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의 카드는 김건희, 한동훈, 천안함이 아니다.
민주당이 계속 ‘뻘짓’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천안함 논쟁으로 이재명 대표 최측근이 낙마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리고 오늘 송영길 전 대표는 검찰 청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면서 기자회견도 열고 A4용지 10장 분량의 입장문을 발표했단다. 그 글에서 송영길 전 대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김건희 여사와 (김 여사 모친) 최은순 등의 주가조작 의혹 관련 녹취록과 이정근 전당대회 돈봉투 관련 녹취록, 무엇이 중요한가? … "이정근 녹취록을 가지고 민주당 전체를 벌집 쑤셔놓은 듯 요란하게 수사하고 국회의원 2명(윤관석·이성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런 검찰이 김건희 여사는 소환은커녕 서면 질문도 못 하고 있다. 고양이 앞에 쥐 같은 모양새다.”(참조: https://v.daum.net/v/20230607120202149)
다 맞는 말이고 억울할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지금 전혀 엉뚱한 데서 계속 ‘삽질’을 하고 있다. 그래서 윤석열 정부 지지율이 30%대 초반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어도 나머지 70%를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을 나라를 팔아도 지지하는 30%도 김건희, 한동훈, 천안함의 진실을 다 알고 있다. 민주당 지지층 40%는 더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나머지 중도층 30%도 똥과 된장을 다 구분하고 있다. 더 이상 김건희, 한동훈, 천안함을 카드로 사용할 매력이 없다는 말이다. 이미 다 노출된 패로 판을 뒤집으려 하니 될 리가 있나? 그런데도 계속 이 카드를 내밀면 상대방만이 아니라 구경꾼도 짜증이 나게 되어 있다. 왜 정작 민주당만 이 노름판의 진리를 모르는 것처럼 보이나? 답답하기 그지없는 노릇이다.
지금 국민은 김건희, 한동훈, 천안함은 관심이 없다. 이미 ‘호기심 충족’이 되고도 남은 상황이다. 그리고 당장 먹고사는 일에 바빠서 진실게임은 뒷전이다. 민주당이 써야 할 카드는 오로지 민생과 안보다.
그런데 분명히 수출에 목을 매는 한국 경제가 무너지고 있는데 민주당은 관심이 없어 보인다. 그저 국민의힘과 똑같이 정쟁에만 골몰하고 있다. 게다가 내년 총선에 대비한 지분 싸움을 이미 시작하고 있다. 이낙연은 대선 후보 지지율에서 ‘오합지졸’에 불과하지만, 민주당 내부에서는 여전히 호남 세력을 등에 업고 지분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21대 총선 지형도를 보면 남한이 동서로 정확하게 분열된 모습을 볼 수 있다. 영남과 강원도는 빨간색 수도권과 호남은 파란색이다. 충청도도 동서로 갈려 동쪽이 빨간색, 서쪽이 파란색이다. 그러나 호남을 다 합쳐봐야 민주당은 27석에 불과하다. 영남에서 국민의힘의 전신인 당시 미래통합당은 56석을 얻었다. 한마디로 영호남의 싸움은 ‘쨉’ 안된다. 21대 총선에서 이 현격한 격차를 극복하고 민주당이 180석이라는 대승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수도권 121석 가운데 103석을 획득하는 압승 덕분이었다. 호남을 거의 싹쓸이해도 영남과 대비하면 본전도 못 찾는 것이 민주당의 엄연한 현실이다. 그래서 민주당은 호남당이 아니다. 호남당이 되어서도 안 된다. 그에 비해 국민의힘은 영남이 아니면 무너지는 태생적인 역학 구조를 지닌 당이다. 그래서 영남의 입맛에 맞는 정치를 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영남을 중심으로 한 한국의 수구 세력은 국민의 30% 내외를 차지하고 있다. 한 마디로 영원한 소수다.
그러나 역대 총선과 대선에서 본 것처럼 대한민국의 진보 세력이 압승을 거둔 경우는 21대 총선이 거의 유일무이하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진보 세력을 대변한다는 민주당이 제 역할을 못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적폐를 청산해 보라고 180석이나 몰아주었지만 지금까지 아무런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 여전히 김건희, 한동훈, 천안함에 매달려 진영논리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을 뿐이다.
