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Francis Lee Jul 09. 2021

이준석의 포퓰리즘을 분석해 본다.

양성 평등과 통일을 포기하는 것이 젊은 정치가의 패기인가?

원래는 요즘 핫이슈가 되는 김건희의 사주를 분석해보려고 했으나 너무 민감한 시기라서 다음을 기약한다. 한마디만 한다면 윤석열의 운명은 전적으로 김건희에 달려 있다고 하겠다. 김건희의 사주를 ‘종살격’으로 보면 말이다. 암튼 두고 보자. 한마디 더 하자면 종살격 여자의 경우 피상적으로는 그 팔자가 100% 남자에 달려 있다. 흔히 말하는 ‘여자 팔자 뒤웅박 팔자’인 것이다. 그러나 그 바가지 안에 담겨 있는 것은 바가지에 구멍이 나면 새기 마련이다. 그래서 종살격 여자는 겉으로는 남자에 철저히 종속된 삶처럼 보이지만 역설적으로 그 본질에서는 남자의 팔자가 그 여자에 달려 있게 된다.


우리의 태극기에도 잘 나와 있듯이 원래 동양의 음양오행론이라는 것이 음이 양이 되고 양이 음이 되는 이치를 말해주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현재 여당이 윤석열 자신이 아니라 그의 아내인 김건희를 치고 나가는 것은 전략적으로 효율이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윤석열 측이 반성은 고사하고 여당의 대권 주자들의 논문도 검사해보자는 물귀신 작전으로 나오는 것을 보니 더욱 그런 확신이 든다. 암튼 이 이야기는 다음에 하자.    

 

오늘은 이준석의 행보를 분석해보기로 하자.     


어제는 여가부를 없애자고 하더니 오늘은 통일부를 없애잔다. 확실히 이준석은 사주에 나타난 대로 잔머리를 잘 굴리는 사람이다. 결국 오세훈을 당선시키고 이준석을 강력하게 밀어준 MZ세대, 그것도 20-30대 남성들의 표심을 자극하겠다는 말이겠다. 


최근 글로벌리서치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20대 남성의 44.9%가 국민의힘을 지지한단다.  지난 2월에만 해도 겨우 17.4%만이 국민의힘을 지지하고 28.8% 정도가 민주당을 지지했던 것이 비하면 급격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이제는 남자의 마음은 갈대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이에 비해 20대 여성의 국민의힘 지지율은 1%대로 주저앉았다. 그러나 2월에도 6%대였으니 절대 수치로 보면 충격은 아니다. 20대 남자들의 인기가 20대 여성들의 혐오를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으니 밑지는 장사가 아니다. 그러니 계산이 딱 나올 법도 하다.  여가부야 진작 군대 다녀온 남자들만이 아니라 군대 문 앞에도 안가본 MZ세대에게도 원수가 된지 오래된 부서 아니던가? 그런데 국민의힘에서 군대 근처도 안 가본 남자 정치가들이 이런 남자들의 분노를 자극하는 포퓰리즘에 몰두하는 모양새이다. 어찌 되었든 여가부와 통일부 폐지는 당연히 MZ세대에 큰 호응을 받을 것이다. 여러 설문 조사와 학술 연구의 결과가 말해주는 대로 말이다.

    

2020년 10월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이 주최한 세미나의 결과를 보면 국민의 절반만이 통일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전혀 필요하지 않다고 대답한 이들도 25%나 된다. 국민의 4분의 1이 통일을 전혀 바라지 않는 것이다. 특히 20대의 경우 34%만이 통일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이는 2018년의 53%에 비하여 크게 줄어든 수치이다. 그리고 통일의 이유도 과거에는 한민족이니 통일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루었으나, 이제는 전쟁을 하기 싫어서 통일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민족적 일체감은 희석되고 실용주의적 이해타산이 앞서는 집단의식이 확산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의식의 변화를 이준석을 정확히 읽어낸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다고 해서 통일부 자체를 없애고 이 업무를 외교부가 담당해야 하냐는 것이다. 더구나 여가부를 없애면 대신할 부서는 무엇이라는 말인가? 정치가는 인기로 먹고사는 연예인과 마찬가지의 직종에 종사하니 여론의 추이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가수나 배우는 인기가 식으면 모아 놓은 돈으로 집 사고 집 자랑하며 살면 그만이지만, 정치가의 언행은 국가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니 포퓰리즘에 집착하는 정치가들은 현명한 시민의식으로 걸러 낼 수 있어야 하는 법이다.     


