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Francis Lee
Jul 20. 2021
윤석열의 추락에는 날개가 없다.
120시간짜리 당근의 퇴로는 무엇인가?
윤석열이 빠르게 붕괴되고 있다. 이미 그의 몰락이 사주에 나와 있어 새삼스럽지도 않아 더 쓰고 싶은 마음도 솔직히 없다. 그러나 120시간 이야기를 듣고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기에 몇 자 적어 본다.
윤석열은 19일 자 매경에 나온 인터뷰에서 정부의 주 52시간 근무제도를 비판하면서 “게임 하나 개발하려면 한 주에 52시간이 아니라 일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이후에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당연히 온 사방에서 공격을 받고 있다. 그런데 일단 정황으로 보면 일시적인 실언이 아니다. 지난 8일 개최된 ‘창업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스타트업 현장 간담회’에서도 윤석열은 같은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가 말한 것을 옮겨 본다.
“업이 최고로 발전한 미국은 자유로운 고용 시장이 큰 역할을 하지 않았나. 주 52시간제나 해고의 엄격성 등이 스타트업이 커가는 데 발목을 잡거나 그런 것이 있느냐.”
지난번에 쓴 글에서도 지적했지만 윤석열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자본주의는 신자유주의 곧, 고삐 풀린 망아지 같은 천민자본주의 사상이다. 그것을 그럴듯한 ‘자유민주주의’라는 단어로 포장하고 있다. 그 원조가 영국의 산업혁명기 자본주의이고 여전히 유럽의 소수 정당인 자민당 수준에서 주장되는 이데올로기인 신자유주의를 차기 대통령이나 하겠다고 설치는 자가 들고 나오고 있다. 처음에는 그가 극보수 친기업적 마인드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주장하는 것으로 생각했으나 ‘주 120시간 노동’ 발언을 보고 나서는 공정과 정의에 대하여 아무 생각이 없는 사람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현재 한국 정부가 채택한 주 52시간 근로 기준은 OECD 회원국 평균 노동 시간을 상회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자타가 공인하는 선진국이다. 38개 선진 회원국의 국가 경제력을 비교해도 상위에 속하는 나라이다. 그런데 노동시간은 OECD 평균인 연간 1,726시간보다 241시간 많은 1,967시간이다. 2,137시간을 일하는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노동 시간이 많다. 그런데 멕시코를 기준으로 해도 주 41시간이다. OECD 평균이 주 33시간이니 주 52시간이면 이미 평균의 58%나 초과하는 시간이다. 그런데 120시간이라도 마다하지 않겠단다. 이미 조국을 비롯한 많은 이들이 계산한 대로 일주일 내내 쉬지 않고 일해도 하루 17시간이다. 주 5일 근무제를 적용하면 하루 24시간이다.
잘 알려진 대로 천민자본주의가 극에 달하던 산업혁명기의 영국에서도 주 90시간 나치의 유대인 수용소에서도 주 98시간을 지켰다. 주일은 주님의 날이니 반드시 쉬었으니 각각 하루 15시간 내지 16시간을 노동한 것이다. 그런데 120시간이면 주일을 쉰다고 해도 하루 20시간... 더 이상 말을 말자. 보나 마나 조금 있다가 자신의 본의가 왜곡되어 전달되었다고 하겠지. 그러면서 분기탱천하는 모습을 보이고. 혹시 짜고 치는 고스톱?
윤석열이 6월 29일 대선 출마, 아니 자신의 말하는 정계 입문을 선언한 지 채 얼마 되지도 않아서 아내인 김건희가 X파일에 담긴 ‘비밀스러운’ 내용을 스스로 터뜨리고 나서부터 추락의 길을 걷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이미 20%의 벽을 뚫고 하강 중이다. 이제 어디로 더 내려갈까 궁금하지도 않다.
이제 와서 국민의힘에 들어가는 것은 그의 자존심을 무너뜨리는 일이다. 만약에 그래도 들어간다면 꽃가마는 고사하고 홍준표를 비롯한 대항마들의 융단폭격을 받게 될 것이다. 이준석도 이제는 그를 비빔밥의 ‘당근’ 정도로 부르고 있는 실정이니 그의 보호막은 사실상 없어졌다. 간을 보다가 결국 대세를 놓친 안철수의 길이 열린 것인가? 그렇지 않다. 안철수는 자기 돈이라도 많지만 윤석열은 아내가 가진 돈이 전부다. 그것도 정치가로서는 푼돈인 70억 정도다.
