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나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
조카가 3군데 정도 레벨테스트를 보고 드디어 한 군데에서 연락이 왔어요.
지난주부터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고, 학원 다니는 첫 주에 발생하는 적응 주간입니다.
예전 학원은 아날로그 식이었어요. 손으로 직접 쓰고 이 러닝 없이 주로 공책을 썼어요.
처음 영어 공부를 시작하면서 학습 태도와 쓰기의 임계점은 넘었기 때문에 대문자, 소문자 그리고 띄어쓰기 등은 잘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새로운 학원에서 항상 온라인 숙제가 있다는 건데요. 새로운 것을 하는 아이는 예민하고 혹시나 새로운 학원에서 '안 챙겨주는 아이'로 비칠까 봐 전전긍긍하는 조카 덕후 이모는 마음이 급합니다.
왜냐하면 조카가 학기 중간에 들어갔기 때문이에요.
곧 테스트를 보는데 안 배운 지난 과부터 시험 범위에 들어가 있어요.
온라인으로 테스트를 보는 조카보다 지켜보는 제가 더 긴장됩니다.
그런 거 아시죠?
'차라리 내가 시험을 보고 말지.'
기특하게도 안 배운 테스트를 잘 풀던 조카가 답을 체크하다가 소리를 질렀어요.
'아, 바보 같은 실수를 해서 내가 틀렸어.!'
안 배운 건데 1개 틀리면 잘한 건데 흥분해서 소리가 커졌어요.
다시 할 거야. 테스트 처음부터 그래서 100점 맞을래.'
그래서 차분하게 설명해줬어요.
'속상하지? 그래도 테스트라서 한 번 보면 다시 할 수가 없어.
다음 테스트 때 조금 더 신경 써보자. 잘했어.
원래 영어는 한 번에 다 익히는 거보다 일단 진도를 나가면서 즐겁게 하다 보면
다시 그 내용이 나와. 그때는 처음 볼 때보다 훨씬 쉬워져.'
조카는 조금 설득이 된 것 같아 보이긴 했지만 그래도 많이 속상했는지 눈물도 글썽였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왜 저도 맘이 울컥했을까요?
갑자기 그 말이 저에게 해 주는 말 같이 들렸거든요.
요새 직장 그만두고 집에서 나름대로 노력은 하고 있지만 어떤 미래가 올지 겁나고
뭔가 시행착오의 과정이거든요.
조카한테 이렇게 쉽게 나오는 말이 저 자신에게는 왜 잘 안 될까요?
조카가 다시 묻습니다.
"이모, 정말 그럼 잘 못 해도 돼?"
"응, 잘 못 해도 돼. 그냥 과정이야. 겪고 나면 더 좋아지는 경험이야."
조카는 항상 저에게 스스로 깨닫도록 도와주는 거울 같은 존재입니다.
부캐가 조카 덕후라서 또 하나 인사이트를 얻었습니다.
Tips! 제가 학원에서 일해봐서 잘 아는데 학원 가면 선생님들이 첫날 집에 전화를 해요. 아이가 첫날 어떻게 수업을 했고 숙제가 뭔지 알려주기 위해서 하거든요.
그럴 때 얼마나 아이의 첫날에 대해 정확히 이야기해 주는지 살펴보세요. 특히 원어민 선생님 시간에 어떻게 했는지까지 이야기해 주는 건 선생님이 특별히 더 신경 썼다는 증거입니다.^^
그리고 학원 첫 주에 어머님들은 아이 숙제는 조금 신경 써 주세요. 안 그러면 학원에서 '별로 신경 안 쓰는 아이'로 생각돼서 강사도 덜 신경 쓰는 경우도 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