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샘 님의 인터뷰
두 번째 인터뷰이는 '현실을 마주하며 살지만, 언젠가 현실에서 벗어날 궁리를 항상 하고 있는 오랜 벗 같은 동네누나'라며 세 번째 친구를 소개했다. 현실에서 벗어날 궁리? 우리 같은 사람을 또 만날 생각에 설렜다.
Q. 간단히 은샘 님을 소개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조은샘이에요. 자기소개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했는데, 보통 소개라고 하면 나이, 직업 등 소속을 이야기하잖아요. 그런데 '친구의 친구'는 그런 취지는 아닌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이렇게 소개할게요. 저는 행복하게 살고 싶어서 노력하고 있는 평범한 직장인 조은샘입니다.
Q. 은샘님을 소개한 친구가, 은샘님은 '현실에서 벗어날 궁리를 항상 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뭘 그렇게 거창하게 저를 소개했는지 모르겠네요(ㅎㅎ) 저는 직장 생활한 지 4년 차예요. 4년쯤 되니 9am to 6pm으로 일하는 게 좀 지겨워지더라고요. 그래서 틈틈이 여행도 많이 다니고 취미활동도 적극적으로 하면서 지내고 있어요. 그런 걸 보고 현실에서 벗어날 궁리를 항상 한다고 생각했나 봐요. 모두들 그렇듯이 어떻게 일이 계속 재밌겠어요. 그래서 현실을 벗어나고 싶어 하지만, 막상 회사를 당장 관두면 내 카드값은 어쩌지?라는 생각이 들잖아요. 그래서 주어진 현실에서 재밌는 것, 좋아하는 것을 찾으려 노력하며 살고 있습니다.
현재 하고 있는 일을 간단히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저는 스포츠 브랜드 '배럴(BARREL)'의 마케팅팀에서 일하고 있어요. 저는 온라인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고, 그 외에도 스포츠 이벤트(대회,행사,각종 이벤트 등)들을 진행하고 있어요. 사실 저는 의류학을 전공했는데, 대학시절 마케팅 부서에서 인턴활동을 하고 난 후 마케팅으로 전향했어요.
의류학과에서 마케팅으로 전향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일을 해보니까 재밌더라고요. 의류학과 시절, 그림 그리는 게 너무 싫었어요. 그림 그리는 수업이 많았는데 그 수업들을 제일 싫어했죠. 그러던 중 마케팅실에서 인턴을 하게 되었는데 제 적성에 맞고 재밌어서 취업도 하게 되었어요. 내가 재밌어야 더 잘할 수 있잖아요. 성격 자체가 하고 싶은 일도 많고, 재밌어하는 일도 많아요. 그리고 그걸 잘 해내야 직성이 풀리죠.
Q. 틈틈이 여행을 다니신다고 하셨는데, 주기적으로 여행을 떠나는 이유가 있나요?
현실에 있는 생각들을 다 제쳐두고서 그 시간에만 몰두할 수 있어서 좋아요. 사진 찍을 때 외엔 휴대폰도 잘 안 봐요. 그리고 저는 풀이나 물, 자연을 좋아해서 항상 자연을 느낄 수 있는 동남아 같은 곳을 선호해요. 회사의 특성상 여름철이 성수기다 보니까, 여름철 성수기에 집중적으로 일을 하고 그 외의 시즌에 계획을 세워서 여행을 다니고 있어요. 출장을 해외로 가는 경우 틈을내서 리프레쉬하기도 해요.
해외 출장으로, 일상으로부터의 리프레쉬! 일석이조네요. 너무 부러워요.
해외로 출장을 가면 휴양지로 떠난 느낌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실제로 한국에서보다 훨씬 일을 많이 해요. 촬영 전에 항공권, 장소 섭외, 모델 컨택부터 시작해서 현장에서는 풀데이로 촬영을 하기 때문에 모델케어하는 게 하루 종일이에요. 촬영이 끝나고 나서도 스태프들은 일을 하잖아요. 그런 것 하다 보면 즐길 새도 없이 하루가 끝나 있어요. 그래도 이번에 다녀왔던 해외출장에서는 좋은 기회가 생겨서 스쿠버다이빙 라이센스를 따고 왔어요. 진짜 재밌었어요.
