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추석 연휴 마지막 날 오후, 11살 조카는 건담 조립을, 저는 그동안 연락 못한 지인과 카톡 중이었습니다.
전형적인 '주입식 교육'의 산물인 저와 다른 상상력 부자 조카는 세상 진지한 얼굴로 다리 부분을 열심히 조립중이었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이모, 이것 좀 도와주세요."
제가 조카를 도울 수 있는 딱 두 가지 순간은 잘못 조립된 부품을 다시 분리할 때, 또는 잘 안 들어가는 부품을 끼워넣을 때입니다. 분리를 해야 할 때에는 손톱은 아프고 약간 식은 땀은 나지만 그래도 항상 성공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말 쉽지 않은 부품 끼워넣기였습니다. 한참 낑낑 거리다 살펴보니 끼워넣으려는 부분과 기존 부분의 모양 자체가 맞지 않았습니다.
이거 조립이 잘못 된 거 같은데
문제 제기는 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던 순간, 조카는 건담을 한참 보더니 반대쪽 다리 부분을 분해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맞지 않는 부분과 번갈아보다가 조립된 부품중 하나가 반대 방향으로 끼워져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애기 같기만 하던 조카는 그 동안 건담을 30개 넘게 조립하고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본인만의 솔루션이 생겨난 것입니다. "와우~ 스스로 솔루션을 찾으려 노력하고 좋은 솔루션까지 결국 찾았네. 역시 우리 조카는 하려고 하는 일은 끝까지 해내는구나. 정말 칭찬해~" 반대 방향 부품을 원위치로 놓은 후 나머지 부품들을 같이 끼우며 저는 아낌 없이 그 아이를 칭찬해 주었습니다.
두 번째 위기는 5분도 되지 않아 찾아왔습니다. 가장 멋진, 그러나 얇은 부분을 기존에 조립된 부분에 끼우면 조립이 완성될 찰나였습니다. 그런데 저는 쓸데없이(?) 힘이 넘쳤고,힘 조절에 실패한 결과로 부품 하나가 튕겨서 탁자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그 짧은 순간은 슬로우 모션처럼 진행되었고, 허겁지겁 주워서 상태를 보니 중간 부분이 붙인다해도 결국 제 구실을 못할 것 같아 보였습니다. 심지어 인터넷으로 '건담 본드'를 검색해 본 후 , 후기 사진을 보고 더 절망적이 되었습니다. 무어라 할까 고민하던 저는
정말 미안해. 속상하지? 그럼 같은 모델 새 건담 주문해 줄게. 거기서 지금 손상된 부분만 다시 갈아끼우면 될 거 같은데. 어때?
그 순간 같이 있던 식구들이 각자의 솔루션을 내놓았습니다. 먼저, 소파에서 티비를 보던 엄마는 "할머니가 본드로 지금 딱 붙여줄게" 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옆에 있던 조카의 엄마인 동생은 "다른 부품 다 조립하고 아예 마지막에 움직이지 않게 고정해서 붙이면 되겠네." 라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당사자인 조카는 꼭 오늘 조립을 마치고 싶다면서 부서진 부품이 있는 부분을 양쪽 다리에서 똑같이 빼내고 결국 완성했습니다.
사소한 일상의 찰나였지만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습니다. 여러분은 이런 상황에서 어떤 솔루션으로 해결했을까요? 왠지 저의 솔루션이 가장 덜 고민하고 성의 없어 보이는 건 못난 자존감 부재 때문이었을까요?
조카는 완벽하게 될 때까지 기다리기 보다는 완벽하지 않더라도 완성하자는 솔루션을 도출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실수의 만회에만 집중하다보니 조카의 마음도 잘 헤아리지못했고, 완벽의 오류에 빠지게 되었던 것입니다.
곧 퇴사를 하게 될 입장에서 제 주변에는 솔루션이 필요한 문제들 투성이입니다. 계획을 세웠다 수정했다 변경하기를 반복중입니다. 오늘부터 추가될 솔루션 하나!
'완벽함을 기다리기 보다는 타이밍에 맞춰 완성하고 성취감을 통해 또 다른 기회를 얻어가자'
11살 조카에게 배운 삶의 지혜가 방황하는 이모에게 많이 도움이 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