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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Lee Apr 05. 2023

강남 송파병에 한동훈 후보라고?

[22대 총선 전망 시리즈] 강남 송파병 지역구

송파구의 상징 롯데타워 ⓒ pixabay


2024년 4월 11일 치러지는 22대 총선이 1년 정도 남았다. 이미 몇몇 지역구는 치열한 사전 작업이 벌어지고 있다. 어차피 양대 정당의 공천이 결정적 변수가 되겠지만 전략 공천도 ‘될 놈’을 밀어주는 법이니 국회의원 배지의 꿈을 꾸는 사람들이 자천타천 작전을 짜게 되어 있다.  

   

21대 총선에서 지역구는 더불어민주당 163석, 미래통합당 84석, 정의당 1석, 무소속 5석으로 판가름 났다. 비례대표에서는 더불어시민당 17석, 미래한국당 19석, 정의당 5석, 국민의당 3석, 열린민주당 3석으로 나뉘었다.     


21대 총선에서 지역구는 더불어민주당이 압승을 거둔 결과가 나왔다. 22대 총선에서 이런 결과가 반복될 것인가? 뚜껑을 열어보아야겠지만 현재의 여론조사 결과 추세를 보면 민주당이 분명히 선전할 것으로 보인다.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은 수도권을 거의 싹쓸이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의 철옹성인 지역, 곧 영남과 강남은 흔들리지 않았다. 다만 강남 가운데 유일하게 송파병만은 유일하게 민주당의 남인순이 당선되는 ‘파란’을 일으켰다.     


그런데 이 송파병을 다름 아닌 한동훈이 노린다는 소문이 들린다. 그러나 문자 그대로 소문일 가능성이 크다. 송파병은 전통적으로 민주당의 텃밭이었다. 다만 2012년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김을동이 파란을 일으켜 당선된 적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2016년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의 남인순 후보가 재선을 노리는 김을동을 물리치고 21대 총선에도 연승하는 관록을 보였다.      


이런 송파병에 천하의 한동훈이 나간다고 해도 소용이 없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지지율 열세의 국면을 만회하기 위해 한동훈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을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언감생심이다. 물론 강남은 북한에서 내려온 간부도 당선되는 곳이라는 ‘명성’이 자자한 동네이니 만만해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21대 총선 때 강남갑에서 태구민(개명 후 태영호)이 당선된 것은 궁지에 몰린 수구 세력이 일종의 ‘발악’을 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지역구 특성상 2000년대 이후 늘 국민의힘의 계보를 이어온 보수의 텃밭이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영남과 마찬가지로 강남갑은 나라가 일본에 넘어가도 국민의힘을 선택할 것이 뻔한 지역구다. 강남갑에 속한 신사동, 논현동, 압구정동, 청담동, 역삼동은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최고의 부자 동네 아닌가? 그들의 머리에는 오로지 돈과 권력밖에 없는데 무슨 나라 걱정할 틈이 있겠는가?   

  

다시 송파병으로 가보자. 현재 송파병에 속하는 동은 거여1동, 거여2동, 마천1동, 마천2동, 오금동, 가락본동, 가락2동, 문정1동, 장지동, 위례동이다, 지리적으로 보면 송파구 가운데 가장 남쪽에 속하여 성남시와 맞닿은 곳이다. 같은 송파구라고 하여도 ‘짝퉁 강남’ 분위기가 있는 송파갑이나 송파을과는 사뭇 다른 정서가 지배하는 곳이다. 그래서 갑도 을도 아닌 병인 것이다. 그러나 인구는 2020년 기준 254,473명으로 송파구 전체 인구(676,341명)의 37.6%나 차지하고 있다. 비록 강남이지만 야성도 강한 곳에서 여당 후보가 싸우기 가장 힘든 곳이다. 더구나 이 지역의 맹주인 남인순은 19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여의도에 입성한 후 강남에서 내리 2선을 한 막강한 전력을 지닌 의원이다. 그리고 의원이 되기 전에 이미 여러 사회단체에서 체력을 단련해 왔다. 이런 남인순을 상대로 한동훈이 지역구에서 대결을 한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물론 국민의힘 ‘바람’이 불면 가능할 수도 있다. 그러나 태영호는 단발성의 해프닝으로 끝날 것이다. 내년 선거에서 태영호가 공천을 또 받을 가능성은 제로이기 때문이다. 한동훈의 이력은 오로지 서울대 법대, 검찰이 전부다. 한동훈과 똑같은 이력을 지닌 윤석열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출한 다음 벌어진 사달을 목격한 국민의 70 %가 이 정권에 거부감을 느끼는 상황에서 바람은 있을 수 없다. 

