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시민당에서 비례대표로 당선되어 여의도에 입성해 놓고는 자기가 창당한 시대전환이라는 정치단체로 소속을 옮긴 조정훈이 미약하기 그지없는 존재감을 살리기 위해 계속 무리수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는 외국인 가사도우미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말잔다. 그러면서 싱가포르가 1978년부터 외국인 가사 근로자 제도를 도입하여 합법적으로 월 70~100만 원만 지급하고 있다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결국 이리하면 이른바 맞벌이 MZ세대가 돈을 절약하여 잘 살고 애도 잘 낳을 것이란다. 그런데 이런 기가 막힌 생각에 동의한다는 의원들이 몇몇은 있나 보다. 정말 이따위 생각밖에 못 하는 자들이 국회의원의 탈을 쓰고 여의도에 앉아 있으니 나라가 이 모양 이 꼴이 난 것 아닌가?
이러한 반인류적이고 반인륜적인 제도를 서슴없이 입에 올리는 여의도의 국회의원이라는 자들은 세비로 월 1,285만 원을 받는다. 여기에 더해 세비보다 훨씬 많은 사무실 운영비와 보좌관 월급은 별도로 나온다. 개인 차량 운영비 등 여러 부대 수입도 만만치 않다. 국회의원 한 사람을 위해 4년 동안 들어가는 돈이 34억 7천만 원이다.(참조: https://www.ytn.co.kr/_ln/0101_201905211526259207) 현재 국회의원 정원인 300명을 다 합치면 4년 동안 1조 원이 든다는 말이다. 이런 천문학적인 돈을 쓰는 자들이 최저임금도 제대로 못 받는 외국인 가사도우미의 임금을 깎자고 덤비는 작태를 보이는 것이다. 그들은 아무런 저항 수단을 가지지 못한 취약 계층이다. 그런 사람들의 급여를 마음대로 깎기 위해 법까지 만드는 것은 법을 빙자한 일방적인 제도적 폭력이다. 인간의 존엄한 기본권인 생존권을 위협하는 사악한 폭력인 것이다.
얼마 전에 민주당의 이탄희 의원이 의원 세비를 절반으로 줄이자고 제안했다. 그런데 아무도 호응하지 않는다. 자기들 임금 깎는 데는 냉담하면서 가장 취약한 외국인 가사도우미의 200만 원도 안 되는 임금을 깎자고 나대는 이 자들을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외국인 가사도우미의 임금을 반으로 줄이면 MZ세대가 아이를 더 낳을 거라고? 예로 든 싱가포르는 2022년 기준 종합출산율이 1.05명으로 역사상 가장 낮은 수준에 이르고 있다. 가사도우미 임금을 최저 70만으로 깎은 지 50년 가까이 되었는 데도 그 모양이다. 출산율 제고와 가사도우미의 저임금은 아무런 연관이 없다는 사실을 싱가포르가 직접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도 조정훈은 뻔뻔하게 싱가포를 예로 들고 있다. 공부는 제대로 하고 있나? 출산을 안 하는 것은 돈 때문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어찌 국회의원씩이나 된 자가 모른다는 말인가? 아니면 알면서도 MZ세대에게 환심을 사서 내년 총선에서 재선을 해보겠다는 심산인가? 정말 조정훈과 그에 동조하는 자들의 심보가 사악하기 그지없다.
최저임금은 저임금 노동자에게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 마련한 제도이다. 그래서 모든 선진국만이 아니라 한국보다 형편없이 가난한 후진국도 이 제도는 마련하고 시행하는 것이다. 외국인 노동자도 인간이다. 그리고 여기서 노동하여 받은 임금으로 여기에서 생활한다. 한국이 세계적으로 물가가 높은 나라인데 한 달에 100만 원을 받고 어찌 살라는 말인가? 같은 논리로 외국에서 일하는 한국 노동자의 임금도 차별적으로 지급해도 된다는 말인가? 정말 우물 안 개구리들의 머리를 가지고 국회의사당에 앉아 있는 조정훈을 탄핵하고 싶다.
조정훈의 제안대로 외국인 가사도우미 임금을 100만 원으로 줄인다고 해보자. 그러면 MZ세대는 외국인 가사도우미만 쓸까? 말도 안 통하고 한국 문화도 모르는 이에게 귀한 자녀를 선뜻 맡길 MZ세대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한국의 상황은 싱가포르와 전혀 다르다. 동북아와 동남아는 같은 아시아이지만 문화적으로 전혀 이질적인 지역이다. MZ세대가 몇 푼 돈을 아끼자고 그런 문화적 고려 없이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선뜻 고용할 것이라고 안이하게 생각한 조정훈의 머리를 뜯어서 분석해보고 싶다. 아이를 기르는 데 가사도우미에게 드는 비용은 일부에 불과하다. 아이 교육비와 양육비가 훨씬 많이 든다.
