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사’ 미셸 박 스틸이 던지는 불편한 질문

트럼프가 바라는 하청은 동맹을 잃는 악수가 될 것이다.

by Francis Lee
한겨레신문 게재 사진 사용


외교의 탈을 쓴 정치가 한국으로 들어오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동맹’이라는 이름으로 받아들이려 하고 있다. 트럼프의 주한 미국대사 지명 논란은 단순한 인사 문제가 아니다. 이건 노골적인 메시지다. 트럼프가 한국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에 대한 여러 징표의 하나일 뿐이다. 외교에 대한 트럼프의 답은 불편할 정도로 명확하다. 한국은 이제 외교의 대상이 아니라 정치의 연장선이다. 트럼프식 인사의 핵심은 단순하다. 능력이 아니라 충성, 외교가 아니라 정치가 잣대가 될 뿐이다. 그리고 그 정치가 이제 한반도로 수출되고 있다. 문제는 한국이 그 실험장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이미 수없이 같은 실수를 반복해 왔다.


트럼프의 정치 후원자, 측근, 이념 동지들을 대사로 보내고, 그 결과는 늘 비슷했다. 노아 매밋은 아르헨티나 대사로 지명됐지만, 그 나라를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한 채 청문회에서 무너졌다. 외교는커녕 기본적인 준비조차 되어 있지 않았다. 신시아 스트룸은 셈부르크 대사로 임명됐지만 조직 장악 실패와 내부 갈등 끝에 사실상 실패한 대사로 기록됐다. 존 크레브힐는 ‘트럼프에 대한 거액의 기부로 산 자리’라는 비판 속에 핀란드 대사로 갔지만, 현지 이해 부족과 외교적 한계를 드러냈다. 이러한 행태는 예외가 아니다. 패턴이다. 그러나 정치 대사는 반복적으로 실패한다.


그런데도 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가? 이유는 간단하다. 트럼프는 정상적인 외교가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치적 메시지, MAGA를 구호로 내세운 트럼프와 그 패거리의 사익 추구, 그것이 본질이다. 그렇다면 미셸 박 스틸이라는 카드가 의미하는 바도 분명해진다. 그는 외교관으로서가 아니라, 극우라는 특정 정치 노선과 메시지를 대표하는 인물로 읽힌다. 그리고 그 메시지가 한국에 투입되는 순간, 외교는 더 이상 중립적 공간이 아니다.


정작 문제는 그 후유증이다. 무엇보다 한미동맹이 ‘정권 동맹’으로 전락할 위험이 커진다. 동맹은 국가 간 관계여야 한다. 그러나 특정 정치 노선과 결합되는 순간, 그것은 언제든 뒤집히는 불안정한 구조로 변한다. 오늘의 동맹이 내일의 갈등이 되는 순간이다. 또한 한국의 주체적으로 수행할 국내 정치에 대한 사실상의 간접 개입이다. 외국 대사가 특정 이념과 코드로 읽히는 순간, 그의 발언은 외교가 아니라 정치 신호가 된다. 이미 갈라질 대로 갈라진 한국 사회에서, 이 신호는 갈등을 증폭시키는 기폭제가 된다. 여기에 더해 대중 관계를 둘러싼 압박의 구체적인 형태로 드러날 구조화다. 한국의 대중 수출 비중은 여전히 약 20% 수준이다. 이 현실을 무시한 채 일방적 강경 노선이 반복된다면, 한국은 선택이 아니라 강요를 받게 된다. 동맹이 아니라 종속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상적인 외교 프레임의 붕괴다. 외교는 속도를 늦추는 기술이다. 정치인은 속도를 올리는 데 익숙하다. 이 둘이 충돌할 때, 결과는 언제나 하나다. 충돌이다.


결국 현재 주한 미 대사 임명 문제의 핵심은 불편할 정도로 직설적이다. 미국은 지금 ‘외교관’을 보내려는 것이 아니라, 트럼프가 내세우는 ‘극우 정치적 입장’을 보내려 하고 있다. 그리고 더 중요한 질문은 과연 대한민국이 이를 그대로 받아들일 것인가이다. 동맹은 상호 존중 위에서 유지된다. 그러나 지금 트럼프가 보여주는 방식은 존중이 아니라 일방 통보다. 선택이 아니라 주입이다. 이쯤 되면 물어야 한다. 한미관계는 동맹인가? 아니면 하청에 불과한 것인가? 외교를 정치로 오염시키는 순간, 동맹은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취약해진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그 위험한 경계선 위에 서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명민한 판단력이 이 문제 해결의 단초를 마련해 주기를 바랄 뿐이다. 전한길이 미셸 박 스틸의 지명 소식을 듣고 뛸 듯이 기뻐하는 꼴을 보니 울화가 치밀지만 이재명 대통령의 능력을 믿고 지켜보려 한다. 그런데 일본서 공부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 시민이 된 미셸의 성이 오멘인 거 같아 으스스하다. 스틸. 한국 이름은 박은주, 영어 이름은 Michelle Eunjoo Steel. 트럼프가 2020년 대선에 패배하고 나서 추종자들을 선동한 문구 'Stop the Steal'과 동음이의어라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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