Q. 혼자 여행을 다녀오신 적 있나요?
이번 연도 초 4월에 라오스를 다녀왔어요. 온전히 나만의 여행을 즐기고 싶어서였죠. 누군가와 함께하면 좋은 점도 많지만 내 시간 외에 쏟아야 될 시간들이 생기니까, 그런 시간들을 아껴서 저에게 쏟고 싶었어요. 혼자 처음 다녀왔는데 정말 좋았어요. 제일 좋았던 점은 내가 배고플 때 바로 먹고 싶은걸 먹을 수 있었다는 점이에요.(ㅎㅎ) 혼자 갔지만, 여행 도중에 만난 여행자들이랑 함께 여행하기는 했었어요. 새로운 사람을 사귀고 알아가는 걸 좋아해요. 여행 도중 친해진 중국인 친구가 다른 도시에서 가이드를 해주기도 했어요.
갑자기 궁금해서 그러는데, 적금 넣으시나요? 여행을 매우 자주 다니시는 것 같아서요(ㅎㅎ)
아(ㅎㅎ) 넣죠. 많이는 못 넣지만요. 일단 저는 평소에 친구를 잘 안 만나니까 그만큼 절약돼요. 평일에는 약속을 거의 안 잡고 운동을 해요. 그렇게 절약된 돈을 저금해서 여행에 투자를 하죠.
약속도 안 잡고 운동하신다니 정말 대단해요. 하루 이틀이면 몰라도, 가능한 일인가요?
회사에서 걸어서 3분 거리에 헬스장이 있어요. 물론 힘들죠. 매일 헬스장 앞에 가서도 갈까 말까 고민해요. 한창 운동할 때는, 몸을 예쁘게 관리해서 프로필 사진을 찍어야겠다는 목표가 있었거든요. 목표가 있으니까 되더라고요. 아침은 안 먹고 점심과 저녁 식단은 샐러드와 닭가슴살만 먹었어요.
'치팅데이' 아세요? 그날은 마음껏 먹을 수 있는 날이에요. 그런데 먹다 보면 배가 부른데도 불구하고 계속 먹어요. 그날이 언제 또 올지 모르니까요. 그렇게 폭식을 하게 되죠. 저도 그랬어요. 그러다가 문득 '아, 이거 괜찮은 걸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내가 먹고 싶은 것 스트레스 안 받고 먹으면서 운동을 즐기고 있어요. 지금이 더 행복해요. 스트레스받으면 오히려 살도 안 빠지고 몸도 예쁘게 관리가 안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여전히 꾸준히 지키고 있는 데일리 루틴이라면, '일어나자마자 30분 복근 운동하기'가 있어요. 취업하기 전부터 꾸준히 해오고 있는 루틴이에요.
Q. 운동을 엄청 좋아하시는 것 같은데, 요즘은 물에서 하는 운동이 취미가 되었다고 들었어요.
네 맞아요. 프리다이빙, 하이다이빙, 스쿠버다이빙 이렇게 세 가지예요. 이 회사에 취업하게 되면서, 물에서 하는 운동을 접하게 되었고 취미가 되었어요.
세 가지 다이빙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각 다이빙의 매력이 궁금해요.
제가 전문적으로 하는게 아니라서(ㅎㅎ) 이해하기 쉽게 말하자면, 프리다이빙은 숨을 참고서 물 위아래로 왔다 갔다 하는 다이빙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프리다이빙은 수면에서 있다가 숨을 충분히 들이마시고 나서 물아래로 쭉 내려가는 거예요. 기본 오리발보다는 좀 더 긴 오리발을 착용해요. 이 오리발의 추진력 때문에 물아래로 내려갈 수 있어요. 저는 한지 얼마 안 되어서 5~10미터, 많이는 15미터까지 가봤는데, 수련을 하면 할수록 수심이 더 깊은 곳까지 내려갈 수 있어요. 프리다이빙을 하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릴랙스 되는 느낌이 들어요. 맨몸으로 하는데, 자기 수련이 된달까? 마치 내가 우주에 있는 느낌이에요. 스쿠버다이빙은 마치 관광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물속에 들어가면 별의별 물고기들이 다 있거든요. 모두들 다른 세상을 궁금해하잖아요. 물속에는 정말 다양한 세상이 있어요.
