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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Lee Aug 04. 2021

안철수가 차기 대선 후보로 나온다면 재미있다?

한국 진보는 마이너이기 때문이다.

국민의당과 국민의힘이 합당 과정에서 밀당을 하면서 차라리 안철수가 제3지대 단독 후보로 나오겠다고 한다. 윤석열이 전격적으로 국민의힘에 들어가 실망한 유권자들과 여당과 야당을 모두 혐오하는 세력을 규합하겠다는 심산일 것이다. 물론 안철수가 당선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그러나 그의 추종 세력과 여야 혐오 세력을 잘 규합하여 막판에 단일화 협상에 나선다면 몸 값이 매우 높아질 것이다. 그 정도는 상식이다. 그리고 전력도 있다. 오세훈 당선에 안철수는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그래서 윤석열과 이재명 그리고 이낙연도 마찬가지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그렇다면 안철수가 등단할 경우 기존의 후보들의 득실은 어찌 될 것인가?


물론 치명타는 윤석열이 받을 것이다. 입을 열 때마다 수준 이하의 소동을 몰고 다니는 그의 현재 언행으로 봐서는 안철수와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무조건 안 좋은 일이다. 이재명은? 큰 타격은 없을 것이다. 워낙 대척점에 서 있는 두 사람이라서 지지층의 이동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낙연? 의외로 이득을 볼 가능성이 높다. 안철수의 등장으로 전체적으로 표가 분산되는 경우 이재명과 윤석열의 양강 구도가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선은 총선과 전혀 다른 하늘의 뜻이 작용하는 국가 대사이기에 섣부른 예단은 금물이기는 하다. 그럼에도 안철수 변수의 등장으로 판이 흔들리는 것은 매우 분명한 사실이다. 이를 여야가 모를 리가 없다. 그래서 물밑 작업이 더욱 치열하게 진행될 것이다. 안철수가 원하는 것은 당연히 당대당 합당이고 그에 따른 지분 확보이다. 그러나 지역구가 사실상 대구경북 말고는 믿을만한 구석이 없는 국민의힘으로서는 선뜻 내줄 선물이 마땅치 않다. 


현재 이재명과 윤석열이 30%를 오가는 지지율을 안정적으로 확보 중이다. 이낙연은 20%를 목표로 고전 중이다. 그러나 이들의 지지율을 뺀 20-30%의 군소 후보자들의 표와 부동층이 결국 캐스팅보트를 행사할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41.1%의 득표율로 당선되었다. 홍준표는 24% 안철수는 21.4%를 얻었다. 그리고 유승민은 6.8%, 심상정은 6.2%를 얻었다. 산술적으로 볼 때 야권의 지지율을 합친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사실상 당선이 어려웠다. 이런 모습은 그 이전의 대선에서도 자주 목격할 수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48.9%로 이회창의 46.6%에 겨우 2.3%p의 차이로 승리하였다. 11월 24일 정몽준이 사퇴하고 노무현 지지를 선언하기 전까지 노무현 대통령은 이회창은 물론 정몽준에게도 뒤졌다. 그리고 이인제의 배신으로 사면초가의 상황에 처했었다. 김대중 대통령의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40.3%의 득표율로 당선되었지만 이회창은 38.7%, 이인제는 19.2%로 보수층이 결집했다면 김대중 후보는 결코 당선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래서 대선은 하늘의 뜻이 작용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의 득표율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한국의 진보 세력이 대선에서 동원할 수 있는 최대의 표는 40% 초반대이다. 그 이상은 나오기 힘들다. 15대 대선에서 이회창 이인제를 합쳐 57.9%, 17대 대선에서 이명박 48.7%, 정동영 26.1%, 이회창 15.1% 문국현 5.8%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을 목격할 수 있다. 보수가 압도적이었다. 18대 대선은 어떤가? 진보와 보수가 단일 후보를 내고 진검승부를 벌인 결과 박근혜 51.6% 문재인 48.0%로 3.6%p의 벽을 넘지 못하였다. 특히 박근혜는 서울과 전라도를 빼고 나머지 지역에서 전승을 거두었다. 정동영은 아예 전라도를 빼고는 모든 지역에서 모조리 졌다. 특히 정동영은 한국에서 전라도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전라도가 총동원되어도 26.1%, 전 국민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이것이 엄연한 한국 정치의 현실이다. 


20대 대선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결국 현재 진보 세력인 여당이 승리를 거두려면 야권, 곧 보수 세력의 분열이 필수 조건이다. 물론 지난 대선과 현재 상황은 다르다. 무엇보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대선 당시보다 지금이 더 높다. 이는 전례가 없었던 일이다. 19대 대선의 선거 기간은 2017년 4월 17일부터 5월 9일까지 겨우 22일에 불과하였다. 그 기간에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최저 32.7%(코리아리서치, 4월 8-9일)에서 최고 46.9%(한국사회여론연구소, 4월 14-15일)를 오갔다. 한 때 안철수는 38.3%(한국리서치, 4월 11-12일)까지 치솟기도 하였다. 그러나 결국 투표 결과는 3위로 떨어졌다. 


한국의 정치 지형의 근본은 보수이다. 그래서 윤석열이 그 어떤 ‘짓’을 해도 밀어줄 세력이 든든한 것이다. 대구경북만 보수 세력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한국의 진보는 마이너이다. 특히 지난 서울시장선거에서 볼 수 있었듯이 전 국민의 40%를 차지하는 MZ세대는 결코 진보 보수로 구분할 수 없는 세력이 되었다. 이들은 이념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충실히 따른다. 정치색이라는 것이 없는 개인주의자들인 것이다. 이들을 수구 진보의 틀 안에 몰아넣으려고 할수록 거부감만 더해질 것이다.


