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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Lee Jan 24. 2022

윤석열은 검사 팔자다?

한반도에 참다운 통일교가 나타날 모양이다.

원래 김건희가 점에 흠뻑 빠진 것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점점 더 드러나는 실체를 보면 이미 윤석열도 김건희를 전혀 몰랐을 20대부터 점집을 들락거린 것으로 확인되는 모양이다. 그래서 김건희가 자신 있게 자신만이 아니라 윤석열도 ‘영적인’ 인간이라고 큰소리친 것 같다. 원래 사주팔자의 차원에서도 부부는 끼리끼리 만나는 법이니 틀린 말도 아니겠다.


MBC가 전략을 수정하여 김건희 녹취 파일을 정규 뉴스로 다루기로 약속한 대로 실타래를 조금씩 풀어낸 모양이다. 뉴스 보도가 알차다. 먼저 마치 죄인 다루듯 김건희의 목덜미를 잡아 누르며 사무실로 끌고 가던 남자의 정체가 밝혀졌다. 강원도에서 건설업을 하는 황 사장의 아들이란다. 그 황 사장은 ‘쥴리 사달’의 핵심 인물인 조남욱과 더불어 윤석열과 식사와 골프를 하며 자주 어울렸던 인물이고. 그런데 그 황 사장과 검사 윤석열은 다시 무정이라는 사람과 같이 르네상스 호텔과 골프장에 함께하고. 정확히 2000년 7월 2011년 8월에 만난 기록이 있단다. 그리고 그 무정은 심 도사로 통한다고 하고... 모든 정황이 간단히 정리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김건희 자신이 윤석열 나이 20대부터 무정과 어울렸다는 ‘증언’을 했다. MBC가 전한 김건희의 녹취록에 다음과 같이 나온다.


“네 무정 스님이라고. 스님이라는 분도 강원도 분이에요. 말이 스님이지, 진짜 스님은 아니고 스님이 우리 남편 20대 때 만나가지고 계속 사법고시가 떨어지니까 이제 원래 한국은행 취직하려고 했어요. 하도 고시가 떨어지니까. 그 양반이 너는 3년 더해야 한다. 딱 3년 했는데 정말 붙더라고요. 그래가지고 그분이 우리 남편 검사할 생각도 없었는데 너는 검사 팔자다 해가지고 검사도 그분 때문에 됐죠.”


그리고 이 무정이 중매도 했단다.


“너는 석열이하고 맞는다. 그분이 처음 소개할 때도 너희들은 완전 반대다. 김건희가 완전 남자고 석열이는 완전 여자다. 근데 누가 그걸 그렇게 보겠어. 근데 정말 결혼을 해보니까 그게 진짜인 거야. 내가 남자고 우리 남편이 여자인 거야. 아 그래도 진짜 도사는 도사구나.”


그런데 문재인 정부 들어서자 인연을 끊었다고 한다. 이미 다른 도사들로 넘치니 그랬나? 아님 그 유명한 ‘항문 침’이 필요한 시기가 된 것인가? 무슨 이유든 김건희만이 아니라 윤석열도 젊을 때부터 역술에 심취했다는 증언이 다름 아닌 김건희의 입에서 나온 것이 사실 놀랍지도 않다. 그동안의 윤석열의 언행을 볼 때 충분히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특히 점술을 조금이라도 공부한 사람이면 바로 알 수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 MBC는 곁다리로 김건희가 대화를 나누던 이명수 기자의 관상과 손금을 직접 30분간이나 풀어주는 녹취록도 풀었다.


“김건희: 손금에 환멸 선이 딱 떴어요. 환멸을 느낀다고 해요. 그래서 여기서는 더 이상 일을 못 한다가 나와요. 대선까지라고 하는데, 난 대선 전에라도 나올 수 있다고 봐요. 난 그렇게 봤어요. 뭐 때문에 환멸 느끼는지는 모르지만 환멸이란 단어가 나와요. 왜 환멸을 느껴요? 

이명수: (저요?) 

김건희: 나한테는 얘기해야 돼. 내가 말해주는 것은 이렇게까지 하는 건 진짜라서 이야기해 주는...”


그리고 다른 정치인의 무속 관련 동정에 대해서도 김건희는 훤히 알고 있단다.


