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은 신도 까불면 죽이고 한국 우파도 맘대로 통일할 수 있나 보다.
국민의힘 김재원이 여러 사람 앞에서 “전광훈 목사께서 우파 진영을 전부 천하 통일했다.”라고 선언했단다. 그 말을 한 자리를 보니 2023년 3월 26일 미국에서 열린 애국보수 단체인 북미자유수호연합 강연회란다.(참조: https://v.daum.net/v/20230327154005268?f=p) 그런데 그날 원래 예정된 국민의힘 최고위원 회의도 불참했단다. 현직 의원도 아니니 국회 출석 의무도 없다고 생각하나 보다. 당에서 최고위원으로 뽑아주었지만 그 회의 안 가도 된다니. 대단한 내공이다. 그 대신 요즘 뻔질나게 전광훈과 관련을 맺는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왜 그런가?
뻔하지. 당연히 내년 총선이다. 아무리 최고위원이라도 원외면 정당에서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것이 한국 정치의 현실이다. 지역구가 없다. 더구나 현재 김재원은 친윤으로 분류되지만 그 진정성이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더구나 김재원은 한국 헌정사에서 처음으로 탄핵되어 자리에서 쫓겨난 박근혜의 정무수석비서관을 했던 인물이다. 친박이라는 주홍글씨가 너무 크게 새겨진 인물이다. 친박을 탈색하고 친윤으로 변색을 하기 위해서는 더 시간이 필요하다.
김재원의 과거 경력을 보면 2004년 1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경상북도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국회에 입성했다, 2007년 17대 대선에서 박근혜로 줄을 잘못 타서 이명박의 미움을 사는 바람에 18대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했다. 중국으로 건너가 와신상담 끝에 2012년 19대 총선에서 경상북도에서 다시 당선되었다. 그러나 20대 총선에서는 또 공천을 받지 못하고 백의종군 신세가 되었다. 그러다가 2017년 박근혜 탄핵 이후 치러진 보궐선거에 나가 당선되었다. 주군이 몰락해도 본인은 일단 살아야겠던가 보다. 그러나 2020년 21대 총선에서 다시 공천을 못 받고 이제는 익숙한 백의종군을 시작했다. 그러다가 2023년 최고위원으로 당선되어 다시 권토중래를 모색하고 있다. 이제야 친윤에 한 다리 걸치려고 애쓰는 중일뿐이다. 그러니 그런 김재원이 내년 총선에서 당선되려면 뭔가 한 건을 만들어야 한다. 계속 스포일을 일으켜서라도 언론에 자주 등장해야 내년 총선을 바라볼 수 있을 것 아닌가? 그런데 참 이상하기는 하다. 김재원은 서울대 법대를 나와 행시와 고시를 모두 패스한 천재다. 그런데 전광훈 앞에만 가면 작아진다. 김재원 만이 아니다. 다른 내로라하는 정치가도 전광훈 앞에서는 설설 긴다. 서울대 법대, 고시 합격자 출신 검사, 판사, 고위공무원도 목사 하나를 못 이기는 세상이 21세기 대한민국인가?
그런 김재원이 국민의힘 당내 입지를 구축할 생각은 안 하고 외부로만 돌고 있다. 그러면서 특히 교단에서도 이미 이단으로 단죄된 전광훈에게 매달리는 중이다. 도대체 왜 그럴까? 그 이유를 이번 발언에서 어렴풋이 감을 잡을 수 있다. 현재 김재원의 지역구였던 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 선거구는 김종태가 장악하고 있다. 그는 19대와 20대 총선에서 내리 이 지역구에서 승리한 관록의 전사기무사령관 출신의 전사다. 더구나 20대 총선에서 그는 77.7%라는 전국 최고의 득표율로 당선되었다. 김재원이 그 지역구를 뚫을 가망성은 지금 제로에 가깝다. 그러니 그는 지금 전국구를 노리는 중일 것으로 보인다. 전국구가 되려면 당연히 정치 역량보다는 유명세가 한몫을 할터이다. 그러니 우파의 전사로서의 이미지를 각인하는 작업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왜 하필 전광훈인가? 한 마디로 바로 전광훈이기 때문이다. 전광훈을 좋아하거나 싫어할 수는 있지만 이제 한국 사회에서 그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리고 그는 김재원이 말하는 대로 우파 진영의 천하 통일의 주역으로 자타가 공인하고 있다. 그래서 국민의힘과 우파에 속한다고 자임하는 정치인들은 대부분 그와 이런저런 인연을 내세우고 있는 중이다. 전광훈이 한때 그가 회장으로 있던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그를 이단으로 규정하고 제명하기로 했다는 사실은 안중에도 없다.(참조: https://www.newstof.com/news/articleView.html?idxno=20115)
사실 전광훈은 그동안 여러 튀는 발언으로 언론의 주목을 자주 받아왔다. 이른바 ‘빤스 발언’부터 시작해서 최근에 한 발언은 자식에 관한 것이었다. 이른바 ‘믿을 놈이 독생자 밖에’ 없다고 한 것이다. 그 독생자가 바로 전도사로 일하는 전광훈의 친아들이다.
