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Francis Lee
Jul 29. 2021
과거 있는 여자는 영부인이 되면 안 된다?
‘쥴리’ 논쟁을 신속히 끝내야 한다.
윤석열과 관련된 글은 더 이상 안 쓰고자 하는데 저잣거리에서 자꾸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니 안 쓸 수가 없다. 이것도 팔자인가?
‘쥴리’라는 화두가 점점 더 한국 사회를 시끄럽게 만들고 있다. 이런 식으로 대선까지 갈 모양이다. ‘열린공감TV’에서 양재택의 모친과 인터뷰한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윤석열 측은 ‘패륜 취재’, ‘사실무근’, ‘인격 말살’ 등의 표현을 써가면서 ‘가장 강력한 법적 조치’를 예고하였다. 양재택은 자기 모친이 ‘치매’라는 극언까지 하며 반박에 나섰다. 하도 기가 막혀 없는 시간을 내어 열린공감TV를 찾아 그 인터뷰 부분을 들어보았다. ‘치매’... 나는 의사가 아니니 판단을 유보하겠다. 다만 90세가 넘은 분이 아직도 현업 점술가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에 호기심이 더 발동하게 되었다. 호칭은 ‘보살’.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불교 계통으로 점집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이 분도 그런 계통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사주를 아는 분이네. 더욱 궁금한 분이다.
그런데 이렇게 한국 사회가 ‘쥴리’로 소란한 사이에 미국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소식이 들려왔다. 한국계 의사와 결혼한 미스 USA 출신 백인 여자가 혼전에도 성매매를 했고 혼인 후에도 성매매를 지속했다는 사실이 발각되어 이혼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돈이 부족해서 한 일이 아니다. 의사 남편이 넉넉한 돈을 주었음에도 자신의 몸을 팔아 더 많은 돈을 벌었다. 전후 사정을 보니 돈이 다가 아닌 것 같다.
이른바 ‘쥴리’나 미스 USA 출신 여자나 자신의 몸과 성을 상품으로 시장에서 매매하여 ‘불법적인’ 이득을 본 것에 공통점이 있다. 사실 성매매는 인류 역사와 더불어 가장 오래된 ‘직업’에 속하는 것이다. 그래서 동서양의 차이가 있을 수 없다. 그런데 과연 이 창녀 행위를 어찌 판단할 것인가? 여기에 더해 오랜 질문이 다시 떠오른다. 창녀 사주가 있는가?
여성가족부가 서울대 여성 연구소에 의뢰해 출간한 ‘2010 성매매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을 상품으로 매매하는 사람이 한국에서도 27만 명 가까이 된다. 우리나라의 1년 출생아와 맞먹는 엄청난 숫자이다. 성매매 산업 규모는 6조 6천억 원으로 추정되었다. 비교하자면 2010년 영화 산업 매출액이 1조 2천억 원이었다. 영화 보는 것보다 6배나 되는 돈이 성매매로 오가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11년 전 조사이니 지금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27만 명의 여자가 다 창녀 사주를 지닌 이들일까? 그리고 직업적인 창녀로 살지 않는 여자들은 창녀 사주가 아니어서 ‘정상적인’ 가정을 꾸미고 ‘떳떳하게’ 살고 있는가? 사주로 보면 꼭 그렇지 않다. 창녀 사주라도 올곧게 사는 여자도 있고 창녀 사주가 아닌데도 몸을 헤프게 놀리는 여자도 있다. 왜 그럴까? 한 마디로 사주가 다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뉴스를 더 검색해 보니 하태경이 ‘의혹 제기를 빙자한 친문의 막가파식 인권침해, 문 대통령이 나서서 막아야.’라는 제목의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근데 내용을 보니 하루아침에 저잣거리에서 널리 회자되는 이른바 ‘쥴리 벽화’에 관한 글이다. 그런데 제목이 참 고약하다. ‘쥴리’와 ‘친문’이 무슨 관계라는 말인가? 그래서 링크한 것을 보니 “‘예술이다’ 윤석열 아내 비방 ‘쥴리 벽화’에 친문이 말했다”라는 제목의 파이낸셜뉴스 기사를 보고 적은 글이다. 그런데 인용한 파이낸셜뉴스의 기사가 원래 고약하다. 분명히 현장 취재가 아니고 인터넷을 뒤져 작성한 기사인데 ‘쥴리 벽화’에 대한 이른바 ‘친문 성향 커뮤니티 누리꾼’들의 댓글 5개를 인용하고는 마치 모든 친문이 같은 반응을 한 것처럼 작문을 하고 있다.