“김건희: 이 바닥에선 누구 굿하고 나한테 다 보고 다 들어와. 누가 점 보러 가고 이런 거. 나한테 점집을 간 적이 없거든. 나는 다 설이지. 증거 가져오라고 그래. 난 없어 실제로. 

이명수: 홍준표도 굿 했어요? 그러면? 

김건희: 그럼. 

이명수: 유승민도? 

김건희: 그럼. (중략) 내가 누구한테 점을 봐. 난 점쟁이를 봐도 내가 점쟁이 점을 쳐준다니까. (중략) 신 받은 사람은 아니지만 난 그런 게 통찰력이 있어요. 동생하고도 연이 있으니까 통화도 하고 그러는 거지.”


그런데 홍준표는 즉각 온라인 플랫폼 #청년의꿈에 “거짓말도 저렇게 자연스럽게 하면 나중에 어떻게 될지 참 무섭네요. 내 평생 굿 한 적 없고 나는 무속을 믿지 않습니다.”라고 썼다. 홍준표는 과거에 기자가 사주를 본 적이 있냐는 질문에도 자신은 그런 것을 안 믿는다고 단호하게 말한 적이 있다. 유승민도 기가 차다는 반응을 보였고.


이제 세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은 거짓말쟁이이다. 아니면 둘이 거짓말쟁이일 수도 있고. 아님 모두 다 진실을 말하는 가능성도 있다. 인간은 자기가 아는 수준에서만 보고, 듣고, 말을 하는 법이니 말이다. 그래서인가? 국민의힘 대변인은 다른 사람이 대신하여 홍준표, 유승민을 위해 굿을 했단다. 정말 대단한 논리적 추론이다.


그런데 김건희가 자신은 굿도 안 하고 점집에도 안 갔다고 하는데, 전후 사정을 보면 점집에 굳이 갈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결국 그의 삶을 좌지우지하는 ‘엄마’가 다 해주었을 것이고 윤석열과 결혼한 다음에는 도사들이 자청해서 똥파리처럼 꼬여 들었을 것이니 굳이 미아리 점집거리를 찾을 필요가 있었겠는가? 그동안 김건희와 윤석열을 둘러싼 도사들이라고 들먹인 이름들만 이미 셀 수 없을 정도이니 말이다.


이런 뉴스를 보고 사람들은 윤석열이 당선되면 청와대에 무속이 자리 잡을 것을 걱정한다. 그동안 청와대에 들어앉은 ‘영부인’들의 종교 활동은 다양했다. 그리고 그런 종교 활동은 대통령인 남편의 종교와는 별개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사실 정치가의 운명이라는 것이 풍전등화인 경우가 많으니 초월적이고 영적인 존재에 기대고 싶은 마음이 더욱 간절했을 것이다.


박정희의 아내인 육영수는 박정희가 종교가 없음에도 불공을 지극정성으로 드려온 것으로 유명하다. 전국의 유명 사찰을 다 돌아다니면서 남편과 지식의 무운을 빌었지만 정작 자신이 먼저 총에 맞아 죽고 남편도 얼마 후에 총에 맞아 죽었다. 그렇다고 그동안 지극정성으로 드린 불공의 효과는 무엇이라는 말인가? 원래 가톨릭 신자인 전두환도 궁지에 몰리자 꼬랑지를 가랑이 사이에 낀 개처럼 백담사도 도망간 것은 유명하다. 그곳에서 전두환과 이순자는 지극정성으로 불공을 드렸다고 한다. 새벽 예불도 드리면서 말이다. 그런데 그 예불을 드린 이유가 괴이쩍다. 손볼 놈들에 대한 끓어 넘치는 분노를 다스리기 위하여 불공을 드렸단다. 그러나 그 불공도 소용이 없었는지 결국 사형선고를 받았다. 이명박과 그의 아내 김윤옥의 기독교 사랑은 유별났다. 공개된 공식적 자리에서 목사 앞에서 무릎을 꿇고 두 손 모아 기도하던 이명박과 김윤옥의 사진은 한국 정치사에 영원히 남을 ‘걸작’이 되었다. 그런데 그렇게 하나님 앞에서 간절히 기도드려도 아무 소용이 없었나 보다. 지금도 여전히 차가운 감옥에 갇혀 고생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박근혜는 명색이 가톨릭 신자이지만 가톨릭 교회가 박정희의 독재를 비판했다고 해서 평생 가톨릭 교회를 멀리한 인물이다. 그리고는 최순실의 오방낭으로 우주의 기 까지 모으며 권력을 휘둘렀다. 그런데도 이명박과 마찬가지로 죗값을 치르고자 감옥으로 들어갔다.


