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에서 주일은 주님의 날이다. 주님인 예수를 만나는 날인 것이다. 그래서인가? 며칠 전에 ‘천공 도사’의 깊은 가르침을 설파하던 윤석열이 성경책을 들고 주님을 찾아 여의도순복음교회를 찾은 모습이 언론에 보도되었다. 성경책 들고 교회 가서 손뼉 치며 찬송가 불렀단다. 차에서 내린 그의 손에는 성경책이 들려있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단 한 번도 들쳐보지 않은 ‘날 것’이다. 그런 책을 교회 안에서 단 한 번도 들쳐볼 기회가 없었을 것이 분명하다. 내가 나름 잘 안다고 자부하는 교회의 생리가 그렇다. 또 다른 사진을 보니 손을 맞잡고 기도하는 장면이 보였다. 그런데 이는 전혀 기독교의 기도하는 손 자세가 아니다. 기독교에서 기도는 두 손을 깍지 끼거나 손바닥을 펴서 불교의 합장하는 자세로 한다. 오늘 윤석열이 하는 손을 맞잡은 자세는 일반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구걸하는 모양이다. 게다가 그 기도하는 장면의 배경에 나온 사람들은 아무도 기도를 안 하고 앞만 바라보고 있다. 참으로 ‘뻘쭘한’ 장면이다. 궁금한 사람은 링크한 기사의 사진을 참조해보면 된다. (참조: https://news.v.daum.net/v/20211010143711417)
윤석열은 종교에 대하여 무지해서 그렇다 치자. 도대체 그 주변에 모여든 ‘똥파리’들은 이 정도로 상식이 없다는 말인가? 아마도 미신 논란이 커지니 무마해보려고 시도한 ‘연극’이라는 것을 이리 티 내는 모습을 보면서 분명히 그 ‘똥파리’ 가운데 윤석열의 파멸을 간절히 바라는 ‘X맨’이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러지 않고서야 윤석열을 이리 희화화시킬 수 없다.
윤석열에게 충고한다. 이제 성당을 갈 때 절대로 성경책을 들고 가지 말기 바란다. 신자들이 미사에 참여할 때 성경책은 절대 들고 가지 않는 법이니 말이다. 그리고 성가를 부를 때 절대로 손뼉 치지 마라. 성당에서는 손뼉 치지 않는다. 그리고 기도할 때 손을 불교에서 하듯이 합장한다. 다만 엄지손가락만 교차한다.
순복음교회를 찾아간 사연을 나는 모르겠다. 그런데 순복음교회는 이른바 오순절 교파에 속하는 교회다. 분명히 오순절이 무엇인지, 사순이 무엇인지, 대림이 무엇인지 윤석열은 전혀 아는 바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오순절 교파에 대한 설명을 간단히 하겠다.
영어로 Pentecostalism. 오늘날 오순절주의는 느슨한 개신교 교회의 연대를 의미한다. 20세기 초에 출현했으니 2000년 가까운 기독교 역사에서 가장 최근의 교파라고 할 수 있다. 이 교파의 특징은 방언과 통성기도에 있다. 사실 이런 양식은 과거 2000년의 기독교 역사에서 없었던 것이다. 미사나 예배 동안 신자가 소리를 내고 손뼉 치고 흥겨워한다는 것은 신성모독에 가까운 일이라 철저히 금기시되는 일이었다. 그런데 20세기 시대정신이 그런 경건주의적 교회의 예식에 싫증을 내는 기독교인들을 만들어 냈다. 그 출발점이 흥이 넘치는 흑인 교회라는 점에서 그 분위기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고객의 요구에 맞춤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오순절주의이다. 그런데 왜 오순절인가?
