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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Lee Aug 06. 2021

윤석열과 최재형의 동반 추락을 안타까워해야 하나?

개인에 대한 충성과 애국가 논란을 유감으로 생각한다


        

윤석열 사람을 자처하는 정진석이 국민의힘 당대표인 이준석을 향해 ‘경선 주인공은 후보들이지 당 지도부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단다. 그러자 이준석은 ‘적반하장’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정진석은 ‘멸치, 고등어, 돌고래’ 운운하며 체급에 따라 대우가 달라야 한단다. 근데 정작 윤석열은 ‘사람이 아니라 조직에 충성한다.’는 말로 뜬 사람 아니던가? 정진석이 기억상실증에 걸렸나? 아님 윤석열이 그냥 해본 소린가?     


흔들거리는 얼굴, 건들거리는 걸음걸이, 쩍 벌린 다리는 신체적으로 모자라는 부분이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 비판에 대한 대응이 기르는 개의 다리를 벌린 사진과 고양이와 베개를 나란히 하고 누운 사진을 올리며 ‘아빠’ 타령을 하는 것이 고작이다. 게다가 ‘120시간 노동’, ‘민란’, ‘부마항쟁과 이한열’, ‘부정식품’, ‘페미니즘과 출산’ 논란도 모자라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무유출’ 발언으로 망언 시리즈를 이어가면서도 모두 남 탓이다. 실망은 지지율과 직결되어 한국갤럽이 8월 3일부터 5일까지 실시한 조사에서 윤석열은 19%로 추락했다. 3월 11일 24%대로 급등한 이후 처음으로 10%대로 주저앉았다. 특히 서울에서 지난달보다 12%p 떨어져 16%에 머물렀다.


그러나 그의 절대 지지층, 곧 TK(35%), 60대 이상(32%), 보수층(38%)은 변함없는 윤석열이라는 개인에 대한 충성을 보이고 있다.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박근혜로 면면히 이어지는, 적어도 30%대 초반의 이 절대 지지층의 성향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특이한 것은 이재명에 대한 지지율은 1%p 상승한데 그쳤으나 그동안 한 자릿수에 머물던 이낙연이 11%로 무려 5%p 상승하는 저력을 보인 사실이다. 10%대 지지율을 보인 것은 5개월 만이니 이낙연으로서는 새로운 희망을 가질 만하겠다.    

 

정진석은 TK 지역의 60대 이상 보수층을 굳게 믿고 멸치, 고등어, 돌고래 운운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나라 속담에 잔 매에 장사 없다고 하였다. 아무리 사소한 실수도 반복되다 보면 결국 큰 작용을 하기 마련이다. 지난 6월말 대선 출마 선언 이후 윤석열 아내의 ‘쥴리’ 관련 발언 이후 스스로도 좌충우돌식 언행으로 화를 몰고 다니더니 이제 그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모양이다. 정진석은 겉으로 보이는 몸집으로 세력을 비유한 것으로 보이는 데 만약 언행을 놓고 윤석열이 멸치, 고등어, 돌고래 가운데 무엇인지 맞추어보라 한다면 동일한 답이 나올지 이제는 장담하기 힘들 것 같다. 세 가지 가운데 없다면 4번으로 꼴뚜기 한 마리 추가할까? 4번이 정답인 문제가 많으니 말이다. 그럼 국민의힘은 어물전이 되겠나?     


아무리 어물전이라고 해도 조직은 조직이다. 그런데 조직에 충성한다고 큰소리친 윤석열의 입당 후 행보가 괴이하다. 좌충우돌하더니 기어코 그는 지금 확진자 접촉으로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야당 의원들에게 인사한다는 핑계로 방역수칙을 무시하고 의원실을 맘대로 돌아다닌 결과이다. 잘못하면 야당 국회의원 전원이 자가격리에 들어가야 할 판이 되었다. 이러한 안하무인의 멋대로 행보가 과연 멸치, 고등어, 돌고래, 그리고 꼴뚜기 가운데 무엇을 닮았는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잘 모르겠다. 국회사무처 직원들이 강력하게 만류해도 자기 멋대로 돌아다닌 결과인데 자기만 집에 누워서 고양이와 아빠 놀이를 하고 있다니. 국회라는 공적 조직은 관심 없고 고양이라는 사적 ‘가족’에는 애틋한 모양새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 최재형이 언론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경북 구미의 박정희 생가에 가서 그 영정에 분향하면서 일련의 발언을 쏟아냈다. 박정희가 ‘오늘날 대한민국의 번영이 있게 했다.’고 하더니 내친김에 국민통합을 위해 박근혜를 사면하란다. 대선 출마 회견에서 아직 아마추어이니 봐달라고 할 때 이미 기가 막혔는데 이쯤 되니 막가자는 것으로 보인다. TK에만 잘 보여도 30%는 먹고 들어간다는 것인가?  

