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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vol 1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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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친구의 친구 Feb 23. 2020

가끔 후회할 때도 있지만, 다시 제대로 해보려고요.

김혜난 님의 인터뷰

여섯 번째 인터뷰이는 '취미에 대한 가치관을 생각하게 해 준 친구'라며 일곱 번째 인터뷰이를 소개했다. 어떤 가치관에 대한 내용인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등 묻고 싶은 것이 아주 많았지만 직접 대화하며 느끼고 싶었다. 그렇게 친구의 친구 vol.1의 마지막 인터뷰이를 기다렸다.


Q. 안녕하세요. 혜난님. 인터뷰를 결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28살 인천에서 초등학교 병설유치원 교사로 일하고 있는 김혜난이라고 합니다. 이제 유치원 교사 4년 차가 되었고, 오전에는 아이들을 가르치고 오후에는 업무를 보는 일을 하고 있어요. 유치원 교사 중에서도 유아특수교육과를 전공한 특수교사로 근무하고 있어요. 보통 직장생활 3년 차 때 가장 힘들다고 하는데 저도 지금 좀 심리적으로 지쳐가는 단계랄까요? 그런 것 같아요.


 민기 오빠가 '친구의 친구' 인스타그램 링크를 보내줘서 '친구의 친구'를 알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너 한번 해볼래?' 하길래 흔쾌히 그냥 해보겠다고 했죠. 그런데 그 후에 곰곰이 생각해보니 걱정이 좀 되긴 하더라고요. 얼굴도 나오고 그러니까요(ㅎㅎ).


이민기의 친구 '김혜난'님


Q. 일러스트 그림을 취미로 한다고 들었어요.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었어요. 글 쓰는 것도 좋아했고요. 본격적으로 일러스트로 그림을 그리게 된 시점은 수능을 치고 난 후였던 것 같아요. 그때가 한창 시간이 남아돌 때잖아요. 그래서 누구한테 보여주기 위한 목적이라기보다 그냥 혼자서 종이에다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웹툰도 소설도 아닌 그냥 그런 그림이요. 그런데 그게 꽤 모인 거예요. 그래서 이 그림들을 컴퓨터로 옮기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고 나서 대학교에 가서는 잠시 놓고 있다가, 취업을 하고 나서 다시 그림을 그려요. 요즘엔 보통 지인들의 특별한 날에 선물 용도로 그리고 있어요.


요즘에 일러스트 그림을 그리시는 분이 참 많은 것 같아요. 각종 SNS를 통해 세상에 본인의 작품을 내보내는 작가들도 많이 있고요.

맞아요. 제가 처음 시작했을 때 보다 훨씬요. 저도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여러 작가들을 팔로우하고, 작품을 보고 있어요. 자신의 그림을 소개할 수 있는 환경이 잘 만들어져 있는 것 같아요. 어렵지 않게요.


가장 좋아하는 일러스트 작가가 있나요?  

제가 고양이를 엄청 좋아해요. 한 마리 기르고 있고요. 그래서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고양이 사진도 많이 보는데, 얼마 전에 '소금툰'을 알게 되었어요. 작가님의 고양이 이름이 소금이더라고요(ㅎㅎ). 그분의 그림도 많이보고, '삐용툰'이라는 고양이툰도 봐요. 요즘 이 두 개를 매일 보는 것 같네요. 그 영향인지, 저도 제 고양이 '밍구'툰을 그려보고 있고요. 어렸을 때는 '파페포포 투게더'인가? 시리즈별로 있는 책 아세요? 그거 진짜로 많이 봤어요. 너무 매력적인 책이죠. 본가에 가면 쌓여있을 거예요 아마.


혜난님은 SNS에 그림을 업로드하지는 않으시더라고요.

 네 맞아요. 저는 개인 인스타그램도 시작한 지가 얼마 안 됐어요. 밍구툰도 몇 개 있는데 그냥 개인 소장하고 있어요. 몇 년 정도 기르니까 이제는 그 고양이의 패턴을 관찰하게 되더라고요. 그런 주제로 그린 그림들이에요. 연습장에다가 그려놓은 것도 있고, 이미 선을 따놓은 것도 있는데 다시 보니까 그림이 어색해서 게시 안 하고 있어요. 저는 좀 디테일하게 그리는 성향이라 완성하기가 힘들더라고요.