교회 역사에서 오순절은 그리스어로 펜테코스테(Πεντηκοστή)라고 하는데 예수가 승천하고 50일이 지나 그의 제자들의 모인 다락방에 신의 성령이 강림한 날을 기념하여 제정한 축일이다. 그런데 이날 왜 다락방에 예수의 제자들이 모였을까? 이 날은 원래 유대교의 축일이었다. 모세가 십계명을 받으러 시내산에 올라간 날을 기념하는 축일인 것이다. 그것을 기독교가 받아들여 오순절로 바꾸어 기념하게 된 것이다. 원래 기독교는 유대교에서 갈라져 나온 종교여서 당연한 일일 것이다. 초기 교회의 신자들은 대부분이 유대인이었으니 말이다.
사실 이 오순절 이전에 예수 제자들의 모임은 그 정체성이 모호한 상태였으나 이날 성령 체험을 한 다음 기독교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제도로서의 기독교 교회에는 매우 중요한 날이다.
왜 50일인가? 원래 유대인들은 7을 중요하게 여겼다. 그래서 이집트 탈출을 기념하는 무교절(유월절)을 지낸 지 7주가 지난날을 기념하여 샤부오트(שבועות), 곧 칠칠절로 명명한 축일을 지낸다. 이날 유대인은 처음 수확한 밀로 빵을 2개 구워 신에게 바친다. 참고로 유대인들은 날짜를 셀 때 우리나라처럼 시작한 날도 포함한다. 그래서 7x7이면 49일이지만 시작한 날을 더해 50일로 계산하게 된 것이다. 이 날은 무교절과 초막절과 더불어 유대교의 3대 절기에 속한다. 그래서 매우 중요한 날이다.
기독교라는 종교적 명칭의 기원이 된 예수 그리스도는 기독교 신자들의 신앙에 따르면 성탄절에 태어나 30대 초반에 십자가에 못 박혀 죽어 저승에 갔다가 3일 만에 부활하여 제자들 앞에 나타나 40일 동안 그들과 함께 있다가 하늘에 오른 다음 50일 만에 성령을 제자들에게 보냈다. 그래서 기독교 역사에서 태어난 날, 부활한 날, 하늘에 오른 날, 성령을 보낸 날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그 어떤 신학자도 이 네 날이 정확이 언제인지 아무도 모른다. 성탄절로 지내는 12월 25일은 전혀 예수가 태어난 날이 아니다. 원래 유럽의 동지절 축제를 보낸 날을 기독교에서 성탄절로 바꾼 것이다. 부활절도 불확실하여 교파마다 다른 날을 정해 기념한다. 오순절도 숫자를 세어 정한 것이니 다를 수밖에 없다. 전 세계 22억 인구가 예수를 믿지만 그가 정확히 언제 태어나고, 언제 죽어서 부활하고, 언제 하늘에 오르고, 언제 성령을 보냈는지를 아는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다. 그냥 각 교파의 전통으로 전해져 온 것을 믿는다. 종교에서는 역사적 ‘사실’ 보다는 ‘믿음’이 중요하니 말이다.
그런데 성탄절은 공휴일이라 기독교 아닌 사람들도 즐거운 날이고 부활절은 기독교 신자들이 가장 크게 축복하는 날이니 의미가 있지만 오순절은 왜? 그 이유는 간단하다. 지금이야 기독교가 여러 축일을 지내지만 예수의 직제자들은 그런 것에 별로 신경을 안 썼다. 축일이 의미를 가지게 된 것은 교회가 로마제국의 국교로 권력의 중심에 서게 되면서 제도화가 이루어진 이후이다. 대개 4세기경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성탄절이 처음 제정된 것도 서기 350년 율리우스 1세 로마 주교가 ‘명령’한 덕분이었다.
