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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vol 1취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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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친구의 친구 Nov 23. 2019

스스로를 돌볼 줄 알기에 더욱 빛나는 그의 이야기

강정무 님의 인터뷰

첫 번째 인터뷰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두 번째 친구를 만났다. 첫 번째 친구는 '삶을 살아가는 자세, 취미의 가치 등 나에게 많은 자극을 준 친구'라며 이 친구를 소개했다.


 Q. 간단히 정무님을 소개해주세요.

안녕하세요.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자'라는 좌우명을 가지고 다양한 삶을 살고 있는 강정무입니다.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해요. '친구의 친구' 인터뷰를 결심한 계기가 있나요?  

저도 재밌는 일을 좋아해요. '친구의 친구'들을 릴레이로 인터뷰한다니 재미있을 것 같았어요.


박은진의 친구 '강정무'님

 Q. 다양한 취미를 가지고 있다고 들었어요. 어떤 취미들 인가요?

꾸준히 다양한 취미를 즐기고 있어요. 어렸을 때는 부모님의 권유로 피아노를 쳤고, 그러다가 갑자기 연기가 하고 싶어서 연기를 하다가, 중학생부터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는 랩을 했어요. 녹음도 하고 공연도 했죠. 고등학교(무용과) 2학년이 되어서는 무용에 집중을 하면서 랩을 그만뒀어요. 그때쯤엔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글을 썼어요. 그런 거 있잖아요. 싸이월드. 지금은 흑역사로 남아서 보기 힘든 글 많이 썼었죠. 대학생이 되어서는 조던 신발 모으기가 취미였어요. 지금도 그림, 사진, 음악, 무용, 전시 보기 등 이것저것 많아요. 누군가에게 배우기보다는 스스로 찾아서 하는 편이에요. 하고 싶은 게 많아요.

 

책을 읽다가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하셨는데, 계기가 있나요?

박준이라는 시인에게서 많은 영향을 받았어요. 그분 책을 읽고나서부터 '글을 더 열심히 써야겠다. 더 내 이야기를 담아봐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그때가 2015년이에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글을 쓰고 있어요. 특히 군대에서 진짜 많이 읽고 많이 썼어요. 저는 무용병으로 입대했어요. 나팔 불고 피리 불고 깃발 들고, 방송댄스도 추고 막 그랬어요. 그러고는 딱히 할 게 없다 보니까 책을 엄청 읽었죠. 입대하기 전에 한 달에 2-3권 정도 읽었다면, 입대하고 나서는  일주일에 5권 정도 읽었어요. 휴가 나가서 읽고 싶은 책 사 오고, 또 군대 안에 도서관이 있어서 책을 신청하면 사줬어요. 휴가 받으려고 독후감도 많이 썼었죠. 제가 공군이라서 군생활이 길었는데, 군생활 동안만 읽은 책이 200권 정도 돼요. 군대에서는 춤추고 책 읽은 기억밖에 없네요. 아무튼, 저는 여전히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있어요.


글쓰기의 매력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글을 쓸 때는 감정에 솔직해져요. 제 글을 본 사람들이 '진짜 너 같다.'라는 말을 많이 하더라고요. 그리고 글을 쓰기 시작하고 나서, 사람 간에 대화를 할 때 사용하는 말들이 많이 변했어요. 예를 들어 '오늘은 어떤 밤이었다.'라는 글을 쓰고 싶다면, 어떻게 이 밤을 표현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하잖아요. 표현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다 보니 그게 곧 대화에도 영향을 주더라고요. 글을 수시로 써요. 공책에 자필로 쓸 때도 있고, 걸어가다가 휴대폰 메모장에 쓸 때도 있고요. 날마다 기분 따라 달라요.  



Q. 취미로 스트레스를 해소하시나요?

그렇죠. 온전히 빠져 있을 수 있으니까요.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서 전시를 자주 보러 다녀요.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전시를 보러 가요. 친구랑 함께 전시를 보러 가더라도 입구에서 딱 말해요. '나는 내가 알아서 볼 테니까 여기서 다시 만나자'라고. 저는 전시에 집중하는 시간이 너무 좋아요. 그래서 계속 전시를 보러 다녀요. 멋있는 작품이 있으면 '어떻게 이렇게 할 수가 있지?'라는 생각부터 해서 색감, 터치 등 보고 듣고 느끼며 집중해요. 스트레스가 풀리죠.