업로드 전인 '밍구툰'의 일부


약간 완벽주의자?ㅎㅎ

아 들켰다. 맞아요(ㅎㅎ). 좀 내려놔야 하는데 그림을 그려도 계속 만족하지 못하고 찝찝해서 세상 밖으로 못 내보내고 있어요. 그림 계정을 따로 만들까도 생각하고 있는데 실천은 못하고 있죠. 시작하는걸 되게 어려워하는 성격이에요. 그래서 무언가를 해내는 추진력이 있는 사람을 엄청 부러워해요. '친구의 친구' 콘텐츠도 마찬가지고요.


혼자 실천하려고 하니까 잘 안돼요. 누가 끌어주면 진짜 잘할 수 있는데요(ㅎㅎ). 시간적인 여유는 있는데 의지가 부족한 거겠죠? 요즘에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써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이십 대 후반에 들어서니까 하루하루 시간이 너무 아깝더라고요.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이 없는 것 같은 느낌이에요. 왜 이렇게 시간이 빨리 가는지!


Q. 지금은 다른 일을 하시지만, 미술 전공이었던 걸로 알고 있어요.

유치원 때부터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미술을 했어요. 그래서 저는 제 인생에 미술밖에 없을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고등학교 3학년 때 진로를 바꾸었어요.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기보다는, 현실적인 판단이었어요. 친오빠가 먼저 입시 준비에 들어서면서 온 가족이 현실을 깨닫게 된 거죠. 아무래도 예술분야의 전공은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생각되었고, '날고뛰는 많은 사람들 중에서 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현실적인 고딩이었죠.


진로를 바꾼 걸 후회하시나요?

그런 생각도 하죠. 며칠 전에 함께 미술을 전공했던 친구를 오랜만에 만났는데, 많은 걸 느꼈어요. 저는 미술을 전공하면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생각했었거든요. 웬만큼 좋은 학교를 나온다고 하더라도, 집에 재력이 있거나 특출한 독창성이 있지 않으면 성공하기 힘들겠다는 생각이었죠. 그런데 친구를 보니까 자기 분야에서 자신만의 길을 열심히 잘 걸어가고 있더라고요. 예전에는 제 생각이 맞는 줄만 알았는데 요새는 아니더라고요. 나도 좀 발전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고, 후회도 되었어요. 동기부여도 되고요. 계속 이런 생각하는 거 보면 저 진짜 나이 먹었나 봐요(ㅎㅎ).


그래도 취미로라도 할 수 있어서 좋아 보여요.

그렇죠. 요즘은 일에 스트레스를 받으니까, 취미에 좀 더 몰두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취미가 일이 되어버리면 그것도 정말 스트레스일 것 같아요. 그런데, 취미라고 하더라도 제대로 잘해보고 싶어요. 고양이 툰을 그리기 시작한 것도, 그런 의미에서 에요. 조금 더 취미에 몰두해볼까? 하는 생각이죠. 앞으로 더 열심히 해서 지인들한테라도 좀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내 생활에 활기를 찾고 싶어서요.


인물 일러스트 (painted by.김혜난)

 

Q. 취미로의 미술, 전공으로의 미술은 어떤 차이가 있던가요?

정말 달라요. 입시 미술은 오로지 대학 합격을 목표로 하는 거예요. 아이러니하게도 미술로 좋은 대학을 가려면 그림실력뿐만 아니라 성적도 매우 중요해요. 미술도 잘해야 하고, 공부도 잘해야 하는 거죠. 저는 그게 너무 싫었어요. 심지어 성적 100% 전형도 있었고요. 내가 분명히 좋아서 시작한 건데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죠. 급기야 미술학원도 싫어질 만큼요. 저는 초등학생 때부터 입시미술을 했어요. 밤 열 시까지는 했던 것 같네요. 그 생활을 고등학교 때까지 했으니 정말 힘들었죠. 그리고 저는 인물화를 주로 그리고 좋아했는데 전망이 좋은 시각디자인 전공을 택해야 하는 현실적인 타협도 있었고요. 그런 상황들이 힘들었어요.


