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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칠월의 앤 Dec 09. 2020

[당먹태]당신은 먹기 위해 태어난 사 람.

프롤로그

대한민국은 여러모로 자부심이 대단한 나라임에는 틀림없는데, 특히 음식에 대해서 자존심이 높은 것 같다. 요구르트보다 높은 유산균을 자랑하는 김치며, 거의 과학적으로도 손색없을 만큼 뛰어난 된장, 고추장 등 온갖 장, 그리고 어마어마한 고기 섭취량 자랑하는 미식, 아니 정확히 말하면 대식의 나라.


최근 들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요리 또는 음식 프로그램(예를 들면 집밥 백 선생 또는 수요 미식회 등)은 거의 대부분 사람들에게 '맛집 탐방'의 취미를 강요하듯, 음식에 대한 조예를 높이기 위한 사회적 분위기가 상당히 포화된 상태인 듯하다.  그런데, 여기서 드는 질문이 있다. 정말 내가 맛있다고 느끼는 것들이 이미 TV를 통해서 뇌에 입력이 되었기에 맛있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 내 혀와 위가 즐거운 것인지. 분위기와 마케팅이 맛의 판단을 압도하는 것인지.


나는 먹고 마시는 것을 대단히 좋아하는 부류의 인간이다. 거의 먹기 위해 태어났다고 해도 과장이 아닌 만큼 먹고 마시는 것을 좋아한다. 나의 미천한 몸이 힘겹게 노동을 하는 이유도 사회생활이라는 구토적인 생활양식도 그나마 참고할 수 있는 동기부여는 바로 내가 먹고 싶은 것을 충족하기 위한 금전의 축적을 위해서다.


어렸을 때는 무턱대고 상위에 차려진 음식이 있으면 위의 고통을 감내하며 많이 먹었다. 흑설탕이 듬뿍 뿌려진 팥죽을 보거나 지금도 사족을 못쓰고 좋아하는 굴국을 보면 (잠시 우리 엄마의 어휘를 빌려 묘사하자면) '허천나게' 양 씬 먹어댔다. 내 몸이 거대한 팥알 또는 굴밭이 될 정도로.


그 결과 나라는 인간의 질량, '몸의 무게'는 겉잡을 수 없이 늘어났고 피부조직이 허옇게 늘어나는 보기 흉한 살 터짐은 물론 아동비만을 경험하게 되었다. 그러고 나서 몇 년간 맛을 포기하며 살았고, 다시 정상적인 몸무게로 회귀하였을 때, 세련되고 나만의 정체성을 갖춘 멋지고 건강한 혀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배를 움켜쥐며 터질듯한 포만감버리고 온전히 코 끝에 풍기는 향에 취하고 혀에 감도는 맛을 음미하는 방법을 연마하기로 한 것이다.


먹는 것이 풍부한 팔도를 넘어 타국이라는 곳에 내 두 발이 닿았을 때, 이 세상엔 엄마가 해준 음식 이상의 것들이 지천에 널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먹는 것이 곧 그 나라의 문화이자 역사라는 것, 그리고 먹고, 마시며, 더 나아가 음식을 만드는 매우 아름다운 요리라는 행위는 단순히 배부름 이상의 오감을 만족시키는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음식을 통한 '앎'의 여정은 나의 흥미를 자극했고, 지금도 '음식'에 대한 정보 습득이 질리지 않는다.


내가 먹는 것이 곧 나 자신이다.(What you eat is who you are)이라는 말이 있듯, 내가 좋아하는 음식과 술에 대한 나만의 철학을 구체화시켜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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