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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Lee Oct 07. 2021

윤석열이 추천하는 도사의 ‘정법’을 정관해 보았다.

정말 윤석열 수준이 이 정도란 말인가?

국민의힘 예비경선 6차 토론회가 끝난 뒤 유승민과 윤석열이 얼굴을 붉히는 사달을 일으킨 이유가 정법을 강의하는 ‘천공’이란다. 토론의 끝자락에서 윤석열이 유승민에게 “아까 말씀하신 분 중에 정법이라는 분은 강의 동영상이 많으니 한 번 보시면 어떤 분인지 알 수 있습니다.”라고 권유했단다.     


그래서 천하의 윤석열이 권하는 ‘분’이 궁금하여 찾아보았다. 먼저 조선일보 출신 최보식의 웹사이트에 그 ‘분’과 나눈 대담이 올라와 있어 읽어보았다. 그리고 천공이 운영한다는 유튜브도 검색해 보았다. ‘정법2013’이 제목인 것을 보니 그때부터 시작한 모양인데 구독자가 82,900명... 일단 윤석열 관련 영상과 아주머니의 가족 문제 상담 등 몇 개를 훑어보았다.      


일단 놀랐다. 천하의 윤석열이 간곡히 당부하며 ‘꼭 보라고’ 한 수준이 이 정도라니... 유승민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유승민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법’ 동영상 봤으나 감흥이 조금도 없었고 따르고 싶은 맘도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것을 보고 손바닥에 ‘王’자도 쓰고 TV토론에 나온 거냐고 물었다.      

나도 묻고 싶다. 윤석열에게. 정말로 이런 수준인지?     


도대체 이 ‘분’이 누군데 윤석열이 푹 빠진 것인지 궁금하여 뒤져보니 위에 말한 최보식이 2021년 10월 3일에 직접 인터뷰를 한 내용이 나온다. 기사의 제목은 “‘윤석열 멘토’ 자처했던 한 도인(?)과 만남”이다.(출처: 최보식의 언론, https://www.bosik.kr, 이하 동일) 기사의 첫마디가 안철수와 법륜에 비교해본단다. 그러나 내 개인적 식견으로는 ‘천공’은 법륜과 범주가 달라 비교하기가 ‘매우’ 힘들다. 법륜은 도인이 아니고 승려다. 윤석열이 ‘천공’을 스님이라고 했다기에 이력을 살펴보니 승려가 아니다. 불교 근처에도 안 간 사람이다. 위에서 말한 최보식의 기사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그에게 윤 총장과의 관계를 묻자 “그가 고비 때마다 내게 물으면 답해주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가 윤 총장과 편하게 통화하는 모습을 본 이들이 있었다. 그가 켜놓은 스피커폰에서 윤석열의 격식 없는 목소리가 흘러나왔을 때 놀랐다고 한다."     



웃음이 저절로 나온다. 자칭 ‘도사’가 윤석열과 통화하는데 사방에서 다 들으란 듯이 ‘자랑스럽게’ 스피커폰을 틀었단다. 마치 “이거 왜 이래. 나 윤석열과 통화하는 사람이야!” 그런 말을 하는 듯이 말이다. 그런데 이어지는 말이 더 걸작이다.     



"-‘윤석열 멘토’ 역할을 한다는 말이 맞나?     

'윤 총장이 내 공부를 하는 사람이니까, 좀 도와준다. 도와줘야 하지 않겠나. 지금도 돕고 있다.'"   

 


윤석열이 자기 공부를 한단다. 대선 후보로 일정이 바쁠 텐데 언제 이런 동영상을 보고 공부를 한다는 말인가?      


그런데 다음 대화는 점입가경이다….     



"-구체적으로 무슨 공부를 시킨다는 건가?    

'내가 지금 뭘 해야 하는데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물을 게 있지 않은가. 그런 물음에 답을 해준다. 지도자를 하겠다면 지금 직면한 문제에 대해 대안을 갖고 나와야 한다.'    

 -윤 총장은 대안이 있나?     

'있다. 그것이 없으면 나올 필요가 없다. 내가 ‘쥐 죽은 듯이 공부해라. 세상이 필요한 것을 하라. 다음 공직(선거직)에 나오면 너의 역량을 꺼내 보여주라. 봉사한다고 말해라. 대통령을 하느냐 못 하느냐는 자기가 결정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조언했다.'”     



이쯤 되면 러시아 제국을 무너뜨리는 데 단단히 한몫한 라스푸틴이나 박근혜를 몰락의 길로 이끈 최순실이 될 준비를 한다는 말인가? 도대체 이 ‘천공’의 정체가 무엇인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잘못하면 나라를 들어먹을 수도 있을 것이니 말이다.     