이상한 일이다. 박근혜는 미신을 믿어 그리된 것이라고 쳐도, ‘사이비’ 점쟁이나 무당이나 도사도 아니고 이미 수천 년 동안 검증이 된 종교의 부처와 야훼 앞에서 간절히 불공과 기도를 드려도 총 맞아 죽고, 사형 선고받고, 감옥에서 콩밥을 먹게 된다. 뭐가 잘못된 것일까?


그런데 그런 의문을 풀기도 전에, 우주의 기를 모으는 미신을 청와대에 몰고 와 결국 치욕스럽게 쫓겨난 박근혜의 기억이 아직도 새로운 데 이번에는 ‘도사’가 청와대로 떼로 몰려들 모양인 것 같다. 그것도 영부인만이 아니라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윤석열과도 깊은 연을 맺으면서 말이다.


사실 서울대 법대를 나와 3년이나 고시 재수를 하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었을 것이다. 더구나 고시를 포기하고 은행에나 취직할 생각을 하던 차라면 ‘도사’의 말이 솔깃했을 것이다. 더구나 그의 말대로 고시도 합격하고 검찰에도 들어가고 했으니 “믿습니다! 할렐루야!” 아니 “도사루야!” 했을 법도 하다. 그러나 한국의 정치사를 조금만 공부해도 그런 미신만이 아니라 기성 종교가 얼마나 무기력했는지를 잘 알 수 있을 것인데. 정말로 윤석열은 이른바 ‘바른’ 공부를 어지간히 싫어하나 보다.


미신만이 아니라 오랜 전통을 지닌 모든 종교는 인간의 약한 심성, 곧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궁극적으로 다가오는 죽음에 대한 공포를 ‘이용하고’ 있는 것이 분명한 사실이다. 마음의 평화를 가져오고 영원한 안식을 준다고 약속하지만 정작 그 종교의 지도자들의 행색이 그런 평화와 안식과는 거리가 먼 경우가 적지 않다. 목사들은 돈과 여자를 둘러싼 추문으로 뉴스를 장식하고 신부들은 아동 성추행으로 비난을 받고, 중들도 도박과 음주, 그리고 여색을 밝히는 일로 종종 언론에 오르내린다. 그리고 이 모든 ‘성직자’들 가운데 많은 이들이 공통적으로 돈을 무척 밝히는 모습을 보인다. 대부분의 종교가 돈과 성에 관련된 추문을 죽을죄로 단죄하는 교리를 일반 시민들에게 엄한 논조로 가르치면서 정작 자신들은 그 교리 위에서 놀아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물론 이런 비판을 받으면 이 ‘성직자’들이 제기하는 반론은 늘 한결같다. 극히 일부의 불량한, 예외적인, 자격이 없는 자들의 예외적인 일탈이며 대부분의 ‘성직자’들은 묵묵히 부처나 예수의 가르침을 실천하고 경건하게 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말 그런가? 


최근 독일에서 뮌헨 가톨릭 대교구에서 74년간 497명의 아동을 상대로 한 사제 성추행에 관한 1,500여 페이지의 보고서가 대대적으로 발표되었다. 밝혀지지 않은 숫자는 그 몇 배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뮌헨 대교구는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교구장으로 있던 곳이다. 그런데 문제는 베네딕토 16세가 된 라칭거 대주교이자 추기경이 사제 성추행 사실을 알고도 묵인했다는 것이다. 이 사달이 있기 이전에 이미 독일의 유서 깊은 가톨릭 도시인 쾰른 대교구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사제가 아동 성추행을 한 사실을 알고도 최고 책임자인 뵐키 교구장 대주교가 침묵하고 무마해버린 것이다. 그러나 하늘 아래 거짓은 반드시 드러나게 되어 있어 이제 독일의 가톨릭 교회는 전국적인 그리고 국제적인 조롱거리와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사실 독일만이 아니라 유럽의 모든 나라의 가톨릭 교회에서 사제의 아동 성추행 사건에 대한 수많은 고발이 진행 중에 있다. 그 가운데 일부 사건은 이미 사법 재판이 종료되어 사제가 감옥으로 들어가기도 하였다. 이제 유럽에서 가톨릭이라는 종교의 권위는 더 이상 설 곳이 없게 되었다.