 그렇지만 취미로 넘어온 지금은, 내가 그리고 싶을 때 그리고 안 그리고 싶을 때는 한없이 안 그려도 되니까 너무 좋아요. 전공에서 벗어나니까 너무 재밌는 거예요. 수능이 끝이 나고 다른 전공으로의 대학 합격을 기다릴 때, 그림을 진짜 많이 그렸어요 취미로. 파스텔로 인물화를 매일 1장씩 그렸어요. 손에 지문이 닳을 정도였죠. 그때 그린 것들이 8년을 그린 양보다 많아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정말 좋아서 했던 때에요. 취미가 되면 부담이 없어지니까 너무 좋았어요.


 Q. 특별한 날 선물로 그림을 주면, 사람들 반응이 어때요?

정말 좋아해요. 일반 그림도 아닌 본인의 얼굴을 그려주니까 훨씬 좋아하는 것 같아요. 저는 일부러 서프라이즈로 하려고 비밀로 그리거든요. 제 사진첩에 있는 사진 혹은 SNS에 올린 사진을 찾아서 그리고, 케이크와 함께 준다던지 하죠. 받았을 때의 반응을 상상하면서 기분 좋게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제 그림을 받고 기뻐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에요.


그림 선물을 받은 적도 있나요?

 중학교 때 같은 반 친구가 제 옆모습을 그려준 적이 있었어요. 그 당시를 생생하게 기억해요. 제 모습을 디테일하게 그려준 게 처음이라서 너무너무 좋았어요. 그날 바로 잃어버렸지만요(ㅎㅎ). 내 모습이 담긴 그림 선물을 받았을 때 행복했던 감정이 남아있어서, 그림 선물을 할 때 더 설레요.


선물용 일러스트 그림 (painted by.김혜난)


 Q. 취미에 목표가 있나요?

좀 더 제대로 그리고, 세상 밖으로 내보내고 싶어요. 얼마 전에 친구들을 만나서 이야기하는데, 너무 공감되는 이야기들인 거예요. 그때 문득 '이 내용을 툰으로 그려보면 어떨까?'라고 생각했어요.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그리고 싶어요. 또, 제 나이 때의 여자들이 하는 고민들이 있잖아요. 일, 이직, 연애 그리고 결혼 등. 이런 고민들을 툰으로 그려보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본격적으로 그리려면 패드도 사야 되고요. 고민 중이에요.


아까 좋아했다고 말씀하신, '파페포포' 시리즈도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짤막한 그림들이잖아요.

맞아요. 제가 그런 걸 되게 좋아해요. 사람들을 만날 때도 공감대 형성이 잘되는 사람을 좋아하고요. 파페포포를 보면서 눈물을 흘렸던 기억도 많아요. 어쩜 그렇게 공감되는 이야기들을 잘 풀어나가는지, 너무 좋아했어요.


 Q. 혜난님에게 취미는 어떤 의미인가요?

이런 말 많이들 할 것 같은데, 딱 삶의 원동력이에요. 다른 곳에서 받는 스트레스들을 취미를 하면서 풀고 삶의 이유를 찾는다고나 할까요? 저는 확실히 취미로 생활의 활기를 찾아요. 취미를 즐겁게 하니까 일도 열심히 할 수 있고요.


 

Q. '그림'을 주제로 한 모임이나 동호회에도 관심이 있으신가요?

아직은 혼자서 그리고 있어요. 그런데 많이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제 친구 중에서 광고 디자인 일을 하고 있는 친구가 있는데 드로잉 모임을 나가더라고요. 저한테 같이 가자고 했는데 아직 쑥스러워서 못 나가고 있어요. 친오빠도 드로잉 클래스를 추천해주었는데 계속 눈팅만 하고 있죠. 이런 것도 누가 끌어주면 잘할 수 있어요(ㅎㅎ). 시작하기가 어려워서 그렇죠.


'친구의 친구' 모임은 어때요?

 정말 좋은 콘텐츠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 이유는 그 친구들이 모이면 어쨌든 한 명은 아는 사이일 거잖아요. 그래서 많이 안 어색할 것 같은 거예요. 딱 좋은 것 같아요. 저 같은 사람한테는.


 Q. 좁고 깊은 인간관계를 선호하신다고 하셨어요.

네 맞아요. 사전 질문에서 제가 그렇게 답했죠. 저는 좁고 깊은 관계의 사람들을 만났을 때 완전히 힘을 안 준 저의 본모습이 나오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런 사람을 만나면 제가 힘을 안 주고 만날 수 있고 꾸며낼 필요가 없으니까 피곤함이 없고요.


