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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vol 2 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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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친구의 친구 Feb 25. 2021

아무리 불어도 꺼지지 않는 불씨, 관심은 곧 열정.

 누구나 한번쯤은 내가 써 내려간 가사와 나만의 멜로디로 만들어진 음악을 상상해본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곡! 친구의 친구 매거진 두 번째 주제인 '열정'의 마지막 인터뷰이는, 이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주었을 뿐만 아니라 음악으로 하여금 많은 위로를 해준 친구라고 한다. 내가 가장 열정적일 수 있는 일이 누군가의 삶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면? 열정의 원동력이 될 수 있을까?   


Q. 안녕하세요 기홍 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sway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작곡가 송기홍입니다.


지은 님(여섯 번째 인터뷰이)이 '열정'이라는 주제에 맞는 인터뷰이로 기홍님을 지목해주셨어요(ㅎㅎ).

 인터뷰를 제안해주었을 때, 사실 별로 고민은 안 했어요. 작곡가라는 직업이 사람들을 만날 일이 그렇게 많지는 않거든요. 작업실에 거의 혼자 있다 보니까 사람을 만날 기회가 생기면 주저하지 않는 편이에요. 재밌을 것 같기도 했고요.  


지은님이 기홍님을 '음악적인 재능과 열정이 뛰어나고, 만날 때마다 많은 위로를 받는 친구'라고 소개해주셨어요.

 지은님은 '일로 만난 사이'에요. 서브로 하고 있는 일 중에, 일반인 중 앨범을 내고 싶은 사람들을 모집하고 함께 곡을 만들어나가는 프로젝트를 하며 만났어요. 처음에는 긴가민가 하면서 오셨는데, 즉석에서 곡을 스케치해 드리니까 정말 행복해하시는 거예요(ㅎㅎ). 본인은 곡을 내는 게 꿈이었고, 어렸을 때부터 하고 싶었는데 부모님이 음악의 길로 가는 것을 반대하셔서 공부를 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곡을 즉석에서 뚝딱 만들어드리니까 거금의 계약금을 기분 좋게 주고 가셨어요(ㅎㅎ). 저도 정말 기분이 좋았죠. 사실, 하루 종일 작업했는데 아무런 진척도 없고 막상 나온 결과물도 마음에 들지 않을 때는 자존감이 무너지기도 하거든요.


vol.2의 일곱 번째 인터뷰이 '송기홍'님


그럴 때마다 굉장히 뿌듯하시겠어요.

 그렇죠. 지은님은 영어강사 일을 하고 계시잖아요. 영어로 누구를 가르친다는 건 저에게는 굉장히 먼 이야기거든요. 그런데 지은님 입장에서는 음악을 하는 저의 삶이 너무 먼 이야기겠죠. 서로 살아온 인생이 다르니까요. 물론 돈이라는 매개체가 있었지만 가수들을 대상으로 곡 작업을 할 때랑은 사뭇 다른 느낌이었어요. '아 내가 이렇게까지 다른 누군가의 삶에 보람을 줄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죠.  


Q. 기홍님은 음악을 전공하셨나요?

 네 맞아요. 저는 서울예대를 나왔어요. 정말 대단한 친구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인데, 시간이 흐를수록 음악을 안 하는 친구들도 생겨났어요. 저도 사실 그들 중의 한 명이 될뻔했죠(ㅎㅎ). 어렸을 때 그런 말 많이 듣잖아요. '끝까지 하는 사람이 살아남는다.'라는 말. 학교 내에서 큰 존재감이 없었던 사람들이 꾸준히 하면서 굉장히 큰 성과를 이루어낸 경우도 있어요. 이런 경우를 봤을 때, 잠깐 빤짝하는 것보다는 꾸준히 하는 것이 훨씬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음악을 전공하고, 다른 일을 하는 주위의 사람들은 어떤 이유 때문인 가요?

 일단 현실적인 문제가 크죠. 음악으로 생계를 유지하기가 정말 쉽지 않거든요(ㅎㅎ). 어떻게 보면 음악을 꾸준히 할 만큼 사랑했던 게 아니었을 수도 있고요.


기홍님은 음악을 사랑하시나요?