진보 세력이 어차피 마이너이고 부동산과 코로나로 불만이 가득한 이들이 많은 상황에서 집권 세력이 차기 대선에서 필승하리라는 보장이 전혀 없다. 진보 세력에 그나마 다행인 것은 윤석열이 매일 지뢰를 밟고 다니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그가 일단 국민의힘에 들어가서 차기 대선 후보로 확정되는 순간 당차원의 이미지 메이킹과 이데올로기 논쟁을 통하여 그런 개인적 단점들은 철저히 가려지고 진영 논리에 빠지게 되면 진보 세력은 극도로 힘든 상황에 처할 것이다. 비록 보궐선거였지만 지난 서울시장 선거는 진보와 보수의 세대결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MZ세대의 분노가 작용했지만 오세훈은 57.5% 박영선은 36%를 확보하였다. 여러 변수가 작용했지만 진보 진영은 대선의 상황에서 절대로 50% 벽을 넘기 어렵다. 오로지 보수 세력만이 제대로 규합되면 손쉽게 50% 벽을 돌파할 수 있다. 다시 말하지만 한국의 보수 세력의 스펙트럼이 매우 넓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안철수가 제3지대 규합을 명분으로 대선 후보로 나서 준다면 여당으로서는 감지덕지할 노릇이 아닐 수 없다. 현 정부에 대한 불만이 고조될 대로 고조된 유권자층이 국민의힘의 후보가 아니라 안철수에 몰리는 경우 여권의 승리는 따 놓은 당상이기 때문이다. 비록 안철수의 지지율이 현재 보잘것없지만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서 볼 수 있듯이 언제든 20%대의 지지율을 올릴 잠재력이 남아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그래서 그가 이번 대선에서 독자 노선을 고수하다가 최후에 단일화를 모색한다면 20대 대통령이 그의 손에 달릴 수도 있는 일이다. 여당이나 야당이나 매우 조심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연일 안철수를 몰아붙이고 있다. 머리 조아리고 들어오라는 것이다. 어마어마한 윤석열도 허둥지둥 뛰어 들어온 마당에 지지율도 미미한 안철수가 뭘 믿고 버티냐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이준석이 실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는 언제든 터질 수 있는 폭탄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재명이 강력한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지만 개인적 단점으로 지지율 30%대를 넘는 것이 지난한 일이 되고 있다. 이낙연도 한국의 정치 지형에서 전라도 출신의 핸디캡을 극복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진보와 보수는 묘하게도 주택보유율과 비례한다. 2019년 기준 한국의 가구주택소유율은 56.3%이다. 2018년에 비해 겨우 0.1%p 증가하였고 앞으로도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런데 이 56.3%는 보수 지지층과 절묘하게 일치한다. 진보인 사람도 집을 소유하는 순간 보수가 된다. 집이 없는 약 44%의 가구는 진보일 수밖에 없지만 말이다. 물론 모든 무주택자가 진보 진영 지지자는 아니다. 그리고 특히 요즘은 무주택자들의 분노가 심하여 진보를 떠나는 실정이다. 그러나 우연히도 주택 소유자의 비율과 보수 지지율이 상관관계가 있다.


그렇다면 단순히 생각해서 집을 소유하기보다는 거주하는 개념이 정착된다면 진보 진영에 대한 지지가 확립될 수 있을 것인가? 꼭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이 주택에 관하여 소유보다는 거주 개념을 정착시켜왔지만 10년 전부터 보유에 대한 욕망이 강화되면서 독일 주택 가격 상승률이 한국을 앞지르고 있는 상황이며 보수당에 대한 지지는 변함이 없다는 사실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주택 보급률과 보수의 상관관계는 좀 더 학문적 연구가 필요하다. 


그러나 인간이 본능적으로 지닌 재물욕 가운데 으뜸이 주택 마련이고 특히 주택은 한국인의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절대적인 상황이라 일단 유주택자가 되는 순간 집값 상승을 바라는 차원에서 인플레이션을 선호하고 세금을 줄이고 국가 간섭이 감소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는 전형적인 보수적 사고방식이다. 반면에 무주택자들은 국가가 강력한 법과 제도를 통하여 주택 보급을 극대화하여 집값을 억누르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래서 국가의 강력한 정책을 지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한국에서는 정부가 집값을 잡는 데 실패하여 전통적인 진보 세력인 무주택자들이 더욱 분노하고 유주택자들은 집값 상승에는 침묵하며 세금을 올리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이런 차원에서 현 정부는 문자 그대로 사면초가에 처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정부로서는 다른 대안이 없다. 전 세계와 비교해 볼 때 한국의 집값 상승률은 높은 편이 아니기에 아직도 상승 여력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정부는 강력한 조세정책으로 집값을 억누르고자 하지만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집값 상승은 통화 증발에 따른 세계적인 추세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인플레이션이 온다면 금리 상승으로 일시적인 부동산 경기 침체가 오겠지만 결국 실물의 대표격인 부동산은 장기적으로는 상승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재에 밝은 무주택 MZ 세대가 무리를 해서라도 집을 마련하려고 애쓰고 있는 것이다.


다시 안철수로 돌아가자. 이렇게 부동산 때문에 고전적인 진보 세력인 무주택자들마저 정부에 등을 돌리기 시작한 상황에서 안철수가 제3지대의 후보로 나선다면 뜻밖의 폭발력을 보일 가능성이 없지 않다. 그리고 그 힘은 여야 모두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물론 안철수는 절대로 당선되지 못하지만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보여준 대로 판을 크게 흔들 힘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대선 정국이 더욱 재미있어지기에 관심을 끊을 수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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