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에서 한동훈을 비롯하여 검사들이 후보로 나올 것이라는 것은 이제 공공연한 비밀이 되었다. 문제는 몇 명이냐는 것인데 하태경이 정확히 숫자까지 말해주었다. 현재 국회의원 정수는 300명이다. 그 가운데 국민의힘의 소속 의원 수는 현재 115석이다. 21대 총선에서 지역구 84석에 불과했으나 2023년 4월 기준으로는 오히려 93석으로 늘었다. 나머지 22석은 비례대표다. 비례대표용으로 임시로 만든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과 안철수의 국민의당이 통합되어 겨우 이 정도 규모를 갖춘 것이다.
그런데 이 가운데 절반을 넘는 60명을 모조리 검사로 채운다고? 하태경의 말이 단순한 공갈이 아닐 것이 충분히 예상된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의 뚝심과 의리는 자타가 공인하는 바이니 그에게 충성한 검사들에게 보은 차원에서 공천을 줄 것은 분명하다. 이를 위해 규정을 고쳐가면서까지 당대표를 김기현으로 뽑은 것인데, 끝장을 봐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일단 검사 60명이 나올만한 지역구는 어디일까? 당연히 강남과 영남, 두 ‘남’ 지역이겠다. 일단 내년 총선에서 탈락할 후보는 지역구에서는 4선 이상인 꼰대일 가능성이 크다. 윤석열 후보가 0.73%p의 종잇장 한 장 두께의 차이로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MZ 그것도 ‘이대남’이었기에 그들의 표를 의식해서라도 꼰대들은 솎아내야 할 것이다. 이에 속하는 이로는, 권영세(서울 용산구), 김기현(울산 남구을), 서병수(부산 부산진갑구), 정진석(충남 공주시부여군청양군), 조경태(부산 사하구 을), 주호영(대구 수성갑) 의원이다. 이들의 지역구는 모두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되는 곳이다. 게다가 이들 가운데 정진석, 주호영, 김기현은 권력의 핵심에 있기에 굳이 지역구에서 ‘고생할’ 필요가 없다. 아마 깔끔하게 용퇴할 것이다. 서병수는 5선이나 했다. ‘이제 마이 묵었다 아이가?’라는 말이 저절로 나올 판이다. 물러나야 한다. 더구나 1952년생이니 환갑진갑 다 지난 노병이니 이제 은퇴하여 편한 여생을 보내야 할 것이다. 경제학 박사이니 연구소나 차려서 여기저기 방송에 나오면 제격일 것이다. 조경태는 1968년생으로 아직 의욕은 많은 것이나 과거 민주당에서 한나라당으로 갈아탄 ‘변절’의 흑역사가 있는 인물이니 충성도 경쟁에서 밀릴 것이다. 공천에 탈락하면 무소속으로라도 나올 것이다. 권영세는 측근이기도 하고 아직 나이도 있는 데다가 검찰 출신이니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다. 용산의 상징적 의미도 크게 작용할 것이다.
그다음으로 국민의힘이 싹쓸이 한 대구를 보자. 주호영 말고 나머지 11개 지역구에서 일단 임병헌(대구 중구 남구)과 이인선(대구 수성을)은 공천에서 탈락할 것이다. 곽상도와 홍준표의 대타로 무혈입성한 이들이기에 병아리 수준이라 밀릴 수밖에 없다. 또한 김용판(달서구병)과 추경호(달성군)도 제외될 것이다. 아마 내각에 입각하는 정도로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이외 나머지는 존재감이 없기에 언제든 물갈이가 가능한 이들이다.
다음으로 부산이다. TK와는 다르게 ‘야성’이 조금은 있는 지역이기에 ‘아무나’ 공천해서는 피를 보는 수가 있는 곳이 PK 지역이다. 그래서 만만하게 물갈이하기 어려운 곳이다. 18개 지역구 가운데 3개 지역이 민주당의 손에 들어가 있다. 그러나 나머지 15개 지역구 가운데 위에서 말한 서병수, 하태경, 장제원 말고는 ‘존재감’이 없기에 뜻밖에 물갈이가 어렵지 않을 수 있다.
다음으로 울산을 보자. 6개 지역구 가운데 민주당 1명을 제외하고는 모조리 국민의힘이 차지하고 있다. 이 가운데 부산 중구에서 잔뼈가 굵은 박서민과 이채익을 제외하고는 다 물갈이가 가능해 보인다.
그다음 작대기도 필요 없는 국민의힘의 아성인 경북은 13개 지역구 가운데 이렇다 할 존재감이 있는 의원이 없고 경력도 별로여서 모조리 물갈이가 가능해 보인다.
경남의 16개 지역구 가운데 민주당이 차지한 3개 지역 이외의 13개 지역구는 박대출(진주시 갑)과 김태호(신청군 함양군 거창군 함천군) 정도만 관록과 이름으로 버틸 수 있고 나머지는 물갈이가 가능하다.
