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0대 대통령 선거 후보 선출 과정에서 마지막 관문인 제3차 국민선거인단 투표에서 그 직전인 서울 경선 때까지의 추세와는 정반대인 28.3%대 62.3%의 결과가 나온 것을 가지고 소란이 벌어지고 있다. 이낙연은 이 결과만을 두고 이재명이 ‘부당하게’ 과반을 득표했으니 기존의 결과를 무효화하고 결선에 가자고 여전히 몽니를 부리고 있다. 누가 보면 이재명과 이낙연의 득표 차가 0.28%p인 줄 착각할 정도로 이 3차 국민선거인단 투표만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고 있다. 실제로는 11% 이상 득표 차가 난 것은 안 보이나 보다.
이낙연이 68세이니 노안이기는 하겠지만 이 정도 숫자도 안 보인다는 말인가? 그리고 이 마지막 투표 결과가 진짜 민심이니 이를 중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도대체 이낙연은 민주주의 원칙이 뭔지 모르고 있다는 말인가? 정말 이낙연은 ‘초딩’처럼 ‘땡깡’을 부리면 다 된다고 생각하는가? 정말 나잇값 하는 방법을 잊었나? 그러니 꼰대라는 소리를 듣지 말고 제발 ‘정신’ 차리기 바란다.
이낙연은 민심이 갑자기 변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거의 같은 시기에 치러진 서울 지역의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이전의 투표 결과와 대동소이한 결과가 나왔다. 갑자기 변한 민심이 한쪽에는 반영되고 다른 한쪽에는 반영이 안 된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뒤집힐 수도 있나? 상식적으로 생각을 하면 뭔가 이상하다는 결론이 상식적으로 내려진다.
그러나 하도 몽니를 부리니 도대체 이 3차 국민선거인단 투표 결과가 어찌 나오게 된 ‘도깨비놀음’인지 나도 궁금하여 이런저런 뉴스를 뒤적거려보았다. 그랬더니 몇몇 기사가 실마리를 풀어주고 있기에 몇 자 적어본다.
민주당의 안민석은 3차 국민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가을비를 뚫고 나타난 도깨비”라고 적절하게 표현했다. 그러면서 실체를 더 이상 규명하지 않기로 했단다. 현명한 판단이다. 도깨비는 저절로 사라지고 그가 말한 대로 이 투표 결과가 말해주는 ‘자만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잘 받아들이면 되는 것이니 말이다.
그러나 나의 호기심을 일단 자극했으니 그럴듯한 답을 구해볼 때까지는 탐사를 계속해 보자. 다른 뉴스를 보니 ‘역선택’의 의심을 제기하는 의견이 나온다. 3차 국민선거인단의 투표 결과 이재명은 28.3%로 70,441표를 얻었다. 이낙연은 62.37%로 155,220표를 말 그대로 쓸어 담았다. 직전의 서울 경선에서 이재명은 권리당원의 51.37%인 44,100표, 이낙연은 36.48%인 31,320표를 얻었다. 이는 최종 결과인 이재명 50.28%와 이낙연 39.14%와 맥락을 같이하는 결과이다. 이 추세를 3차 국민경선투표에도 반영한다면 이재명은 12만 표, 이낙연은 9만 표 정도를 얻어야 ‘정상’이었다. 그런데 이낙연이 예상보다 6만 표 정도를 더 얻었다. 그 원인이 어디에 있을까? 일단 투표율이 그동안의 60~70%에 비하여 10%p나 많은 81.19%에 달했다. 의도를 가진 이들의 적극적인 투표 참여를 추론해 볼 수 있는 수치이다.
그런데 여기에 더하여 일부 극우 사이트에서 조직적인 선거 참여 움직임이 포착되었다는 뉴스가 나왔다. (참조: http://www.shinmoongo.net/sub_read.html?uid=144860) 궁금증이 풀리는 뉴스이기는 하지만 진위를 검증할 길이 없으니 반만 믿기로 한다. 이들이 힘을 모아 이낙연이 원래 받을 지지표에 6만 표 정도를 더하는 힘을 발휘했나? 나는 이들이 ‘주범’인 것은 맞지만 모두 이 ‘극우 세력’은 아닐 것으로 생각한다. 이 극우 사이트 회원들이 대부분 MZ세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이 사이트 회원이 아니지만, 민주당 일반 당원으로 MZ세대에 속하는 이들도 있다. 이 두 개의 MZ세대가 힘을 합쳐서 역선택으로 플렉스를 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MZ세대의 플렉스는 이미 지난 4월 서울 시장 보궐선거에서 드러난 바가 있다. 출발 때만 해도 오세훈은 아웃사이더였다. 그러나 MZ세대의 몰표에 가까운 지지 덕분에 전세를 역전시키고 마침내 최종 당선자가 되었다.
