍을 잘할 수 있을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생각했던 것보다 잘 못하겠더라고요. 그러니 오기가 생겼고, 본격적으로 클라이밍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클라이밍은 많은 능력을 필요로 하는 운동인가요? 

클라이밍은 돌을 잡는 운동이잖아요. 처음에는 팔 힘으로만 하는 건 줄 알았는데 몸 전체의 중심을 잡는 힘이 필요하더라고요. 코어 운동이라고 해야 되나? 힘이 좋아야 해요. 그리고 처음 하면 손가락이 많이 아프죠. 지금도 한 시간 정도 하면 손가락이 아파요. 지문이 닳기도 하고요. 그런 걸 견딜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해요.   


처음 클라이밍을 시작하는 분들은 많이 어려워하시나요? 

좀 그런 편이에요. 그런데 처음에는 다들 못하니까 걱정 안 해도 돼요. 갑자기 잘하게 되는 사람도 드물고요. 생각보다 근력이 그렇게 중요한 운동은 아니라서 처음 하는 분들도 괜찮아요. 클라이밍을 시작하려고 하면, 막연하게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하더라고요. 주변 친구들도  '다른 운동으로 힘 좀 기르고 시작해볼게'라는 이야기를 가장 많이 해요. 그런 사람들은 평생 안 오더라고요.(ㅎㅎ) 


클라이밍에도 종류가 있나요?

 크게는 두 가지 정도 있어요. 첫 번째는 '리드'라고 하는 건데, 줄을 매달고 정해진 시간 안에 빠르게 올라가는 거예요. 저는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리드는 잘못해요. 리드는 보통 10m 이상 올라가거든요. 그리고 뒤에서 누군가가 잡아줘야 하는 클라이밍이라서, 뒷사람과 호흡도 잘 맞아야 하고 교육도 따로 받아야 해요. 일반 사람이 처음부터 하기에는 어렵죠. 두 번째는, 볼더링이에요. 아마추어들도 많이 하는 클라이밍이죠. 일반적으로 다들 클라이밍이라고 하면 떠올리시는 게 볼더링이에요. 안전장비 없이 맨몸으로 홀드를 잡아나가면서 올라가는 방식이에요. 홀드는 '돌'을 부르는 말이고요. 볼더링은 올라가 봤자 3-4m 정도라서 고소공포증이 있어도 가능하더라고요. 그리고 아래에 매트를 깔고 하니까 떨어져도 안 다칠 거라는 걸 알아서 좀 덜 무서워요.


 


Q. 영화 '엑시트' 이후에 클라이밍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을 것 같아요. 

그런 편인 것 같아요. '엑시트'영화가 개봉했을 때 저한테 '네 생각이 났어'라고 이야기하는 분들이 있었어요. 영화를 보고 클라이밍에 관심을 갖고 시도해보려고 한 사람도 제 주위에 있었고, 실제로 엑시트를 보고 클라이밍을 하러 암장에 오시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제가 처음 시작했던 2년 전에는 클라이밍을 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거든요. 그런데 요즘에는 실내암장도 곳곳에 많이 생겼고, 취미로 하는 사람들도 많이 늘었어요. 


클라이밍을 하는 입장에서 엑시트 영화는 어땠나요?

영화 초반에 행사장 외벽을 타는 장면은 지나치게 허구적이었지 않나 싶어요.(ㅎㅎ) 엑시트에 나오는 대부분의 장면을 대역을 썼다고 하더라고요. 그 대역을 맡은 분이 저희 동호회에 다니시는 분이었어요. 


신기하네요. 엑시트에 나온 것처럼 외부에서, 실제 암벽에서 클라이밍 하는 사진을 봤어요. 

실내암장에서 연습을 해서 어느 정도의 레벨 이상의 실력을 갖추면 실외에서 하기도 해요. 보통 산에 있는 바위에서 하는데 클라이밍을 하는 분들이 정해놓은 코스가 몇몇 있어요. 그 코스를 선택해서 사람들과 함께 나가서 하는 거죠. 서울 내에서는 불암산, 모락산 등이 있고 남쪽에는 안양 예술공원 내의 산에서도 많이 해요. 이런 식으로 정해진 곳이 몇 군데가 있죠. 아무 바위나 막 타는 건 아니고요.(ㅎㅎ) 실외에서도 이동용 매트를 깔아놓고 하기는 하는데 실내보다는 위험해서 어느 정도 레벨 이상이 되어야 외부에서 하기 시작해요. 