오순절은 약간 다르다. 이미 바울이 이 날을 기념하는 것을 강조하는 이야기가 그의 서한에 나온다. 그러나 역사가 흐른 다음 이 날의 의미는 축소되어 각 교파마다 그 중요도가 달라졌다. 그런데 이 ‘별 볼일’ 없던 오순절이 20세기 초반에 갑자기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게 된 것은 전적으로 오순절주의 때문이다. 앞에서 말한 대로 교회는 경건했다. 그러나 그것을 견디지 못하는 신자들이 나타났고, 그 요구에 순응한 성직자들이 오순절 교회를 세우기 시작한 것이다. 역사적으로 오순절 교회는 Made in USA이다. 이들은 ‘오순절’이라는 용어와 더불어 ‘사도’와 ‘순복음’이라는 용어도 애용한다. 그래서 ‘여의도순복음교회’이다.
오순절교회는 웨슬리가 시작한 성결운동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러나 직접적인 기원은 1906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활동한 흑인 목사인 시모어(William Joseph Seymour, 1870~1922)가 시작한 아주사 거리 부흥 운동(Azusa Street Revival)이다. 시모어는 그의 스승이자 동료인 파헴(Charles F. Parham, 1873~1929)의 영향으로 방언이 성령을 받은 증거라고 확신했다. 혹시 유튜브 등에서 흑인 교회의 예배 모습을 본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이 교회는 찬송가도 흥에 겨워 요란하게 손뼉 치고 춤추며 부른다. 보수적인 기독교 전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그러나 시모어가 시작한 오순절운동은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며 언론의 주목도 받았고, 문자 그대로 들불처럼 기독교 세계에 퍼져나갔다. 이교회는 성령의 은사를 무척 중요하게 여기는 데 그 표징을 바로 방언으로 확신한다. 그래서 예배가 ‘소란스럽다.’ 이 오순절교회가 일제 강점기에 북한 지역에 ‘수입’되었지만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한국전쟁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1953년 4월 8일 설립된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곧 여의도순복음교회이다.
이 오순절 교회는 성경에 일점일획의 오류가 없다고 믿는다. 그래서 ‘순복음’(full Gospel)인 것이다. 이 교회에는 믿음의 네 기둥이 있다. 곧 예수가 인간을 구원하고, 인간에게 성령으로 세례를 주고, 인간의 육신도 치유하고, 재림한다는 것을 믿는 것이다.
그런데 더 나아가 세계 최대 규모의 단일 교단인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오중복음과 삼중축복’의 교리를 만들어 내어 한국에서 대성공을 거두었다. 이재록의 만민중앙교회도 오중복음을 주장하는 이다. 오중복음이야 원래 오순절주의의 네 기둥에서 시작한 것이니 특별할 것은 없지만 삼중 축복은 기복신앙이라는 비판을 많이 받았다. 내용은 간단하다. ‘영혼이 잘되는 축복’, ‘범사에 잘되는 축복’, ‘강건해지는 축복’이 전부이다. 신학적 설명은 복잡하지만 이러한 교리로 여의도순복음교회는 기독교 역사에서 단일 교회로 가장 ‘성공한’ 사례가 되어 많은 초짜 목사들이 오늘도 벤치마킹하려고 애쓰는 중이다. 교회도 성공했으면 다 아닌가? 어차피 20세기 시대정신이 성공이니 말이다. 그 성공이 비록 겉으로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라고 하는 기독교 전통에서 볼 때 결이 좀 달라도 무슨 상관인가? 어차피 한 번 사는 세상이니 말이다. 그리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런데 그런 교회를 오늘 윤석열은 한 번도 들추어보지 않은 성경책을 들고 갔다. 참으로 신비하도다. '도사'의 경지에 올랐단 말인가?
