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장. 성령은 왜 ‘부재의 시대’에 등장했는가
부활 이후, 제자들이 마주한 현실은 단순했다. 예수는 더 이상 그들 ‘곁에’ 있지 않았다. 문제가 있을 때나 힘들 때도 그를 직접 부를 수도, 질문을 던질 수도, 표정을 읽을 수도 없었다. 신앙은 갑자기 직접적인 관계에서 간접적인 감각의 세계로 이동했다. 이 전환의 한가운데서 등장한 것이 바로 성령이다. 그런데 이 성령은 예수의 ‘대체물’로 등장하지 않았다. 오히려 예수가 사라진 이후에도 그의 길을 감각적으로 기억하게 하는 방식으로 등장했다.
사도행전 2장에 나오는 이른바 ‘오순절 사건’을 우리는 흔히 ‘교회의 탄생’으로 해석한다. 그러나 텍스트 자체는 교회 조직이나 직제에 거의 관심이 없다. 그 장면의 중심은 통제되지 않는 경험이다. 바람 같은 소리, 불 같은 혀, 이해되지 않는 언어들. 이 모든 것은 질서를 세우기보다, 오히려 혼란을 확대하는 장면처럼 보인다. 성령은 합리적 설명이 아니라 이러한 초현실적인 경험으로 주어졌다. 그런데 이는 우연이 아니다. 성령은 처음부터 이성적으로 설명될 수 있는 원리로 주어지지 않았다. 성령은 ‘이게 무엇이다.’라고 규정되기 전에, ‘이런 일이 일어났다.’라는 경험으로만 전해진다. 다시 말해, 성령은 교리를 만들기 위한 재료가 아니라, 예수의 부재를 견디기 위한 감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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