    

그렇다면 한동훈이 거론된 송파병은 내년에도 남인순의 텃밭이 될 공산이 크다. 현재 남인순 의원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원래 여성, 보건 전문 위원으로 활동한 그가 매우 민감한 문제인 선거구 개혁을 다루는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는 사실이 그의 당내 위상을 말해주고 있다.   

   

남인순에 맞설 것으로 예상되는 현재 송파병 국민의힘 당협위원장은 경남대 교수인 김근식이다. 1965년생인 김근식의 직장은 영남이지만 출신은 호남이다. 서울대 정치학과에서 학사, 석사, 박사를 한 순종 서울대맨이다. 18대 총선에서 민주당의 비례대표를 신청했다가 떨어졌다. 그 후 2009년, 2016년에 계속 민주당에서 고배를 마신 다음 변신하여 미래통합당에 입당하였다. 전형적인 철새다. 원래 김대중의 햇볕정책을 지지하고 사드 배치를 반대하던 이른바 ‘좌파’ 북한 전문가였지만 2017년에는 돌연 사드 배치 찬성하고 2018년에는 햇볕정책 포기를 선언하고 북미정상회담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문재인 정부와 트럼프 정부의 대북 유화 정책을 비판했다. 이런 이력을 보면 현재 국민의힘에 매우 적합한 사람이다. 그러나 현재 국민들이 국민의힘을 혐오하는 가장 커다란 이유인 권력 해바라기의 딱지를 떼기 힘들 것이다. 그래서 국민의힘에서는 김근식을 쉽게 버리고 아무나 송파병에 공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럼에도 한동훈은 아니다. 만약 윤석열 정부가 고집을 부려 한동훈을 공천하면 내부적인 잡음이 엄청날 것이다. 그러나 그런 잡음을 물리치고 공천을 했다가 낙마하면 한동훈만이 아니라 윤석열 정부 자체에 치명타가 되어 이른바 롱-레임덕(long lame duck)이 내년 4월부터 시작될 것이다. 그래서 민주당의 입장에서는 한동훈이 송파갑의 후보가 된다면 기쁜 일이 될 것이 뻔하다. 국민의힘이 스스로 무덤을 파겠다는데 어찌 고맙지 않을 것인가?   

  

일단 송파병은 김근식 정도의 무게로는 택도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누구를 전략 공천해야 할까? 나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준석만한 카드가 없다. 어차피 한 번 버린 카드였으니 또 쓰고 버리면 된다. 이준석의 특기는 변칙적인 공격과 화려한 수사, 그리고 무엇보다 자천타천 MZ세대 전도사다. 남인순이 1958년생으로 이제 은퇴가 가까운 나이다. 그러니 1973년생으로 이미 50줄에 접어들어 꼰대층에 진입한 한동훈보다는 1985년생으로 아직도 자신이 MZ세대의 첨병이라고 믿고 있는 이준석이 보다 나은 카드다. 이준석 카드를 쓰면 윤석열 정부의 ‘꼴통’ 이미지도 많이 희석될 것이다. 윤핵관의 반대가 크겠지만 그것을 물리친 ‘통 큰’ 정치의 면모를 보인 것으로 치장될 수 있으니 말이다.  어쨌든 한동훈이나 이준석이나 누가 나오든 송파병은 이번 22대 총선에서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게 될 것이다. 그래서 벌써 뜨거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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