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총선에서 낙선한 이후 유튜브에서 악담이나 하면서 버티던 '낙동강 오리알' 김재원이 국민의힘 최고위원에 ‘수석’으로 당선되더니 벌써 기고만장하고 있다. 당선되자마자 사랑제일교회 전광훈이 주재하는 예배에 찾아가 ‘목사님 뜻을 관철’하겠다는 신앙 고백을 했단다. <중앙일보>에 난 관련 기사를 인용해 본다.
공개된 영상에 따르면 전 목사가 예배 도중 김기현 국민의힘 신임 당 대표를 거론하며 “우리가 김기현 장로를 밀었는데 찬물을 던졌다. 5·18 정신을 헌법에 넣겠다고 하는데 전라도 표가 나올 줄 아느냐"고 언급하자, 김 최고위원은 "그건 불가능하다. 저도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이재명 부모 산소 훼손 사건으로 시끄러운 가운데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 우연인가? 전광훈은 이미 개신교 교단에서 이단으로 판명이 난 자다. 그런 자를 여당인 국민의힘의 ‘수석’ 최고위원이 제 발로 찾아가 저따위 망언을 하는데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 것이 21세기 대한민국이다. 물론 법을 어긴 것이 없기 때문이다. 양심? 도덕? 그런 것에는 이 사회가 이미 집단적으로 ‘개 사과’를 던진 지 오래되었다. 그저 법망만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피해 가면 그만이다. 법으로 사회정의를 실현하라고 가르쳤더니 법꾸라지만 양산해 낸 것이 바로 그 잘난 서울대 법대다. 그 어떤 범죄를 저질러도 CCTV가 기묘하게 삭제되고, 공소시효가 지나고, 범죄 현장을 찍은 화면에서 머리 가르마가 반대로만 나와도 무죄방면되는 세상 아닌가?
전광훈이 명색이 목사라고 웬만한 정치가는 다 장로라고 부른다. 자기 아랫것이라는 의미겠다. 그래도 대부분의 정치가들은 꿀 먹은 벙어리다. 정말로 전광훈이 하나님도 까불면 죽이는 권능을 지닌 신으로 여기는 것일까? 그럴 리가 없다. 김재원은 윤석열이 불쾌하다는 의사를 표하자 바로 꼬리를 사타구니 사이에 넣고 깨갱하면서 ‘개 사과’를 했다. 관련 기사를 보자.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이 최근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 전광훈씨가 주관하는 예배에 참석해 5·18 정신 헌법 수록에 반대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가, '대통령의 5·18 정신 계승과 헌법 수록 입장은 확고하다'는 대통령실 발표가 나오자 즉시 발언을 철회하고 사과했다.
14일 김 최고위원은 본인 페이스북을 통해 "사랑제일교회 예배에 참석해 교인들 앞에서 언급한 저의 모든 발언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매우 죄송하다"며 "앞으로 조심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아울러 5·18 정신의 헌법전문 게재에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란 사실도 알려드린다"고 덧붙였다.(참조: https://v.daum.net/v/ZXcSGQyPcf)
진리도 신도 다 필요 없다. 그저 살아있는 권력 앞에서만 고개를 숙일뿐이다. 그것이 지금까지 보여준 김재원의 본모습이다. 김재원 ‘장로’는 누구인가?
1964년 경북 의성에서 태어났다. 그런데 지금은 강남의 고급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전형적인 '강남 수구' 세력에 속한다. 경상도 깡촌에서 강남에 입성했으니 출세다. 소문을 들으니 그가 출세하자 동네에 현수막까지 걸쳤다는 말도 들린다. 그래 사내대장부면 한양에 가서 과거 급제하고 금의환향해야 하는 법이지. 아무렴. 그런데 경상도 의원이 되어도 고향에 안 가고 집은 내내 강남이네. 강남이 역시 좋은가보다.
