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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Lee Dec 21. 2022

독일 이민이 쉬워진다는 소식이 들린다고?

이민은 새로운 시작이다.

전임 독일 총리 메르켈(Angela Merkel, 1954~)이 아직 정권을 잡고 있던 시절인 2020년 3월부터 독일에서는 이른바 <전문인력이민법>(Fachkräfteeinwanderungsgesetz)이 시행되었다. 물론 이 법이 시행되기 이전부터 독일에서는 유럽연합 회원국 국민은 누구나 자유롭게 일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법으로 유럽연합 이외의 한국이나 중국과 같은 국가의 국민도 독일에서 일자리를 찾는 것이 훨씬 쉬워지게 되었다. 다만 법률의 제목이 말하는 대로 아무나 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전문 인력에게 혜택을 준다는 말이다. 그런데 독일의 신임 총리인 숄츠(Olaf Scholz, 1958~)가 이끄는 이른바 신호등 정권(Ampelkoalition), 곧 기사당(SPD, 적), 기민당(FDP, 황), 녹색당(Bündnis 90/Die Grünen, 녹)의 연정이 들어서면서 외국 인력에 대한 문호를 더욱 활짝 열려고 하고 있다.


독일 연방 의회 건물

     

여기서 말하는 전문 인력은 누구인가? 사실 독일은 거의 모든 직업 분야에 전문 인력이 모자란다. 그래서 의사와 간호사, IT 전문가, 기술자만이 아니라 호텔, 식당 직원도 필요하다. 그리고 <전문인력이민법>은 이런 전문가를 대학교 전공만이 아니라 실무 경험을 기준으로 지정하고 있다. 그래서 대학을 졸업하지 않았어도 관련 분야의 경력이 충분하면 얼마든지 독일로 취업 이민을 갈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더 개선된 점은 독일의 기업과 취업 계약을 맺지 않았어도 법이 정하는 자격을 지닌 사람이면 일단 독일로 와서 6개월을 거주할 수 있다. 그 기간에 일자리를 찾아 취업 계약을 맺으면 계속 독일에 머물면서 일을 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과 독일은 무비자 조약을 맺은 나라이기에 비자 없이도 3개월은 머물 수 있다. 그런데 이 법이 정하는 자격을 갖추면 그 두 배의 시간을 독일에 합법적으로 머물 수 있는 것이다. 능력만 있다면 6개월이라는 시간은 일자리를 구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또한 이 법이 시행되기 전에는 독일에 일자리가 있어도 독일 국민과 유럽연합 회원국 국민이 우선권을 가졌지만 이제 그런 특권이 사라지고 공평하게 취업 응모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앞에서도 말한 대로 일할 사람이 특히 모자라는 이른바 3D 직업이 아니라 모든 직종에서 일자리를 구할 수 있게 된 것이 매우 특기할 점이다.  

   

그러나 물론 ‘아무나’ 이 법에 따라 독일에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단 전문 능력이 있음을 인정받아야 한다. 관련 분야에 관한 학위든 경력이든 있어야 한다. 그리고 당연히 독일어 능력이 최소한 B1의 수준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6개월간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돈이 있어야 한다. 다만 6개월 동안 주 10시간 노동이 허락되니 용돈을 벌고 직업 현장 체험을 할 기회는 있다. 또한 당장 취업이 아니라도 모자라는 자격을 확보하기 위한 교육을 독일에서 추가로 받고 싶은 상황에 해당하는 사람은 최대 2년 동안 독일에 머물면서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독일에서 일단 취업을 하여 4년 이상 거주하면 영주권이 나온다. 기존의 요구 기간은 5년이었는 데 1년이 줄어든 것이다.   

  

물론 유학 절차를 거쳐 독일에서 공부하려는 이들은 기존의 과정을 따르면 된다. 이번의 법 시행으로 단순히 대학교만이 아니라 독일의 직업교육훈련소에서 직업훈련을 받을 수 있다. 물론 이것도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최소한 B2 수준의 독일어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그리고 대학교 진학 자격, 곧 고등학교 졸업증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이가 25세 이하이고 생활비를 스스로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 이 과정을 거쳐 독일에서 직업교육을 수료하면 2년 후에 영주권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절차로 독일 취업이 되면 취업자의 배우자 미성년 자녀도 자동으로 합법적인 독일 체류가 가능하다.

