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는 중이다. 룰라는 중국과 힘을 합쳐 달러 기축통화 체제를 벗어나겠다고 말했다. 그전에 이미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여 많은 화제를 남겼다. 프랑스는 미국의 개가 아니라는 의미의 말까지 한 것이다. 프랑스만이 아니라 독일도 외무장관이 중국으로 달려갔다. 중국과의 경제 협력 강화를 위한 것이다. 현재 앵글로색슨 국가 그리고 한국을 제외한 세계의 모든 국가는 중국과 관계를 ‘정상화’ 하기 위해 거의 몸이 달아 있다. 다른 나라도 곧 중국을 방문하여 관계를 강화할 예정이다. 이 모든 나라는 특히 미국 중심의 달러 기축통화 체제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치고 있는 것이다.
달러가 기축통화가 된 것은 사실 얼마 안 된다. 아랍의 석유를 오로지 달러로만 거래하도록 한 규정을 미국이 멋대로 만든 이후 시작된 것이다. 게다가 1973년 미국이 금본위제도를 철폐하고 자기 마음대로 달러를 발행할 수 있도록 한 이후 세계 경제는 한시도 시름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미국이 통화를 늘릴 때마다 인플레이션 위험은 증폭되었고 달러 발행의 담보로 발행된 채권을 세계 각국이 분담할 수밖에 없었다. 한 마디로 미국의 빚을 세계 모든 나라가 대신 갚아주는 형국이었다. 그런 경제 제도 아래서 미국은 번영했지만 다른 나라 특히 한국과 같은 약소국은 자본주의의 특징인 주기적인 경기 침체와 인플레이션으로 극도의 고통을 당해야 했다.
경제만이 아니다. 미국은 마음만 먹으면 사기를 쳐서라도 다른 나라를 침공한 역사가 있다. 베트남전쟁 참전 구실을 만들기 위해 이른바 '통킹만 사건'을 조작하고 이라크 침공을 위해 존재하지도 않는 '대량살상 무기 Weapons of Mass Destruction, WMD)' 소문을 조작한 것이 바로 미국이다. 그 결과로 베트남과 이라크만이 아니라 바로 미국의 수많은 젊은이가 헛된 죽임을 당했다.
이런 미국의 깡패짓에 넌덜머리가 난 세계가 탈 미국을 시도해 보았으나 대안이 없어서 그동안 번번이 실패했다. 그러나 마침내 중국이라는 선택지가 생긴 것이다. 그래서 아랍 산유국과 유럽은 물론 남미도 탈 미국의 기치를 올리고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미국의 국가 부채는 31조 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3경 원이다. GDP 대비로는 2021년 말 기준으로 137.2%에 이른다. 한국은 2021년 기준으로 46.9%이다. 한 마디로 미국 스스로 빚을 갚을 능력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국채를 발행하여 달러를 무한정 찍어내며 버티고 있다. 그러면 그 국채를 전 세계가 나누어 사준다. 그렇게 미국 경제가 버티고 있다. 그래서 미국은 아무리 통화를 발행해도 망하지 않는 시스템이 완비된 것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이런 모순적인 체제가 유지되어야 하는가? 왜 미국을 위해 전 세계가 희생되어야 하는가? 이런 자각이 중국을 중심으로 현제 세계에 퍼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유럽이 달러에 맞서는 기축 통화로 유로를 만들어 대항해 보았지만 앵글로색슨의 한 축을 이루는 영국의 분탕질로 힘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중이다. 그 와중에 중국이 달러에 맞서는 또 다른 기축통화로 위안화를 제시하면서 세계 경제의 기본 틀이 바뀌기 시작했다. 물론 현재 중국 위안화는 미국 달러에 비해서 영향력이 미미하다. 그러나 기축통화는 한 국가의 경제력을 바탕으로 한다는 기본 원칙을 생각해 보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현재 중국의 경제력은 미국 다음으로 세계 2위다. 그리고 단순한 2위가 아니다. 명목 GDP가 20조 달러에 육박하여 26조 달러인 미국에 근접하고 있다. 일본이 3위이지만 액수로는 4조 달러로 독일과 거의 비슷하다. 1, 2위와 3위 이하의 격차가 ‘넘사벽’ 수준이다. 그리고 앞으로의 전망은 중국과 인도가 미국을 추월할 것이 확실하다. 중국과 인도가 나란히 전 세계 인구의 18%씩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은 4%에 불과하다. 