   

그런데 그전에 이미 애국가로 설화를 불러일으켰다. 2019년 감사원장 공관 1층 식당에서 자기 식구들을 불러 모아 치른 설날만찬 잔치에서 애국가를 부른 모습이 찍힌 사진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논쟁이 일어난 것이다. 최재형은 먼저 공관에서 사적 모임을 가진 것에 대하여 직원을 시키지 않고 가족이 식사 준비하고 설거지까지 했으니 문제가 없단다. 그렇구나. 그래서 자신 있게 ‘그렇게 분별없이 행동하지 않았다.’고 큰 소리를 치는구나. 최재형의 공사 구분의 수준이 이 정도구나.    

  

그런데 그 사진을 보니 모두 가슴에 손을 얹고 있다. 정말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는 장면이란다. 그리고 그 집안에서는 가족 모임에서 애국가를 4절까지 부른단다. 그리고 그 집안 며느리 4명이 이구동성으로 다음과 같이 말했단다.     


“저희 아버님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나라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걱정을 많이 하셨고, 2018년 설날 모임 때 ‘우리라도 애국하는 마음을 잊지 말자’고 하셔서 그때 저희는 다 함께 애국가를 4절까지 불렀다.” “누군가는 ‘가족 강제가 아니냐’고 비판하지만 아니다. 저희는 나라가 잘된다면 애국가를 천 번 만 번이라도 부를 것이다.”   

  

아버님이라고 해서 최재형의 며느리인 줄 알았더니 최재형 형제의 아내들이다. 지당한 말이다. 우리나라가 잘 된다면 나도 애국가를 천 번 만 번 부를 것이다. 진심이다. 근데 국가를 열심히 불러서 나라가 잘되는 경우가 역사에 단 한 번이라도 있었는가? 한국 말고 세계적인 차원에서라도 말이다. 그런데 그 뒤에 따라오는 말이 더 이상하다.     


“저희는 애국가를 부르는 게 부끄럽지 않다. 괴롭지도 않다. 부디 저희 아버님의 명예를 더  이상 훼손하지 말아 달라.”     


나도 애국가 부르는 것이 조금도 부끄럽지 않고 부를 때마다 가슴이 벅차오른다. 특히 오랜 외국 생활에서 국기 앞에서 애국가를 부르게 되면 목이 메고 눈물이 흘렀다. 그래서 어떤 경우에는 감정이 복받쳐서 노래를 다 못 부르고 통곡을 할 때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단 한 번도 애국가 부르는 것과 나라 잘되는 것을 연결시키고 내가 애국을 한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 그저 나라를 생각할 때마다 송구해서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내가 외국 생활하면서 행여 한국인의 이미지를 훼손했을까 봐 부끄러운 마음이 앞섰기 때문이다.


지금 국민들은 애국가 부르는 일을 탓하는 것이 아니다. 때와 장소를 가려달라는 것이다, 최재형 집안의 논리라면 아침에 기상하자마자 군대 다닐 때처럼 식구들이 모두 모여 애국가를 4절까지 제창하고 아예 국기에 대한 맹세라도 해야 한다는 말인가? 그래야 애국인가?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다. 국민들이 무엇을 비판하는지 그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 엉뚱한 대답을 하고 있다. 논리학에서는 이를 논점 부적절의 오류라고 한다.   

  

그리고 문재인 정권이 그리 싫었다면 감사원장 자리를 윤석열처럼 얼씨구나 하며 받아들인 이유는 무엇일까? 정권에 맞서 ‘투쟁’ 하지 않고 말이다. 말이 논리가 맞아야 들어주겠는데 도대체 뭔 소리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어쩌면 그렇게도 윤석열이나 최재형이나 그 나물에 그 밥일까? 태극기와 애국가로 애국을 다하는 무리를 나는 직접 목격한 적이 있다. 올해도 광복절에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광화문 광장에 나와서는 정부 욕만 하고 돈을 모아 챙기는 그 무리들 말이다.


물론 윤석열이나 최재형이나 믿는 구석이 있으니 그런 언행을 일삼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TK를 중심으로 한 수구 보수 세력... 그러나 대한민국에는 윤석열도 알고 있는 이른바 중도 보수도 있고 진보도 있고 급진 세력도 있다. 다 대한민국 국민이다. 그런데 이들을 지금 갈라치기하고 있다. 어쩌려고 저러는지. 답답하다. 외연을 확장해도 모자라는 판에 스스로 30%도 안 되는 수구 보수 진영으로 숨어들려고 한다.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행보이다. 혹시 누가 말하는 대로 윤석열과 최재형은 이중 X맨들인가? 설마... 홍준표에게 어부지리의 기쁨을 선사하려고 둘이서 이중창을 부르기로 작정했나?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그래서 답답하지만 현재의 대선 정국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흥미진진하고 하루가 더할수록 호기심이 더욱 발동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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