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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Lee Apr 17. 2023

전광훈이 국민의힘의 버르장머리를 고친다고?

정당 정치의 근간이 무너지고 있다.

어쩌다 정당이 애완견이 되었나? 


요즘 국민의힘이 전광훈이라는 뜨거운 감자를 삼키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뱉을 수도 없어 골머리를 썩이고 있다. 오늘 전광훈이 기자회견을 하는 자리에서 국민의힘의 버르장머리를 고치겠다고 큰 소리를 쳤다. 그에 대한 답을 요구한 기자에게 김기현이 한 대답은 역시 나약하기 짝이 없는 넋두리였다. “황당무계하기 짝이 없습니다. 도대체 지금 우리 당을 뭘로 알고 그렇게 이야기하는지 모르겠는데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습니다. 그 입을 당장 좀 닫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참조: https://v.daum.net/v/X0oZlXI96J) 한마디로 한 정당, 그것도 여당의 대표가 전광훈 앞에서 제대로 반박도 못하고 '깨갱'하는 형국이다. 왜 이런 모순적 상황이 지속되는 것일까? 천공 논란에 이어 전광훈 논란에 공당인 국민의힘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고 밖에 보이지 않는다.    

 

사실 국민의힘의 주요 지지층이 영남을 기반으로 하는 극우 세력인데 이들의 심기를 건드릴 경우 당 지지율 한 자릿수로 갈 것이라는 계산이 이미 나왔기 때문이다. 현재 여러 여론 조사를 종합해 보면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이른바 ‘콘크리트 층’은 영남 지역과 70대 이상의 연령대뿐이다. 게다가 이들이 최후의 피 한 방울을 모아봐야 30%를 넘지 못한다. 그러니 여기서 국우 세력마저 등을 돌린다면 국민의힘은 내년 총선 이전에 해체되고 말 것이다. 더구나 갖은 편법을 동원하여 김기현이라는 허수아비를 세워놓고 내년 공천을 대통령실에서 마음대로 할 계산을 세운 이후라 중도 확장은 이미 포기한 지 오래 아닌가?  

   

이를 잘 알고 있는 전광훈이 국민의힘에서 큰 몫을 받아낼 심산으로 있다. 재개발 지역에서 80억짜리 건물을 500억에 받아내는 신공을 이미 발휘한 바 있으니 국민의힘에서도 그 정도의 수익을 거둘 작정인 것이다. 문제는 국민의힘에서 그 누구도 전광훈을 다룰 수 없다는 사실이다. 전광훈과 대립하던 홍준표가 단칼에 날아가는 모습을 눈앞에서 목격한 다음에 감히 누가 전광훈에 맞서겠는가? 어차피 내년 공천에 대통령실 출신 40명 검찰 출신 60명을 빼면 현역 가운데 공천을 받을 사람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물론 대통령실과 검찰 출신의 교집합이 있기에 100명을 다 대통령실에서 공천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22대 국회의 지역구가 253개이고 비례대표가 47명인 현실에서 100명의 지분을 대통령실에서 가져간다는 것은 사실 완전한 물갈이를 하겠다는 소리다. 현재 국민의힘 소속 의원수는 115명인데 사실 이들 대부분은 영남과 강원도 출신이고 충청권에 일부가 존재하고 강남도 있지만 존재감은 미미하다. 더구나 22대 총선 때는 106명만 당선된 것인데 보선으로 그나마 숫자를 불린 것이 이 정도다. 공천 때 물갈이를 당해도 사실 반발할 힘이 없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광훈이 공천룰의 개정을 요구하고 나선 것은 국민의힘의 체면을 더욱 구기는 일이 되고 있다. 국민의힘의 간부는 고사하고 당원도 아닌 자의 세치 혀끝에 놀아나는 정당이 보수나 수구 세력에 좋아 보일 리가 만무하다. 그럼에도 그 누구도 전광훈을 치고 나서지 못하는 것이 현재의 국민의힘의 본질이다.     

도대체 전광훈은 뭘 믿고 이리 큰소리를 치는 것일까? 천공이 큰소리치는 것을 보고 자신감을 얻은 것인가?


그럴 수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국민의힘이 너무 취약해져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민의힘의 현역들은 모두 뿌리를 뽑힐 것이 예측되기 때문이다. 당내지지 기반이 전혀 없는 윤석열 대통령으로서는 믿을만한 검찰 출신 자기 사람을 심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나 모두 물갈이를 할 경우 기존의 당내 세력은 반발할 것이 뻔하고 이들은 과거에 늘 그랬듯이 이권을 쫓아 이합집산을 거듭할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결국 당내 최대 지분 확보에 모든 것을 걸고 있는 윤핵관 측은 전광훈의 세몰이가 절실히 필요할 수밖에 없다. 이런 당내 사정에 밝은 전광훈이기에 그의 국민의힘의 버르장머리를 고치겠다는 말이 단순한 헛소리만은 아닌 것으로 들린다.   

