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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Lee Apr 09. 2023

성경에 자유민주주의라는 헌법정신이 담겨있다고?

그것이 알고 싶다.

성경 해석은 어렵다 Ⓒ pixabay


윤석열 대통령이 영락교회에서 거행된 2023년 개신교 부활절 연합예배에 참석하여 ‘축사’를 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특정 종교의 예배에 참석하여 축사를 하는 경우를 나는 못 보았다. 그래서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현대 자유민주주의 국가는 엄격하게 정교분리의 원칙을 지키는 것이 상식이다. 신앙이 깊은 이명박도 조찬기도회에는 참석해서 목사 앞에서 무릎을 꿇고 기도는 했어도 부활절 연합예배에서 축사를 한 적이 없지 않았나? 게다가 그 축사에서 ‘성경에 자유민주주의라는 헌법정신이 담겨있다.’고 단언했단다. 


내가 신학 박사로 나름 성경과 신학 공부를 어느 정도 했다고 자부하고 살아왔는데 이런 해석은 금시초문이다. 사실 기독교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 자유민주주의다. 진리는 민주주의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독교의 배타적인 절대 진리는 오로지 신으로부터 나온다. 그리고 기독교는 가톨릭이든 개신교든 신자들의 자유를 극도로 싫어한다. 기독교에서는 신자가 교회와 목사에 무조건 충성할 것을 요구한다. 진리의 해석을 교회와 목사가 배타적으로 독점하고 있기에 신자가 자유롭게 성경을 해석하는 것을 끔찍하게 싫어한다. 그리고 그러한 충성을 하지 않을 경우 이단이요 배교자가 된다. 기독교 역사에서 이러한 사실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기독교는 자유민주주의를 혐오하는 것이다. 기독교의 진리는 교회와 목사만이 독점하는 독재적인 것이다. 그래서 너무 놀라 축사를 읽어보았다. 아래는 그 전문이다. 


“늘 국민과 나라를 위해 기도해 주시는 교회 지도자들과 성도 여러분, 여러분과 함께 예배를 드리게 돼 기쁩니다.

부활절 연합예배 대회장이신 이영훈 목사님, ‘부활은 우리의 희망입니다’ 라는 주제로 좋은 말씀을 해주신 장종현 목사님, 영락교회 김운성 목사님과 성도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연합예배를 준비해 주시고 축도와 찬양 특별기도를 맡아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1945년 12월 故 한경직 목사님께서 자유를 찾아 월남한 27분의 성도와 함께 창립예배를 드리며 이 땅에 영락교회가 시작됐습니다. 6.25 전쟁 때는 예배당을 지키기 위한 순교가 있었고, 전후 피난민 구제와 교육 사회복지 사업에 앞장섰으며, 구국기도를 통해 지혜와 용기를 간구했던 목소리가 지금까지도 남아 있는 곳입니다. 대한민국과 한국교회 역사가 담긴 이곳에서 여러분과 기도드리게 되어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기독교 정신의 요체는 사랑, 헌신, 희생 그리고 부활입니다. 예수님의 부활은 인류가 사랑의 실천으로 새롭게 태어날 수 있다는 무언의 메시지입니다.

예수님의 말씀대로 한국교회는 이웃을 따뜻하게 보듬고 우리 사회를 사랑으로 채우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튀르키예 지진으로 고통받는 이재민들을 위해 70억 원이 넘는 성금을 모아 사랑을 실천해 주셨습니다.

여러분께서 실천하신 사랑과 연대의 정신이 바로 나와 내 이웃의 자유, 그리고 나아가 세계 시민의 자유를 지켜주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예수님의 말씀을 이 세상에 구현하는 것입니다. 정부도 우리 사회 약자들을 더 따뜻하게 보듬어 가고 따뜻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한국교회 지도자들과 성도 여러분, 저는 늘 자유민주주의라는 우리 헌법정신, 그리고 우리 사회의 제도와 질서가 다 성경 말씀에 담겨 있고 거기서 나왔다고 했습니다. 진실에 반하고 진리에 반하는 거짓과 부패가 우리의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할 수 없도록 헌법정신을 잘 지키는 것이 하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길이라 믿습니다.