그리고 중국의 지하자원의 잠재 가치는 23조 달러로 미국의 45조 달러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러시아를 제외하고 top 5 안에 들고 있다. 러시아는 지하자원에서 ‘넘사벽’의 수준인 75조 달러의 가치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인구와 경제력에서는 러시아가 중국에 크게 밀리고 있다. 그런 중국이 이제 세계에서 미국 단독 지배 체제를 무너뜨리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너무 신기하게도 거의 유일하게 한국만이 그런 중국과 척을 지고 있다. 그 결과가 바로 나타나고 있다. 경제적으로 중국에 크게 의존해 왔던 한국이 느닷없이 이념 논쟁에 빠져 중국과의 교역을 차단하고 나선 것이다. 그 결과 한국의 무역 적자가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다. 중국은? 한국과 교역이 줄어들어도 아무런 영향이 없다. 한국이 일방적인 손해만 보고 있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인 한국이 중국과의 교역에서 발생한 적자를 다른 나라와의 교역에서 보충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하는 것은 상식이다. 그러나 중국과 척을 지고 있는 미국과 일본에 무한히 숙이고 들어갔지만 소득이 전혀 없다. 없는 수준을 넘어서 손해를 보고 있다. 미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품인 반도체와 자동차의 미국 판매를 막기 위한 조치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일본은 이제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고 공공연히 주장하고 나서고 있다. 무조건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니 더욱 만만히 보고 무시하는 것이다.
사실 미국과 일본이 한국을 무시할 근거는 충분하다. 한국은 경제력, 군사력, 국제 정치력, 인구, 지하자원, 그 외 어떤 요소로도 두 나라에 상대가 안 된다. 미국과 일본이 한국을 바라볼 때에는 오로지 중국과 북한에 맞서는 전초기지일 뿐이다. 한국의 경제 구조가 근본적으로 외세 의존적이기에 어쩔 수 없이 동맹국인 미국에 의존해야 하지만 현재 지나치게 일방적으로 기울어진 관계를 강요당하고 있다. 한국에 비해 인구와 경제력에서 크게 모자라는 북한의 경우 이런 지정학적 위치에서 한국과 마찬가지로 생존을 모색해 왔다. 그런데 북한이 선택한 도구는 경제가 아니라 군사력이었다. 그 결과 현재 북한은 핵무기를 최소한 50개 확보한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물론 수천 기의 핵미사일을 보유한 미국과 러시아에는 비교가 안 되는 수준이다. 그러나 한반도를 초토화할 수준에는 이미 이르렀다. 그래서 적어도 누구도 만만히 볼 수 없는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 보잘것없지만 쉽게 삼키기 힘든 나라가 된 것이다. 그에 비해 한국은 이제 이른바 ‘국제 호구’ 임을 자인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한국 정부의 극비 정보를 도감청해도 스스로 ‘무해하다’고 선언하고 있는 지경이다. 미국 정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불법적인 도감청을 했음을 인정하고 사과하는데도 말이다. 그리고 한국에 씻을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른 일본에 대해서 아무런 사죄나 배상도 안 했음에도 먼저 손을 내밀고 있다. 그 결과로 일본은 독도가 일본 땅이라고 공식적으로 선언하고 나서기에 이르렀다. 그래도 한국 정부는 아무런 반발도 못 한다. 그리고 현재 한국의 핵무장을 가장 강력하게 방해하는 나라는 다름 아닌 미국이다. 그저 미국의 핵우산 안에 머물라는 타령만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휴전선에서 서울까지 거리는 30km도 안 된다. 핵미사일은 고사하고 최대 사정거리 50km가 넘는 장사포만으로도 서울이 초토화되는 데도 그 모양이다.