 전 그런 것 같아요. 제가 거의 5년 동안 음악을 쉬었어요. 그런데 왜 다시 하게 됐냐고 물으신다면, 5년 동안 쉬면서 느끼는 것이 정말 많았거든요. 예를 들면, 쉬는 동안 카페를 가더라도 피아노가 있는지를 늘 살펴보더라고요. 저는 늘 관심이 음악에 있었던 거죠. 그때 깨달았어요. '이게 내가 꼭 해야 할 일이구나. 내 인생에서 절대 배제할 수는 없는 부분이구나.' 현실이라는 장벽에 부딪히더라도 '관심'이라는 불씨는 꺼트릴 수 없다고 생각해요. '관심이 재능이다'라는 말도 있잖아요. 그 사람의 관심을 끄는 부분이 곧 재능이라는 거죠. 누가 시키지 않아도 계속하고 싶고 생각나고 찾고 있고..


작곡가 SWAY(송기홍)


 Q. 음악에 대한 열정이 꾸준했나요? 이전과 비교하였을 때 어떤가요.

 어렸을 때의 저는 음악에 올인하고, 집착하고, 심하게 힘을 쏟았던 것 같아요. 그렇지만 지금은 음악을 좀 더 오랫동안 하기 위해 노력해요. 이전에는 당장 하고 있는 걸 오늘 안에 끝장을 본다는 마음으로 밤도 새우고 그랬거든요(ㅎㅎ). 오히려 지금은 그렇게 하면 오래 못한다는 걸 알기 때문에 무리하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에요.


어렸을 때의 기홍님은 왜 그랬을까요? 무슨 마음이었을까요.

 빨리 성공하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지금도 사실 그런 마음이 있는데, 그게 저한테 독이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자제하려고 해요. 성공에 너무 집착하게 되면 잘될 때는 좋은데 잘 안 풀릴 때는 나락으로 떨어지더라고요. 그래서 마인드 컨트롤이 중요해요. 제가 5년을 쉬었던 기간이 있다고 했잖아요. 그래서 그만큼의 갭이 생기더라고요. 나는 5년 전에서 정체되어 있고, 그 당시에 개인적인 기준으로 나보다 아래에 있다고 생각했던 친구들이 훨씬 저 위로 올라가 있는 것을 봤을 때 진짜 힘들더라고요. 내 세월을 빼앗긴 것 같은 비교의식에 사로잡힌 거죠. 예술하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거라고 생각해요.


 

어떻게 마음을 다시 잡으셨나요?

 스스로 계속 되뇌었어요. '안 될 수도 있는 거지'라는 생각을 되뇌면서 나 자신을 몰아붙이지 않으려 했어요. 5년을 쉬었잖아요. 더 쉴 수도 있었는데. 당장 오늘 안 되는 일을 가지고 스트레스받지 않기로 했죠. 이전에는 오늘 당장 목표치를 못해내면 스스로가 쓰레기 같고, 술 먹어야 하고 그랬는데(ㅎㅎ)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오늘 안되면 내일 하면 되죠. 내일 또 안되면 그다음 주에 하면 되잖아요. 그래 봤자 5년을 쉬는 것보다는 훨씬 나으니까요.


지금의 상황에 만족하시나요?

 음, 만족한다기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 허락된 현재 상황에 감사한 마음이에요.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라도 어느 정도 자리 잡을 때 까지는 돈이 안되기 때문에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죠. 성공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겠지만 그때까지의 시간을 견딜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다면 하고 싶어도 못하잖아요.



 Q. 치열하게 보낸 과거와는 달리, 현재는 여유가 느껴져요. 마음가짐이 바뀌기는 쉽지 않은데, 계기가 있었나요?

 제가 목사님 아들이거든요. 그런데 사실 20대 때에는 신앙심이 없었어요. 교회도 안 나가고요. 저 나름대로의 인생의 의미를 찾아보려는 야망(?) 같은 게 있었죠. 그런데, 서른 살 때 신앙적으로 큰 변화가 있었어요. 그 이후로 저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 것 같아요. 옛날에는 반드시 인정받고, 빛이 나야만 존재의 의미가 있는 것처럼 느껴졌는데 지금은 꼭 그런 것만이 내 존재 이유는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이런 여유가 생기니까 스스로를 다스릴 수 있는 힘이 생기더라고요(ㅎㅎ). 이전에는 정말 그게 안되었었죠. 사람이 무언가를 해내려면 디딜 수 있는 프레임(?) 같은 게 있어야 하거든요. 그냥 무작정 생각이 변하기는 힘들지만, 그 계기를 만들어내는 단단한 디딤돌이 있으면 가능하죠. 그게 어떤 사람에게는 신앙이 될 수도 있는 거고요.



음악을 5년 쉬는 동안에는 어떻게 지내셨나요?