그런데 그리 멀리 갈 것도 없이 한국에서 ‘성직자’들이 보여주는 추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리고 그 추태에는 각 종교가 엄격히 금기시하는 돈, 그리고 성과 관련되어 있다. 어제 조계종이 이른바 승려대회를 열었는데  발단은 ‘통행료’이지만 더 큰 이유는 문재인 정부가 불교를 차별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을 굴욕적으로 ‘알현’ 한 것을 들먹이며 국가 원수의 체면을 구겼다고 비난하고 있다. 정말로 기가 막힌 일이다. 알현은 가톨릭 고유의 용어이다. 그리고 영어로도 visit나 meeting이 아닌 audience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이는 교황청만이 아니라 일부 왕정을 유지하는 나라에서 여전히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개념이다. 미국 대통령도 교황을 알현한다. 사실 謁見이라는 단어 자체도 한글이 아니라 일본이 개항기에 번역한 것을 그대로 받아 쓴 것이다. 그런데 이 단어 하나로 물고 늘어지는 것은 정말로 ‘성직자’, 더구나 모든 업장을 멸하자며  대자대비를 선전하는 불교의 승려로서는 격이 맞지 않는 일이다. 구업도 업이 아닌가? 그냥 정부가 싫으면 싫다고 하면 되는 것이지 어찌 진리를 추구한다는 사람의 입에서 이런 무지막지한 말이 나오는지 모를 일이다.


그런데 사실 불교는 이번 정권만이 아니라 문민화 이후 주기적으로 이런 불만을 표해왔다. 늘 기독교에 비하여 차별대우를 받고 있다는 열등의식에 사로잡혀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청와대에 입성한 대통령들 가운데 기독교 신자들이 상당수에 이른다. 그래서 지레짐작으로 이러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잠깐 역대 정권의 종교와의 관계를 살펴보겠다.


이승만은 미국에서 공부하고 한국인들 사이에서 목사로 여겨질 정도였으니 불교에 관대할 리가 없었다. 특히 그는 대한민국을 당시 미국처럼 아예 개신교 국가로 만들 생각을 했으니 말이다. 그래서 원래 일요일에 실시하려던 제헌의원 선거일도 기독교의 반대의견을 받아들여 월요일로 옮긴 사람이다. 그런 이승만 정권 시절에 불교가 잘 나갈 턱이 없었다.


독실한 불교 신자인 육영수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원래 박정희는 불교에 적극적인 사람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서 개신교에 특혜를 준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승만과 결탁한 개신교에 염증을 느낀 민심을 고려하여 주일을 강조하던 정책을 철폐했다. 그러면서 이승만 정권 아래에서 찬밥이었던 불교를 지원하게 된 것은 쿠데타 세력의 다수가 불교신자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개신교가 박정희에 아부하느라 반공과 빨갱이 잡기의 선두에 서자 이를 기화로 개신교 인사들을 그를 껄끄러워했던 미국과의 대화 창구로 이용하기도 했다. 박정희는 종교심이 아니라 자신의 권력 유지가 최대의 관심사였으니 어느 종교든 필요하면 이용한 것이다. 그 대가로 개신교가 박정희 정권의 엄청난 지원을 받게 되었다. 그래서 사실 개신교가 툭하면 성조기를 들고 시청 앞으로 달려 나가는 버릇이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들게 된 것이다. 그러니 불교가 더 이상 특별대우를 받을 일이 없었다. 개신교의 생존력은 그만큼 놀랍다.  