하이다이빙은 다들 흔히 알고 있는 그 다이빙이에요. 높은 데서 점프하는 거니까 무섭긴 하지만 재밌죠. 정말 짜릿해요. 라오스 블루라군에서 처음 뛰어내리고 전문적으로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얼마 전에 '광주 세계수영 선수권대회'를 직관하고 나서 더 하고 싶어 졌어요. 다이빙 선수들이 데굴데굴 구르면서 떨어지는데 경이로웠어요. '얼마나 트레이닝을 했을까? 정말 짜릿하겠다.'라는 생각이 들면서 나도 꼭 해봐야겠다는 결심을 했어요. 그 후에 하이다이빙 동호회를 찾아봤죠. 처음에는 검색을 해도 잘 안 나왔었는데, 결국 다음 카페에서 조그맣게 운영되고 있는 동호회를 발견했어요. 그러고 나서 10월 정도부터 시작했어요.
하겠다고 마음먹으면 꼭 하는 성격이신 것 같아요. 두려움? 겁? 도 없는 것 같고요.
맞아요. 겁이 없어요 제가. 그리고 지금 내가 하고 싶은걸 당장 추진하지 않으면 잊어버리고 하지 않게 되더라고요. 나중에 '아 이때 했으면 좋았을걸'이라고 후회했던 적도 있어요. 그러지 않기 위해 하고 싶은 건 바로 해버려요.
Q. 물에서 하는 운동이 위험하지는 않나요?
위험한 건 사실이에요. 그래서인지 프리다이빙, 스쿠버다이빙은 '버디 시스템'이라고 해서 꼭 파트너와 함께해야 해요. 자신을 구해줄 수 있는 사람과 함께 하는 거죠. 물속에서 하면 안 되는 금기가 몇 가지가 있고, 꼭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운동을 하라고 해요. 물을 많이 먹기도 하고, 여러모로 쉬운 운동들은 아니에요.
일반인들이 어떻게 접할 수 있을까요?
저 같은 경우에는 회사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접했는데, 요즘에는 워낙 인터넷이 잘되어있어서 마음만 먹으면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어요. 또 요즘은 카카오톡 문의로 편하게 문의할 수 있는 시스템이 되어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아니면 주위에 저 같은 친구가 있으면 물어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고요. 다이빙 장비가 가격이 높아서 부담스러울 수는 있어요. 스쿠버다이빙이 제일 비싼 것 같고, 하이다이빙과 프리다이빙은 맨몸으로 하니까 좀 덜해요. 저는 옷의 경우 회사 샘플을 사용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에요(ㅎㅎ)
은샘 님에게 물은 어떤 존재인가요?
물이 좋아요. 물에 있으면 좋다는 거 이외에 더 할 수 있는 말이 있을까요. 저의 외향적인 성향, 내면으로는 안정을 추구하는 성향 둘다를 만족시켜주는 곳이 '물'이에요.
Q. 온전히 취미활동을 위해서 물에 갈 때랑, 일로 취미를 접할 때를 비교하면 어떤가요?
일을 통해 물에서 하는 취미를 접하기 이전에는, 수박 겉핥기 식으로 알고 있었던 지식들이었어요. 그런데 직접 일을 하면서 몸으로 부딪히고 경험하다 보니까 이 활동들의 매력을 더 잘 알게 되어서 좋아요.
은샘 님을 소개해준 정무님과의 대화에서, 이런 대목이 있었어요. '춤을 좋아서 선택했지만, 직업으로 이어지니 적지 않은 부담감이 있다.' 은샘 님은 어때요? 일과 취미의 경계에 대한 생각이 궁금해요.
음. 저는 정무랑 반대인 것 같아요. 저는 오히려 일을 하면서 '얻게 된' 취미들이라서 더 좋아요. 정무의 경우에는 직접 결과물을 내야 하는 입장이니까 부담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다이버로서 일하는 건 아니잖아요(ㅎㅎ) 저는 스포츠 관련 콘텐츠를 기획하는 일이라, 오피스에서 생각하는 게 대부분이에요. 그래서 좀 다를 수 있을 것 같아요. 이해는 돼요. 근데 저는 직접적으로 연결된 게 아니라서 일로 할 때도 좋아요.
