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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Lee Oct 11. 2021

이재명의 앞날을 예측해 본다.

꼰대가 아니라 ‘어른’이 되는 것은 정녕 나이와 무관한 일인가?

신기한 결과가 나왔다. 이재명과 이낙연의 대선 후보 최종 결과가 50.29%대 36.50%로 나왔다. 사실 이재명이 압승을 거두었는데 이재명을 반대하는 측은 3차 국민선거인단 투표 결과만이 민심이란다. 사실 대다수가 예상한 이재명의 60%대 승리가 아닌 데다가 결선 투표에 가지 않아도 되는 조건인 과반을 겨우 0.28%p 넘긴 ‘신승’이기에 이낙연 지지자들의 아쉬움을 넘은 분노는 더욱 클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낙연 측은 뜬금없이 ‘사사오입’을 들먹이며 결선 투표를 요구한다. 이런 ‘투정’을 부리는 일에 바로 이낙연 자신이 앞장서고 있다. 그래서 나는 혹시 두 사람의 득표율 차이가 0.28%로 이낙연이 오해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했다. 결과는 분명히 50대 36인데 말이다. 그러나 아니다. 분명히 이낙연은 이대로 질 수 없으니 끝까지 해보자고 몽니를 부리고 있다. 종로구도 내던진 판이니 끝장을 보자는 심보인 것이다. 그것 참... 68세의 이낙연이 ‘신사’나 ‘어른’이 되기를 포기한 모양이다. ‘쪼잔하게’ 0.28%p를 놓고 치열한 산수를 하고 있다. 그러면서 소탐대실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참으로 안타깝다. 어디선가 소리가 들린다. “여기에 ‘꼰대’ 하나 추가요...”     


나이만 먹는다고 반드시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닌 현상을 나도 개인적으로 이미 오래전부터 목격해왔다. 그러면서 나는 ‘어른이 왜 저 모양일까?’라는 말을 수없이 되풀이했다. 그러나 막상 내가 환갑이 넘은 ‘꼰대’가 되고 보니 어른이 되는 일은 절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이만 먹는다고 ‘어른’이 되는 경우는 절대로 없다. 환갑이 넘어도 욕심은 그대로 남고 마음의 여유는 전혀 없다. 그래서 목전의 이익을 놓고 양보하고 싶은 마음이 ‘죽어도’ 없다. 이낙연이 나보다 겨우 ‘몇 살’ 많으니 내 마음과 별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마음이 맑은 사람은 곁에만 가도 향기가 나는 법이다. 그리고 멀리서 바라만 보아도 내 마음 안에도 선한 기운이 피어오르게 된다. 그러나 현재 68세의 이낙연의 ‘몽니’를 보면서 그런 느낌이 드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어른은 아이와 달리 ‘투정’을 부리지 않는다. 그리고 소수점 계산을 안 한다. 아집을 내려놓고 더 큰 그림을 볼 줄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격조 있는 어른은 아쉽고 억울한 면이 있어도 결코 몽니를 부리지 않는다.  멀리 내다볼 줄 알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승만의 불법적인 선거 사기인 사사오입 사건을 소환해가면서 결선을 치르자는 것이 이낙연의 주장이다. 그런데 그 결선에서 이낙연이 확실히 승리를 가져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 마지막 3차 국민선거인단 투표 결과로 그 이전의 모든 결과를 뒤집어버리겠다는 심산인데 큰 오산이다. 오히려 민주당 당원만으로 치르는 결선 투표에 가면 이낙연이 참패를 할 것이 거의 명확한 사실이다. 그러니 ‘어른’이자 ‘신사’로 남고 싶다면 이낙연의 선택지는 패배를 깨끗이 승복하고 깔끔한 마무리를 하는 것이다. 이전투구 끝에 지저분하게 패배하는 것보다 본인과 민주당을 위해 가장 바람직한 일이다. 앞의 글들에서 말한 대로 이낙연은 지역과 관련된 태생적 한계와 나이, 그리고 시대정신과 동떨어진 정치 감각 때문에 민주당을 대표할 대선 후보가 될 수 없다. 그런데 이의신청을 한 것을 보아서 이낙연은 신사다운 패배자가 되기보다는 지저분한 패배자가 되기로 결심한 모양이다.      

그렇다면 이재명의 선택지는 무엇인가? 원칙대로 결선을 회피하는 것이 첫째 방법이다. 그리고 이는 아무리 신승이라고 하여도 정당한 승리를 하였으니 문제가 없다. 또 하나의 선택지는 기득권을 내려놓고 나이 많은 이낙연의 ‘투정’을 나이 어린 이재명이 ‘어른스럽게’ 들어주는 것이다. 물론 위험부담이 크지만 받아줄 만한 선택지이다. 결선에서 이낙연을 이길 경우 이재명은 완전한 정당성을 보장받는다. 다만 이 경우 치명상을 입은 이낙연이 ‘원팀’에 도움이 될 기회는 사라지게 된다. 그리고 그 결과도 안 받아들인다면 이낙연의 정치 생명은 완전히 끝나게 된다. 그런데 의원직까지 내던진 이낙연을 보면 그럴 각오도 충분히 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낙연의 결선 투표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이재명의 정치적 승부사 기질을 대중이 확인하게 되어 그 신뢰도가 오히려 더 상승할 것이다.     