 음악을 내려놓고 신학공부를 해볼까 하는 생각에 신학교를 갔어요. 그런데 앞서 말했던 것처럼 음악에 대한 관심을 꺼트릴 수가 없는 거예요. 심지어 신학교를 갔는데, 음악 하는 선배들을 만나게 됐어요. 그 선배들은 음악도 하면서, 자기 할 일 다 하면서 공부도 하더라고요(ㅎㅎ). 나는 다 때려치우고 왔는데 말이죠. 그때 '아 내가 생각을 좀 잘못했구나.' 깨달았어요.


어렸을 때부터 음악에 관심이 있었나요?

 어렸을 때부터 '상대 음감' 능력이 있었어요. 어디에선가 노래가 흘러나오면 같은 음을 낼 수 있는 능력을 상대 음감 능력이라고 하죠. 이런 말 하기는 좀 그렇지만(ㅎㅎ), '나 이렇게 재능 있는데, 누가 안 데려가나?'라는 생각도 많이 했었어요(ㅎㅎ). 지금 생각해보면 참 아쉬운 부분이, 어렸을 때부터 좋은 교육을 받았으면 참 좋았겠다는 거예요. 제가 재능이 있어 보이니 부모님께서 동네 피아노 학원을 다니게 해 주셨는데 그 당시 선생님께서는 제가 음을 듣고 자유자재로 해석해서 연주하는 것을 인정해주지 않으셨어요. 가르쳐주는 대로만 연주하라고 하셨죠. 만약 그때 좀 더 저의 재능을 알아봐 주는 선생님을 만났다면 어땠을까 하고 가끔 생각해요.


작곡가 SWAY(송기홍)


 Q. 작곡가라는 직업만의 고충이 있나요?

 음, 작곡가는 가수한테 곡을 주는 입장이다 보니까 가수들이 제 곡을 받아들이지 않을 때가 훨씬 많아요. 그러다 보면 정말 힘들 때가 많죠. 내가 만든 곡이 누군가에게 받아들여져야만 하는 상황이니까요. '이 곡이 받아들여질까? 괜찮을까?'라는 생각에 휩싸여서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끝까지 지켜내지 못할 때가 많죠. 아티스트로서의 나와, 직업 작곡가로서의 나 사이에서 갈등이 생기는 거예요. 내가 하고 싶은 것이기도 하면서, 남들에게도 받아들여지는 음악을 만들어내는 것이 생각보다 너무 어려워요. 스스로의 생각에 갇혀서도 안되고 시장성만 추구해서도 안된다고 생각해요.


 기홍님은 어떤 작곡가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대중음악도 만들고, ccm도 만들어요. ccm을 한창 만들어낼 때 주변에서 '너의 정체성이 뭐야? ccm 할 거야 대중음악 할 거야? 도대체 뭐야?'라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ㅎㅎ). 아마도 대중음악과 ccm의 갭 때문에 그렇겠죠? 그런데 저는 ccm도 할 수 있고 대중음악도 할 수 있고 신학공부도 할 수 있는 송기홍이라는 사람인 거지 반드시 하나로 정의되어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ㅎㅎ).


 음악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현존하는 가장 강력한 언어랄까요? 만국 공통어이면서 공간을 지배하는 힘을 가진 것. 음악으로 같은 공간을 순식간에 다른 공간의 느낌으로 바꾸어 버릴 수 있잖아요. 그만큼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이 큰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Q. 번아웃의 경험이 있나요?

 20대 때는 작곡가로서의 성공이 내 존재 가치를 증명하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히트곡을 냈을 때, 신사동 가로수길을 걸어가는데 제가 만든 음악이 나올 때도 있었죠. 기분이 너무 좋더라고요. 스스로가 굉장히 대단한 사람이 된 것만 같았어요. 그리고 그 기분을 계속 이어 나가고 싶었고요. 그런데 사람이 어떻게 매번 히트곡을 낼 수 있겠어요. 그때부터 계속 남과 나를 비교하고, '저 사람은 어떻게 저런 곡을 매번 내지? 나는 왜 저런 곡을 못 낼까?'라는 생각만 계속했어요. 사람 속이 썩어 들어가는 거죠. 이 시기가 번아웃을 겪었던 시기 같아요. 23살이라는 비교적 어린 나이에 멜론 차트 1등을 해본 게 독이 되었던 걸까요. 운이 좋았던 건데, 쉬운 거라고 착각했었죠.


 그 당시 어떤 기분이었나요?