백담사에 들어가 불공을 드렸던 전두환도 실은 세례명이 베드로인 가톨릭 신자였다. 그래서인지 집권하자마자 10.27. 법란을 일으켰다. 불교가 자기를 지지하지 않은 괘씸죄가 작용한 것이다. 그런데 운명의 장난으로 백담사로 피신하고 그곳에서 108배를 드리고 천수심경도 암송할 정도였다. 일종의 배교였다. 결국 가톨릭이 전두환과 극단적인 대립을 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개신교는 전두환이 정권을 잡자마자인 1980년 8월에  ‘전두환 장군을 위한 조찬 기도회’를 개최하여 문자 그대로 충견의 맹세를 하여 박정희 때와 마찬가지로 무사했고 더 나아가 번영했다. 1970년대에 이어 1980년대에도 개신교가 급성장한 데에는 이러한 배경도 있었다. 반면에 이 시기에 불교는 교세가 크게 위축되었다. 전두환에게 밉보이고 개신교처럼 약삭빠르게 처신하는 재주가 없었기 때문에 탄압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불교에 결국 전두환이 귀의했다. 참으로 알 수 없는 것인 인간의 마음이다. 아님 운명인가?


노태우는 원래 불교 신자였다. 그래서 불교계는 이번이 기회라고 여겨 최선을 다해 노태우를 적극 지지하였다. 그가 군사독재자인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당시 김대중은 가톨릭, 김영삼은 개신교이니 사실 그동안 설움을 당했던 불교에 다른 대안은 없었을 것이다. 이른바 종교 삼국지가 열린 이 선거에서 노태우가 당선되면서 불교는 문자 그대로 날개를 달게 되었다. 이른바 ‘전통 사찰 보존법’을 만들어 절들이 마음껏 실력을 발휘하도록 해 준 것이다. 불교가 여전히 그리워하는 세상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노태우는 말년에 개신교에 심취하게 된다. 이 또한 인생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장로인 김영삼 정권에서 개신교가 신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대형교회들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고 한기총으로 연대하여 정치적 세력화에 커다란 성공을 거둔 시기가 이때이기도 하였다. 그리고 이 대형교회 출신의 국회의원들이 속속 여의도에 입성하면서 정권과 맘대로 결탁하는 작태가 벌어지기 시작하였다. 이때부터 한국의 기독교가 본격적으로 ‘개독교’로 변모하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불교가 위축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김대중 정권 시절에는 극우 개신교의 비리가 언론에 공개되기 시작하며 개신교의 위상이 본격적으로 추락하게 되었다. 그동안 공공연한 비밀이었던 개신교의 목사들의 타락이 만천하에 드러나게 된 것이다. 이에 반격이라도 하듯이 개신교는 더욱 극우 세력의 선봉에 서면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공격하는 데 최선을 다했다. 게다가 이때에 조중동과 극우 개신교의 연대가 본격적으로 활성화되었다. 특히 개신교의 아성인 연세대학교 이사진을 장악한 조선일보의 행패는 극에 이를 정도였다. 그래서 개신교는 툭하면 반정부 집회를 열어 김대중 정부를 괴롭혔다. 이런 와중에 불교는 장외에 머무르는 수밖에 없었다. 


노무현은 세례 받은 가톨릭 신자였으나 독실한 신앙을 유지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불교에 더 기울어져 있었다. 더구나 이때에도 개신교는 사사건건 정부와 대립하고 툭하면 시위를 벌이는 통에 노무현의 종교관은 더욱 기독교와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특히 사립학교법 개정을 둘러싸고 노무현 정권과 개신교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되었다. 이제 개신교는 노골적으로 반공과 친미를 외치며 반정부 활동의 최선봉에 섰다. 오죽하면 노무현 정권 말기에 손보아야 할 것으로 여겨진 것이 재벌과 더불어 대형교회였을까? 이렇게 정부가 개신교와 투쟁을 벌이는 동안 불교는 그저 조용히 있었다.