     

일단 독일에서 전문 인력으로 일하고 싶으면 독일어를 배워야 한다. 한국에는 사설 독일어 학원이 많지만, 독일에서 인정하는 Goethe-Institut에서 배우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하다. 흔히 ‘괴테하우스’라고 부르는 이 기관의 언어 과정은 A1, A2, B1, B2, C1, C2가 있다. 독일 대학교로 유학을 가려면 이 가운데 가장 상급인 C2 시험에 통과해야 한다. 그런데 취업에는 B2 정도를 요구하니 ‘너무 어려운’ 수준은 아니다. 물론 어학 시험이 다가 아니다. 독일 유학 경험이 있는 사람은 다 알고 있듯이 어학 실험에 통과해도 강의실에 앉으면 ‘아무것도’ 안 들리는 것이 보통이다. 시험과 현실 사이에는 큰 벽이 있다. 최선의 방법은 일단 현장에 가서 귀와 입이 아니라 몸으로 언어를 배우는 것이다. 하루 24시간 독일어에 노출되는 생활을 하면서 6개월을 보내면 상당한 수준의 언어 능력을 얻게 된다. 다만 그동안 한국말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에서 말이다. 

    

언어가 되고 자격이 되면 독일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싣게 된다. 독일에 도착해서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살 집을 구매든 월세든 확보하고 거주지에 주민등록 신청을 해야 한다. 그리고 외국인관청에 가서 거주허가증을 받아야 한다. 그다음으로는 은행 계좌를 바로 개설해야 한다. 그리고 중요한 것이 보험이다. 취업하면 의료보험, 연금보험, 간병보험을 자동으로 들게 되니 문제가 없다. 그러나 취업이 안 된 경우에도 의료보험은 의무적으로 들어야 한다. 독일의 의료보험은 회사가 매우 많다, 그러나 자신의 처지에 맞는 것을 골라서 들면 된다.     

이렇게 독일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나면 이방인의 애수에 젖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한국인들과 모이게 된다. 그러나 초창기에 한국인과 자주 어울리다 보면 장단점이 확연해진다. 장점은 물론 타향살이의 외로움을 달래는 데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다. 그리고 좋은 정보를 빠르게 공유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반면에 기왕 독일에 와서 새로운 직업을 얻고 정착하는 데는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많다. 어떤 이들은 외국에서 한국인을 만나면 ‘재난이다’라는 말까지 하는 데 그 정도는 아니다.    

 

독일 사회에 적응하는 데 가장 힘든 것은 언어다. 언어가 알파요 오메가다. 그런데 한국 사람들과 어울리면 독일어가 ‘절대로’ 늘지 않는다. 그러니 언어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붙은 경우가 아니라면 될 수 있는 한 한국 사람과 어울리는 것은 삼가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독일 사회에 들어가려는 노력을 최대한 기울여야 한다. 흔히 독일이 외국인 혐오가 강한 나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제로 살아보면 지역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그리 심하지는 않다. 한국에서도 외국인 특히 동남아시아인들을 차별하는 정서가 강한 편인 것과 비하면 그렇다는 말이다. 자기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하고 다른 사람을 긍정적으로 대하며 무엇보다 열심히 살면 살만한 곳이 독일이다. 특히 독일은 나치의 제3 제국 시대의 만행에 대한 ‘빚 의식’이 강한 나라이기에 외국인 차별 문제에 매우 민감하다. 그래서 차별당하는 경우를 생각보다 덜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민을 생각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그리고 이민 생활은 문자 그대로 ‘팔자’가 아니면 못 할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능력’은 있는데 학력이 모자라거나 자신이 일할 분야에 경쟁이 심할 경우 일자리가 ‘남아도는’ 나라에 가서 제2의 인생을 살아보는 모험을 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외국 생활을 어느 정도 해 본 경험을 반추해 볼 때 가능하면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우물 안 개구리’ 생활을 벗어나 보는 것도 인생에서 나쁘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한국에서 취업이 안 되는 사람이 외국에서 잘 되라는 법은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외국에서도 실패한다는 법도 없는 것이다. 일단 시도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의 기존의 사회 시스템에서는 고등학교까지 공부에 올인하고 대학교를 ‘잘 가면’ 편한 삶이 어느 정도 보장되었다. 그러나 현재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치적 경제적 상황을 볼 때 그런 ‘좋은 날’이 조만간 다시 오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위기가 기회라고 했다. 미국 이민도 좋은 기회가 되겠지만 유럽 최강의 국가이고 취업 기회가 비교적 많은 독일에서 새 삶을 시작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독일 취업을 포함하여 독일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 한다. Attemp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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