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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vol 1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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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친구의 친구 Feb 09. 2020

취미는 나를 표현하는 도구

이민기 님의 인터뷰

다섯 번째 인터뷰이는 '취미에 굉장히 만족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친구'라며 여섯 번째 인터뷰이를 소개했다. '만족'이라는 단어가 주는 안정감, 여유가 참 좋다고 생각했고 왠지 차분하고 따뜻한 분일 것이라는 짐작을 하며 인터뷰를 기다렸다.


 Q. 민기 님을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이민기입니다. 나이는 서른하나이고요. 취미로 사진을 열심히 찍고 다니는 사람이에요. 사진을 찍기 시작한 지는 얼마 안 됐어요. 8-9개월 정도? 얼마 전에 지용이가 '친구의 친구' 인스타그램 계정을 보여주면서 "인터뷰해볼래?" 하더라고요.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어서 인터뷰에 응하게 되었습니다.


지용님이 민기 님을 볼 때 취미활동에 대한 만족도가 굉장히 높아 보인다고 하셨어요.

아 그렇게 보였나?(ㅎㅎ) 맞아요. 일단 모델과 함께 사진 찍으러 나가면 행복해요. 정말 즐겁고요. 만족하고 있는 거죠.


장지용의 친구 '이민기'님


 Q. 취미로 사진을 찍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저도 지용이랑 함께 클라이밍을 취미로 했었어요. 그런데 사고로 다리를 다치게 되어서 운동을 완전히 못하게 되었죠. 지금은 잘 뛰지 못하고 겨우 걷는 정도예요. 그 이후로 또 다른 취미를 찾다가 사진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그렇게 시작해서 계속 사진을 찍다 보니 점점 그 매력에 빠져들게 되었어요.  


클라이밍은 매우 활동적인 취미라고 생각이 들어요. 반면에 사진은 그런 느낌은 아니잖아요.

음.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어요. 하지만 어떤 사진을 찍느냐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해요. 저는 스튜디오 촬영보다는 야외 스냅 촬영을 좋아해요. 그래서 하루 출사를 나가면 십 킬로미터 이상씩을 걸어 다니죠. 모델은 가만히 있더라도 저는 위치를 이동해가면서 사진을 찍다 보니 클라이밍만큼 역동적이지는 않아도 움직임이 많아요. 그리고 이전에 활동하던 클라이밍 동호회에서 남들 운동하는 사진을 많이 찍어주고 있거든요. 제가 클라이밍은 직접 못하지만요. 다른 사람들 쉬고 있을 때 저는 그 모습을 담아내려고 계속 움직이기 때문에 이 취미도 활동적인 건 만만치 않다고 생각해요(ㅎㅎ).


 

Q. 사진의 어떤 매력 때문에 빠져들었나요.

사진 찍으러 다니면서 여러 사람들 만나는 게 일단 좋고요. 모델과 대화하면서 사진을 찍는 과정이 재밌어요.  모델의 긴장을 풀어주는 것도 제 역할인데 그 과정도 재밌고요. 사람마다 예쁜 표정과 각도가 있는데 그 지점을 찾아나가는 게 흥미로워요. 사람을 상대로 이런 디테일한 부분까지 잡아내야 하니까 매우 세심한 작업이죠. 사람들의 표정을 계속 관찰하다 보니 본인이 모르고 있는 버릇들도 알게 되더라고요. 사진의 대상에 인물, 자연, 건축물 등 많은 종류가 있지만 저는 인물사진을 좋아해서 인물 위주로 사진을 찍고 있어요.


인물을 촬영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 있나요?

일단은 표정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어쨌든 사진을 찍는 이유가 그 순간을 예쁘게 간직하려고 하는 거잖아요. 보통 상대방이 편해지면 예쁜 표정이 나오더라고요. 확실히 사람들은 자연스러울 때가 가장 예뻐요. 그리고 사람들마다 좌 우 얼굴이 달라서 그중에서 예쁜 각도를 찾아내는 것도 일이에요. 그리고 이건 우스갯소리인데, 일반인은 뒷모습이 제일 잘 나와요(ㅎㅎ). 정면이 예쁘기는 힘들죠. 연예인이 아니잖아요 우린(ㅎㅎ). 저는 측면을 좋아해요. 보통 사람들이 45도 각도 정도로 찍으면 웬만하면 다 예쁘게 나오더라고요.


 그리고 콘셉트가 중요해요. 콘셉트는 어떤 장소에서 어떤 분위기로 어떤 사진을 찍는가에 대한 내용이에요. 콘셉트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인데, 모델에게도 콘셉트를 생각해보라고 하거든요. 그런데 일반인들은 사진을 찍힌 경험이 많이 없으니까 '자연스럽게' 정도로만 생각해요. 콘셉트 잡기가 정말 어려워요.


photo by 이민기


촬영 후 보정도 직접 하시나요?