사실 그는 대구에서 고등학교까지 나오고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행시에 이어 사시까지 합격한 ‘인재’다. 사시 합격 후 공무원을 때려치우고 변호사로 있다가 2004년 한나라당 공천으로 경상도에서 2004년 17대 총선에 출마하여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그 후 박근혜로 줄을 잘못 타서 공천을 받지 못하고 2008년 18대 총선에서 낙마했다. 중국에 건너가 울분을 삼키다가 2012년 19대 총선에 다시 출마하여 당선되었다. 그러다 다시 2016년 20대 총선에서는 공천을 못 받았다. 그러나 기적적으로 2017년 재보궐선거에 후보로 추대되어 당선되었다. 그러나 다시 2020년 21대 총선에서는 공천을 못 받았다. 보통 공천을 받지 못하면 당을 튀쳐나가는 데 김재원은 와신상담, 백의종군의 자세를 보였다. 그리고 친박으로 확인된 정체성 때문에 윤석열의 기소를 당했음에도 윤석열에 충성을 다하고 있다. 참으로 놀라운 집념이다. 하긴 권력 부스러기만 준다면 뭘 못하랴? 김재원의 이력을 보면 인생의 영고성쇄를 늘 달고 다니는 자로 보인다. 그런 경험으로 지금의 김재원이 되었을 것이다. 어디든 표가 되는 곳이면 달려가리라.
그래서 전광훈이 헛소리를 해도 교회 안에 모인 자들의 맘에 드는 말만 골라했을 것이다. 속내는 전혀 아니면서 말이다. 그래서 그의 변명을 나는 믿는다. 그러나 그냥 동의만 하면 될 것을 쓸데없는 사족도 붙여 탈이다. 무덤도 기꺼이 판다니 말이다. 물론 이는 과거 김재원의 대선배인 이회창이 대선에 나서면서 조상의 무덤을 옮긴 것을 빗대어 한 말일 것이다. 그러나 이회창은 그렇게 조상 무덤도 옮기고 3수를하고도 결국 낙방했다. 애잔하다. 서울대 법대 나와도 안 되는 것이 있다는 진리를 몸으로 보여준 '어르신'이다. 그런데 자기 조상 무덤이야 지맘대로 건드릴 수 있는 것이지만 남의 무덤까지 건드리니 문제다.
최근 뉴스에 이재명 부모 묘소 사방에 일정한 크기의 구멍이 나고 한자를 쓴 돌이 나왔단다. 그 한자가 살 생(生), 밝을 명(明), 죽일 살(殺)이라는 해설도 덧붙여 나온다. 사극에 툭하면 나오는 저주 예식과 너무나 닮은 짓이다. 경찰이 수사를 시작했다니 결과가 곧 나올까? CCTV 기록 확인 불가, 공소 시효 만료, 혐의 없음... 뭐 이런 식으로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더 커 보이는 것은 나만의 착각일 수 있겠나?
이상하리만큼 한국 사회에 범람한 것이 이른바 주술과 점술, 기복 문화다. 물론 한국과 여러 모로 닮은 일본과 중국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사실 전 세계적으로 주술과 점술, 기복은 어느 정도 광범위하게 퍼진 문화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그런 것이 잡스러워 변두리에 내몰린다. 반면에 한국에서는 불교 신자만이 아니라 기독교 신자도 토정비결을 보고, 결혼할 때 궁합을 보고, 힘들면 사주집에 들락거린다. 왜 그럴까? 한국에서는 종교가 종교가 아니기 때문이다. 원래 종교는 대부분 자생적이거나 오랫동안 내면화하여 문화와 함께 성숙해진다. 그러나 한국의 종교는 모두 수입품이고 짝퉁이다. 본래의 것에서 많이 벗어나 있다. 이른바 토착화가 매우 잘 된 것이다. 그래서 절에 삼신각이 있고 교회에서 수능 합격 치성을 드리는 것이 한국의 종교다.
그리고 종교와 무관하게 명당을 찾고 발복을 기원한다. 이는 한국의 근원적인 집단의식이기에 그 어느 종교가 들어와도 동화될 수밖에 없는 매우 강력한 기제다. 그래서 절이든 교회든 대다수를 차지하는 늙은 여자들은 오늘도 기복을 바란다. 남편은 출세하여 떼돈을 벌고 자식은 명문대 입학하여 역시 떼돈을 벌어 잘 먹고 잘 살기만을 바라는 것이다. 그러지 않고 ‘참된’ 신앙을 가진 사람도 물론 있다. 그러나 가물에 콩 나는 수준이다. 대부분은 현세에서 남편 출세하고 자식들 입신양명하여 호의호식하며 살다가 죽어 화려한 장례식을 치러 동네방네 자랑이 되고 명당에 묻혀 자자손손 영원무궁 이 세상에서 계속 떵떵 거리며 살기를 바랄 뿐이다. 근본적으로 내세관이 매우 부족한 문화다.