MZ세대의 출산율이 극도로 저조한 것은 한국만의 상황이 아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선진국은 아이를 낳지 않는다. OECD 회원국의 평균 합계출산율이 1.59명이다. 이 수치로도 인구가 유지되지 못한다. 그런데 한국은 0.78명으로 최악이다. 더구나 MZ세대가 상대적으로 많은 대도시인 서울(0.59명), 부산(0.72명) 인천(0.75명)은 더 낮다. 1970년 한국의 출생아 수는 100.7만 명이었다. 그런데 2022년에는 249,000명이 태어났다. 4분의 1토막이 난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249,000명 가운데 첫째가 156,000명이라는 사실이다. 둘째 이상을 낳은 사람이 절반도 안 된다. 하나 이상 낳고 기르기가 벅찬 것이 대한민국이다. 첫 아이를 낳는 나이도 33세다. 그 나이가 될 때까지 돈을 벌어야 겨우 거처를 마련하고 애 낳을 준비가 된다는 말이겠다.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고령이다.(참조: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30222500090)
이러한 통계 수치가 말해주는 것은 명확하다. 남녀가 혼인하고 아이를 낳기 위해서 준비하는 시간이 매우 길다는 말이다. 그렇게 길어지게 된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돈이 아니라 제도이다. 직업을 찾고 혼인하고 거주지를 마련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는 과정에서 국가의 제도적 도움을 받을 길이 막막하다. 문자 그대로 혼인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에서도 각자도생해야 한다는 말이다. 2022년 근로지 평균 연봉이 4,024만 원이다. 연봉 1억이 넘는 사람은 112만 명 정도다. 그런데 서울의 주택 평균 가격이 7억 1,200만 원이다. 집을 사려면 맞벌이 부부가 10년 정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가능하다는 말이다.(참조: https://yonhapnewstv.co.kr/news/MYH20221207018200641) 연봉이 1억이 넘는 맞벌이 부부가 집을 사려고 해도 사정은 크게 나아지지 않는다. 적어도 4년은 한 푼도 안 쓰고 모아야 집을 장만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결국 돈이 문제인 것 같지만 돈은 가장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혼인하고 집을 장만하고 나서 아이를 낳으면 돈도 더 많이 들지만, 아이를 기를 정신적 육체적 여유가 사라진다. 더구나 한국은 여성의 경력 단절이 가장 심각한 나라다. 일단 출산하면 여성의 사회적 유대가 끊어지고 이를 다시 잇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아이가 스스로 설 수 있으려면 적어도 3년 정도의 집중적인 육아가 필요하다. 과거 대가족 시대에는 조부모를 비롯한 다른 가족이 도움을 주었지만, 지금은 그러한 보조가 거의 불가능한 시대이다. 그래서 가사도우미, 어린이집, 유치원이 대신 그 역할을 한다. 사실 선진국에서는 이를 국가가 제도적으로 책임진다. 한국에 육아휴직 제도가 도입되었지만 사실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다. 더구나 부부가 동시에 양육하기 위해서는 남성도 육아휴직을 해야 하지만 실제로 이를 활용하는 경우는 드문 것이 현실이다. 법적으로는 남성이 1년의 유급 육아휴직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대상자의 10%도 이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남성이 1년 유급 육아휴직을 낼 수 있는 경우는 세계적으로도 매우 드문 경우다. 그러나 생색만 낼뿐 정작 이 제도를 활용하기 위한 사회적 여건이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다. 결국 활용할 수 없는 법 제도를 만들어 놓은 국회의원들의 죄는 묻지 않고 그것을 제대로 활용하지 않는 남성만 탓하는 분위기를 조성해 버린 것이다. 유명무실한 제도를 만들어 낸 국회의원의 죄를 물을 길이 없다는 것이 더 문제다.
2022년 육아휴직을 한 근로자는 131,087명이다. 이 가운데 남성은 37,885명에 불과하다. 단순히 계산해 보아도 육아는 전적으로 여성이 부담하고 있다는 말이다.(참조: https://www.korea.kr/news/pressReleaseView.do?newsId=156549187) 게다가 2022년부터 시행된 ‘3+3 부모 육아 휴직제’를 최대한 활용해도 육아휴직 중에 받는 급여는 최대 첫째 달 200만 원, 둘째 달 250만 원, 셋째 달 300만 원을 받을 뿐 나머지 1년은 150만 원만 받는다. 이 돈으로 아이를 기르면서 1년을 먹고살라고? 조정훈이 바라는 대로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써도 월급 주기에 벅차다. 1년에 수억 원이 되는 돈을 마음대로 쓰다 보니 현실 감각을 완전히 잃어버린 자들이 바로 국회의원인 것으로 보인다.
육아는 돈으로 해결할 수 없다. 아무리 많은 돈을 들여도 모자라는 것이 육아다. 국회의원 300명 가운데 과연 몇 명이나 육아에 전념해 보았을까?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제도로 해결해야 할 문제를 자꾸 몇 푼 안 되는 돈으로 해결하는 척하니 욕을 먹는 것이다. 현실을 전혀 모르고 그저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이런저런 말을 쏟아낼 요량이면 당장 국회의원 자리를 내놓는 것이 마땅하다. 어차피 조정훈은 지역구 출신이 아니니 이번이 그의 마지막 임기일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이 그나마 다행이다. 국민이 처한 현실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그저 ‘관종’처럼 아무렇게나 말하고 행동하는 이런 자는 다시는 국회에 발을 들여놓아서는 안 될 것이다. 돈과 권력을 바라고 여의도에 발을 디디는 자가 없도록 하기 위하여 무엇보다도 이탄희 의원의 말대로 국회의원 월급을 절반으로 삭감해야 한다. 그리고 고급 자동차 대신 자전거로 출퇴근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또한 보좌관도 현재의 9명에서 1명으로 줄이고 국회의원의 사비로 급여를 주도록 해야 한다. 뜨거운 맛을 보아야 정신차릴 자들이 바로 국회의원이다. 그런 자들을 위하여 4년 동안 1조 원의 돈을 낭비해야 하다니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일이다. 국회의원 때문에 '낭비되는' 세금 1조원 가운데 절반인 5천억 원이라도 육아에 돌리면 숨통이 조금은 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