네 직접 하고 있어요. 보통 콘셉트에 맞도록 보정을 하죠. 콘셉트에 따라서 사진의 색감이 달라지니까요. 사진 촬영하는 기법들, 보정법 등은 유튜브를 보면서 배우고 있어요. 유튜브 방송이 워낙 잘되어 있어서 디테일한 부분까지 정말 잘 알려주거든요. 도움을 많이 받았죠.


보정본과 원본 중 어떤 것을 선호하시나요?

저는 사진의 끝은 보정이라고 생각해요(ㅎㅎ). 지금은 보정이라고 해봤자 얼굴 라인을 예쁘게 살리는 정도(?)와 색감 보정인데, 애초에 사진을 찍을 때 색감 보정을 염두에 두고 찍죠. 예를 들어 모델이 좀 어둡게 나온다고 하더라도 색감 조정을 하면 되니까 풍경 위주로 찍고 후에 보정으로 인물을 살려주는 방식으로 작업하는 거죠. 보정을 거치면 생각지도 못했는데 결과물이 훌륭해서 저도 모르게 '와~'하고 감탄할 때가 있어요.



 Q. 사진 촬영으로 수익도 얻으시나요?

아직은 수익이 없어요. 사실 문의는 조금씩 들어오고 있는데, 제 스스로가 돈을 받고 할 실력은 아닌 것 같아서 거절하고 있죠. 최근에도 친구의 직장동료가 문의를 주셨어요. 대가를 지불하고 커플사진 촬영을 부탁하고 싶다고요. 이런 문의가 간간히 들어오니까 '아, 수익을 얻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년 정도부터는 실력을 더 쌓아서 수익을 얻는 정도까지 도전해볼 만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이런 문의들을 계기로 목표를 좀 더 디테일하게 잡아나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수익을 내려고 하면 여러 가지 고민이 많을 것 같아요. 가격 책정부터해서.. 계약에 관한 문제잖아요.

네 맞아요. 사실 그런 부분도 아직 잘 모르고 있어요. 아직은 시작단계이니까 천천히 알아간다는 생각으로 해보려고요. 시장조사(?) 개념으로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다른 사진작가님들의 계정을 구경하곤 하는데, 잘 찍으시는 분들이 너무 많더라고요. 항상 좌절감을 느껴요. 제 실력이 너무 부족하다는 것을 많이 느껴서 아직은 돈 받고 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구도, 콘셉트, 소품 등 전체적으로 실력을 많이 쌓아나갈 거예요.  


photo by 이민기
photo by 이민기


 Q. 클라이밍 동호회를 나가듯, 사진 동호회도 나가시나요?

 사진 동호회는 따로 안 나가고 있어요. 동호회 모임은 클라이밍이 처음이에요. 사진 출사 동호회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제 마음에 드는 동호회를 아직 못 찾았어요. 찾아보고는 있지만요. 그 동호회의 사람들이 어떤 사진을 추구하고 그 성향이 나와 맞는가를 중점적으로 보고 있어요. 그래야 함께 찍으면서 배울 수 있을 것 같아서요. 그리고 잘못 들어가면 자칫 술 모임일 수 있잖아요(ㅎㅎ). 함부로 못 들어가겠더라고요. 술을 참 좋아하긴 하지만요.


취미를 공유하는 것. 어때요?

어떤 취미 든 간에 공유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게 사진이라면, 제가 누군가를 찍어주는 것도 일종의 취미의 공유라고 생각하고요. 그런 거라면 너무 좋죠.


photo by 이민기

 

Q. 민기 님에게  '친구의 친구'는 어떤 느낌인가요?

음. 막 가깝지도 않고 멀지도 않은 느낌이에요. 사람에 따라서 엄청 어색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사실 여러 사람이랑 알고 지내는 것을 좋아하긴 하지만, 좀 피곤해하는 면이 있거든요. 넓은 관계 속에서는 아무래도 감정 소비하는 일이 많아지잖아요. 그래서 친한 몇 명 하고만 깊이 사귀는 편이에요. 그래서 그 외의 사람들은 그냥 알고 지내는 친구? 그리 깊지는 않은 친구?의 느낌이죠. 그렇다고 해서 그런 사람들을 얕게만 보고 쉽게 생각하는 건 아니고요(ㅎㅎ).


'친구의 친구'와 함께 했던 자리가 있었나요?

얼마 전에 나갔던 출사를 '친구의 친구'와 함께 나갔었어요. 저와 자주 사진을 찍으러 나가는 형의 아는 사람이었어요. 같은 클라이밍 동호회 사람이라고 했는데 저는 알고 지낸 적은 없던 사람이었죠. 클라이밍 동호회라는 연결고리가 있어서 그런지 좀 더 편하게 다가갔던 것 같아요.