Q. 많은 취미들 중에서 요즘 가장 집중하고 있는 취미는 뭔가요?

음, 앞서 말했던 글쓰기랑 그림, 음악이에요. 전시 보러 다니는 건 꾸준히 하고 있고요. 그림은 배운 적은 없지만 미대 출신이신 어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원래 저는 낙서(?) 같은 그림만 그렸었어요. 그런 거 있잖아요. 교과서에 인물 얼굴 사진 있으면 몸통 그려주고, 수염 그리고. 항상 이런 그림만 그려오다가 2014년 뉴욕 여행 이후로 색을 쓰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뉴욕에 있는 미술 전공하는 친구 집을 갔는데, 캔버스랑 물감 등 다 갖춰져 있는 거예요. 그래서 '야 나 이거 해봐도 돼?' 하고 무작정 해봤어요. 재밌더라고요. 그리고 한국에 돌아와서 본격적으로 그리기 시작했죠. 지금은 어머니가 그림을 좋아하셔서 그림을 그리는 게 제일 큰 이유라고 할 수 있어요.  


음악도 하시는군요. 어떤 걸 하시나요? 능력이 있어야 하는 취미 아닌가요?

공연에 쓰일 음악을 직접 만들어요. 능력 없어도 돼요. 그냥 막 누르면 다 되던데!?(ㅎㅎ)


어떤 일이던  두려움 없이 도전하시는 것  같아요.

'어려울 것 같다. 두렵다.' 등의 생각을 잘 안 해요. 그런 걸 잘 모른다고 해야 하나? 성격이 그래요.


보통 사람들은 시간이 없어서 취미를 가지기가 힘들다고 하잖아요. 많은 취미를 다 할 시간이 있어요?

저는 일 끝나고 와서 해요. 즉흥적인 게 되게 많아요. 집에 돌아와서 좀 쉬다가, 밤 11시에 그림 그리고. 술 먹고 집에 들어와서 노래 듣다가 음악이 만들고 싶어 지면 음악을 만들고. 이런식인게 대부분이에요. 생각해보니, 제 취미들은 딱히 집중해서 시간을 들여야 하는 게 아니네요. 그래서 가능한가 봐요.


painted by 강정무


Q. 혹시,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은 안 느끼시나요?

그런 것 없어요. 취미활동을 할 때는 그냥 행복해요. 무용을 전공했는데, 무용할 때는 행복하다는 생각을 많이 못하거든요. 좋긴 하지만, 즐겁다는 느낌은 아니에요. 그런데 다른 취미활동을 할 때는 '아 너무 행복해'라는 생각이 들고, 순간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아요. 확실히 취미랑 일은 다른 것 같아요. 아마도 무용을 취미로만 하면 더 재밌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좋아하는 일을 하면, 마냥 행복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단순히 즐기기에는 힘이 들더라고요. 

맞아요. 내가 무용을 좋아해서 전공으로 선택했지만 미래에 대한 부담감 때문인 것 같아요. 학교 다닐 때도 '나는 이제 졸업하고 뭐하지?'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서, 현실에 대한 압박감을 느꼈어요. 비록 지금도 계속 춤을 추고 있지만 나의 '전공'이라는 점에서 부담감이 강하게 있어요.


Q. 취미활동을 하면서 재밌었던 에피소드 있으신가요?

예전에 교수님께 직접 그린 기린 그림을 선물하려고 액자까지 만들어서 간 적이 있어요. 그런데 교수님께서 무섭다고 가져가라고 하셨었어요. 그 그림 제가 좋아하는 그림인데 어딨는 줄 모르겠네요.


그런 적도 있어요. 올여름에 스튜디오에서 사진을 한번 찍어 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후배들이랑 친구들 몇 명을 섭외해서 촬영을 하는데, 상의를 탈의한 남자 모델 둘이었거든요. 막 찍다가, 누드톤이 너무 예쁘게 보이는 거죠. 그래서 그냥 다 벗어달라고 요청했어요. 그 둘은 그날 처음 본 사이었는데 첫 만남에 함께 누드촬영을 했어요. 촬영이 끝난 후 제대로 인사를 하더라고요. '저희는 인사도 나누기 전에 볼 거 다 봤네요.'라고(ㅎㅎ) 재밌었어요.


photo by 강정무


Q. 취미활동에 대한 어떤 것, 남과 공유해본 적 있나요?

음. 글을 써서 공유하는 비공개 인스타그램 계정이 있어요. 2015년부터 글을 썼으니까, 굉장히 글이 많아요. 출력하면 A4 35장 정도? 많을 수도 적을 수도 있는데, 이런 글들을 제 지인들만 팔로우된 개인 계정에 올려요.  에세이, 독후감 등 다양한 글을 써요. 친한 지인들이 저의 글을 보고 '네가 이런 면도 있었네?'라고 생각하더라고요.