실외에서 담 같은 걸 보면 막 넘어보고 싶고 그러기도 하나요?(ㅎㅎ)

그런 상상 가끔 하죠. 실제로 넘진 않고 한 번씩 잡아봐요. 창경궁 돌담 한번 잡아봤어요. 넘을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진짜로 넘으면 잡혀갈까 봐 그것까진 안 했어요.(ㅎㅎ)



 Q. 클라이밍만의 매력이 있을까요? 

승부욕을 불러일으킨다고 해야 하나? 그런 매력이 있어요. 클라이밍은 혼자 하는 운동이 아니고 여럿이 함께하는 운동이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저 사람은 저까지 올라가는데 나는 왜 못 올라가지?' 이런 생각이 들면 오기가 생기면서 더 잘하고 싶어 져요. 처음 했을 때 엄청 많이 졌거든요. 여자분들도 잘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승부욕을 더 자극하죠. 

클라이밍이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되나요? 

클라이밍 자체로는 유산소 운동이 아니다 보니까 단기간 다이어트에는 도움이 안 되는 것 같아요. 그 대신 몸이 가벼워야 잘할 수 있으니, 다이어트에 대한 의지를 심어주는 운동 정도? 저도 클라이밍을 시작하고 나서 몸무게를 많이 줄였어요. 몸이 가벼울수록 좋아서 체지방을 줄이는 방향으로 일부러 살을 뺐어요. 


일주일에 몇 번 정도 하시나요? 
저는 한번 클라이밍을 하면 세 시간 정도 해요. 하다 보면 또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서 어떻게든 짬을 내서 하죠. 저는 일주일에 많으면 네 번까지도 하고 두 번 정도는 최대한 하려고 해요. 퇴근 하 고도하고 주말에도 하고 있어요. 취미 없이 일만 하고 집에 가서 쉬고 끝이면 하루가 좀 힘들 것 같아요. 내일이라고 다를 게 없으니까요.  


클라이머 로서의 목표가 있으신가요? 

저는 안 다치고 꾸준히 하는 게 목표예요. 나름 격렬한 운동이다 보니까 난이도가 올라갈수록 몸이 다치는 경우가 많은데 안 다치고 계속 오래 하고 싶어요. 


 

Q. 클라이밍 동호회 활동을 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저는 '나무늘보'라는 클라이밍 동호회에서 활동 중이에요. 가장 큰 규모의 클라이밍 동호회죠. 친구 추천으로 처음 들어가게 되어서 지금까지 활동을 하고 있어요. 총인원은 3-400명쯤 되는 것 같아요. 서울 전 구역에서 신청인원을 받아서 운영되는 동호회예요. 한 달에 처음 하시는 분들도 3-40명씩 꾸준히 오더라고요. 처음 오시는 분들을 위해서 한 달에 두 번씩 모아서 교육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초입자분들도 편하게 오실 수 있어요. 따로 동호회에 비용을 내는 건 없고, 실내암장 사용비만 내고 활동해요. 매주 동호회 내에서 공지를 올려서 암장을 잡고, 참가자를 받아서 함께 하는 거죠. 한 군데의 암장에서만 클라이밍을 하다 보면 실력이 정체되고 지루할 수 있는데, 동호회 활동을 하면 여러 암장을 돌아다니면서 할 수 있으니 좋아요. 


클라이밍을 추천해주고 싶은 부류의 사람이 있나요?

혼자 운동하는 걸 어려워하는 사람? 싫어하는 사람에게 아주 좋은 운동이에요. 클라이밍은 난이도별로 구분이 되기 때문에 같은 난이도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하면서 실력을 쌓을 수 있어요. 그런 측면에서 동호회 활동을 하면 더욱 좋죠. 동호회 내에서 신입 교육을 함께 받을 수 있으니까요. 함께 교육받은 사람들끼리 레벨을 높여나가는 과정에서 경쟁심도 생기고, 친밀감도 가질 수 있어서 혼자 운동하기를 꺼려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운동이에요.


동호회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셨나 봐요.  

