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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Lee Nov 07. 2021

차라리 안철수를 뽑자?

대선 정국의 실망의 끝은 어디쯤인지 모르겠다.

수구언론을 보면 이미 윤석열이 20대 대통령이 된 분위기다. 조선일보는 작당을 하고 덤비고 중앙일보도 변죽을 울리고 있다. 그러나 반문재인을 표방하는 57%의 현 정권 반대 정서의 겨우 24%만 건지고 쩔쩔매고 있는 것이 윤석열의 엄연한 현실이다. 비슷한 지지율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이재명은 대장동의 늪에서 아직도 허우적거리고 있다. 참으로 답답하다.


오늘 뉴스를 보니 윤석열이 “홍준표 선배님 깐부”란다. 홍준표는 바로 받아서 “비리 의혹 대선 불참”을 선언한다. 나는 정말 윤석열이 되든 이재명이 되든 상관없다. 그러나 윤석열이 개를 끌어안고 할배 자세로 누운 사진이나 ‘개 사과’ 사진 따위를 계속 소셜 미디어에 올리거나 ‘깐부’... 이런 식으로 한국 사회의 정서를 문자 그대로 ‘룸살롱’ 수준으로 격하시키는 언행을 남발하는 ‘짓’을 계속한다면 마음 같아서는 윤석열 낙선 운동에라도 나설 모양이다. 정말로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다. 정치판은 어두침침하고 밖에서 안 보이는 룸살롱이 아니다. 배가 맞는 사람들끼리 룸살롱에서 양주 몇 병 비워가며 아양 떠는 ‘아가씨들’ 앞에서 호기롭게 전두환 찬양인들 왜 못하겠는가? 그러나 정치판은 문 꼭꼭 걸어 잠근 채 그런 ‘아가씨들’의 서비스나 받는 룸살롱이 아니다. 그런 룸살롱에서나 통하는 말과 행동을 이제는 제발 자제해주기 바란다.


이재명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개천에서 용이 난 것을 자랑할 처지가 아니다. 그리고 그동안 해온 원맨쇼를 계속할 수도 없다. 다른 이들의 협력과 도움 없이 시장이나 도지사 되듯 대통령에 당선될 수는 전혀 없는 노릇이다. 문자 그대로 100만 시민도 아니고 1,000만 도민도 아닌 5천만 국민이 이재명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중이다. 행동하고 말하기 전에 반드시 세 번 생각하는 습관을 이제부터라도 연마하기 바란다. 대한민국이 그리 만만해 보이지 않는다면 말이다.


이런 와중에 안철수가 한 마디 거든다. 우리 국민이 ‘음주운전자와 초보운전자 중 선택 강요받는 상황’이란다. 말 한 번 잘했다. 20대 대선에서 국민은 독선적인 후보와 아무런 경험이 없는 후보 가운데 한 사람을 ‘강제로’ 선택할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현재로는 그 두 사람 가운데 누구도 당선을 자신하지 못한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비호감 정서가 높지만 그에 대한 40%에 달하는 콘크리트 지지는 5년 내내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다. 정체성이 불분명한 짝퉁 여론 조사 기관들이 앞 다투어 특정 진영에 유리한 결과를 발표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이재명이나 윤석열이나 간신히 30% 정도의 기본 지지 세력을 확보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니 그 나머지이자 정확히 문재인 지지층인 40%를 누가 더 차지하느냐에 승부가 달려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등장한 안철수는 단순한 종속 변수가 아닐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위에 인용한 안철수의 발언은 11월 7일 마포에서 그가 MZ세대 50명이 함께 한 자리에서 열린 ‘대한민국, 혁신 논쟁, 선을 넘다.’를 주제로 한 북 콘서트에서 한 말이다.


이 자리에 함께한 진중권은 “국민에게 최악과 차악을 골라야 한다는 선택지가 강요된다. 저는 거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하여 안철수를 중심으로 한 제3지대의 구축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하였다. 진중권의 정체성도 모호해지는 모양이다. 이에 화답이나 하는 듯이 안철수는 “2012년 국민께서 왜 저를 부르셨는가 생각해보니 4차 산업혁명으로 가는 시점에 IT, 의학, 경영, 교육 현장에서의 다양한 경험을 가진 사람은 시대를 바꿀 수 있지 않겠느냐는 깨달음을 부끄럽게 몇 년 전에 깨닫게 됐다.”라고 말하며 “그걸 완수하기 위해 실패를 선택했다. 어려운 길이지만, 결국 국민이 세상을 바꿀 힘을 갖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번에도 국민께 새로운 선택지를 드리기 위해 정말로 힘든 도전에 나섰다.”라고 나름의 출마의 변명을 하였다.