이렇게 보면 국민의힘의 텃밭에서 50명 정도는 물갈이가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에 비례대표에 검찰 출신 10명을 당선권에 놓아두면 윤석열 정부의 입법부에 대한 검찰 장악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아마 조만간 중진급부터 불출마 선언 릴레이가 시작될 것이다. 그들 가운데 적당한 몇 명은 다른 자리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고. 검사로 내년 총선을 치르고자 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간단하다. 현재의 상황으로 볼 때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은 대패한다. 그래서 영남 지역구만이라도 건져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몰릴 것이다. 어차피 지는 게임이라면 내 사람을 심어서 당을 장악해야 레임덕 상황에서도 내부총질을 면할 수 있는 것은 상식이다.
역대 정권의 말로를 보면 야당보다는 여당이든 야당이든 내부의 총질이 대통령에게 더 심각한 치명상을 입혔다. 그래서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 추세에 있고, 외교나 경제에서 눈에 보이는 성과를 보일 가능성이 전무한 상황이니 내 사람이라도 챙기고 나서야 하는 것이다. 대통령실에서는 검사의 총선 출정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지만 상황 논리로 볼 때 윤석열 대통령을 살리는 길은 검사 의원들 밖에 없다. 당연히 현재 지역구를 닦아 놓은 이들의 반발은 거세질 것이다. 그러나 여당의 분열은 오히려 윤석열 대통령에게는 지분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될 뿐이다. 여당의 절반만 검사 사단으로 건져도 적어도 3년 간은 무탈할 수 있으니 말이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이미 외연 확장을 포기한 지 오래다. 호남 진보 진영의 교두보라고 할 수 있고 지난 대선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정운천을 단칼에 제거해 버리는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그리고 남은 작전은 집토끼 수호에 있다. 영남만 건져도 비례대표까지 포함하면 얼추 100명에 접근할 수 있으니 몸보신은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 것이다.
그래서 전광훈을 결코 버릴 수 없다. 자유보수우파의 대집결을 선언한 그의 표집 능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보수집결만 한다면 40%에 근접하는 득표율을 보장받을 수 있는데 왜 전광훈을 버리겠는가? 지역구에서는 참패해도 비례대표에서 40%에 육박하는 지지율만 보장받으면 그만이니 말이다. 이미 집권 후반기 레임덕에 대비한 플랜 A는 완성되었다. 전광훈은 이러한 수세에 몰린 국민의힘에 보석 같은 존재이다. 아마 천공과 더불어 국민의힘의 양축을 이루게 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총선 공천 과정에서 추풍낙엽처럼 떨어져 나갈 현 지역구 의원들도 각자도생을 할 것이 분명하니 내년 총선은 역대급의 진흙탕 싸움이 전개될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는 검찰 조직의 특징인 철저한 상명하복, 조직에 충성하는 분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이를 누구보다도 윤석열 대통령 자신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어차피 총선 승리는 포기했으니 수성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국제 정치와 경제가 이미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는 없다. 중국과의 단교나 다름없는 조치로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와 경제가 걷잡을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모든 것을 내준 미국은 한국에 대해 대 놓고 CIA를 통해 도청을 해대고 있다. 한국의 유일한 의지처인 반도체도 미국이 자체 생산 계획을 세워 착착 진행 중이다. 일본은 어떤가?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일본에 가서 사실상 간과 쓸개를 다 내놓고 왔는 데도 별로 긍정적인 반응이 없다. 이런 최악의 상황이 내년 초에 갑자기 개선될 리가 만무하다. 그런 가운데 북한은 이미 수소폭탄과 ICBM의 개발에 성공한 데다 핵무기 소형화에도 성공을 거두었다. 한반도에 다시 전쟁이 일어나면 북한이 승리할 가능성은 제로다. 그러나 적어도 한반도를 쑥대밭으로 만들 능력은 분명히 북한에 있다. 그러나 미국은 여전히 한반도 비핵화 원칙만 염불처럼 외우고 있을 뿐이다. 핵무기도 없고, 전작권도 없는 한국의 미래는 동북아의 위기 상황에서 풍전등화나 다름없다. 이런 국내외적인 정치 경제적 상황은 악화될 뿐 개선될 가능성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총선이 1년밖에 안 남았다. 어찌 총선의 승리를 바랄 수 있겠는가? 그저 자유보수우파의 대결집 말고는 생존의 방법이 없다. 국민의힘은 이미 전의를 상실하고 생존 모드에 진입한 모습이다. 위기 때에는 믿을 놈만 믿는 법이다. 그러니 검찰 출신이 대거 총선에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검찰 출신을 공천하는 것은 집단 이기주의가 아니라 윤석열 정부의 생존 전략이다.
그래서 하태경의 근심이 단순한 근심으로 보이지 않는 것이다. 어디 두고 보자. 얼마 안 남은 총선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