이명박의 유별난 개신교 사랑은 너무나 잘 알려진 것이니 되풀이 말할 것도 없다. 특히 김대중, 노무현 정권 시절에 ‘개고생’했다고 생각한 개신교는 이번에야 말로 청와대에 개신교 찬송가가 울리게 하자고 난리를 피웠다. 그래서 목사들이 주일 예배에서 이명박 찍으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던 시절이었다. 이명박의 당선에 극우 선봉에 선 이른바 뉴라이트와 한기총은 총력을 다했다. 이명박은 그 보답으로 개신교가 원하는 것은 뭐든 다 들어주었다. 심지어 목사가 청와대 참모로 들어갈 정도였다. 그러니 불교가 찬밥인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공식적으로 가톨릭 신자이며 가톨릭 재단인 서강대학교를 졸업한 박근혜는 아버지를 반대한 가톨릭을 증오하여 박정희 사망 이후 가톨릭과 대척점에 섰다. 게다가 박정희 사후에는 개신교 신학교를 다니기도 했다. 그렇다고 신앙심이 깊은 것은 아니었다. 이명박 정권에서 크게 불에 덴 불교가 이런 와중에 박근혜를 적극 지지하며 살길을 찾았지만 큰 이익을 본 것은 아니었다. 청와대에 입성한 이들 가운데 불교 신자는 1명도 없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결국 최순실 사건으로 박근혜의 진짜 종교가 ‘우주의 기’였다는 사실이 만천하게 드러나게 되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문재인 대통령의 정권에서 불교의 심기가 편할 리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다음 정권에 기대하는 바가 큰데 이재명이나 윤석열이나 종교에는 무심한 편이다. 이재명은 명색이 개신교 신자이지만 적극적인 신앙생활과는 거리가 멀다. 윤석열은 아예 모든 종교를 두루 섭렵하고 이제 영계에 닿을 정도가 되었으니 그 종교적 정체성을 확인하기가 어렵다. 


다시 윤석열에 집중해 보자.


윤석열은 잘 알려진 대로 어릴 때 개신교를 다녔고 대학생 때는 불교 신자가 되었다. 그리고 후에는 가톨릭 신자로 세례까지 받았다. 그러나 그 어느 종교에도 심취하지 않았다. 그 이유가 아리송했으나 김건희의 7시간 넘는 전화 통화에서 그 비밀이 드디어 밝혀진 것이다. 20대에 만난 도사의 영향이 너무 큰 것 같다. 그래서 영적인 사람이 되었고 그보다 더 영적이고 ‘남자 같은’ 김건희를 만나서 ‘여자 같은’ 남자가 되어 음양의 조화를 이루어 최순실보다 더 강력한 우주의 기와 영을 모을 작정인 것으로 보인다. 만약 윤석열이 청와대에 입성하면 하늘에서 영기가 내려오는지 지켜볼 일이다. 혹시 아는가? 용이 승천하여 여의주를 물고 내려와 한반도를 어마어마한 영기로 채울지? 기독교, 불교, 가톨릭을 섭렵하고, 그것도 모자라 한국의 내로라하는 도사들과 친분을 쌓았으니 문자 그대로 종교를 통일할 인물이 이 한반도에 출현할 모양이다. 문선명도 실패한 참다운 ‘통일교’가 드디어 출현할 것인가? 이 상황을 도대체 어찌 받아들여야 하는지. 종교를 40년 동안 연구한 나도 잘 모를 정도로 어지러운 상항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해 보니 그동안 가장 설움을 받은 종교 집단이 바로 ‘도사’들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들을 포함한 이른바 ‘미신’을 업으로 삼는 이들이 한국에는 100만 명 정도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단일 종교로 본다면 2만 명이 안 되는 승려가 있는 불교와 5천 명 정도의 신부가 있는 천주교는 물론 2만 명 정도의 목사가 있는 개신교를 훨씬 능가하는 숫자이다.


그리고 가장 흔한 ‘토정비결’의 경우 새해가 되면 심심풀이로라도 전 국민이 거의 다 볼 정도가 된 것이 사실이다. 통계적으로 보아도 종교와 관계없이 한국인들은 점을 많이 본다. 물론 신앙심이 매우 깊은 기독교 신자들은 근처에도 안 가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런 사람도 적어도 토정비결이 무엇인지는 알 정도로 한반도에는 ‘무속’이 시민의 일상에 매우 깊이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김건희가 누설한 대로 거의 대부분의 정치가들은 점집에서 자신의 미래를 한 번쯤 물어본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실제로 굿도 자주 한다. 영화 <더 킹>에서 벌어진 굿판은 허구가 아닌 것이다. 실제로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김대중과 이회창도 역관의 충고대로 부모의 묘를 ‘명당’ 자리로 이장한 것은 천하가 다 아는 공공연한 비밀도 아닌 사실이다.


