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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Lee May 24. 2022

민주당의 몰락이 보인다고?

이재명이 한국 정치의 희생제물이 되어야 한다.

지선이 10일도 안 남았지만 민주당은 여전히 전혀 정신을 못 차리는 오합지졸의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언론만 탓하는 모습이 처량할 정도이다. 민심이 ‘겨우’ 0.73%p로 갈라진 것에 대한 환상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 누구나 알고 있다. 이번 지선과 보선에서 민주당이 대패할 것이라는 사실을. 그런데 이 사실을 민주당만 애써 외면하고 있다. 그저 이것이 다 꿈이기를 바라는 모양이다.  

   

대한민국을 윤석열과 한동훈이 검찰공화국으로 만들고 김건희가 성형공화국으로 만들어도 국민은 결코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그 사실을 여전히 민주당만 모르고 있다. 그래서 이재명을 내세워 기사회생을 해보려는 얄팍한 수를 쓰고 있는 것이다. 아니면 그를 희생제물로 삼으려는 플랜B까지 세워가면서 말이다. 그러나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수작이 아닐 수 없다.   

   

국민은 그리 어리석지 않다. 지금 국민들이 분노하는 것은 윤석열 김건희 한동훈의 막무가내 행보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충분히 제압할 힘이 있음에도 자중지란을 일으키며 결국 그들이 그리 활개 치도록 놔둔 민주당에 대한 증오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그래서 민주당이 윤김한 삼총사를 희화화시키려고 하면 할수록 분노는 민주당에 더욱 쏠린다. 정말로 이 진실을 민주당만 모르고 있다는 말인가? 이른바 진성 민주당 세력이 기껏해야 40% 미만인 엄연한 한국 정치 지형에서 이러한 오만방자한 민주당의 행태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리고 문자 그대로 ‘민주 시민’들은 자포자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윤김한 삼총사의 기행을 매우 견디기 힘들지만 그렇다고 내부 권력 다툼으로 사분오열 직전인 민주당을 지지할 마음도 조금도 없는 것이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민주당에 대한 묻지 마지지 세력이 만만치 않다는 사실 자체에 있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임기 마지막 날까지 19대 대선 당선 때의 득표율보다 더 높았던 것이 민주당에는 오히려 독이 되어 버렸다. 40% 정도의 확고한 지지 세력이 있다는 것만 믿고 나머지 60%가 모두 반대 세력일 수 있다는 사실을 잊은 것이다. 지선 9일을 남긴 시점에서 리얼미터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50.1%이고, 민주당 지지율은 38.6%였다. 문재인 개인에 대한 지지자들이 모두 민주당을 지지하지는 않는다는 냉엄한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이 압승을 거둔 이유는 오로지 문재인 후광 효과라는 것을 까맣게 잊은 모양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을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이들은 이런 여론 조사의 신뢰성 자체를 부인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물론 여론조사 기관의 편향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민심의 흐름을 그런 조사들도 보여준다는 사실이다. 그 사실을 무조건 부인하는 태도는 이른바 ‘중도층’의 분노만을 더욱 촉진시킬 뿐이다.  

    

원래 인간은 한 번 지니게 된 편견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법이다. 정당 지지도 이 원칙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나 자연과 마찬가지로 사회에도 균형의 법칙이 더 강력하게 작용한다. 그래서 민주당의 콘크리트 지지자들이 더욱 열성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할수록 그 반발력이 더욱 커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한국의 굳건한 양당제 정치 지형에서는 민주당에 반발하는 세력이 모일 곳은 국민의힘뿐이다. 다른 대안이 없는 것이다. 민주당이 무조건 싫다면 국민의힘을 무조건 지지할 수밖에 없다. 물론 국민의힘이 싫다면 민주당을 지지할 수밖에 없고. 결국 정치를 업으로 삼는 이들은 어느 한 진영에서 잘 버티면 그만이다. 그것이 여의치 않으면 상대 진영으로 넘어가는 줄타기 신공을 발휘하면 되고, 그런데 이것이 바로 이런 양자택일 이외에 뾰족한 대안이 없다는 것이 한국 유권자들의 비극이다. 그런데 현재 많은 이들은 둘 다 싫다. 그래서 정치에 대한 염증만을 느끼며 자포자기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런 대안이 없으니 말이다.  

   

세상에 정말로 대안이 없을까?     