네 엄청 많이 만나죠. 한 3-40명 정도 되는 것 같아요. 자주 나오는 분들이랑은 계속 관계를 유지하면서 지내고 있고, 새로 왔다가 안 오시는 분들은 자연스럽게 멀어지기도 하고요. 저는 운동을 함께하는 걸  좋아요. 농구도 취미로 오래 해왔어요. 고등학교 때부터 꾸준히 했는데, 처음에는 동네 친구랑 하다가 대학에 와서 학교 동아리 사람들이랑 많이 했죠. 졸업하고 난 지금도 졸업생과 재학생이 모여서 매주 시합하고 가끔 대회도 나가고요. 클라이밍도 사람들이랑 함께하는 운동이니까 더 즐겁게 할 수 있고 오래 해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친구의 친구'라는 관계는 어떠신가요?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해요. 그런데 예전에는 새로운 사람을 많이 만나려고 노력했다면, 요즘에는 만나던 사람들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버겁더라고요. 이전보다는 새로운 시도를 많이 못하고 있는 것도 있고요.  '친구의 친구'라는 관계도 재밌어요.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건 늘 흥미로운 부분이 있으니까요. 새로운 성향을 알게 되고 알아가는 것에 대해서 꺼려하지 않는 성격이에요. 새로운 상황에서 새로운 성향을 찾을 수도 있잖아요. 운동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에게서도 자극을 많이 받아요. '나는 이렇게 까지 생각 못했는데, 다른 사람들은 이렇게까지 노력을 하고 준비를 하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많이 배우죠. 


지용님은 새로운 만남에서 어떤 사람으로 보이기를 원하시나요? 

'아, 이 사람은 잘 어울릴 수 있겠다.'라고 생각이 들게 하는 사람이고 싶어요. 모나지 않은 사람(?)이로 보였으면 좋겠는 마음이 있어요. 어디 가서 튀지 않는 정도라고 해야 하나요? 


사람과의 관계가 삶에 많은 영향을 주는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정보'가 매우 중요하거든요. 지혜랄까? 퇴사를 하고 이 분야의 일을 선택할 때에도 아는 사람이 조언을 해주고 추천을 해주어서 시도하게 된 거예요. 이렇듯 주위의 관계에서 얻을 수 있는 지혜가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친구의 친구'라는 관계의 장점 중에 직접적인 친구가 아니라서 객관적으로 말해 줄 수 있다는 점도 있을 것 같네요. 


그러네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장점이네요ㅎㅎ 친구의 친구와 함께했던 자리가 있었나요? 

그런 자리가 꽤 있죠. 친구들끼리 놀다가 그냥 근처에 있던 친구가 연락이 오면 함께 놀기도 하지 않나요? 그런 자리에 대한 거부감은 없어요. 어차피 한 번 보고 안 볼 사람이면 안 보고 볼 사람이면 또 보게 되니까요. 친구의 친구 중에 계속 관계를 유지하는 친구들도 몇몇 있어요.


'친구의 친구'들과 취미를 공유하는 건 어떠신가요? 

좋은 것 같아요. 경험해보고 싶은 취미들이 각자 있을 거니까요. 저는 요즘 생각만 하고 있는데 폴댄스에 관심이 있어요. 클라이밍을 하는 친구들 중에 폴을 같이하는 친구들도 몇몇 있고요. 그 친구들은 여자지만, 남자도 폴댄스를 많이들 하잖아요. 


 

Q. 지용님에게 취미란 무엇인가요?

취미는 저를 한 군데에 매몰되지 않게 하는 거예요. 어딘가에 어느 정도 매몰되는 게 좋긴 하지만 그것밖에 모르게 되는 걸 방지하는 거죠. 취미가 없으면 정말 힘들 것 같아요. 무엇을 하든 계속 압박감이 느껴질 거잖아요. 일밖에 할 게 없으니까. 그래서 저는 클라이밍을 계속하려면 다치면 안 돼요. 몸이 재산이니까요.


 Q. 지용님은 현실적이고 명료하게,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가시는 것 같아요. 

주위 또래 친구들이 지금 가장 많이 하는 고민은 결혼인 것 같아요. 저도 현실적으로 '결혼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죠. 그런 고민을 안 하기는 어렵죠. 그런데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어떻게 살다 보면 되겠지..' 


그런 고민을 하는 주위 친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저도 같이 고민을 하는 입장에서 무슨 말을 해주겠어요.(ㅎㅎ) 무슨 이야기를 해도 힘이 안 날텐 데요. 저처럼 어떻게 살다 보면 될 거다라는 생각을 하면 좋겠어요. 포기하면 편해요. 안되면 포기해야죠. 별거인가요. 


우리네 세상은 연애, 결혼, 출산 3가지를 포기한 세대를 '삼포세대'라고 하기에도 모자라, 요즘엔 집과 경력까지 포기한 '오포세대'라는 타이틀을 청춘들에게 달아주었다. 마치 '포기'하는 게 잘못인 것처럼. 그런데 우리의 '포기'는 절망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택한 삶의 방식이다. 그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나'자신이니까. 


무던하게 전해주신 말들에서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2020.01.12 

vol.1 장지용 님의 인터뷰

글/ 친구의 친구

사진/ 유정아 

 @friend__of__fri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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