여성가족부는 영문명칭이 Ministry of Gender Equality and Family이다. 한글 명칭과는 어감이 다르다. 그래서 더 문제로 보일 수도 있겠다. 그런데 부서 홈피에 들어가 업무 내용을 살펴보니 한글 명칭이 더 맞는 것처럼 보이기는 한다. 곧 여성의 지위 향상과 권리 증진, 다문화 가정 보호, 청소년 복지 증진, 여성 청소년에 대한 폭력 방지가 이 부서의 주요 임무이다. 가족 가운데 남자, 가장, 노인의 권리와 지위 향상에 대한 내용은 전혀 없다. 편향되었다는 비난을 들을 만도 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남자, 가장, 노인은 가부장적 사회에서 기득권자이니 도울 것이 하나도 없다는 주장을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정말로 현실이 그런가? 노인 자살률이 OECD 회원국 1위인데 그 가운데 남자 노인이 절대다수를 차지하지 않는가? 40-50대 남성들의 실업 문제는 가정의 붕괴로 이어지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20대 청년들의 군대와 관련된 불이익은 ‘명백한’ 현실 아닌가? 그런데 이런 남성들의 권익 보호를 위한 부서는 없고 오로지 여성의 불평만 들어주는, 그것도 페미니즘적인 시각으로 여성만을 위한다는 부서가 존재한다는 것이 젊은 남성들의 불만을 일으키는 것이 너무 당연한 일 아닌가? 그런데도 정부는 이들의 분노를 달래 줄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이니 차라리 여가부를 없애자는 주장이 설득력 있어 보인다. 진정한 양성 평등이라면 남성부를 만들어 성을 주제로 한 남성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고자 나서야 할 일 아닌가 말이다. 그러나 이는 비상식적인 일이다.


그래서 이준석은 복지 정책의 하위 개념으로 여성 정책을 다루자고 제시하고 있다. 여성 정책만을 다루는 데에 한계가 있어 청소년 정책도 여가부가 가져갔으나 제대로 된 정책을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비난과 더불어 말이다. 일견 일리가 있어 보이는 말이다.     


통일부도 마찬가지이다. 북한에 대하여 정성을 기울였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아니었나 말이다. 통일이 군사적 위협으로부터 대한민국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면 차라리 통일부 예산을 국방부 예산에 더하여 국가 방위를 튼튼히 하는 것이 더 나은 일 아니겠는가? 그리고 외교와 통일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한다면 효율적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이 또한 일리가 없지는 않다. 게다가 이준석이 추구하는 작은 정부론에도 부서를 줄이는 것이 그럴듯해 보인다.     


그러나 정말 이준석의 주장대로 부서 폐지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 여가부를 폐지하면 여성 차별 문제가 해결되고 통일부를 폐지하면 북한 문제가 해결되는가? 부서가 있어도 해결을 못하는 판에 부서를 없애버리면 어쩌자는 것인가? 대안도 없이 그저 MZ세대가 싫어하니 없애자니, 그럼 나중에 MZ세대가 게임부를 만들자고 나서면 만들 기세이다. 과거 이준석이 방송이나 유튜브에 나와 문자 그대로 ‘맘대로 떠들던’ 시절에는 얼마든지 개인의 의견을 맘대로 제시할 수 있었다. 지금도 대표직에서 물러나면 그래도 된다. 대한민국은 표현의 자유가 헌법으로 보장된 나라이니 말이다.


그러나 명색이 제1야당인 국민의힘의 당대표이다. ‘좋아요’와 시청률과 청취율을 높이기 위해 ‘막말’을 해도 되는 처지가 그 직에서 물러날 때까지는 아닌 것이다. 물론 대통령 피선거권도 없는 어린 나이이니 철이  들었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동안 당대표로 보여준 언행만으로도 꼰대들 찜 쪄먹을 것 같으니 꼭 그렇게 보이지는 않는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야기할 때 흔히 독일과 비교를 하게 되기 마련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신생국가들 가운데 독일이 인구 규모나 분단 경험이나 경제적 발전에서 대한민국과 여러모로 견줄만한 국가이기 때문이다. 그런 독일은 분단국가 시절에 동독 문제를 어찌 다루었을까? 그리고 여성 차별은 어떤 부서에서 관장하는가? 이를 참조하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보수당인 기민당(CDU)의 아데나워 정권 수립 시기인 1949년부터 전독일문제부(Bundesministeriums für gesamtdeutsche Fragen)를 설치하여 동독 문제를 다루었다. 사실 아데나워가 극단적인 반공주의자였기에 동독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아서 이런 명칭을 부여했다. 그러다가 진보당인 사민당(SPD) 정권이 들어서면서 1969년에 이 부서 명칭을 양독관계부(Bundesminister für innerdeutsche Beziehungen)로 바꾸었다. 동독의 실체를 인정하고 화해를 위한 이른바 ‘동방정책’(Ostpolitik)을 추구하기 위한 부서로 업무 내용도 바꾸었다. 이 부서는 독일 통일이 이루어진 1991년에 폐지되었다. 그 목적을 완수했으니 당연한 일이겠다. 무려 42년 동안 통일을 이룰 때까지 부서가 존속되었다. 독일의 통일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닌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부 수립 때부터 정권이 보수와 진보로 번갈아 가면서 바뀌어도 통일 문제는 일관되게 한 부서에서 추진해 온 것이다. 한 나라의 정치, 정치가에게는 이런 진득한 면모가 필요하지 않은가? 호떡집에 불난 것처럼 촐싹거리지 말고 말이다.      