파이낸셜뉴스라. 사시가 ‘모나지 않은 정론, 기업과 함께 성장, 기독교 사랑 구현’이다. 역시 그렇군. ‘기독교’... 아멘이다. 발행인이 전재호인데 2000년 설립 때의 원래 주인인 넥스트미디어의 조희준에게 주식과 부채를 넘겨받아 2002년부터 주인이 된 자다. 돈이 궁했나. 2007년에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의 공갈 등으로 기소된 적도 있는 자다. 결국 돈은 받았지만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를 받아냈다. 원래 군소 언론사가 돈이 궁하니 이런저런 돈 문제에 휩쓸리기 마련인데 예외가 아니었나 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자. 이 글에서 하태경은 다음과 같은 뜬금없는 질문을 한다.
“‘과거 있는 여자는 영부인이 하면 안 된다’ 이런 몰상식한 주장을 민주당의 이름으로 하고 싶은 겁니까?”
흠... 도대체 ‘쥴리 벽화’에 ‘친문’을 끌어들인 논리도 해괴한데 거기에 더해 민주당이 ‘과거 있는 여자는 영부인이 하면 안 된다’는 ‘몰상식한 주장’을 한단다. 역시 파이낸셜뉴스를 뛰어넘는 정치가다운 어법이 아닐 수 없다. 상식적인 학문적 논리를 뛰어넘는 정치 논리. 이 정도 말발이 있어야 국회의원이 되나 보다.
‘민주당’이 ‘과거 있는 여자는 영부인이 하면 안 된다’고 주장한 근거를 묻고 싶은 생각도 없다. 어차피 논리로는 안 되는 일이니 말이다. 그래서 여기서는 뜬금없지만 과연 ‘과거 있는 여자’가 무엇인지 분석해보자.
우리가 흔히 말하는 ‘과거 있는 여자’는 누구인가? 상식적으로는 결혼을 앞두거나 이미 한 여자가 과거에 남자 경험이 많은 것을 일컫는 말이다. 그리고 이는 단순히 여러 남자와 성관계를 맺은 것에서 더 나아가 아예 직업적으로 자기 몸을 상품처럼 시장에 내놓아 매매하면서 금전적 이득을 취한 경우를 포함한다. 한마디로 창녀로 살았던 과거가 있는 여자를 말한다. 그런데 사주의 세계에서 보면 창녀 사주를 타고난 여자가 분명히 있기는 하다.
자평명리에서는 고전적으로 명식에 비겁과 식상이 과다하고 수기가 중중 하면 일단 창녀 팔자라고 판단한다. 그리고 원래 관살 혼잡을 창녀 팔자의 전형적인 특징으로 보는데 21세기 들어와서는 꼭 그렇지는 않다. 여자가 결혼 전에 여러 남자를 자유롭게 사귀며 성관계를 가지는 것이 더 이상 큰 흉이 되는 것은 아닌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자랑이 될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앞에서 말한 대로 창녀 사주의 특성을 갖추었다고 해서 모두 다 창녀로 사는 것은 아니다. 창녀 사주를 타고났음에도 번듯한 집안에 시집가서 큰 문제없이 자식 놓고 ‘잘’ 사는 여자들도 많다. 그런 경우의 사주를 놓고 자평명리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치열하게 연구를 한다. 그리고 나름 전후관계를 파악하여 논리적 귀결을 내놓는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결론은 사주가 다가 아닌 것이다. 아무리 창녀 팔자라도 맘을 곧게 먹고 심신 수양을 하면 도덕적으로 흠결 없는 삶을 살 수도 있다. 운칠기삼이라서 후천적 노력이 다가 아닌 것으로 보여도 마음 수련을 하고 재물 욕심을 버리면 마치 여우가 100일 기도 후 사람이 되는 이치대로 사람의 팔자가 바뀔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타고난 팔자를 고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터. 게다가 재물과 허영에 한 번 눈이 어두워지면 말릴 수가 없는 법이다.