Q. 취미 동호회도 나가신다고 하셨는데, '함께하는 취미' 어떤가요?
취미활동을 하면서 얻는 재미 중의 하나가, 사람들을 만나며 얻는 재미라고 생각해요. 공통된 관심사를 가지고 모인 사람들이라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에 대한 부담이 덜해요. 각자가 무얼 하고 살아가는지, 어떤 사람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공통된 어떤 것을 '함께' 즐기고 있다는 게 좋아요.
다이빙 동호회에는 5-60대 남성분들도 있어요. 남녀노소 굉장히 다양한 사람이 많은데, 다이빙하는 사람들이 또 술을 좋아하더라고요. 활동적인 것을 좋아하는 성향이라 그런가, 술에서도 끝이 없더라고요. 다이빙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물에서 운동하고 이야기하고, 뒤풀이도 하고 너무 재밌어요.
Q.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시나요?
네 좋아해요. 새로운 관계에서는 새로운 것들을 알게 된다는 매력이 있어요. 그런데, 아쉽게도 새롭게 알게 된 사람들의 대부분이 일로 만난 분들이 많아서 깊게 친해진 사람이 많이 없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이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생각이 앞서니까요. 깊은 관계를 추구하지만 그게 참 어렵더라고요.
넓고 깊은 관계를 추구하시는 것 같아요. 그게 참 어렵지만요.
맞아요. 근데 이것도 성격인 것 같아요. 많은 사람이랑도 친해야 하고, 그 많은 사람들을 다 케어할 수 있으면 좋고. 그런데 한 살 한 살 먹어가면서 더 쉽지 않은 것 같아요. 깊었던 관계들도 점점 얕아지잖아요. 어렸을 때처럼 매일 보고 이야기할 수 없어졌으니까요. 다들 살기 바쁘고 힘들어요. 다들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고 있지만 각자 '내가 제일 힘들어. 다 힘들어.' 생각하고 있죠.
Q. 어떤 친구가 되고 싶으신가요?
힘들거나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좀 더 찾게 되는 친구가 되고 싶어요. 제가 생각했을 때, 지금의 저는 '함께 놀고 싶은 친구'이지 않을까 싶어요. 친구가 힘든지를 모르고 있다가, 나중에 어느 순간 힘들었다는 것을 알게 될 때가 있어요. 그럴 때는 '내가 왜 힘이 되어주지 못했을까' 하고 생각하죠. 저는 사람을 잘 위로할 줄 모르는 것 같아서 그런 면을 좀 더 보충하고 싶어요.
Q. 행복하신가요?
저는 지금 행복해요. 다들 행복하신가요?
네 저는.. 행복해요. 최소한 지금 이 일을 즐기고 있으니까요.
그렇죠. 행복하시니까 마음의 여유도 생기고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모두를 당황하게 한 질문이었어요(ㅎㅎ) 은샘 님의 2020년도 계획이 궁금해요.
2020년에도 지금처럼 시간 나는 대로 계속하고 싶은 일들을 해나갈 것 같아요. 취미를 뭔가 더 만들기에는 시간이 부족해서 지금 하고 있는 것들을 좀 더 잘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조금 더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궁리하지 않을까요? 그런 저에게 취미란, '행복하고 싶다는 저의 목표를 채워주는 것'이에요. 다들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순간을 즐기라고들 하지만, 그 찰나의 순간마저도 즐기기 버거울 때가 있다. 다들 그런 짐을 안고 살아간다. 그러나 행복은 어떤 결과로 얻어진다기보다는 행복을 좇는 과정에서 얻어진다는 말이 있듯이, 매 순간 '행복하니?'라고 나에게 묻고 행동해보자. 작은 행복이라도 깊이 느끼면 된다. 무언가를 쟁취해야만 행복한 건 아니니까.
행복의 의미를 다시한번 묻게 해주신 조은샘님.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2019.12.18
vol.1 '조은샘'님의 인터뷰
글/ 친구의 친구
사진/ 유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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