그래서 이 세상에서 잘 먹고 잘 살 수만 있다면 귀신 아니라 악마라도 불러들일 심산인 이들이 많다. 그러다 보니 온갖 잡스런 도사들이 나타나 소가죽도 벗기고 하늘에 구멍도 뚫는 것이다. 손바닥에 특이한 문자를 새기거나 부적을 들고 다니는 것은 물론이고. 사실 무속은 몽고에서 시작하여 한반도에 단단히 뿌리내린 대한민국의 공통 신앙이다. 그래서 나중에 외국에서 수입된 종교의 차이와 무관하게 한국인은 모두 무속적인 심성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기독교든 불교든 한국에 일단 들어오면 중이나 목사나 다 무당이 되어 버리고 신도들은 현세구복적인 기복에 빠진 광신도가 되기 십상이다.
그리고 현세구복의 구체적인 으뜸 정신은 당연히 유교의 유구한 전통에서 나온다. 사서삼경의 으뜸인 <書經> ‘洪範’ 편에 보면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한국 사람이 그토록 좋아하는 오복이다. 부자가 되어 남들에게 잘난 거 과시하면서 건강하게 오래 오래 살다가 편히 죽는 것이 전부다. 진리 탐구도 이웃사랑도 환경 보호도 없다. 그저 나만 잘 먹고 잘 살다 죽으면 그만이다. 그게 어마어마한 <서경>에 나오는 오복이다. 그래서 당연히 피해야 할 육극은 못생기고 약하게 태어나 병들고 가난하게 살면서 매일 근심 걱정하는 것이다. 이런 정신에서 차별주의. 특히 얼굴, 재산, 학력, 건강을 척도로 이른바 루저가 된 사람들에 대한 극혐이 범람하는 사회가 되어 버렸다. 그것도 모자라 세계적으로 인종차별이 심한 것으로도 손에 꼽힐 정도다. 외모지상주의와 돈마귀에 물든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 이유가 바로 이 잘난 유교의 가르침에 있는 것이다.
일단 오래 살고 볼 일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부자가 되어야 한다. 곧, 기를 쓰고 모든 수단을 동원해 부자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몸이 튼튼해야 한다. 지혜나 인성? 그런 거는 급하지 않다. 그래서 피트니스, 특히 요가나 스쿼트, 트레드밀은 물론 몸에 좋다는 온갖 음식과 보약은 다 먹어야 한다. 그리고 돈 좀 있으니 못나고 가난한 이들 앞에서 유세도 좀 떨며 살아야 한다. 집 자랑, 외제차 자랑, 돈 자랑, 자식 자랑, 하다못해 개 자랑, 그릇 자랑도 하다가 늙어 편히 죽으면 그만이다. 반면에 피해야 할 것은 무엇보다 힘들게 일찍 죽는 것이다. 그리고 병에 걸리면 끝장이다. 근심도 하면 안 된다. 무엇보다 가난하면 안 된다. 가난은 지옥이다. 그리고 못생기면 절대 안 된다. 남에게 잘나 보여야 한다. 그래서 얼굴에 칼질이라도 해서 과거의 추한 나의 모습을 아무도 모르게 해야 한다. 그리고 나머지는? 절대 약해빠지면 안 된다. 몸도 강해야 하지만 악다구니로 버티며 절대 남에게 지면 안 된다. 지면 죽는다는 정신으로 살아야 하는 것이다.
내세를 위해 사랑과 자비로 이웃을 위한 희생정신을 발휘하라고? 유교 어디에도 그런 사해동포주의와 이타주의는 눈을 씻고 보아도 안 보인다. 그런 이타 정신, 보편적인 사랑 정신은 내가 잘 먹고 잘 사는 데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것이니 관심 없다. 천하의 공자도 죽고 난 다음 생에 전혀 관심이 없었는데 뭐 하러 사서 고민을 하겠는가? 죽고 나서 천당 가자고 이 좋은 세상에서 사서 고생한다고? 극락왕생하자고 그 좋은 노름, 술, 계집질을 마다한다고? 아서라. 실컷 놀고 가면 그만인 세상이다. 그러다가 내세가 정말 있다면? 뭐 그때 가서 다시 쇼부보면 된다. 법망을 교묘히 피해 가는 방법이 그 세상에도 있을 것 아닌가? 이 세상에서 법꾸라지 신공을 발휘한 내공을 쌓았으니 무엇이 두려우랴?