그러나 3차 국민선거인단 결과에서 볼 수 있듯이 투표 결과는 누구도 확신할 수 없는 법이다. 그리고 민심은 문자 그대로 바람처럼 흘러간다. 일순에 분위기가 전환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재명이 질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판단을 내릴 때 참고가 되는 것이 미래의 가능성이다. 먼저 미래의 가능성의 변수는 나이와 대중의 판단이다. 이재명은 1964년생이니 50대 중후반의 나이로 아직 ‘어리다’. 4년 후 21대 대선에 다시 나서도 60대 초반이다. 이낙연은 현재 68세이니 21대에 다시 후보로 나올 가망성이 제로다. 그래서 지금 최후의 승부수를 걸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사달이 나자 가장 기뻐 날뛰는 이들이 누군가를 보면 이 문제의 본질이 보인다. 국민의힘의 모든 대선 예비후보들은 난리가 났다. 민주당이 분열하기를 학수고대 하는 모습이다. 역대 선거를 보면 분열하는 측이 반드시 패했으니 그럴만도 하다.

 

대중의 판단은 어떤가? 3차 국민선거인단 투표 결과 이전에는 전남 광주 지역 이외에는 모두 이재명이 우세했다. 그리고 3차 국민선거인단의 결과는 모두의 예상을 벗어난 것이기에 예외적인 것이다. 거의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층이 선택한 민주당 대선 후보 적합도는 이재명이 50% 전후로 30% 전후의 이낙연을 크게 앞서고 있다. 이는 이낙연이 매달리는 3차 국민선거인단 투표 결과가 예외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그러니 이재명이 이 난국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확신을 가지고 자신이 이낙연보다 통이 큰 승부사이자 ‘어른’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방법이 가장 좋다. 그러나 정치적 인기의 바람이 누구도 예측할 수 없으니 천하의 이재명도 두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낙연의 투정을 받아주는 것이 좋다. 결선 요구를 수용하는 순간 기세가 바로 역전될 것이다. 이제 이재명의 ‘그릇’을 시험할 시간이다. 지금까지 그가 가장 비난을 받은 것은 그의 불같은 성질이었다. 그것이 정치를 하는 데에는 추진력으로 발현되었지만, 그의 ‘인격’과 관련되어서는 흠결이 되었다. 그러나 한국 정치의 전설이 되신 노무현 대통령에게서 배우면 좋겠다. 고비마다 승부수를 던져 결국 역사를 만들어낸 그분의 모범을 따르는 것 말이다.     


사실 3차 국민선거인단의 투표 결과는 일부에서 말하는 대로 역선택도 분명히 작용했겠지만 내 개인적 생각으로는 집단 지성의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이재명이 기고만장하지 않고 현실을 직시하고 마음을 가다듬고 백척간두 진일보의 심정으로 대선에 임하라는 집단 지성의 엄중한 경고인 것이다. 이재명과 그의 측근이 이러한 민심을 깨닫고 결선에 가서 단판 승부를 벌이는 것도 결코 나쁜 선택은 아닐 것이다. ‘어른’은 상대방의 요구를 들어주면서 결국 자신의 뜻을 펼치는 지혜를 발휘하는 이에게 맞갖은 호칭이다. 


그리고 영웅이 반드시 난세에 나오는 이유가 그 모든 역경을 뚫고 나갈 수 있는 ‘운’이 작용한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운은 하늘의 뜻이니 점쟁이들이 한 마디 거들게 된다. 물론 점이 다가 아니다. 그러나 그 큰 흐름의 기미는 파악할 수 있다. 그래서 율곡 같은 선현들도 대사를 앞두고 반드시 점사를 보았다. 평생 역경을 뚫고 지금의 자리에 온 이재명이니 통 크게 배팅을 해봐도 좋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그의 사주를 볼 때 명식 자체는 늘 바람 잘 날이 없지만, 대운이 매우 좋기 때문이다. 그래서 굳이 ‘王’ 자를 손바닥에 그리거나 ‘도사’의 자문을 구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걱정 내려 놓기 바란다. 

  

결국, 결단은 이낙연이 아니라 이재명이 해야 하는 것이다. 곧 칼자루는 여전히 이재명이 쥐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두고 보아야 하겠다. 정말로 정치는 관객에게 막장 드라마보다 더 짜릿한 즐거움을 주는 것 같다. 그래서 관심을 안 두려야 안 둘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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