독일의 예를 들어보자. 의원내각제를 채택한 독일에서는 현재 극좌인 Linke부터 극우인 AfD에 이르기까지 6개의 정당이 각자의 분명한 색깔을 보이며 연방의회를 구성하고 있다. 현재 정부는 사민당, 녹색당, 자민당이 연정을 이루고 있다. 사민당은 전통적인 중도좌파, 녹색당은 진보, 자민당은 자유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야당인 기민당/기사당 연합은 보수주의, Linke는 극좌주의, AfD는 극우주의를 내세운다. 말하자면 독일 유권자는 선택의 폭이 매우 넓은 것이다. 그래서 한국의 이분법적 정치 지형에서 보이는 진보와 보수의 극한 대립을 할 필요가 없다. 예를 들어 얼마 전에 치러진 Nordrhein-Westfalen 주 지방선거에서 연방의회의 야당 기민당이 압승을 거두고 사민당은 대패했다. 그리고 자민당을 비롯한 나머지 군소 정당도 득표율이 줄었지만 연방의회의 연정에 참여한 녹색당이 대승을 거두어 NRW 주 지방의회에서는 기민당과 녹색당이 연정을 구성하게 되었다. 그리고 비록 연방의회 차원에서는 사민당이 집권 여당이지만 지방의회에서는 야당으로 활동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다양한 연정은 결국 국민의 다양한 요구를 최대한 반영하는 기제로 작용하기 마련이다. 진보 계열에 속하는 사민당이 싫다면 또 다른 진보 정당인 녹색당을 택할 수 있으니 어쩔 수 없이 보수 정당을 지지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한국의 유권자들보다 덜 억울한 것이다.

     

그런데 왜 한국에서는 이런 다당제, 더 나아가 의원내각제가 통하지 않는 것일까? 무엇보다 국회의원들 자신이 이를 싫어한다. 강력한 양당제를 바탕으로 한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는 경우 정치적 균형을 유지하려는 유권자들의 본능에 따라 양당에 속한 의원들이 적당히 권력을 나누어 먹을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이 제도에서는 기득권을 지닌 의원들이 크게 잃을 것이 없다. 양당이 다 잘 못해도 결국 유권자는 둘 중에 ‘덜 나쁜’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정당 간의 경쟁이 심해서 열심히 하지 않으면 바로 도태되어 존립이 위협을 받는 다당제의 경우에 비해 훨씬 편하게 의원 생활을 할 수 있다. 그저 상대 정당만 비난하면서 유권자의 분노에 편승한 어부지리 투표만 노리면 그만인 것이다. 다당제의 경우에는 비교 우위를 증명해야 하니 단순히 상대 정당만 비난해서는 승산이 없다. 나 자신의 장점을 최대한 키워야 하는데 이것이 좀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경쟁에서 지면, 곧 5%의 지지율 벽을 넘지 못하면 연방의회 건 지방 의회 건 무조건 쫓겨나게 된다.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여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양당제의 경우 적당히 뭉개도 언제든 야당이라도 해 먹을 수 있는 것이다. 얼마나 편한 일인가?

     

그런데 한국에 다당제가 뿌리를 내리기 힘든 이유는 국회의원만이 아니라 유권자 자신의 성향에도 있다. 한국의 국민들은 회색지대를 가장 혐오한다. 좌우, 남녀, 빈부, 호남과 영남, 명문대와 지잡대와 같이 모 아니면 도로 화끈하게 나누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국민이 매우 보수적인 성향을 지니기에 정의당과 같은 진보를 내세우는 정당은 존립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다. 현재 한국 정치를 지배하는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명분상으로는 진보와 보수를 표방하지만 서양의 정당과 비교해 보면 실질적으로는 모두 보수 정당일 뿐이다. 서양식 진보를 택하고 싶어도 정당이 없으니 방법이 없다. 그리고 좌파를 허용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도 다양한 정치적 선택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이분법적 정치 성향의 직접적 원인은 한국전쟁이지만 근원적으로는 다양성을 거부하는 전통 사상에 있다. 중앙집권적인 유교적 정치 체제에 철저히 길들어온 역사의 질곡이 그러한 정치 지형을 낳은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이 할 일은 무엇인가? 스스로를 한국 정치 발전을 위한 진정한 희생 제물로 바쳐야 한다. 국민들의 허탈감과 분노를 모두 안고 스스로 산화해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Phoenix가 될 수 있다. 이번 지선과 보선에서 어정쩡한 승리를 거두고 권력 다툼에 나선다면 차기는 물 건너 간 일이 될 것이다. 소탐대실을 하지 말아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께서 보여주신 길을 천천히 복기할 시간을 가지도록 해야 한다.


이순신 장군님께서 말씀하신 必死則生, 必生則死은 단순한 구두선이 아니다. 어정쩡하게 기득권의 맛에 취해 쥐꼬리 만한 권력에 기생하려다가는 모두 타 죽게 될 것이다. 민주당이 참으로 살고 싶으면 죽어야 한다. 그러나 그럴 자세를 보이는 자가 민주당에서는 전혀 안 보인다. 오히려 윤김한 삼총사만 두들기면 민주당 콘크리트 지지자들이 분연히 일어나 촛불이라도 들 것으로 여전히 착각하고 있다. 그러나 천만의 말씀이다. 민주당이 여전히 어설프게 생존을 모색한다면 촛불은 민주당을 무너뜨리기 위해 들게 될 것이다. 제발 정신 차리기 바란다. 지금 윤석열, 김건희, 한동훈에 대한 분노조차도 민주당에 걷잡을 수 없이 쏟아지고 있으니 말이다. 윤김한 삼총사가 벌이는 막무가내식 사달을 충분히 막을 수 있었는데 민주당이 내부적으로 사분오열 되어 소탐대실해버린 대역죄에 대한 심판을 받아 마땅하다는 바로 그 분노가 대한민국 하늘을 지금 찌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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