 정말 열심히 하고, 열정적으로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에 대한 보상이 겨우 이런 것 밖에 안 되는 가에 대한 생각이 많았어요. 이런 식으로 세월이 흘러간다면, 30대가 되고 40대가 되어서도 답이 없는 거예요. 막막하고, 세상 아무것도 하기가 싫더라고요(ㅎㅎ). 일도 하기 싫고 노는 것도 하기 싫고 진짜 이러다가 사람이 진짜 죽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부정적인 생각이 들었어요. 삶에 대한 희망이 없는 느낌이랄까요?


 번아웃을 겪지 않을 수는 없는 걸까요?

 개인적으로 열정이 넘치는 사람일수록 번아웃을 겪을 확률이 크다고 생각해요. 무난하게(?)만 살아가면 상대적으로 번아웃을 경험해보지 못할 확률이 클 것 같아요. 다른 삶을 살아보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지만, 열정이 있다면 반드시 번아웃을 경험하지 않을까요?


 번아웃을 겪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이미 겪은 사람으로서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제가 감히 무슨 말을(ㅎㅎ).. 음.. 극복하기 쉽지는 않을 거예요. 그렇지만, 본인이 하고 있는 일의 성과가 본인의 존재를 증명해주는 건 절대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성과, 결과로만 가치를 판단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는 어제만 하더라도, 실컷 하루 종일 작업한 결과물이 너무 마음에 안 드는 거예요. 집에 들어가고 있는데 너무 짜증이 나더라고요. 근데 그냥 들어갔죠. 그리고 잠에 들었는데, 다음날 일어나 보니 생각보다 별 일 아닌 일이더라고요. 그 당시엔 정말 자괴감이 심했었는데 말이죠. 이런 것처럼, 사실 지금 우리가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일들이 조금만 시간이 흘러도 별게 아닌 것일 수도 있어요!


작곡가 SWAY(송기홍)


 Q. 성공한 삶이란 어떤 삶인가요?

  스스로 만족할만한 만큼의 성공과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성공.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은데, 이 두 가지 개념이 서로 밸런스를 잘 이룰 때 더욱 '성공'한 삶이 아닐까 싶어요. 내 만족도 중요하지만 사회 속에서의 내 역할, 내가 얼마나 사회에서 가치 있고 보람된 일을 하고 있는가에서 오는 만족도 크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경제적으로 많은 것을 이룬 성공이라기보다 내가 하는 일로 하여금 누군가의 삶에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면 더 좋지 않을까요.


멜론 차트 1등을 하셨을 때, 성공한 삶으로 느껴지셨었나요?

 그때는 그랬어요(ㅎㅎ). 지금은 아니지만요. 차트 1등 하는 게 성공한 삶이라면, 나머지 사람들은 다 실패한 삶이 되잖아요. 사회적으로 '성공'이라는 틀을 가두어 버리면 이 사회가 너무 삭막해져요. 각자만의 의미를 찾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Q. '친구의 친구'라는 관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솔직히 저한테 확 와 닿는 관계는 아닌 것 같아요. 사실, 친구도 잘 못 보고 있는 상황에서 '친구의 친구'까지?(ㅎㅎ) 저같이 작업실에 박혀서 뭘 하는 사람은 친구를 보기에도 힘들어요(ㅎㅎ). 그런데,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회로 본다면 좋은 관계라고 생각해요.


'친구의 친구' 커뮤니티를 통해 만나고 싶은 친구가 있나요?

 음, 영상 분야에서 일하시는 분? 그래픽 분야? 의 사람을 만나보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제가 잘 못하는 분야거든요(ㅎㅎ). 그래서 호기심이 많고, 대화해보고 싶어요.



 Q. 열정이 뭘까요?

 열정을 열기라고 봤을 때 잠깐 확 뜨거운 것보다는 열기가 지속되는 게 훨씬 어렵다고 생각해요. 내적으로 계속해서 태워질 연료가 없으면 그 열기는 꺼지는 거잖아요. 진짜 열정은 아무리 찬바람이 불어도 잠깐 식을지언정 완전히 꺼져버리지는 않죠. 연료가 있으니까요. 이때 이 연료를 저는 관심이라고 생각해요. 


기홍님은 현재 열정적이신가요?

 뜨거운 정도로 열정을 판단한다면, 지금 그렇게 뜨거운지는 사실 잘 모르겠어요. 오히려 20대에 더욱 뜨거웠죠. 그렇지만 꾸준함, 지속성으로 본다면 현재 열정적이라고 해도 될 것 같아요.