물론 천하의 민주투사 김대중도 5수 만에 정계 은퇴를 번복하는 곡절 끝에 그것도 경선에 불복하여 이회창에 맞선 이인재의 배신 덕분에 간신히 대통령의 꿈을 이루었다. 윤석열은 시장은 고사하고 고시조차 9수나 하지 않았는가? 그러니 안철수가 대선 3수를 한다고 해서 전혀 탓할 일이 아니다. 그리고 누가 또 알겠는가? 여야가 이전투구를 하는 가운데 안철수가 어부지리의 천운을 누릴지? 문재인은 싫지만 이재명도 맘에 안 들고 윤석열에게도 정 주기 싫은 33%의 국민의 맘은 아직 흔들리고 있으니 말이다. 하늘의 뜻은 아무도 모를 일이다.


경로당이 되어버린 국민의힘이 MZ세대를 어떻게 끌어들일까? 이미 애늙은이가 되어 꼰대들과 어울리며 권력 추구에만 골몰하는 이준석은 더 이상 흡인력을 발휘하지 못한 지 오래다. 그렇다고 나머지 꼰대들 가운데 독특한 특성을 지닌 MZ세대에게 어필할 수 있어 보이는 인물도 딱히 보이지 않는다. 그저 김종인을 끌어들여 정치 공학적 술수로 이겨볼 심산이라는 속내가 너무도 빤히 들여다보이고 있다. 사실 전과가 수두룩한 이명박과 군사독재자의 딸인 박근혜도 그런 술수로 이기지 않았던가? 뭐가 두렵겠는가? 어차피 그들의 눈에는 국민이 쉽게 흥분하고 얼마 안가 왜 흥분했는지 기억을 전혀 못하는 문자 그대로 ‘개돼지’인데.


180석을 얻고 나서는 좌충우돌만 하는 민주당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러니 오죽하면 진중권 수준의 인물이 헛소리하는 것을 그냥 두고 볼 수밖에 없는 노릇 아닌가? 안철수와 있는 자리에서 진중권은 여당을 비판하며 “인민 민주주의만 공부한 사람들이 반성 없이 정치권에 들어와 어영부영 지내다 권력을 잡다 보니 나라 운영하는 걸 대학 학생회 운영하듯 하는 것”이란다. 물론 대한민국은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같은 인민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다. 엄연히 서양을 모범으로 한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대의 민주주의 국가이다. 그러나 현재 민주당은 ‘좌익은 분열해서 망하고 우익은 부패해서 망한다.’는 고전적인 격언을 실천하고자 몸부림치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대선 후보가 선출되었어도 바로 당선 축하도 못하는 ‘꼬라지’를 보여주는 소인배 당이 되어버렸다. 그러고도 대선의 승리를 확신한단다.


다시 나선 안철수를 특히 국민의힘 측에서 찍어내기 하려고 모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다. 이인재의 악몽을 되풀이하고 싶지 않을 것이니 말이다. 사실 안철수 지지 세력은 이재명과 겹치는 부분이 거의 없다. 안철수도 문재인 반대 세력에 속하니 말이다. 그래서 당연히 윤석열의 표를 잠식할 것이 하다. 그러나 단순한 잠식이 아니라 이인재와 마찬가지로 치고 나가 10%, 더 나아가 20%에 육박하는 득표율을 보인다면 15대 대선에 나선 대법관 출신의 이회창과 마찬가지로 검사 출신의 윤석열은 필패할 것이 뻔하다. 그래서 윤석열은 이재명만이 안철수에게, 아니 안철수에게 더 신경을 써야 하는 곤경에 처해 있는 것이다.


누가 알겠는가? 지금 이른바 샤이 보수 가운데 ‘차라리 안철수’를 중얼거리는 이들이 얼마나 될지? 15대 대선에서 이회창의 대세론은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었다. 그래서 이회창은 기고만장하였다. 아들의 병역 비리가 발목을 잡았어도 그의 지지세는 큰 타격이 없었다. 그러나 결국 이회창이 달래지 못한 이인재라는 걸림돌에 넘어지고 만 것이다. 당시 이회창은 ‘겨우’ 1.6%p 차이로 김대중에게 석패하였다. 윤석열이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자면 안철수를 윽박지르기보다는 달래야 할 것이다. 이회창의 ‘법관 대쪽’을 모방하여 ‘검사 고집’을 내세운다면 결국 이회창의 길을 가게 될 것이니 말이다.


암튼 안철수의 등장은 한국 정치의 고질병인 지역 갈등과 세대 갈등에 더하여 새로운 갈등을 야기할지 아니면 그가 큰소리친 대로 시대를 바꿀 수 있을지에 대한 궁금증을 더해주어 신선하다. 사실 그도 구태에 속하는 데 현실이 너무 구질구질하다 보니 그가 신선해 보일 지경이다. 개인적으로는 안철수가 한국 정치판을 ‘정화’하는 것은 기대도 안 하니 그저 정치판의 격을 ‘룸살롱’ 수준에서 조금이라도 올려주기만을 바랄 뿐이다. 룸살롱을 벗어나는 것만 해도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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