새로운 관계에 대해서 거부감이 없는 편이신가요?

거부감이라기보다는, 좀 힘들긴 하죠. 굳이 인간관계를 늘리려고 하는 편은 아닌 것 같아요. 그렇다고 해서 오는 사람을 막지는 않고요(ㅎㅎ). 적극적으로 노력해서 관계를 넓혀 나가는 성향은 아니에요.



사전 질문에서 '마음을 나누는 친구'가 되고 싶다고 하셨어요.

네 맞아요. 제가 친구들과 술을 먹을 때 가장 피곤했던 스타일의 친구는 자꾸 조언을 해주려고 하는 스타일이었어요. 제가 힘든 일을 이야기하는데 원하지 않는 조언을 해줘요. 그런 친구들하고는 술을 잘 안 먹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그런 친구들이 있어요. 내가 힘들었던 상황에서의 기분에 집중해서 공감해주고 동조해주는 친구들. 이런 게 마음을 나누는 게 아닐까요? 그런 친구가 되어주고 싶어요 저도.


연인관계에서 보통 여자가 남자한테 많이 하는 말이잖아요(ㅎㅎ). "내가 언제 조언해달라고 했어?" 이런 말.

그렇죠(ㅎㅎ). 저도 엄청 공감해요 그 말에. 힘든 걸 이야기할 때는 그냥 들어만 줬으면 좋겠어요(ㅎㅎ). 음 그런데 저는 보통 이야기를 들어주는 친구에 가까운 것 같아요. 공감해주는 역할(?)인 경우가 많았어요. 말이 많이 없는 편이기도 하고요. 듣는 게 제일 편해요 저는.


잘 들어주는 것이 굉장히 어렵다고 생각해요.

그렇죠. 저도 어려워요. 잘 들어준다는 게 단순히 귀만 여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마음을 진심으로 이해해주고 공감해주는 것이니까요. 잘 들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저도 아직 잘 안돼요. 노력은 하는데 잘 안될 때도 많아요. 제가 막 더 말이 많아질 때도 있고요. '경청'은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 같아요.



 Q. 민기 님에게 취미는 어떤 의미인가요?

취미는 '나를 표현하는 도구'라고 생각해요. 취미가 평생 똑같기는 어렵잖아요. 저도 이때까지 가져온 취미가 기억나는 것만으로도 열개 정도는 되는 것 같고요. 어쨌든 그때마다 '너랑 잘 어울리는 취미네'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취미가 그 당시 나의 모습을 담았던 거죠.


어떤 취미가 있었나요?

고등학생 때는 마술을 했었어요. 대학 진학 당시 전공으로 선택하려 할 정도로요. 인지도가 있는 마술사 밑에서 일을 하기도 했고요. 결국 미래에 대한 고민으로 진로를 그 분야로 정하지는 않았지만 사람들을 즐겁게 해 줄 수 있는 취미였기 때문에 행복했어요. 대학교에 와서는 수상레저 스포츠를 많이 즐겼죠. 레프팅, 수상스키, 스킨스쿠버 등 여러 가지 취미를 가졌었어요. 생각해보면 취미가 없었던 적은 없었네요. 대학을 서울로 오면서 제가 시도할 수 있는 취미의 폭이 넓어졌어요. 확실히 서울은 지방보다 제가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서 좋아요.


 Q. 민기 님 요즘 고민 있으세요?

지금 제 나이쯤 되면 고민이 너무 많죠. 제 주위 친구들도 그렇고요. 결혼에 대한 고민부터 시작해서 이직 고민, 연애 고민 등 많아요. 저는 이직 고민을 좀 많이 하고 있어요. 모두들 돈을 잘 벌고 싶은 고민이 있잖아요. 그 고민에 대한 약간의 해답이 사진이었던 것도 있어요. 그래서 올해는 사진으로 돈을 한번 벌어보자 하는 목표가 생긴 거죠.


앞선 인터뷰이 중  '어떻게 하면 좋은 어른이 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고 계신 분이 있었어요.

좋은 어른.. 내가 나 자신에게 만족하면 그냥 그게 좋은 어른이 아닐까 생각해요. 따로 좋은 어른이 있는 건 아닌 것 같고요. 어쨌든 굳이 남의 눈치를 볼 필요 없이 남한테 피해 안주는 선에서 스스로에게 만족하면 좋은 어른이지 않을까요?


그 대상이 무엇이든 '만족'한다는 건 행복한 상태를 의미한다. 똑같은 상황에서도 결코 만족할 줄 모르는 사람과 주어진 것 안에서 최고의 가치를 찾고 스스로 만족하는 사람이 있듯, 역시나 행복은 내가 마음먹은 만큼 얻는 게 아닐까.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2020.02.08

vol.1 이민기 님의 인터뷰

글/ 친구의 친구

 @friend__of__fri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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