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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Lee Oct 28. 2021

윤석열 짬뽕집의 파리떼

wag the dog인가 굴러온 돌인가?

<신동아>의 고석열이 “‘파리 떼’ ‘짬뽕’ ‘자멸’ 논란 윤석열 공룡캠프”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부제는 더 가관이다. “입김 센 사람 큰소리치고 젊은 실무자 재능 썩히는 곳.” 보수세력이 어지간히 똥줄이 타는 모양인가? 천하의 <신동아>가 이런 원색적인 제목을 뽑을 때는 보통 여권과 진보세력을 ‘통렬하게’ 비난하는 경우인데 윤석열 캠프에 대고 이러다니….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다. 그러나 그럴 리가 없다. 선동의 귀재인 <신동아>가 윤석열의 당선을 의심하다니. 의심이 드니 한번 그 의도를 살펴볼밖에….  

   

국민의힘의 의원들 다수가 이미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 사정이 이런데 이제 나경원도 들어올 채비를 한단다. 다 식은 짬뽕 위에 더덕더덕 붙은 파리 떼…. 윤석열 지지 선언을 이미 한 변호사 신평이 10월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 전 총장 캠프에도 파리가 떼로 앉아 있는 게 훤히 보인다.”라고 썼다. 정말 생생한 비유 아닌가? 지금 윤석열 캠프에는 이른바 ‘이명박계’, ‘박근혜계’, ‘안철수계’, ‘황교안계’도 모자라 ‘DJ계’까지 모여들었단다. 그 가운데 ‘15년 전 설치던 사람’만이 아니라 잡동사니도 있을 만하다.     


한국의 정치 지평에서는 정치적 야욕으로 이합집산이 얼마든지 있었다. 김영삼이 보수대연합을 명분으로 적대 세력인 노태우와 김종필과 합당하여 오랜 민주 투쟁의 동료였던 김대중을 물리치고 대권을 장악하였다. 사실 전라도를 제외한 경상도와 충청도의 야합에 불과한 이 합당은 한국 정치사에서 노골적인 기회주의의 발판을 마련한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대선에서 42.0%의 지지율로 당선된 김영삼은 33.8%의 지지를 받은 김대중은 물론 16.3%의 지지를 받은 정주영과 6.4%의 표를 얻은 박찬종과도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했다. 그리고 진보진영의 비판을 의식한 김영삼은 결국 민자당 내의 민정당계와 공화당계를 ‘축출’하는 데 성공하였다. 그러고 나서 정치권은 정당들의 이합집산 결과로 새정치국민회의의 김대중이 40.35%의 득표로 38.7%의 이회창에 맞서 신승을 거두었다. 만약 이때 19.2%를 득표한 이인제가 나오지 않았다면 이회창이 무난히 당선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대선에는 하늘의 뜻이 작용한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이런 역사적 배경으로 볼 때 대선을 앞두고 파리 떼가 짬뽕에 모여드는 현상은 전혀 낯설지 않다. 그런데 왜 걱정인가? <신동아>는 그 걱정을 다시 신평의 입을 빌려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이 정치초년생이다 보니 이런 걸(‘파리 떼’ 논란)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것 같다. 이익 추구를 위해 캠프에 들어온 사람도 많이 있다. 윤 전 총장이 좀 더 용기와 결단력, 지혜를 발휘해 쳐내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그러지 못하고 있다. 사실 윤 전 총장이 의외로 너그러운 사람이다. 너그럽고 모나지 않은 성격이다. 윤 전 총장이 배워나가는 과정이니까 조금 더 이 판의 생리를 알면 (윤 전 총장 내면에) 숨은 지도자로서의 단호한 결기가 나타나겠지.”     


‘너그러워’ 정리를 못 한다고? 다시 말해서 우유부단하다는 말이겠지. 자기는 손가락만 씻고 ‘아랫것들’이 알아서 손바닥도 닦아주고 쓰레기를 치워주기를 바란다는 말도 되고.   

   

그런데 <신동아>는 캠프의 위기가 윤석열의 성격에 더해 그에 대한 콘크리트 지지층이 오히려 독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다 식은 짬뽕이라도 아무런 불만 없이 먹어대는 그 콘크리트 지지층이 있으니 짬뽕집 쥔장이 전혀 긴장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의 현역 의원들이 윤석열 뒤에 줄을 서고, ‘어중이떠중이’가 계속 짬뽕 주변에 몰려들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조직 정비’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사실 할 필요가 없다. 국민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윤석열은 어차피 당선은 떼놓은 당상이라고 여기고 있는 것으로 보이니 말이다. 어차피 자신의 ‘개인플레이’로 당선될 것이니 캠프가 짬뽕이든 오합지졸이든 문제가 안 될 것이다. 그리고 검사로 오래 일한 그의 체질로 권력을 나누는 ‘짓’은 절대로 안 할 것이다. 게다가 수구 언론들이 단합하여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 않은가? 그러니 이대로 짬뽕집을 놔둘밖에. ‘사람이 아니라 조직에 충성하는’ 윤석열이지만 막상 자신이 그 ‘사람’이 되고 보니 조직은 우스운 것인가?     

 

이런 상황에서 <신동아>가 이런 기사를 올린 이유가 뭘까? 똥줄이 타서는 결코 아니다. 글의 결론에서 그런 뜻을 읽을 수 있다.     


“윤 전 총장 캠프 사정에 밝은 한 야권 관계자는 ‘윤 전 총장이 캠프를 신뢰하고 의지하는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캠프에 컨트롤타워가 없는데, 이것은 캠프의 역할에 대해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것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결국, 윤석열 네 맘대로 해봐라. 수구 언론이 너를 끝까지 밀겠다. 그런 결의문 같다. 오합지졸 파리떼 캠프보다는 수구 언론이 밀어주겠다는 말이다. 언론 개혁이 필요한 이유를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 기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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