원래 기독교에서 ‘독생자’는 고유명사로 예수 그리스도를 지칭하는 단어이다. 기독교 신앙 고백의 모든 출발이 되는 <니케아-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에서 τόν Υιόν του Θεού τόν μονογενή, ‘신의 외아들’, 곧 독생자가 바로 주 예수 그리스도로 정의되었고, 이후 이는 교파를 초월하여 모든 기독교에서 진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 독생자의 아버지는 당연히 기독교의 신이다.
이 논리라면 이제 전광훈이 신이고 그 아들이 예수와 맞먹는 존재가 된다는 것인데, 이는 기독교 신앙에서 가장 심각한 죽을죄에 해당하는 독성죄에 해당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전광훈은 이미 ‘하나님도 까불면 죽어’라는 발언으로 유명세를 탄 인물이다. 그러니 그의 과거 발언과 연계해 보면 자신의 아들을 독생자로 부를 만도 하겠다. 자신이 신도 죽일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한다면 말이다. 그런데 이런 어마어마한 말을 전광훈이 쏟아내도 한국 기독교의 그 누구도 그를 감히 공격하지 못한다. 이유가 뭘까? 과연 그가 신도 까불면 죽일 수 있는 권능을 지닌 것이라 두려운 것일까? 아니면 그런 언행이 충분이 수용되는 매우 ‘관용적인’ 사회가 된 것일까?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한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천하의 전광훈도 결국은 지극히 유교적인 자식 사랑의 프레임에 걸려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한국에서 교회만이 아니라 정치계, 경제계는 물론 학계에도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지극히 유교문화적인 가부장제도의 흔적이다. 그래서 철저히 개인주의적인 서양에서 수입된 기독교 세계도 예외가 아닌 일이 되었다.
사실 개신교의 교회 세습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내로라하는 이른바 정통 교회에서도 자기 아들에게 교회를 물려주기 위하여 온갖 비난을 무시하고 심지어 불법적인 행위도 서슴지 않아 온 것이 바로 한국의 개신교 성직자들 아닌가? 그러니 전광훈이 특별난 예외일 수는 없다. 그래서 ‘하나님이 까불면 죽는다’고 당당히 말하고 자기 아들을 ‘독생자’라고 지칭하여 스스로를 신의 경지에 올려놓아도 그 신자들은 ‘아멘’만 외치고 있는 사실이 놀랍지 않다. 한국 사회에서는 그 정도 발언쯤은, 그리고 교회의 부자세습쯤은 이미 관용적이 행태가 되었으니 말이다. 지독히 부패한 사회에 잘 적응한 예가 아닐 수 없다.
서양의 기독교 역사를 보면 성직자가 교회를 자기 아들에게 세습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물론 중세에 일부 타락한 성직자들이 nepotism에 빠진 적은 있었지만 교회의 부자 상속은 구조적으로나 상식적으로나 불가능한 일이었다. 근본적으로 교회는 신의 것이지 인간의 사유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독교의 변방 국가인 한국 사회에서는 교회의 부자 상속이 공공연한 관행이 되었다. 기독교가 지독히 유교적인 가부장제도에 물든 한국 사회에 매우 잘 적응한 덕분이다.
많은 뜻있는 신학자들이 이러한 해괴한 관행에 대하여 문제 제기를 하고 그런 ‘타락한’ 성직자들의 반성을 촉구하였다. 그러나 그들의 주장은 문자 그대로 세례 요한이 하던 광야의 외침에 불과했다. 마치 재벌이 기업을 온갖 편법을 동원하여 자식에게 물려주듯이 개신교 목사들은 신법을 어기면서까지 아들에게 교회와 교회에 속하는 재산을 물려주려 혈안이 되어 있을 뿐이다.
어쩌다가 한국 교회가 이 모양이 되었을까?
하늘나라를 위하여 무소유와 자선을 강조하는 예수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모신다고 밤낮 고백하는 자들이 왜 그리 교회 건물과 재산에 집착하는가? 당연히 그들이 믿는 것이 기독교의 신과 예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명칭은 하나님과 예수이지만 사실은 자신이 만든 신일뿐이다.
