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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Lee Sep 08. 2021

이낙연의 헛발질을 탄식한다.

적은 밖이 아니라 안에 있다.

이낙연이 8일 의원직을 내놓겠다고 선언했다. 충청권에서의 참패 이후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습인데 뜬금없이 의원직 사퇴라니. 그 자리도 하필 광주광역시의회에서 열린 호남권 공약 발표 기자회견이다. 그러면서 한 말이 다음과 같다.  

   

“민주당의 가치,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국회의원직을 버리고 정권 재창출에 나서기로 결심했다.”

    

여기까지는 개인적 판단이니 뭐라 할 수 없다. 그런데 네거티브를 안 한다고 선언을 분명히 해 놓고 다시 네거티브를 이어간다.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가 도덕적이지 않아도 좋다는 발상이 어떻게 가능하냐. 민주당과 보수 야당이 도덕성에서 공격과 방어가 역전되는 기막힌 현실도 괜찮으냐?” “우리는 5.18 영령 앞에 세월호 아이들 앞에 부끄럽지 않은 후보를 내놓아야 한다. 민주당의 가치, 민주주의의 가치에 합당한 후보를 내놓아야 한다.”   

  

이어서 다음과 같은 말도 잊지 않았다.     


“세금을 새로 만들어 거둔 돈을 부자건 가난하건 똑같이 나누어 주자는 발상은 보편적 복지국가로 가는 길을 방해한다.” “저는 신복지로 복지국가의 길을 더 탄탄히 가겠다.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양극화를 해소하는데 제 정치 인생을 걸겠다.”     


결국, 다시 이재명에 대한 네거티브다. 뒤끝이 참 길다. 정치인 이낙연의 최대의 이점은 ‘신사’ 풍모였다. 그러나 막상 대선판에 뛰어들고 나서 보여준 모습은 ‘좁쌀영감’이다. 그러면서 계속 소탐대실을 하고 있다. 박근혜 사면 논란으로부터 시작된 그의 헛발질은 여전히 진행형인 것이다.     


말하자면 자신이 의원직을 내려놓았으니 이재명도 도지사직을 내놓으라는 신호로 보인다. 참으로 답답하다. 물론 당내 경선이 먼저이니 6명 가운데 1등을 해야 한다. 그러나 상대를 잘못 골랐다. 현재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이재명이 아니라 윤석열이다.


그런데 정작 이번 경선에서 이낙연은 이재명 때리기에만 골몰하는 모습을 보였다. 윤석열에게는 그의 전매특허인 점잖은 언급만 골라서 했다. 아마도 자신의 핸디캡을 의식하고 TK 지역으로 외연을 넓히자는 전략에서 나온 것 같다. 그러나 이는 그 자신, 그리고 특히 그를 둘러싼 참모들이 정말로 세상을 너무 모르고 있다는 방증이 되고 있다.


이낙연은 아무리 노력해도 TK의 지지를 확보할 수 없다. 박근혜 사면 사달 이후 이재명과 윤석열과 현격한 격차를 유지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아직도 모른다는 말인가? 이재명은 아예 TK 출신이다. 그리고 윤석열도 TK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이낙연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처음부터 없는 것이다.   

  

그런데 그 TK 구애 작전이 일관성이 없다. 지난번 황교익 사건에서는 느닷없이 친일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결국, 모양새를 구겨가며 사과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박근혜 사면 사달부터 시작하여 계속 자충수만을 두어 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국무총리 시절 촌철살인의 언변으로 사이다 총리의 면모를 보여주던 그의 예리함이 무뎌져도 한참 무뎌진 모습이다.     


이제 민주당 경선이 9월 12일 1차 선거인단 투표를 거쳐 25일 광주 전남 26일 전북으로 이어진다. 이낙연에게 남은 카드는 호남 지역에서 승부를 거는 것밖에는 없다. 그러나 호남 지역을 모두 가져간다고 해도 25만 표에 불과하다. 200만에 가까운 선거인단의 10% 정도에 불과하다. 더구나 10월부터는 이재명의 ‘안방’이라고 할 수 있는 인천, 경기, 서울의 경선이 이어진다.  

   

정치에서는 승자 독식의 법칙이 철저히 지켜진다. 그래서 패자의 충격과 쓰라림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인 것이다. 그러나 역사를 보면 아름다운 패자가 오히려 후대의 칭송을 받는 경우가 많다. 지저분하게 이겨서 당장 기쁨을 누리는 것도 좋지만 신사답게 져서 후대의 칭송을 받는 것을 추구하는 것도 정치가의 덕목에 속한다.   

  

물론 이낙연의 말대로 충청권에서 이재명이 54.72%로 압승을 거두었지만 ‘겨우’ 투표율 50.2%의 38,463명 가운데 과반수를 가져간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1,000여 명을 상대로 여론 조사에서도 충분히 판세를 읽을 수 있는 법인데 그보다 몇십 배 많은 사람을 상대로 평가를 받은 것을 부정한다면 매우 큰 실수를 하는 것이다.


어느 정도 선전하리라 예상했으나 큰 격차로 패배한 경우 패자는 현실을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한다. 심리적 충격이 매우 큰 법이다. 물론 그릇이 크다면 그 모든 것을 내면적으로 소화하고 다음 일을 도모한다. 그런데 현재 이낙연이 보여주는 모습은 그릇이 결코 큰 사람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한 때 잘 나갔고, 많은 사람의 지지를 받던 ‘모범적인’ 정치가가 무너지는 모습을 보는 것은 개인적으로도 가슴이 아프다. 그러나 패배했다고 해서 판을 흔들려고 한다면 그동안 쌓은 명성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지금 당장 이낙연이 해야 할 일은 소탐대실의 자세를 버리는 것이다. 박근혜와 황교익을 둘러싼 사달이 그의 ‘실수’였음을 증명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스스로 무너지게 된다. 인간의 삶을 살펴보면 늘 적은 안에 있는 법이다. 그래서 이재명이 최고의 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 이낙연에게 최대의 적은 보다 더 깊은 곳에 있다. 계속 상황 판단에서 실패하는 참모들이고 무엇보다 이낙연 자신의 마음 자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낙연은 마음을 다잡고 모든 문제의 원인을 밖이 아니라 안에서 찾아야 한다. 기왕 네거티브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으면 깔끔하게 그 말을 실천해야 한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은 어리석어 보여 쉽게 속일 수 있을 것 같지만 민중으로서 국민이 발휘하는 집단 지성을 이길 정치가는 단 한 명도 없다. 그러니 국민을 두려워하고 정도만을 가기를 바란다. 그것인 이낙연이 사는 길이고 민주 세력이 사는 길이다. 그러지 않고 소탐대실의 행로를 지속한다면 스스로 무너질 뿐 아니라 진보 진영에도 커다란 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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