깊은 관계가 되는 건 참 어렵잖아요.

그렇죠. 오래 알고 있던 친구라도 대학에 오고, 사회생활하면서 가치관이 조금씩 바뀌더라고요. 어렸을 때 엄청 친했지만 오랜만에 그 친구를 만나면 살짝 안 맞는 경우가 있지 않나요? 그때는 우리가 어렸고, 같은 공간에 있었고, 그런 세월 때문에 깊은 관계의 친구가 되었는데 이제 보면 잘 안 맞는 경우가 있잖아요. 참 어려운 것 같아요. 이런 생각을 한창 하던 시기에 타지에 와서 일을 하는데, 그 당시에 깊어졌던 사람과 깊어지려다 말았던 사람을 비교해보면 '편안함'이 중요했던 것 같아요. 깊어지려는 노력 또한 중요하겠지만, 그 이전에 편안함을 주는 사람한테는 자연스럽게 내 이야기를 하고 있더라고요. 친한 친구한테도 이야기하지 않는 부분을 어떤 사람한테는 술술 하고 있는 거예요. 저는 특히 그런 편안함을 주는 사람과 관계가 깊어져요. 그 사람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요(ㅎㅎ). 처음부터 안 편한 사람은 끝까지 안 편하더라고요 저는.



 Q. 어떤 사람? 어떤 친구? 가 되고 싶으신가요.

음. 저는 어떤 이벤트가 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이벤트라고 하면 좋은 일 슬픈 일 걱정거리 등 많이 있을 수 있는데 그런 일들에 부담 없이 연락할 수 있는 사람이요. 제가 부담 없이 연락하는 사람들의 성향을 보면 공감을 잘해주고, 다름을 인정해주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저도 그런 사람이 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요.


굉장히 공감되는 이야기예요. 저는 요즘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는 사람을 멀리하게 되더라고요.

그렇죠. 제가 연락을 안 하는 사람은 대게 불편하게 반응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사람이에요. 피로해요 그런 사람들은. 사람들마다 하는 일, 고민, 성향이 다 다른데 대화를 하다 보면 각자 서로 힘들고 바쁘다고 배틀(?)하려는 사람이 있어요. 그렇지만 분명히 공감을 잘해주고 남의 이야기를 존중해주는 사람들도 있단 말이죠. 제가 그런 사람을 좋아하니, 저도 그런 사람이고 싶어서 노력해요.

 

 Q. 고민이 많은 또래 친구들한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제가 하는 고민을 다들 하겠죠? 20대 후반의 여자들은 고민이 정말 많을 거예요. 일, 이직, 연애부터 해서 결혼을 꼭 해야 하나? 이런 생각도 하고요. 연애를 한다고 해도, 어떤 연애를 해야 하는지 생각하죠. 일도 너무 팍팍하고요. 그래서 행복을 많이 놓치고 있는 것 같아요. 내가 행복할 수 있는 순간이 많이 있다는 걸요. 그래서 저는 요즘 계속 기록하려고 노력해요. 사소한 음식 사진부터 해서 친구와 즐겁게 노는 사진 등이요. 그러면서 '아 여기서 좋았는데, 행복했는데' 이런 생각을 하면 행복해지더라고요. 그런 사소한 행복이 확실히 저희 곁에 있잖아요. 그런 행복을 놓치지 말고,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항상 행복한 일은 있으니까 기억하고 되새기자는 말을 하고 싶어요.


인생의 갈림길에 서서 내가 묵묵히 걸어왔던 길을 등지고, 다른 방향의 길로 걸음을 내디뎠을 때의 허무함과 막막함, 쓸쓸함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감히 상상할 수도 없다. 그렇지만 취미로나마 하고 있어서, 누가 시키지 않아도 내가 좋으니까 하고 있어서, 오히려 그때보다 더 즐겁다니 다행이다.

첫번째 연결고리인 '취미'를 주제로, 친구의 친구 7명을 만났다. 그리고 확실해졌다. '취미'는 우리의 인생에서 어쩔 수 없이 구멍 난 부분들을 충분히 잘 메워주고 있다는 사실이.

 


인터뷰 , 패드를 샀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2020.02.23

vol.1 김혜난 님의 인터뷰

글/ 친구의 친구

사진/ 유정아

 @friend__of__fri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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