그렇다. 바로 이러한 지극히 현세구복적인 ‘사상’으로 수천 년 동안 세뇌된 두뇌가 모인 한반도에 불교가 들어오고 기독교가 들어온들 아무 소용이 없다. 불살생으로 인연 겁을 끊자는 불교는 호국불교로 둔갑하여 현세적 이익을 위해 살생도 마다하지 않게 되었고 자기희생의 사랑으로 인류를 구하자는 기독교도 마찬가지로 현세적 이익을 위해 툭하면 성조기를 들고 시청 앞으로 뛰어나가게 되었다. 그저 가장 쎈놈에 붙어 호의호식하다가 벽에 똥칠하기 전에 죽으면 그만인 것이 인생이라는 사상으로 오천 년 동안 세뇌된 머리에 무슨 자비와 사랑과 용서와 화해와 사해동포주의가 자리 잡을 수 있겠는가? 그저 입신양명하여 수천 평 짜리 집에서 떵떵거리고 살고 죽은 다음에도 법을 어겨가면서까지 큰 평수의 무덤에 누워 보는 것이 삶의 의미의 전부인 나라 아닌가? 그런 호의호식의 삶을 위해 개똥밭에 굴러도 출세만 하면 된다. 의리도 염치도 윤리도덕도 다 개나 줘버리고, 오늘도 돈과 섹스와 골프와 여행과 술, 그것도 모자라면 마약도 즐기다 가면 그만인 세상 아닌가?
그런 세상에서 김재원이 간에 붙고 쓸개에 붙고, 전광훈 앞에서 아부하고 윤석열의 기침 소리에 꼬리를 내리고 한껏 조아리는 모습을 누가 탓할 수 있을 것인가? 출세만 할 수 있으면 소 껍질도 벗기고 하나님도 죽이는 나라에서 김재원의 언행은 귀엽기까지 하다. 어디 얼마나 잘 사나 두고 볼 일이다. 그래서 김재원의 사주를 보았다. 역시 사주대로 사는 모습이다. 그러니 더욱 기특하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은 법 아닌가? 오늘 밤에도 개소주가 아닌 개 사과나 던져 볼까?
작년만 해도 선진국 문턱에 온 줄 알았는데, 다 꿈이었나 보다. 나도 술이나 푸면서 지각해 볼까? 누군 참 좋겠다. 떵떵거리는 권력을 잡고 모두에게 ‘개 사과’를 맘대로 던져도 다 꼬리를 가랑이 사이에 넣고 딸랑거리니 말이다. 누군가 ‘우리가 권력을 잡으면 다 알아서 긴다’고 자신만만하게 말한 것이 결국 자기 충족적 예언이 되었네. 참 뭣 같은 세상이다. 김재원은? 내년에 공천받겠냐고? 뭐 이미 점집에 가서 한 말 들었겠지. 그러니 내가 말해줄 필요가 없겠다.
그러나 무당과 도사가 날뛰는 이 한반도의 하늘에 깃든 악마와 사탄의 세력을 물리칠 필요가 있으니 서양에서 일찍이 악마를 물리지는 데 효험이 있다고 전해지는 미카엘 대천사에게 간구하는 라틴어 기도라도 드려볼까?
Sancte Míchael Archángele,
defénde nos in próelio;
contra nequítiam et insídias diáboli esto praesídium.
Imperet illi Deus, súpplices deprecámur,
tuque, Prínceps milítiae caeléstis,
Sátanam aliósque spíritus malígnos,
qui ad perditiónem animárum pervagántur in mundo,
divína virtúte, in inférnum detrúde.
Amen.
직역해 보면 다음과 같다.
성 미카엘 대천사여,
[악마와의] 전투에서 우리를 보호하소서.
악마의 사악함과 간계를 막아주는 보루가 되어주소서.
신께서 악마를 내치기를 간절히 바라나이다.
천군의 지휘관이여,
[인간] 영혼을 파괴하고자 세상을 떠도는 사탄과 여러 악령을
신의 도움을 받아 지옥으로 몰아내소서.
아멘.
가톨릭의 구마예식에서 볼 수 있듯이 악마를 몰아낼 때에는 라틴어로 소리 내어 기도를 드리는 것이 효험이 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한국어로라도 많은 사람이 기도하여 지금 한국 하늘 위에 떠돌고 있는 악귀를 몰아내고자 마음을 모은다면 다시 나라가 정상적으로 돌아올 것이다. 1년 만에 180도 뒤집어진 세상이니 1년 만에 다시 정상으로 돌려놓을 수도 있는 일 아닌가? 그래서 오늘도 나는 기도한다. 마귀야 물러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