그래서 찾아보니 <선데이 저널>이라는 인터넷 매체의 “[단독] 윤석열은 역술인 신봉자 –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 점쟁이 역술인 실체 추적”이라는 제목의 기사에 그의 경력이 소개되어 있다. (참조: https://sundayjournalusa.com, 이하 동일)     


이 글에서는 ‘진정 스승’이라는 명칭으로 나온다. 다른 사람인 줄 알았는데 사진을 보니 동일 인물이다. 이 ‘진정 스승’이 17년의 수행을 해도 깨달음이 없자 100일 후에 죽을 각오를 하고 신불산에서 다시 수행을 시작한 지 3년 7개월 만에 밤에는 차원계를 왕래하고 신들과 대화하고 전치 대자연의 공부를 하게 되었단다.   


그렇구나. 윤석열에게 조언할 정도면 신들과도 대화해야 하는 수준에 이르러야 하는 모양이다.


그런데 기사 내용이 뭔가 허술하다. 그래서 추가로 조사를 해보니 '진정 스승'이라는 사람을 따르는 자의 블로그에 "진정스승 그는 누구인가"라는 제목으로 그의 일생이 소개되어 있었다.(참조: 진정스승 그는 누구인가 (daum.net)) 거기에 나온 내용을 그대로 인용해 본다.


"진정 스승님은 대구 대명동에서 태어나 4세 때 부모로부터 부산의 감천동 문화마을에 있는 고아원에 버림을 받게 되었다. 6세 이후부터 신문팔이, 구두닦이, 껌팔이 등으로 유년 시절을 보내면서 초등학교 2학년까지 학교생활의 마지막이었다. 소년기에는 팬턴급 아마추어 복싱 챔피언, 태권도 2단, 당수 3단짜리 형들 4명과 싸움에서 얻어터져 대학병원에서 21일간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깨어나는 등 어린 시절 혹독한 사회생활을 배워 나갔습니다. 어느 날 부산의 봉래동에서 청학동으로 넘어가는 중간 지점의 공동묘지에서 어떤 여자 귀신에게 찹쌀떡을 팔아먹는 등 남다른 면의 일화도 있습니다."


어법과 논리가 이상한 문장이지만 이 정도면 그가 어떤 사람일지 대충 감이 잡힌다. 그런데 위에서 말한 대로 17년 동안 수련을 한 다음 100일 기도에 들어간 것이 아니다.  자세한 내용을 다시 인용해 본다.



"진정 스승은 세상에서 자신이 제일로 똑똑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내가 모르는 세계가 있다면 그 세계를 알고 죽겠다는 생각에 죽음을 100일간 미루고 그 세계를 알기 위해서 시작한 것이 그때부터 신불산에서 수행이 시작되었습니다.

....

진정 스승은 3년 7개월째가 되면서 밤에는 차원계를 왕래와 신들과 대화하고 천지 대자연의 공부를 하게 되었다. 수행이 시작된 지 12년째가 되었을 때 봄에 싹이 올라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13년 차가 되면서 쓰레기만 보이는 것이 아니고, 그때부터 비로소 세상이 보이기 시작을 하였고, 낮에는 쓰레기를 줍고 밤에는 약 15분 정도 잠을 자고 차원계를 왕래하면서 공부를 하였습니다.

...

17년간 수십 번을 죽었다 깨어나기를 되풀이하면서 마침내 인간이 바르게 살아가는 정법을 깨닫고 나서 50세에 ‘천지 아래 무엇이든 물어라’고 일성을 던지며 세상에 나와서 힘들고 어려운 시대의 우리들에게 스승이 되어 주셨습니다."



이제 감이 완전히 잡힌다. 2013년에 50세로 다시 사회 활동을 시작했다면 지금 아직 50대 후반의 나이... 그런데 흰 수염과 머리를 길러 나이가 들어 보인다.  아마 도사의 '풍모'를 보여야 할 필요가 있었나 보다. 그런데 정말 이상하다. 윤석열은 자신은 조직에 충성하지 사람에는 충성하지 않는다고 큰 소리친 사람 아닌가? 그런데 이 정도 '사람'에게 그리 충성하여 유승민과 얼굴을 붉힐 정도로 흥분하다니. 정말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사실 이런 '종류'의 사람이 한국에 매우 많다는 사실을 나는 알고 있다. 과거 한국의 신흥종교에 관한 연구 논문을 쓰면서 알게 된 것이다. 그때 박태선의 천부교와 문선명의 통일교를 집중적으로 연구했지만, 한국 신흥종교 연구의 대가인 탁명환의 책을 통해 한국에서 명멸한 수많은 ‘도사’들의 이야기를 접한 적이 있다. 그때 대단히 놀란 것은 이 작은 나라에 '도사'들이 그리 많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이 도사들은 극소수의 예외적 경우를 빼고는 공통점이 있었다. 너무나 비참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정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였다. 또한 질병 등의 이유로 죽음의 문턱을 넘어선 경험을 하게 된다. 그리고 나이와 상관없이 반드시 영적 체험을 한다. 무당처럼 신내림을 받거나 아니면 스스로 고행을 통해 '신계'와 접하게 된다. 그리고 특이하게도 개신교의 이른바 '성공한' 목사들도 질병 등으로 죽음을 넘나들면서 하게 된 영적 체험을 고백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조용기가 대표적인 인물이다.