 

 Q. 열심히 살면 정말 달라질까요?

 네, 저는 달라진다고 생각해요. 두말할 나위 없이 달라진다고 생각하지만, 지속적으로 열심히 할 수 있느냐의 문제인 것 같아요. 사실 그게 정말 어렵죠. 지속성은 곧 '믿음'에서 나오거든요. 내가 하는 일에 대한 믿음. 그런데, '이게 정말 계속해서 잘 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기 마련이죠. 한 번쯤은 고민에 부딪히는 순간이 오고요.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건 재능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내가 관심 있는 것에 대한, 관심을 넘어선 믿음이 있다면 지속할 수 있을 것이고 반대의 경우라면 언젠가는 멈추게 되지 않을까요. 지속적으로 열심히 한다면 반드시 달라져요.


열심히 살지 않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요?

 진정성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스스로 자기 자신에게 진정성이 없으면 사회에서 보이는 '나'의 모습 또한 좋게 기대할 수 없어요. 나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것을 잘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해야 하고, 관심이 있는 일이 있다면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성실함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열심히'라는 키워드와는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겠죠.



 Q. 어떤 고민을 안고 살아가시나요?

 음, 딱히 큰 고민이 있는 건 아니고요. 대중음악을 작곡하는 작곡가의 자세도 중요하겠지만, 아티스트로서의 면모를 좀 더 부각할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남한테 받아들여질 음악보다는, 내가 가진 색깔 자체를 드러낼 수 있는 음악. 직업 작곡가를 오랫동안 하다 보니까 아티스트로서의 색깔이 많이 사라진 것 같은 느낌이 들거든요.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죠. 확신이 안 생기니까. 이럴 때는 정말 정신력이 중요한 것 같기도 해요(ㅎㅎ). 내 생각을 온전히 밀고 나갈 수 있는 힘! 톨스토이라는 작가가 쓴 책 중에 '예술은 무엇인가'라는 책이 있는데, 그 책에서 '내 안에서 확실하게 느낀 것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 예술이다'라는 구절이 나와요. 이처럼 내 속에서 파생된 생각을 발전시키는 힘을 좀 더 길러야 한다는 생각을 해요. 내 삶에서 느낀 영감, 내 피부로 느낀 것들을 담아낼 수 있는 음악을 만들어내고 싶어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또래의 '친구의 친구'들 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인생은 살아볼 만하다고 말하고 싶어요. 하고 싶은 게 있다면 그래도 뭔가 해볼 수 있는 나라에 살고 있잖아요(ㅎㅎ). 사실 sns만 켜도 자존감이 들락날락할 만한 일들이 많이 생기긴 하지만, 남과 비교해서 스스로를 낮게 보지 말고 객관적으로 생각해보면 해볼 만해요. 주위와 비교해서 억눌려있지 않았으면 해요. 안될 이유를 찾으면 계속 나오죠.. 우리 모두 조금 더 긍정적이어도 되지 않을까요? 아, 그리고 최근에 깨달았는데 힘든 일이 있을 때는 주변에 얘기하는 것만으로도 많이 좋아지더라고요. 진짜 미칠 것 같다가도 털어놓으니까 좋아지는 거예요. 이야기해봤자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요. 그때 또 느꼈죠. '사람은 혼자 사는 게 아니구나.' 모두들 혼자 살아간다고 느끼지만, 결국 우리는 혼자가 아니에요. 그러니, 긍정적으로 함께 모두들 잘 살아가면 좋겠어요(ㅎㅎ).   


 우리를 힘들게 하는 요인은 너무나 많다. 마음먹은 대로 되는 일은 없고, 계속되는 실수와 좌절,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는 우리를 지치게 하기에 충분하다. 심지어 주위를 둘러보면, 나만 빼고 다 잘 달려 나가고 있는 것 같은 억울함이 밀려온다. 나는 제자리걸음인데 말이다.

 20대 초반에 멜론 차트 1위를 차지하고, 가로수길에서 내가 만든 노래가 흘러나오는 황홀함을 맛본 그는, 아이러니하게도 그 경험이 '독'이 되었을지도 모른다고 한다. 1등의 하루와 그렇지 못했던 하루를 모두 지내온 한 작곡가의 이야기는, 누구나 한 번쯤 비교의식에 스스로를 가두었던 날들을 돌아보게 한다.

좌절하지 말자. 내가 하고 있는 일의 성과가 감히 내 가치를 모두 설명하지 못할뿐더러 내가 관심 있는 일을 지속적으로 하며, 행복하면 그만이니까!

 

송기홍 님,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영혼을 흔드는, 마음을 움직이는 곡으로

많은 사람들을 위로해주세요 :)


2021.02.24

vol.2 송기홍 님의 인터뷰

글/ 친구의 친구

 @friend__of__fri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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