그런데 ‘미신’과 불교를 극도로 핍박한 이성적 유교 국가인 조선에서 조차 왕실이 궁 안에 절을 세우고 점과 관상을 보고 명당을 찾은 것처럼, 어찌 보면 한반도에서 정치권력은 ‘무속’과는 뗄 수 없는 끈끈한 관계를 신라 이전부터 이어온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영화 <관상>이나  <명당>이 단순히 픽션으로만 다가오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래서 윤석열이나 김건희는 어찌 보면 오히려 ‘순진한’ 사람들이다.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무속’에 자신의 미래를 묻되 절대로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데 비하여 이 두 사람은 매우 어설프게 자신의 ‘종교관’을 쉽게 노출시켰으니 말이다. 그래서 도사와 깊은 인연이 있고 불교와도 가까웠고 가톨릭 세례를 받았음에도 새로 산 성경책을 들고 개신교 예배에 참석하는 윤석열은 차라리 귀여워 보이기까지 한다. 김건희가 윤석열을 바보로 여길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현재 국민의힘에 걸린 최대의 문제는 ‘미신’에 치를 떠는 개신교의 심기를 건드리는가 여부이다. 일단 진보를 혐오하는 수구적 개신교는 반공을 매개로 윤석열을 지지하기로 굳게 마음먹은 상황으로 보이는데, 느닷없이 ‘도사’의 사달이 났으니 문제가 복잡해졌다. 그것도 다른 사람도 아닌 바로 김건희의 입에서 직접 나온 증언이니 말 그대로 ‘빼박’의 상황인 것이다. 여당은 개신교와 윤석열을 분리시키기 위하여 윤석열과 김건희의 ‘무속’과의 깊은 연관성을 강조하느라고 최선을 다하고 있는 모양새이다. 그러나 아직 개신교 측에서는 이렇다 할 반응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이승만 시절부터 철저히 정치화된 한국 개신교는 이미 ‘반공’이 그 신앙의 알파요 오메가이기에 설사 윤석열과 김건희가 ‘우주의 기’를 모으는 데 박근혜와 최순실을 찜 쪄 먹는 수준이라고 해도 지지할 태세이니 말이다. 개신교가 보기에 윤석열은 분명히 반공 대열에 서 있다. ‘선제 타격론’부터 시작하여 ‘빨갱이’ 이데올로기에 충실한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충분한 것이다.


그러니 민주당에서 김건희와 윤석열의 ‘도사’ 사달을 다룰 때 신중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개신교가 싫어하는 ‘미신’도 미신 나름인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여당으로서는 현재 대선 정국이 너무나 피를 말리는 상황이라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그렇지만 그럴수록 ‘정신 줄’을 놓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잘못하면 문자 그대로 김건희의 ‘영 빨’에 휘말릴 수 있으니 말이다. 한반도에서 수천 년 동안 이어져 온 ‘무속’의 힘도 그리 만만하지는 않을 것이니 조심해야 한다. 참으로 답답한 형국이다. 그래서 새해도 되고 있으니 나도 아는 도사에게 자문을 구해볼까 하는 생각까지 들게 된다. 


정말로 한국 사회가 미쳐 돌아가는 것 같다. 국제적으로 우크라이나를 둘러싸고 미국과 소련이 극한 대립을 하는 신냉전 체제가 이루어지고, 환경 파괴로 지구의 미래가 경각에 달려 있고, 코로나는 세계 경제를 파탄내고 그동안 비정상적으로 팽창된 통화가 급격한 인플레이션의 망령을 되살리고 있는데, 현재 대한민국은 빗장을 걸어 잠그고 오로지 대선에 모든 것을 걸고 있다. 마치 한반도를 둘러싼 외세의 급격한 변화로 나라의 운명이 문자 그대로 풍전등화에 놓인 조선 말기에 대원군이 자신이 며느리 삼은 민비와의 권력 투쟁으로 여념이 없던 역사가 재현되는 느낌이다. 그리 죽기 살기로 싸우던 두 사람이 결국은 일제의 폭력으로 권좌에서 쫓겨나고 죽임을 당한 것도 모자라 나라마저 일본의 군홧발 밑에 놓이게 되었다. 그것이 겨우 100여 년 전의 일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역사에서 배우는 것이 이토록 없게 되었을까?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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