물론 정치가가 표를 의식해 마치 대형마트에서 물건 구매하듯 종교기관을 돌아다니며 ‘구걸 쇼핑’하는 것은 어제오늘은 아니다. 그런데 개신교 교파는 200개 이상이다. 그러니 모든 교파의 차이점을 다 알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최소한 내가 어디를 가는지, 거기에서 무엇을 하는지 정도의 상식은 갖추고 갔으면 좋겠다. ‘천공’ 도사의 유튜브만 볼 것이 아니라 기독교 역사에 대한 것도 시간을 내서 보았으면 금상첨화고. 물론 ‘싫으면 말고’이다. 천하의 윤석열 아닌가? 사람에게 충성 않는다고 했으니 사람 말은 안 듣겠지? 그래서 영계에만 그리 관심이 많은가? 아 그리고... 보통 성당은 부부가 함께 가는 것이 일반적 관례이다. 그러니 다음에 성당에 가면 꼭 부인 동반하기 바란다. 아 그리고 성당에는 성경책 안 들고 와도 된다. 성당 안에 다 있다. 손때 묻고 표지가 떨어져 나갈 정도로 많은 사람이 보았지만, 바로 그 낡은 성경이 참 신앙의 상징이다.
"캠프 관계자는 '윤 후보는 미션스쿨 초등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유년 시절 기독교 신자로 생활했고, 대학에 들어와서는 주변 친한 선후배들과 성당을 다녔다"며 "지방 근무가 잦았던 검사 시절에는 지역 종교계와 소통하면서 한때 불교를 믿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정도의 경험이 있는데 교회 가는데 어제 산 것으로 보이는 '날 것' 성경을 가지고 간다고? 개콘의 새 소재를 대신 만들어 주자는 것인가? 과연 윤석열에게 믿음은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가? 내가 알고 있는 그 신앙으로서의 믿음 말고 또 다른 차원의 믿음인가 보다. 더구나 윤석열은 대학생 때 암브로시오라는 세레명으로 가톨릭 신자가 된 인물 아니던가? 그런데 이러고 있다.
나는 독일에서 10년 넘게 신학을 공부하고 어렵게 박사학위를 취득하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 비록 현재 기독교 교회가 여러 비리로 유럽에서 찬밥 대우를 받고 있지만 기독교 정신 자체만은 유럽 사회의 '정신'을 든든히 지지하는 뿌리가 되고 있다는 사실 말이다. 그런데 그 기독교가 한 다리 건너 미국을 거쳐 한국에 오면서 그런 '정신'은 사라지고 껍질만 남아 기복신앙 수준으로 '타락'한 모습을 보면 통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대형교회 Made in USA가 원래 교회의 모델이라고 여기는 집단들이 '설치고' 다니며, '하나님도 까불면 나한테 죽는다'라고 대놓고 신성모독적 발언을 공개적인 자리에서 큰소리 외쳐도 아무 탈이 없는 자칭 '목사'가 시청 앞에서 성조기를 흔드는 모습을 보면 절망을 느낀다. 전 세계 어느 목사와 기독교 신자가 성조기를 그리 흔들어 대나? 내 기억에는 오직 한국 기독교밖에 없다. 아마 그들은 예수가 미국인이라고 알고 있나 보다. 과연 예수가 21세기 한국의 기독교 교회를 보면 무슨 생각을 할까?
이런 고민을 하는 가운데 윤석열이 독일어로 표현한다면 Denkanstoss, 곧 '골 때리는 짓'을 하는 모습을 보고 갑자기 생각이 들었다. 정말 이쯤 되면 인류 역사 최초로 참다운 의미의 syncreticism, 곧 종교 혼합주의가 한반도에서 이루어질 모양이라고 말이다. 이제 윤석열이 동방정교 교회당과 이슬람교 사원도 곧 방문하여 문자 그대로 '통일교'를 만든다면 말이다. 여기에 '천공'의 신기가 필요하겠지? 그러면 수천 년 진행된 가톨릭과 동방정교의 분열, 수백 년 이어진 가톨릭과 개신교의 분열이 윤석열의 '신공'으로 해결될 모양이다. 마치 모세가 홍해 앞에서 지팡이를 든 팔을 뻗었듯이, '王' 자가 아로새겨진 손을 들어 허공에 흔들어 댄다면 말이다. 기적이 일어날 모양이다. 할렐루야.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