사실 그 신은 바로 미국 Redeemer Presbyterian Church의 담임목사인 Timothy Keller의 저서 <팀 켈러의 내가 만든 신>(Counterfeit Gods)에 나오는 욕망, 집착, 돈, 성공이다. 이것이 한국 국민, 신자의 정신을 지배하는 집단의식 아닌가? 신자만이 아니라 성직자조차도 신에게 비는 것이 결국 이러한 자신이 만든 가짜 신들인 것이다. 신에게 자신의 ego를 내려놓고 욕심 없는 청정하고 여여한 삶을 살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법이 절대로 없다, 그저 SKY에 입학하여 고관대작이 되는 성공을 거두어 떼돈을 벌며 강남의 펜트하우스에 살면서 주지육림과 골프, 해외여행을 즐기는 것도 모자라 명품으로 온몸을 휘감고 고가의 외제차를 몰고 다니며 플렉스 하게 해 달라는 기도만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남이 오리를 가자하면 십리를 함께 가고, 속옷을 달라고 하면 겉옷까지 내주고, 누가 오른뺨을 치면 왼뺨도 기꺼이 내밀며 원수조차 네 목숨을 바쳐 사랑하라는 예수 그리스도의 당부에는 ‘개 사과’나 줘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러고도 자신의 신과 예수를 믿는다는 뻔뻔한 소리를 한다. 실제로는 자기가 만든 신을 믿는 주제에 말이다.
결국 전광훈과 같은 종류로 한국에 널려 있는 자칭 ‘목사’는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다. 한국의 기독교 신자들이 그런 성직자가 활개 치는 토양이 되어준 것일 뿐이다. 마치 극우 유튜버들이 그들에게 성금을 보내는 ‘국민’들을 토양 삼아 독버섯처럼 피어나듯이 부자세습을 당당히 하는 목사들을 향해 ‘아멘, 할렐루야’를 힘차게 외치는 신자들이 있기에 전광훈이 1분도 안 되어 교회 재산을 자신과 아들이 ‘합법적’으로 사유화할 수 있는 것이다.(참고: https://www.hani.co.kr/arti/society/religious/1055258.html)
그래서 전광훈은 아예 그런 신자들로 구성된 팬덤을 바탕으로 법원의 판결에도 ‘개 사과’를 던질 수 있었던 것이다. 법원에서 147억 원으로 합의하라는 명령이 떨어졌어도 결사적으로 교회를 방어한 신자들의 눈물겨운 ‘항전’ 덕분에 전광훈은 500억 원이 넘는 보상금과 더불어 새로 지을 교회 토지도 무상으로 받아낼 수 있었다. 게다가 요즘은 사우나 빌딩 인수로 또 한 번 부동산 대박을 칠 준비까지 하고 있다.
사실 이런 전광훈에게 무조건 ‘아멘, 할렐루야’를 외치는 모습은 정치판에서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나라를 일본에 팔아넘겨도 끝까지 지지하겠다는 그 팬덤이 한국 사회의 정치판에서도 존재하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이성이 마비되고 패거리주의에 중독되어 서로를 향하여 원수나 되는 듯이 오로지 감정 배설의 언행에만 몰두하는 자들이 넘치는 것이 바로 지금의 한국 사회에서 볼 수 있는 현상이다. 반만년 역사를 면면히 이어온 단일 민족이라는 생각에는 예의 그 ‘개 사과’를 던지면서 말이다. 이토록 갈가리 찢어진 사회를 세상 어디에서 또 찾아볼 수 있을까?
정치계의 지역주의와 이데올로기적 대립도 모자라 종교계마저도 우리 교회, 우리 목사로 사분오열된 사회에서 무엇을 더 기대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러한 국민과 신자를 토양으로 한 정치계와 종교계에서는 분열과 탐욕만이 득세할 뿐이다. 그리고 그러한 분열과 탐욕을 이용하여 대중의 감정 배설을 잘 유도할 줄 아는 자들이 정치적, 종교적 지도자로 활개 칠 수 있을 뿐이다. 땅이 정결한데 독초가 자랄 수는 없는 법인 것이니 말이다.
그러니 누가 돌을 들어 전광훈을 칠 수 있겠는가? 전광훈도 현재 한국 정치를 좌우하는 정치인들과 마찬가지로 이 사회의 타락과 혼란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일 뿐이니 말이다. 정치계와 더불어 종교계마저 썩은 냄새가 진동하는 나라에서 예수가 말한 참다운 기독교 정신을 붙들고 버텨내는 방법은 무엇일까? 기도만으로는 부족해 보인다. 그러나 다른 도리가 떠오르지 않는다. 지극히 부패한 물에서 피어오르는 연꽃이 될 방법이 과연 있을까? 이 밤에도 한국의 하늘 아래 어느 구석에서는 예수가 눈물 흘리며 애통해하는 것 같다. 이런 ‘개 사과’ 같은 상황에서도 무조건 사랑밖에 할 수 없으니 참으로 불쌍한 예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