그런데 한국의 경우 통일부는 1998년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면서 비로소 설립되었다. 물론 그 이전에 1969년 국토통일원이 세워졌으나 북한에 대한 자료 수집 분석 수준에 머물렀었다. 안기부를 보조하는 역할에 그쳤다. 군사독재정권 시절이니 어련했겠는가? 그런데 2008년 느닷없이 이명박이 정권을 잡으면서 대통령이 되기도 전인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때부터 통일부 폐지를 들고 나왔다. 명분은 냉전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 업무를 외교통상부, 곧 지금의 외교부에 넘기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여론의 반대로 결국 실현하지 못하였다. 그래도 ‘뒤끝 작열’이던 이명박은 그 조직을 대폭 축소하여 직원이 80명인 유명무실한 부서로 만들어버렸다. 이런 역사를 보면 이준석의 통일부 폐지론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 ‘본조 꼰대’ 세대인 이명박의 정신을 계승한 것 아닌가? 한심하다. 이명박의 유령을, 아니 아직 살아있으니 유령은 아니고, 망신살을 2021년에 다시 보아야 한다는 말인가? 정신 좀 차리자.     


여가부는 어떤가? 독일에는 가정, 노인, 여성, 청년부(Bundesministerium fur Familie, Senioren, Frauen und Jugend)라는 부서가 있다. 이 부서는 아데나워 정권기인 1953년 설립되었다. 원래 명칭은 가정부(Bundesministerium für Familienfragen)였다. 모성보호를 위한 조치로 출산 전후로 한 각각 6주간의 휴가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이를 추진하는 일을 주요 업무로 삼았다. 현재 독일 총리인 메르켈도 통일 후인 1991년부터 1994년까지 가정부 장관을 역임했다. 이때 명칭도 여성청소년부(Bundesministerium für Frauen und Jugend)로 바뀌었다. 그러고 나서 1994년 부서가 통폐합되면서 명칭도 현재의 것으로 바뀌게 되었다. 그러나 부서 명칭이 여러 차례 바뀌고 통폐합이 되어도 여성 보호, 특히 모성 보호가 이 부서의 핵심 과제인 것이 변한 적이 없었다. 가정의 중심은 예나 지금이나 여성이기 때문이다. 가정의 가장 근본적인 존재 의미가 부모가 자식을 낳아 양육하며 세대를 이어가는 것 아니던가? homo sapiens sapiens라는 종이 20만 년 동안 해온 대로 말이다. 물론 가정의 개념의 외연이 확대되어 배우자도 없고 자녀도 없는 1인 가정도 가정으로 인정하는 추세이지만 말이다. 단지 20-30대 남자들이 삐져서 불만을 터뜨린다고 해서 그들의 표심을 얻어볼까 하는 수작으로 중요한 행정 부서를 없애자고 '촐싹대는' 정치가는 독일에 단 한 명도 없었다.    

 

젊은이의 패기는 가볍게 처신하는 것으로 표출되는 것이 아니다. 사회적 불의와 불공정에 대하여 분노할 줄 아는 것이 젊은이다. 그러나 강남의 아파트를 더 이상 살 수 없게 되었다고 땅을 치는 애늙은이로 넘치는 나라에서 그런 젊은이를 과연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런 애늙은이들의 분노를 이용하는 포퓰리즘에 빠져 이른바 '분노정치'에만 몰두하는 얼치기 정치가들이 날뛰는 것을 보니 희망이 없어 보인다. 특히 가볍고 천박한 언행이 마치 '젊은이'의 특권이라고 여긴다면 더욱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작가의 이전글 맥아더 포고령의 내용을 분석해 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