세계 모든 나라가 친하고 싶어 하는 중국과는 원수가 되고 한국을 ‘호구’로 보는 미국과 일본 앞에서는 계속 머리를 조아리는 현재 상황을 도대체 어찌 이해해야 하는 것일까?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을 이해해야 하는 한국 국민은 이제 어디로 가야 하나? 참으로 막막하다. 내일은 기쁜 수학여행에 나선 단원고 학생이 세월호 사고로 몰살한 날이다. 큰 사고가 났음에도 그저 그 자리에 가만히 있으라는 선장의 말을 믿고 방안에 가만히 앉아 있던 생때같은 고등학생들이 떼죽음을 당했다. 그 사이에 선장과 선원은 탈출해서 목숨을 구했다. 그리고 눈치 빠른 어른들도 목숨을 구했다. 그러나 순진한 학생들은 대부분 이유도 모르고 찬 바닷물 속에서 천천히 고통스럽게 죽어갔다.
세월호는 한국의 역사의 축소판이다. 임진왜란 때 선조와 그 측근인 권력자들은 한양을 버리고 의주로 도망을 갔다. 결국 군주가 사라진 한양에서 왜 나라 군대를 막아낸 것은 불쌍한 백성이었다. 한국전쟁 때도 이승만과 그 주변의 권력자들은 대전으로 미리 도망을 가버렸다. 그러고 나서 서울 시민이 건너고 있는 도중에 한강다리를 끊어버렸다. 국민을 살려야 하는 대통령이 저만 살겠다고 국민을 죽이고는 대전에 편히 앉아서 서울 사수를 명령하는 파렴치한 짓을 이승만이 저질렀다. 그 결과 군인이 아닌 민간인만 100만 명이 사망했다. 그 전의 고려 시대도 별다르지 않았다. 왕과 권력자는 강화도로 피난 간 사이 한반도에 남아 있던 백성은 사냥꾼에 당하는 짐승처럼 도륙당했다.
대한민국이 건국된 다음에도 별다르지 않았다. 이승만과 그 측근은 4.19 혁명이 일어나자 무고한 국민에게 총구를 들이댔다. 박정희와 그 측근은 총칼로 권력을 찬탈하고 독재에 맞서는 국민에게 총구를 들이댔다. 박정희와 마찬가지로 총칼로 권력을 찬탈한 전두환은 독재에 맞서는 국민에게 마찬가지로 총칼을 들이댔다. 이들의 공통점은 소수가 독재 권력을 장악하고 국민의 안위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는 것이다.
대통령답지 않은 대통령의 최후가 좋을 리가 없었다. 이승만은 쫓겨났고 박정희는 측근의 총알 두 방을 맞고 즉사했고 전두환은 사형선고를 받았다. 그 흉내를 내던 이명박과 박근혜도 법의 심판을 받았다.
이런 역사의 질곡을 버텨낸 한국 국민은 다시 건국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마주하고 있다. 경제적으로는 20년 만에 최악의 적자 행진이 지속되고 있다. 국제정치적으로는 최대의 위기에 당면하고 있다. 국내정치적으로는 해방 직후와 마찬가지로 좌우 극한 대립에 더해, ‘한남’과 ‘된장녀’, ‘MZ’와 ‘꼰대’, ‘문딩이’와 ‘깽깽이’, ‘빨갱이’와 ‘토착왜구’, ‘기업주’와 ‘노동자’가 서로 죽자고 싸우고 있다. 북한과 싸우기도 전에 한국 자체가 스스로 멸망하는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다. 북한이 핵미사일을 한국을 향해 발사하기 전에 말이다. 이런 와중에 부자들은 오늘도 외제 골프채, 외제 자동차, 고급아파트, 외제 사치품 가방과 구두, 옷 자랑에 여념이 없고, 수십만 가구의 수백만 명에 이르는 가난한 이들은 하루 한 끼도 제대로 못 먹고 있다. 하루에 36명이 자살하여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고, 노인 빈곤율과 청소년 자살률에서도 세계 1등을 하고 있다. 1등만 좋아하는 나라다운 일이다.
결국 한반도의 역사에서 늘 반복된 대로 한국 국민에게 남은 것은 ‘각자도생’뿐인가? 어쩌다 이런 세상이 되었는지 기가 막힐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이야기하면 바로 '빨갱이' 딱지 붙이기가 시작된다. 그런 논리라면 프랑스, 독일 , 브라질, 인도, 사우디아라비아가 다 빨갱이 나라라는 말인가? 심지어 일본조차도 중국과의 우호적인 관계 유지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만 이 모양이다. 정말 미친 것 같다. 왜 이런 세상이 온 것인지 정말 알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