예를 들어보자
己己戊辛
巳丑戌酉
평범한 집에서 태어나 나름 열심히 공부했지만 가세가 기울자 30대에 접어든 신축 대운에 몸을 파는 직업에 빠져서 돈을 많이 번 여자이다. 기축 일주에 비겁이 중중하고 식상 짱짱하다. 게다가 윤리도덕적인 기준이 되는 관성이 전무하다. 당연히 남자를 그리워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수기가 부족하니 흔한 화류계에 빠질 사주는 아니라서 고급 창녀가 된 사람이다. 그리고 이 여자는 결국 결혼도 하였다. 타고난 창녀도 결혼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주다.
다음 예를 들어보자.
壬丙戊壬
辰申申子
병화가 넘치는 수를 감당하지 못한다. 관살 혼잡이다. 수가 중중 하면 창녀 사주인데 그 수가 하필 관성 남자인 것이다. 그러니 늙은 남자 어린 남자 가리지 않는다. 게다가 편재를 깔고 있으니 몸 팔아 일확천금을 꿈꾸는 전형적인 창녀 사주이다. 그 사주대로 살았다.
그런데 ‘정상적’으로 관인이 짱짱해도 힘들게 사는 사주도 있다.
丙己己甲
寅巳巳寅
비겁이 인성의 힘을 받아 힘이 있지만 식상이 전무하다. 정관이 과다하니 남편 자리가 불길하다. 그러나 인성이 강하니 크게 도리에 어긋날 수는 없어 보인다. 창녀 사주와는 거리가 멀다. 전형적인 관인 상생의 귀한 사주이다. 그럼에도 혼전 임신에다가 도저히 정상적인 혼인을 할 수 없는 사람과 주변의 엄청난 손가락질을 받아가면서도 결국 결혼을 했다. 그리고는 결국 자식 여럿 낳고 번듯하게 잘살았다. 창녀보다 더 심한 욕을 먹었음에도 말이다.
역시 사주가 다가 아닌 것이다.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자. 과거 있는 여자가 영부인이 되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는가? 특히 서양에서는 혼인 경험이 많은 여자. 남자관계가 복잡한 여자, 주변의 손가락질을 받는 혼인을 한 여자도 잘만 영부인이 된다. 21세기에 유행이 되어버린 성적 자기 결정권이 개인의 인권에 속하게 된 시대에 남자를 10명을 사귀든 20명을 사귀든 개인의 자유 아닌가 말이다.
그러나 자신의 몸, 자신의 성을 자발적으로 상품으로 시장에 내놓고 매매하는 ‘창녀’가 된다면 문제가 된다. 이는 인간의 존엄이라는 근원적인 가치를 모독하는 일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상품이 아니라 인격체이다. 그래서 칸트가 말한 대로 인간은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물질적 이익에 눈이 어두워 스스로 인격을 저당 잡혀가며 몸을 상품처럼 파는 ‘창녀’는 개인이 아니라 사회적인 악이 되는 것이다.
물론 먹고살기 위해 최후의 수단으로 몸을 파는 창녀는 예수도 용서했다. 그러나 물욕에 눈이 어두워 자기 몸을 상품처럼 시장에 내놓고 흥정과 거래의 대상으로 삼고 거기에서 이득을, 특히 불법적인 이윤을 추구한다면 법과 더불어 윤리도덕적으로 도저히 용서받을 수 없는 죄를 짓는 일이고 이는 단죄받아 마땅하다.
아무리 21세기의 페미니즘과 포스트휴머니즘의 시대가 되었다고 해도 근원적이며 공동의 자신인 인간의 인격은 침해당해서는 안 된다. 그 인격을 파탄시키는 가장 큰 죄가 내 몸뚱이 내 맘대로 놀려 잘 먹고 잘살아보겠다는 언행이다. 그 몸은 맘대로 사고 팔 수 있는 내 물건이 아니다. 몸은 소유의 수단이 아니라 인격적 존재의 목적 자체이기 때문이다. 곧 몸은 인격적 존중을 받아야 할 존엄한 존재이다. 그런데 '쥴리'가 그 몸을 가지고 거래를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쥴리’에 대하여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현재 한국 사회에서 ‘쥴리’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논란은 단순히 ‘과거 있는 여자’의 ‘개인적 문제’로 치부할 수 없다. 더구나 그 ‘쥴리’ 사태가 차기 대선을 노리는 사람과 관련이 된다면 말이다. 그래서 이러한 상황에서 윤석열은 결자해지의 자세로 ‘쥴리’라는 화두를 둘러싼 논란을 신속하게 정리해야 마땅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