오늘 여러분과 함께하고 있는 영락교회에서 대광고등학교와 영암교회를 세웠고, 이영훈 목사님과 저도 대광고교와 영암교회에서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배웠습니다. 그 다짐을 예수님 부활의 의미와 함께 되새깁니다. 예수님의 사랑이 온 세상에 가득하기를 빕니다. 감사합니다.”  

   

영락교회를 세운 한경직. 4.3 사건의 기폭제가 된 서북청년단을 세운 그의 과거를 묻고 싶지만, 그리고 박정희와 전두환을 구국의 영웅으로 찬양한 국가조찬기도회에 관련된 비리를 묻고 싶지만 여기에서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으니 생략하겠다. 더 궁금한 사람은 윤정란이 쓰고 한울 출판사에서 제작한 <한국전쟁과 기독교>라는 책을 꼭 읽어보기 바란다. 한경직의 진면목을 알게 될 것이다. 

     

각설하고. 다시 축사로 돌아가 보자. 문제가 되는 부분은 다음의 문장이다.    

  

“저는 늘 자유민주주의라는 우리 헌법정신, 그리고 우리 사회의 제도와 질서가 다 성경 말씀에 담겨 있고 거기서 나왔다고 했습니다. 진실에 반하고 진리에 반하는 거짓과 부패가 우리의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할 수 없도록 헌법정신을 잘 지키는 것이 하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길이라 믿습니다.”    

 

우선 헌법의 의미를 알아보자.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다음과 같이 나와 있다.  

   

“헌법(憲法)「명사」 「1」『법률』 국가 통치 체제의 기초에 관한 각종 근본 법규의 총체. 모든 국가의 법의 체계적 기초로서 국가의 조직, 구성 및 작용에 관한 근본법이며 다른 법률이나 명령으로써 변경할 수 없는 한 국가의 최고 법규이다.”     


헌법은 진리와 진실과 무관하다. 또한 거짓과 부패도 관계없다. 그저 국가 통치를 위한 법과 제도의 총체일 뿐이다. 더구나 성경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 만약에 관련이 있다면 위헌이다. 정교분리의 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헌법과 관련해서는 오로지 합헌과 위헌만이 존재한다.   

   

헌법정신이라는 단어는 국어사전에 안 나온다. 그래서 영어로 ChatGPT에 문의해 보았다. What is the spirit of the Constitution of the Republic of Korea?   

  

답은 다음과 같았다.     


The Constitution of the Republic of Korea, also known as South Korea, was adopted in 1948 and has been amended several times since then. The spirit of the Korean Constitution is similar to that of many modern democratic countries, including a commitment to democracy, human rights, and the rule of law.     

The preamble of the Korean Constitution declares that the Constitution is established "to secure the independence, freedom, and democracy of the Korean people" and "to promote the welfare of the people and to secure social and economic justice." This statement embodies the spirit of the Korean Constitution, which seeks to create a just and equitable society where everyone has the opportunity to prosper.     

The Constitution of South Korea also sets forth a separation of powers among the legislative, executive, and judicial branches of government, reflecting a commitment to checks and balances and the prevention of tyranny.     

Moreover, the Constitution of South Korea guarantees fundamental rights and freedoms, including freedom of speech, religion, assembly, and the press. It also prohibits discrimination on the basis of gender, race, or social status, reflecting the spirit of equality and human rights.     

In summary, the spirit of the Constitution of the Republic of Korea emphasizes the principles of democracy, human rights, the rule of law, and social and economic justice, seeking to create a just and equitable society where individual liberties are protected and all citizens have equal opportunities to thrive.    

 

결국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 헌법 정신이 나와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그 전문을 찾아보았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정의·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고, 모든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하며,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며,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완수하게 하여, 안으로는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하고 밖으로는 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으로써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하면서 1948년 7월 12일에 제정되고 8차에 걸쳐 개정된 헌법을 이제 국회의 의결을 거쳐 국민투표에 의하여 개정한다.”   