이제 윤석열에게는 장렬하게 산화하는 길만 남았다. 그러나 정치 선언 이후 그가 일관되게 보여준 헛발질을 보아서는 발할을 향하는 지그프리드의 영웅적 죽음과는 거리가 멀 것으로 보인다. 날개의 털이 이미 다 뽑혀 빈약한 치킨 윙이 노출된 형국이니 말이다. 이제 와서 살겠다고 그 털 없는 치킨 윙을 펄럭거리면 더욱 초라해질 뿐이다.
그러나 여전한 그의 언행을 보니 우중문처럼 고집을 피우며 을지문덕 장군의 충고도 흘려들을 기세다. 어쩌면 좋을까? 여기까지 보니 사주가 무섭다는 생각이 다시 든다. 허신을 쓰는 사주는 전실(塡實)이 들면 오히려 화를 자초하게 되는 법이다. 그동안 자신의 노력과 실력이 아니라 순전히 운으로 곧 다른 이들의 도움으로 잘 먹고 잘 살아왔다는 진실을 깨닫고 적절한 시기에 을지문덕 장군의 충고대로 물러났어야 마땅했다. 윤석열이 지금까지 보인 행보의 일관된 특징은 실기, 곧 늘 타이밍을 놓쳐왔다는 것이다. 발표 타이밍, X파일 대처 타이밍, 국민의힘 입당 타이밍. 그러니 이제 스스로 물러나는 타이밍도 놓칠 것으로 보일 정도이다.
그러나 이렇게 윤석열이 질질 끌며 천천히 추락하는 것을 바라는 이들도 상당히 많을 것이다. 여전히 그를 지지하는 골수 수구 세력이 최소한 20% 정도는 되니 윤석열이 그들을 믿고 끝까지 버텨준다면 야권은 자멸하게 될 것이니 말이다. 이야말로 여당으로 봐서는 꽃놀이 패가 아니던가? 아니면 이미 축에 걸린 상대방의 대마가 서서히 죽음을 향해 가는 모습을 즐기는 형국만큼 바람직한 것이 어디 있을까? 검찰총장 시절 당당한 체구로 파죽지세로 정부를 몰아치던 그 윤석열의 기세가 이미 먼 옛날의 전설 속의 이야기 같다. 어쩌다 이리되었을까?
그런데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120시간 주장이 혹시 패배가 확실한 바둑을 거두기 위한 고의적인 악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바로 자기 자신을 상대로 하는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말이다. 아무리 고시를 9수를 한 머리라고 하지만 초딩도 아닌 윤석열이 120 나누기 5도 못 할까? 그럴 리가 없다. 이미 김건희가 ‘쥴리’를 언급하고 박사학위를 내세운 순간 물러날 때가 되었다는 것을 감각적으로 알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지율이 35%까지 이르니 어쩐지 그 모든 모순적 상황을 쾌도난마 식으로 검찰 시절에 하던 대로 단칼에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이 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후 전개되는 상황이 꽃가마와는 멀어지는 것을 보고 돌을 던질 곳을 찾다가 의도적으로 악수를 둔 것으로 보인다는 말이다. 그러지 않고서야 천하의 윤석열이 이 정도의 자충수를 둘리가 없지 않은가? 혹시 120시간 또는 120일 후에 내려간다는 암시인가? 일진을 보자. 19일이면 乙未월 戊辰일. 토다금매라. 게다가 사실 화를 용신으로 쓰는 사주이니 정신이 없었나 보다. 오늘은 己巳일. 다시 힘을 좀 받나? 未月이면 지장간에 丁火가 있으니 그나마 힘을 받는데 곧 辛酉 금, 亥子 수가 들어온다. 얼마 안 남은 것 같다. 이르면 다음 달 아니겠나? 늦어도 찬 바람 불기 전으로 보인다.
아무튼, 오세훈으로 세를 과시한 남성 MZ세대가 윤석열이 추락한 뒤에 누구를 밀까? 흥미가 발동한다. 이재명과 이낙연은 여당인 데다 꼰대 세대이니 저절로 그리로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다. 아무리 맘 가는 대로 행동한다는 MZ라 해도 명분이 있어야지. 뭔가 당근이 필요하다. 나머지 대선 주자들의 포석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