  

이제 국민의힘은 와해될 것이고 그 사이 각 지파의 지분 확보 투쟁은 격화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극우 세력 규합에 상당한 노하우를 지닌 전광훈이 영향력 행사를 할 생각을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지금까지 보면 국민의힘의 내로라 하는 자들은 모조리 전광훈 집회에 나가 그에 동조하는 발언을 했다. 전광훈과 맞서다가 보기 좋게 나가떨어진 홍준표도 한 때 전광훈과 뜻을 같이 하지 않았던가?  

   

비록 소수당이지만 국민의힘이 어엿한 여당인데 전혀 영이 서지 않고 있는 현실 앞에서 내놓을 카드는 극우 세력과 자본가 세력이 바라는 대로 노동자 탄압, 카드와 빨갱이 색깔 논쟁, 그리고 지역 갈라 치기다. 그러나 노동자 탄압 카드는 이미 지난번에 사용하여 더 이상 효력이 없다. 더구나 ‘69시간 노동’ 사달로 중도층과 MZ세대 마처 이탈한 상황이다. 빨갱이 카드는 이제 약발이 너무 떨어져서 지지율에 거의 변화를 주지 못한다. 지역 갈라 치기는 이제 영남 지역에서 조차 분열이 발생하여 더 이상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이제 남은 카드는 이재명과 방미다. 그러나 이재명의 생명력은 이미 검증이 끝난 것이기에 판세를 뒤집을만한 힘을 발휘하기 힘들다. 그리고 미국 방문도 이미 실무진 교체와 도감청 사건에 대한 어설픈 대처로 출발도 전에 약발이 다 빠진 형국이다. 국민들은 이미 방미하여 볼 장면을 충분히 예상하고 있다. 미국의 도감청에 악의가 없었다는 기가 막힌 판단을 내린 정부가 미국에 가서 보일 자세가 어떨지 다 보이는 것이다. 결국 미국에 가서 보도할 주요 내용은 대통령 부인의 화보 사진뿐일 것이 충분히 예상된다.   

  

그리고 지난 1년 동안 보여준 대로 해외 방문은 늘 지지율 하락을 부채질하는 결과만 낳았다. 이번에도 다를 리가 없다는 예상이 주를 이루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방미 이전에 이미 김이 다 빠진 사이다가 된 상황이니 실수를 최소화하는 데에만 주력할 것이 뻔하다. 결국 내년 선거는 윤석열 정권에 대한 심판이 될 것이 뻔한 상황에서 방미는 오히려 치명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무런 성과가 없는 것은 고사하고 대미 굴욕이라는 민주당의 주장을 확증하는 일만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반전 카드도 없는데 전광훈마저 국민이 뽑은 국회의원이 모인 엄연한 공당인 국민의힘의 버르장머리를 고치겠다는 엄포를 놓는 형국은 대한민국 정치의 부끄러운 모습을 여지없이 보여주는 사건이 될 것이다. 어차피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으로 붕괴가 예정되어 있었지만, 이 정도로 오합지졸의 모습을 보일 줄은 국민의힘을 지지한 이른바 ‘2찍들’도 미처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런 상황이면 검찰과 국민의힘의 공천 전횡으로 낙동강 오리알이 될 현직 의원들에게는 차라리 당이 붕괴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운신의 폭이 그만큼 넓어질 것이니 말이다.   

  

이런 와중에 민주당은 뒤에서 마냥 기뻐할 것인가? 그러기에는 아직 시기상조일 것이다. 검찰의 캐비닛에 쌓아놓은 이른바 비리 파일이 이제부터 무차별적으로 풀릴 것이니 말이다. 바야흐로 한국 정치판은 이제 문자 그대로 난장판이 될 것이다. 결국 강한 자만 살아남을 것이다. 과연 누가 강한 자가 될 것인가? 아무도 모른다. 살아남은 자가 강한 자이니 말이다. 사달이 마무리되어야 그 진실을 알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내년 총선이 이제 1년도 안 남았다. 그러나 경제는 파탄 지경으로 치닫고 있고,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는 문자 그대로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런데도 한국에서는 그런 위기를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모두 내년 총선에만 목을 매고 있다.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전만이 아니라 피난길에서도 동인 서인으로 나뉘어 서로를 잡아먹지 못해 안달하던 그 잘난 우리 조상님, 특히 나릿님들의 모습에 대한 기시감이 드는 것은 지나친 환상인가? 왜 이 한반도에서 잘살아보려는 백성들은 이리도 지도자 복이 지지리도 없는 것일까? 비바람이 몰아치고 나도 여전히 남는 미세먼지와 황사 같은 지겨운 형국이다. 그래서 차라리 전광훈이 국민의힘의 버르장머리를 고쳐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언뜻 들 정도다. 정말 답답하기 그지없는 날들이다. 이를 어쩌면 좋다는 말인가? 전광훈 앞에서는 하나님도 까불면 죽는다니 어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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