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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Lee Nov 05. 2021

이재명은 트럼프가 아니다.

사면초가에서 살아나려면?

이재명의 출발이 삐걱거리고 있다. 수구 언론들의 집중포화를 언제까지 견딜 수 있을지 불안 불안하다. 그러나 그가 현재 보여주는 좌충우돌의 형상은 자평명리에서 말해주는 그대로라서 새삼스럽지는 않다. 내년 3월까지 이재명은 계속 이런 형국을 버텨낼 것이다. 단 한순간도 이로운 상황이 전개되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도 가시밭길이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이재명의 인생 자체가 가시밭길이었다. 그에게도 낯설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재명은 앞으로 놓인 가시밭길이 지금까지 걸러온 것과는 질이 다르다는 것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은 성남시장이나 경기도지사와 격이 전혀 다른 자리이다. 사주에 나온 대로 뚝심으로만 밀고 나가기에는 턱없이 많은 적이 기다리고 있다. 성남시장은 100만 명, 경기도지사는 1,400만 명을 상대하는데 대체로 일정 지역의 균질한 이들을 상대로 하는 일이라 뚝심으로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사실 그리 대단한 능력을 필요로 하는 자리도 아니다. 그동안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지낸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대통령은 전혀 다르다. 특히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먼 삼국시대와 통일신라시대 이후 면면히 이어온 집단의식, 곧 지연과 혈연, 그리고 학연이 합쳐진 철저한 서열주의가 지배하는 상황에서 ‘만들어지는’ 자리이지 결코 개인이 ‘만드는’ 자리가 아니다. 혼자 힘으로는 결코 도달할 수 없다.     


실질적으로 정계의 아웃사이더인 이재명이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흔히 트럼프에 비교한다. 또한 보수 언론과 극한의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점도 두 사람의 유사성을 추론하는 근거가 된다. 그러나 두 사람은 결이 전혀 다르다.      


트럼프는 대통령에 출마하기 전에 이미 오랫동안 정계에 문을 두드려온 사람이고, 부자 가문 출신의 미국 사회의 최상류 층에 속한 기득권자로 모든 호사를 누려온 사람이다. 문자 그대로 플렉스의 인생을 살았고 대통령도 그런 ‘개인기’의 연장 선상에서 이룩한 성과였다. 그래서 대선에서 패배한 이후에도 여전히 미국 정계에서 주요 변수로 머물면서 차기 미국 대선의 강력한 후보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재명은 최하층민 출신으로 철저한 ‘개인기’로 천신만고 끝에 지금의 자리에 오른 문자 그대로 개천에서 용이 된 인물이다. 그러나 그의 개인기는 트럼프의 개인기와 질적으로 너무 다른 상황에서 발휘한 것으로 플렉스는 언감생심이었다. 사고무친인 그는 수구언론에게는 좋은 먹잇감이 된다. 그가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것이 경상도 출신이라는 점인데 경상도의 민심은 윤석열이나 홍준표에게 이미 ‘묻지 마’ 지지로 기운 상황이라 메리트가 전혀 없다. 그런 상황에서 민주당의 ‘원팀’ 구성도 아직 지지부진하다.    

 

수구 언론은 그런 이재명을 물어뜯기에 날마다 여념이 없는 가운데 가짜 뉴스도 양산하고 있다. 그들의 ‘사악한’ 의도도 반영이 된 보도 행태이지만 무엇보다도 그런 가짜 뉴스를 기꺼이 소비하는 계층이 한국 사회에 많다는 것이 문제이다.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흔히 ‘개천에서 용’이 된 사람을 칭찬하고 존경할 거라는 신화이다. 천만의 말씀이다. 오히려 사람들은 자기와 비슷하거나 ‘못난’ 이가 자기보다 더 성공하는 경우 진심으로 축하해주기보다는 속 쓰려한다. 원래 사촌이 땅을 사면 배 아픈 것이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재명은 착각하면 안 된다. 자기와 같은 개천에서 난 용을 사람들이 지지하고 격려할 것이라는 착각 말이다. 


현재 이재명은 MZ세대의 지지율에서 매우 힘든 싸움을 하고 있다. 특히 남자 MZ세대는 문제인 정권에 대한 분노를 그대로 이재명에게 이전하고 있다. 한국 사회의 변화된 집단의식에서 이재명은 성공 신화의 아이콘이 아니라 특히 사회적 성취에서 실패한, 그리고 앞으로도 전망이 없는 특히 남자 MZ세대의 분노의 감정 배설의 좋은 표적이 되어버렸다. 매우 역설적이지만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이 대통령 후보로서 나아갈 길은 험난하기 짝이 없다. 이 길을 가는 데에 뚝심이나 개인플레이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렇다면 이재명은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가?    

 

가장 일반적인 것은 우군을 확보하는 것이라는 충고이다. 그러나 이재명의 사주로는 불가능하다. 그의 지난 행적을 보아도 이재명은 우군을 만드는 데에는 매우 서툴렀다. 이보다 훨씬 더한 난관도 극복해 왔다는 자신감이 충만한 이재명은 남을 믿지 않는다. 그런데 이제 와서 갑자기 남을 믿을 수는 없는 일이다. 더구나 팀 플레이에 매우 약한 그의 사주를 볼 때 어설프게 협업을 추구하다가는 일을 망치게 될 것이다.     


또한 언론에서 지적하는 그의 과격하고 경솔하기까지 한 언행을 주의할 것을 주문하는 이도 있다. 그러나 이 또한 그의 사주에 나온 성격을 보면 교정이 불가능하다. 더구나 60을 바라보는 사람의 성격을 고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어쭙잖게 바꾸려고 하다가는 오히려 죽도 밥도 안 되는 수가 있다.  

   

현재 이재명이 난국을 타개하기 위하여 여러 카드를 던지고 있지만 모두 반응이 시원치 않은 것은 수구 언론의 가짜 뉴스를 동원한 선전 선동의 영향도 크지만 무엇보다 그동안 이재명이 ‘안 하던 짓’, 곧 여러 계층의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힌 이들을 원팀으로 엮는 일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시장과 도지사는 관료적인 행정을 기계적으로 수행하는 일이기에 정무적인 판단을 할 기회가 사실상 없었다. 


그러나 정치는 법과 제도에 따르면 그만인 행정과는 전혀 다른 세계이다. 정치에서는 적도 없고 아군도 없다. 적이 아군이고 아군이 적이다. 흔히 말하는 ‘적과의 동침’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세상이다. 승진과 급여로 제어하는 관료제도로 억압되는 대상도 없다. 잠깐 한 변호사 생활도 개인플레이이고 관료제도의 정점에서도 사실 제어를 안 당해보았기에 그런 ‘거래’가 이재명은 낯설 것이다. 그래서 그의 고난은 2022년 3월까지 계속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대통령은 사주나 노력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안철수의 등장이 이를 잘 말해준다. 아직 경선이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야당에서는 윤석열이 나올 것이 확실하다. 그런데 윤석열에게 안철수는 거의 치명타가 될 것이다. 사주로 보면 그렇다. 그래서 이재명은 이대로 계속 가면 된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야당에서 안철수를 집중 공략할 것인데 이야말로 以夷制夷 아니겠는가? 섣부른 추측이기는 하지만 20대 대선에서도 19대 대선의 황금비율, 곧 40%, 20%, 20%가 반복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 대통령은 하늘이 내는 법이다. 그 대원칙은 이번 20대 대선에서도 변함없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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