이 플렉스를 즐기는 MZ세대가 이번에도 이런 ‘이변’을 낳은 것으로 보인다. 이낙연이 좋아서가 아니라 그들의 힘을 보여주고 싶었을 것으로 추론된다. 그러니 이낙연이 이런 MZ세대의 심리를 모르고 일반 국민이 자기를 선택했다는 착각에 빠지는 것은 지나친 일반화의 오류이다. 아주 작은 현상을 침소봉대하고 있다는 말이다.
인간이라는 것이 본래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정치가가 되고 더 나아가 사회의 ‘어른’이 되려면 그러한 타고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마음공부를 해야 한다. 그래야 나라를 다스릴 그릇이 되는 법이니 말이다. 그런데 이낙연은 긴 선거 여정의 마지막에 나온 단 한 번의 ‘도깨비놀음’에 매달려 칭얼거리고 있다. 같은 꼰대로서 내가 다 창피하다. 상식이 있다면 그 투표 결과는 비정상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는데 왜 안 보려고 하나? 종로구도 내던진 판이니 이제 이판사판이라는 말인가? 그동안 쌓은 이낙연의 좋은 인상을 스스로 저리 구겨버리다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리고 설사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나간다고 하자. 지금까지의 여론조사 결과 3~4위에 머문 후보가 역전타를 칠 수 있겠는가? 태생적 한계와 좁은 시야, 그리고 ‘땡깡’으로 이미지를 다 구긴 후보가? 소탐대실을 그만하자. 본인만이 아니라 그동안 이낙연을 좋게 본 사람들도 부끄러워질 모양이니 말이다.
그리고 지난번 글에도 말했지만, 이는 이재명에게도 ‘엄중한’ 경고가 될 것이다. 극우 사이트가 동원했는지 여부는 좀 더 밝혀져야겠지만 MZ세대의 플렉스는 이미 엄연한 현실이 되었으니 적극 대처를 해야 할 것이다. MZ세대를 하나로 묶어주는 것은 ‘분노’이다. 취업, 혼인, 부동산, 금수저, 빈부격차가 이들을 분노하게 만들고 있다. 이재명의 주특기인 치고 나가기만으로는 통하지 않는 것이 MZ세대의 마음이다. 이들은 문자 그대로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세대로 극우도 아니고 극좌도 아니며 중도도 아니다. 기존의 이념적 틀로 묶을 수 없는 지극히 실용주의적이고 이기적인 세대이다. 그러니 그 접근법도 전혀 다른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MZ세대의 성향을 아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아무리 세상이 바뀌었더라도 知彼知己가 승리의 기본 공식이니 말이다.
전통적으로 MZ세대는 정치에 무관심하였다. 그러나 이준석의 바람을 타고 서울 시장 보궐선거에서 플렉스 하는 맛을 보고 이번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도 힘을 보여 주었으니 내년 대선에서도 뭔가 보여주려고 벼르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서울 시장 보선에는 서울 시민의 절반 정도인 470만 명이 참여한 작은 선거이다.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또한 200만 명 정도 참여한 더 작은 선거이다. 이런 작은 규모에서는 MZ세대가 응집된 힘을 보다 쉽게 보여 줄 수 있다. 특히 20~30대 남성의 60~70%가 오세훈에게 몰표를 준 것으로 힘을 과시한 것이 결정적 요인이 되었다. 물론 대선은 유권자가 수천만 명으로 그 규모가 다르지만 MZ세대가 전체 인구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현실에서 비슷한 플렉스가 나타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그런데 현재 이들은 엉뚱하게도 이재명도 윤석열도 아닌 홍준표를 지지하고 있다. 문자 그대로 판을 흔들어 보겠다는 플렉스이다. 이들에게 정치는 인터넷 게임이나 다름 없다. 이런 현상이 의미하는 바를 이재명이 잘 읽어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