  

헌법 전문에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외에 정의, 인도, 동포애, 자율, 조화, 기회균등, 자유와 권리, 책임과 의무, 국민 생활의 균등한 향상, 세계 평화, 인류 공영, 국민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이라는 가치가 나와 있다. 자유민주주의는 그 여러 가치 가운데 한 가지에 불과하다. 그러나 아무리 뒤져 보아도 기독교 성경의 핵심인 사랑과 진리, 복음과 구원은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 어찌 헌법정신이 성경에 담겨 있다고 한 것일까? 참으로 신묘한 해석이 아닐 수 없다.     

 

오늘 축사를 다시 한번 인용해 보자.  

   

“저는 늘 자유민주주의라는 헌법정신, 그리고 우리 사회의 제도와 질서가 다 성경 말씀에 담겨 있고 거기서 나왔다고 했습니다. 진실에 반하고 진리에 반하는 거짓과 부패가 우리의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할 수 없도록 헌법정신을 잘 지키는 것이 하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길이라 믿습니다.”    

 

이 말 대로하면 우리나라는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한 정교일치 국가가 된다. 기독교의 뿌리인 유대교 국가인 이스라엘에는 단일 헌법이 없다. 이슬람교를 신봉하는 국가 가운데 세속 국가가 된 터키에는 헌법에 이슬람교의 법인 샤리아 조항이 없다. 나머지 정교일치적인 이슬람 국가는 샤리아가 곧 법이다.  

   

그러나 엄연히 대한민국은 정교분리가 철저히 이루어진 민주주의 국가다. 그러니 기독교의 정신이 헌법에 들어갈 리가 없고 들어가서도 안 된다. 그럴 경우 불교가 가만히 있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국의 연합 종교 단체인 7대 종단에 속한 다른 종교도 들고일어날 것이다. 그래서 헌법에는 기독교 정신을 담을 수가 없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은 무슨 근거로 헌법 정신과 하나님의 가르침을 연결시키는가?   

  

하나님의 가르침은 무엇인가? 유대교에서는 십계명에 나와 있다. 그런데 십계명은 탈출기 20장과 신명기 5장에 서로 다른 버전으로 나온다. 그리고 가톨릭과 개신교 사이에도 내용에 차이가 있다. 그러나 전체적인 내용은 대동소이한 것으로 크게는 신의 숭배와 인간 생활 질서로 나뉜다. 세부적으로는 유일신 숭배, 우상숭배 금지, 안식일 준수, 부모 공경 요청과 더불어 살인, 간음, 도둑질, 위증, 타인 소유 재물 탐닉 금지다. 현대 민주주의 국가에서 생활 질서는 헌법이 아니라 법률로 규정하고 있다. 신과 관련된 것은 물론 제외하고 말이다.     

기독교에서 하나님의 가르침은 예수가 규정했다. 요한복음 13장 34절에 다음과 같이 나온다.   

  

ἐντολὴν καινὴν δίδωμι ὑμῖν, ἵνα ἀγαπᾶτε ἀλλήλους: καθὼς ἠγάπησα ὑμᾶς ἵνα καὶ ὑμεῖς ἀγαπᾶτε ἀλλήλους   

  

논란을 없애기 위해 신약성경 원문에 쓰인 그리스어를 인용했다. 

    

직역해 보자.     


"내가 여러분에게 새 계명을 주겠습니다. 곧 여러분이 서로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내가 여러분을 사랑한 대로 여러분 또한 서로 사랑해야 합니다."     


바로 이 구절 때문에 기독교가 사랑의 종교라는 말을 듣게 되었다. 구약의 유대교에서는 십계명으로 신의 명령이 규정되었지만 신약의 기독교에서는 예수의 명령으로 십계명을 대신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유대-기독교의 신에 대한 사랑과 인간 상호 간의 사랑이 대한민국 헌법정신 어디에 들어있다는 말인가? 나는 그것이 알고 싶다. 누가 설명을 해주기 바란다. 더구나 자유민주주의라니? 유대교의 ‘타나크’ 곧 구약 성경 24권과 기독교의 신약성경 27권 어디에 자유민주주의가 나오는지 누가 좀 알려주기 바란다. 나는 정말로 그것이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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