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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Lee Apr 15. 2021

더불어민주당의 ‘친문’이 촉발한 정계 개편이 보인다?

OX, 내로남불은 가라!


   

요즘 더불어민주당이 시끄럽다. 그러나 보선에서 엄청난 참패를 한 정당 치고는 잘 버티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초선 의원들이 조국 사태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를 내다가 친문 세력의 집중포화를 맞는 모습에서 분열의 서막이 열린 것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친문의 대선 후보였던 이낙연은 요즘 꽁지도 안 보이는 상황에서 위기감을 느낀 친문이 세 과시를 하고 싶은 모양이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정당, 특히 진보 정당이 권력을 장악하고 기득권을 누리게 되면 반드시 분열된다. 한국만이 그런 것이 아니다. 진보 정당 내의 전통적인 진보 세력과 중도 안정 지향 세력 간의 세력 다툼이 발생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이때에 과격한 진보 세력이 당의 정체성을 견지하려는 시도를 하고 이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중도 세력이 새로운 대안으로 맞서며 충돌하게 된다. 이러한 충돌이 격화될 경우 분당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의 초선의원의 숫자가 68명에 이른다. 이들이 단합하면 원내 교섭단체를 수립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들이 구석에 몰리거나 협박을 당하다가 참지 못해 탈당한다면 그렇지 않아도 내년 대선을 대비하여 신당 창당 논의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과격한 진보 세력은 이런 상황이 안 일어날 것으로 믿어버린다. 기득권 세력이 보여주는 전형적인 안일함이다. 감히 누가 우리 ‘성골’ 세력을 건드릴 것인가? 우리의 도덕적 우월성은 신성불가침이다. 이런 오만한 생각에 가득 차 있다. 국민이 위임한 권력이 마치 자신들이 획득한 것으로 착각하기 시작하며 형성된 기득권자의 의식은 사실 불식시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일종의 터널 증상에 빠져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기 때문이다.     


특히 조국 사태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요구하는 초선 의원들을 상대로 이른바 5적의 명단을 작성하여 돌리는 행태는 묵과할 수 없는 폭거이다. 눈엣가시와 같은 검찰의 무소불위의 권력 전횡에 따른 적폐는 마땅히 혁파되어야 한다. 그러나 검찰개혁만 바라보는 터널 증후군에 빠지면 현재 대한민국에는 검찰 개혁 말고도 심각한 문제가 산적해 있다는 것을 보지 못하거나 보여도 무시하게 된다. 그러면서 그들에게 권력을 위임한 민심에서 멀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서 여론조사와 언론에 드러난 민심이 단순이 보수 언론의 가짜 뉴스에 현혹된 ‘미개한’ 민중의 어리석음의 반영으로 믿어 버린다. 그러나 바로 이런 오만에서 자멸이 시작된다.     


물론 친문의 강성 기조에는 정당한 근거가 있기는 하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탄핵 정국에서 오히려 총선 승리로 기사회생한 경험이 있기에 궁지에 몰리면 치고 나가는 것이 최선이라는 학습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벌써 17년 전 일이다. 그리고 지금은 MZ세대가 사회의 주도권을 잡아나가는 시기이다. 민심을 잘못짚고 있다.   

   


여당만 소란스러운 것이 아니다. 야당은 보선에서 압승을 거두었지만 크게 약진하는 모습이 전혀 안 보인다. 오히려 김종인이 나가면서 춘추전국시대가 시작되고 있고, 밖으로 나간 김종인은 자기가 먹은 우물에 침을 뱉기에 여념이 없다. 사실 국민의힘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노태우의 민주정의당, 김영삼의 통일민주당 김종필의 신민주공화당이 통합되어 1990년 수립된 민주자유당을 뿌리로 한다. 그리고 이 민자당은 다시 1997년 민주당에서 탈당한 이들이 세운 통합민주당과 통합하여 한나라당으로 명칭을 변경하였다. 그 뒤에도 2012년에 새누리당, 2017년 자유한국당, 2020년 미래통합당으로 명칭을 변경하였다. 그러다가 21대 총선 이후 미래한국당과 통합하여 마침내 국민의힘으로 당명을 변경하였다. 이 긴 과정에서 국민의힘 안에도 광주전라도 출신을 중심으로 한 이른바 ‘운동권’ 당원들도 존재한다. 국민의힘이라고 모두 한마음 한뜻을 지닌 사람들만 모인 것이 아니다. 자신이 살길이 보이기만 하면 얼마든지 이합집산을 거듭해온 무리라는 사실을 그 당의 역사에서 찾아볼 수 있다.     