시대와 나라를 막론하고 먹고살기 힘든 시절에는 신앙 여부와 관계없이 누구나 초월적 존재에 의존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이승만 독재 정권 시절과 박정희 군사독재정권 시절에는 자칭 도사들이 많았다. 그러나 21세기 대한민국은 선진국 아닌가? 그런데 아직도 '도사'들이 설치고 있다니 기가 막히면서 동시에 너무 신기하다.


과거에 도사에게 의존하는 것은 생존 자체가 힘들어서이지만 21세기에 도사에게 의존하는 것은 대부분 탐욕 때문이다. 특히 자신의 분수에 맞지 않는 '꿈'을 실현하는 데 상식적인 힘이 아닌 초월적인 힘을 빌려보려는 심보가 대부분이다. 이런 자들의 허욕과 '도사'들의 욕심이 서로 맞아떨어지면 사달이 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굿도 해보고 영험하다는 자를 찾아가 미래를 점쳐보기도 하는 것이다. 심지어 조상의 무덤을 옮기는 일까지 서슴지 않는다.


그러나 생각을 해보자. 조선 왕조는 최고의 점술가의 조언으로 궁합을 보고 최고의 풍수가의 조언으로 양택과 음택을 가려 집을 짓고 무덤자리를 마련하였다. 그래도 결국 세조 이후 당파싸움에 시달렸고 왜적의 침략과 중국의 간섭으로 편한 날이 거의 없었다. 사주와 풍수에 내로라하는 이들이 넘쳤던 조선에서 말이다. 더구나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그나마 있던 '실력 있는' 점술가와 풍수가의 맥이 거의 끊어진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점집을 찾고 풍수를 본다. 근본적으로 허욕과 과욕 때문이다.


서양에도 물론 아직도 뉴에이지 계통의 일루미나티의 '음모론'을 제기하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코로나도 음모라고 강력히 믿고 있다. 그러나 극소수이고 사회 전체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개인적 일탈일 뿐이니 말이다. 그리고 내가 어느 정도 아는 나라인 독일이나 미국에서 정치가, 더구나 대선 후보 주변에서 '설치는 도사'는 단 한 명도 본 적이 없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여전히 이 모양이다. 박근혜의 최순실만으로는 성이 안 차는 것인가?


현재 윤석열과 관련되어 언론에 거명되는 ‘도사’가 이미 몇 명 된다. 그런데 그들이 대부분 아내인 김건희를 통해서 알게 된 것이란다. 아내... 역시 아내 사랑이 깊으면 아내가 하자는 대로 다 하게 되어 있나 보다.  이명박이 공개된 자리에서 목사 앞에서 무릎을 꿇는 장면이 생각난다. 명색이 대통령이라 이명박이 망설이며 의자에서 미적대자 이미 무릎을 꿇고 있던 아내인 김윤옥이 이명박을 손으로 끌어내리며 면박을 주었다. 그제사 의자에서 내려온 이명박은 목사가 기도하는 동안 계속 그 높은 무대 위에서 아내와 단 둘이 뻘쭘한 자세로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TV 방송에 그 모습이 고스란히 다 중계되었다. 개인적으로 무척 어색한 장면이었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이명박이 김윤옥을 무척 사랑하나 보다. 그런데 그리 아내를 사랑하여 고함치는 목사의 지시에 따라 기도해도 아무 소용이 없나 보다. 결국 감옥을 들락거리며 그 고생을 사서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윤석열의 김건희 사랑도 그 못지않은가 보다. 그 결과가 어찌 될까? 궁금하기 짝이 없다.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이니 개인의 차원에서 도사를 믿든, 신을 믿든 자유다. 그러나 상식이라는 것이 있다. 대중의 상식에서 벗어나는 ‘짓’을 하면 안 된다. 더구나 대선에 나서겠다는 사람이 ‘일탈’을 하면 개인의 화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박근혜의 경우에서 본 것처럼 나라가 흔들리게 된다. 지금까지 내 고집대로 살아왔으니 앞으로도 내 고집대로 살겠다는 윤석열을 보면서 이제는 마치 우물가에 내놓은 아이를 보는 심정이다. 그래서 ‘그 누군가도’ 윤석열의 손바닥에 ‘王’을 그려준 것이 아닐까? 제발 사달을 내지 말아 달라고... 나도 이제 그 떨리는 마음을 잘 알 것만 같다. 마침 윤석열이 내세우는 것이 '공정과 상식'이란다. 한번 믿어봐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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