직접 쓴 글을 공유한다는 것, 정무님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그런 거예요. '이 글, 이 이야기가 나야'라고 보여주는 것. 제가 쓴 글을 저 혼자만 보고 주변 지인들에게만 보여주다가, 이제는 모르는 사람들도 내 글을 읽고 '나'라는 사람을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다른 사람들에게 무용 레슨을 해주고 있는데, 그것도 저와 저의 춤을 알리기 위해서 하는 거예요.


저희가 이번 호의 주제인 '취미'로 여러 가지를 기획하고 있는데요. 그중에 취미 원데이 클래스도 있어요. 기회가 된다면 열심히 준비해서, 정무님에게 조심스럽게 부탁드려 볼게요.

저요?! 도와드릴 수 있는 것들은 다 도와 드릴게요. 무용은 가능하지 않을까요? 딱히 거부감 없어요. 사람을 좋아하고 새로운 사람 만나는 것도 좋아해요.



Q.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한다고 하셨는데, 주위에 사람이 많을 것 같아요.

 네 맞아요. 만나는 그룹(?)이 되게 많아요. 사람을 좋아하니까 관계가 많이 형성된 것 같아요. 마음 잘 맞는 사람이랑은 계속해서 깊은 관계를 유지하는 편이에요. 만나는 그룹이 많아서 좀 바쁘기도 해요. 시간에 치이면서 사람들을 만나는 경향이 있죠.


깊은 관계를 유지하는 정무님만의 노력? 노하우? 가 있나요.

딱히 노력이라기보다는, 솔직하고 꾸밈없이 사람을 대하는 것? 솔직하게 대하면 상대방도 저를 밀쳐내기보다는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어느 관계든 모두 만족시킬 순 없잖아요. 내가 호의적이라고 해도 어떤 누군가는 나를 마음에 안 들어할 수도 있고요. 그건 당연해요. 제가 좋아하는 사람한테만 잘하면 되는 거죠. 그러다 보니까 마음 맞는 사람이랑은 오래 관계를 유지해요. 애써 노력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대로 두는 거죠.


Q. 사람 사이에 어떤 관계를 추구하시나요?

저는 어떤 사람이든 간에 대할 때 솔직하게 대해요. 제가 솔직해야 상대방도 솔직할 수 있으니까요. 나 자신을 꾸미고, 거짓말하는 것은 별로예요. 사람대 사람으로 간 보는 것도 싫어하고요. 자기 방어가 심하고 솔직하지 못한 사람이랑은 잘 안 맞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사람을 잘 마주하지 않게 되더라고요. 제가 먼저 마음을 여는 편이에요. 제가 먼저 마음을 열어서 상대방이 편안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해요. 


Q. '친구의 친구'라는 관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흥미로워요. 어려운 관계가 아닌 것 같아요.


저희도 다 친구의 친구예요. 공통된 관심사로 모이게 됐고, 재밌는 일들을 꾸미고 함께해요.

좋네요. 재미가 없으면 안 하지 않을까요. 다 재미가 있어서 하시는 거 같아요.


알고 보니 친구의 친구였던 에피소드 있으신가요?

여기 제 앞에 앉아 계시잖아요(ㅎㅎ) 제 대학 동기랑 동네에서 같이 뛰어놀던 사이였다니 너무 신기해요. 세상 너무 좁네요 진짜.

*참고: 제작자 ‘단’님과 알고보니 친구의 친구!



Q. 마지막 질문이에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주위의 친구들, 친구의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말 있나요?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자!' 저는 진짜 저 하고 싶은 대로 살아요. 그리고 '취미를 가지자'. 저에게 취미는 삶의 질을 향상해주는 것, 없는 건 감히 상상할 수 없는 것이에요. 일만 하다 보면 너무 지루하잖아요. 최근에 취미가 없는 친구를 만났었어요. 속으로 생각했죠. '왜 취미가 없을까? 그만큼의 여유도 없을까?'라고. 이런 생각이 들면서, 책을 한 권 선물했어요. 사소하고 쉽게 가질 수 있는 취미들도 많으니 모두들 취미를 가졌으면 좋겠어요. 자투리 시간이라도 내서 취미를 가지면 삶에 변화가 생길 거예요.


'노를 젓다가 노를 놓쳐버렸다. 비로소 넓은 물을 돌아다보았다'라는 고은의 시가 있다. 몇 년 전 감명 깊게 읽고 이제는 내 삶의 이정표가 된. 그러나 이번 인터뷰를 정리하며 어쩌면 넓은 물을 바라보면서 동시에 열심히 노를 저어 가는 삶을 살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스스로를 돌볼 줄 알기에 더욱 빛나는 강정무 님,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2019.11.22

vol.1 '강정무'님의 인터뷰

글/ 친구의 친구

사진/ 유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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