여당이나 야당이나 소란스러운 상황에서 중심이 상실되는 모습이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40대를 중심으로 한 콘크리트 지지층을 바탕으로 정국이 비교적 안정되게 돌아가고 있었지만 보선의 참패에 따른 여당의 분열 그리고 김종인 체재의 와해에 따른 야당의 동요가 동시에 일어나는 특이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새로운 정당의 창당에 최적의 환경이 아닐 수 없다. 이제 대선을 앞둔 이합집산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모양이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의 정치 지형에서는 국민들에게는 늘 양자택일만 강요되었다는 것이다. 이번 보선에서 MZ세대가 여당에 등을 돌린 결정적 이유는 조국 사태이다. 조국은 이제 내로남불의 아이콘이 된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그런데도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조국에 대한 비판을 신성모독으로 여기는 세력이 여당에 존재하고 있다. 그것도 중심 세력으로 존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이 사회의 다양한 요구를 대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조국을 비판한 초선 의원에게 ‘반성문’을 강요하는 정당은 이미 민주 정당이 아니다. 그런데도 우리 국민은 이 정당 아니면 지리멸렬하는 야당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불행한 상황에 처해있다.     


수능 시험도 5지 선택이 된 지 오래인데 왜 정당만 OX 문제여야 하는가? 이번 보선에서 MZ세대에서 왜 오세훈을 선택했냐는 질문을 하자 그들의 대답은 그렇다고 박영선을 뽑기는 더욱 싫었다는 것이었다. 국민에게 강제적으로 흑백논리를 강요하는 정치는 못된 정치이다. 좌파와 우파, 진보와 보수만을 놓고 선택하라고 하니 기가 막힐 뿐이다. 그러면서 서로를 빨갱이와 수구 꼴통이라고 욕하며 분열을 조장한다. 학교에서는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다양성을 인정하고 똘레랑스가 중요하다고 가르치면서 말이다. 이런 위선적인 정치가 어디 있는가? 이런 흑백논리의 정치는 검찰 개혁에 앞서 먼저 척결되어야 한다. 내편이 아니면 나가라고 하면서도 내로남불을 서슴지 않는 정치는 도저히 용서받을 수 없다.      


국민들이 다양한 정치적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다당제가 정착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소선거구제도가 아니라 중선거구나 대선거제로 바뀌어야 한다. 그러나 기득권에 안주하는 여당과 야당이 이런 모험을 무릅쓸 리가 없다. 그래서 대안으로 의원내각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런 선택지의 다양성을 생각하다 보면 독일의 정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은 전통적인 사민당과 신생 기민당/기사당 연합이 중심이 되어 독일 정국을 좌우해 왔다. 그러나 1980년대 들어서서 X세대가 주축을 이루며 진보적인 사민당마저 중도 좌파를 명분으로 기득권 세력화하자 녹색당이 등장하여 전통적 진보 Agenda인 평등과 공정에 더해 환경을 들고 나와 대성공을 거두었다. 


그리고 1990년대 이후 슈뢰더가 이끄는 사민당이 노골적으로 신자유주의 노선을 걷자 이에 반발한 라퐁텐을 중심으로 한 당내 좌파가 탈당하여 구동독의 공산당의 후신과 연합하여 좌파당(Linke)을 수립하였다. 그리고 기민당/기사당 연합이 기득권 세력을 중심으로 한 중도 우파로 기울자 당내의 극우 세력이 떨어져 나가 독일을위한선택당이 수립되었다. 이리하여 독일은 극우부터 극좌까지 국민의 모든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하는 정치 무대가 마련된 것이다.


현재 독일 연방의회는 기민당/기사당 연합(CDU/CSU Union) 245석, 사민당(SPD) 152석 독일을위한선택당(AfD) 88석, 자민당(FDP) 80석, 좌파당(Linke) 69석 녹색당(Grüne) 67석, 기타 8석으로 총 9개 정파의 7098명의 의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독일 국민은 선택지가 9개나 된다. 그래도 국론 분열이 우리나라처럼 극심하지 않다. 정당이 많을수록 오히려 사회적 분열이 적게 일어나는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독일도 이제 MZ세대가 주축을 이루면서 녹색당의 인기가 더욱 올라가 9월 총선에서 정권을 노릴 수준까지 성장하게 되었다. 다양한 민의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이를 충실히 정치에 반영하는 정당을 지지할 기회가 주어진 나라에서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앞에서 말한 대로 한국은 OX, 좌우, 내편 네 편 말고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러면서 기득권자들은 내로남불만 하고 있는 형국이니 국민이 화를 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 민심을 나 몰라라 하면서 기득권 유지에 혈안이 된다면 하늘의 뜻인 민심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은 당연한 일이다.    

 

대선이 얼마 안 남았다. 그 민심이 어떤 심판을 내릴지 기대가 된다. 대선이 1년도 안 남은 시점에서 여당도 야당도 그럴듯한 후보를 전혀 내지 못하는 가운데 외인군단인 윤석열과 이재명이 갈수록 탄력을 받는 상황이 기득권자들의 내로남불에 식상한 국민들, 특히 MZ세대에게는 오히려 다행히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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