과거 김건희, 한동훈 카드는 민주당의 꽃놀이 패로 여겨졌다. 파면 팔수록 나올 것이 있어 보였다. 그러나 이제는 다 팠다. 더 이상 팔 것이 없다. 그런데도 민주당 지지율은 70%는 고사하고 40% 언저리를 맴돌 뿐이다. 중도층 30%는 꼼짝도 안 하고 있다. 그 이유를 아직도 민주당은 모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답답한 노릇이다.
인제 와서 보니 김건희 한동훈은 오히려 국민의힘의 꽃놀이 패가 되어버린 느낌이다. 전세가 역전된 것이다. 민주당이 결정적인 ‘한방’을 먹이지 못하고 지지부진하면서 소셜 미디어에 올라오는 가십에만 매달리는 동안 그 결정적인 패는 이제 우스갯감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 좋은 카드를 들고, 180석이라는 전무후무한 힘을 확충하고도 지난 4년 동안 보여준 것이 고작 이거라니. 그런 실망의 소리가 국민 사이에서 새어 나오고 있다. 그런데 그 소리에 귀 기울일 생각을 전혀 안 하고 있다. 또 어찌어찌 내년 총선에서 최소한 반타작만 해도 성공이라는 말인가? 개혁은 어차피 물 건너갔으니 윤석열 정부를 견제할 마지노선만 지키면 그만이라는 말인가?
그렇게 윤석열 정부와 3년 동안 동거한 다음 대선에서 진검승부를 보자는 전략이라면 큰 실수를 하는 것이다. 비록 윤석열 정부가 민주당의 자중지란으로 0.73%p라는 종잇장 차이의 신승을 거두었지만, 그 후유증은 어마어마하다.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고 있어도 강력한 대통령제를 시행하는 대한민국에서 대통령은 무소불위의 권한을 지닌 자리다. 그 자리를 그리 허술하게 넘겨준 대가를 지금 민주당을 톡톡히 치르는 중이다. 더구나 윤석열 정부의 요직은 모조리 검찰 출신이 장악하고 있다. 모두 법에는 귀신인 자들 아닌가? 법으로 걸면 안 걸릴 의원이 과연 몇 명이나 될 것인가? 민주당이 스스로 원한 고난을 당하면서 정작 화풀이는 엉뚱한데 대고하고 있다.
정부·여당을 제대로 견제하지도 못하면서, 정책다운 정책도 내놓은 것이 없다. 대한민국 경제와 국제 정세가 문자 그대로 풍전등화의 상황인데 민주당조차 위기의식이 전혀 없어 보인다. 그런데 어떻게 민주당을 믿을 수 있다는 말인가?
그런데도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여전히 국민은 민주당이 차기 총선에서 이기기를 바라고 있다. 그 이유를 민주당은 정말 알고 있나? 그런 국민 앞에 더 이상 부끄럽지 않고 싶다면 당장 김건희, 한동훈을 비롯한 기존의 카드는 과감히 버려야 한다. 정권이 바뀌면 그런 카드는 쓰지 않아도 될 상황이 오게 될 것이니 말이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한국 경제는 위기에 놓여 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수출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 전월 수출은 522억 달러로, 전년 대비 15.2% 줄었다.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8개월 연속 감소 추세를 못 벗어나고 있다. 그뿐 아니다. 수출 상위 10대 품목 중 반도체, 기계, 자동차, 선박을 포함해서 7개 품목의 수출 경쟁력이 지난 10년 동안 지속적으로 하락 추세다. 오로지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가 이러고 있다. 더구나 큰 도움이 되던 중국 특수도 사라졌다. 수출의 30%를 차지하던 중국에 대한 수출이 12개월 연속 줄고 있다.
여기에 더해 인구도 지난 10여 년에 걸쳐 꾸준히 줄고 있다. 합계출생률은 역대 최저인 0.78이다. 그리고 생산가능인구(15~64세) 100명에 대한 고령(65세 이상) 인구 비중을 뜻하는 노년부양비는 26.1명으로 역대 최고다. 이 수치도 가파르게 오르는 중이다. 이에 무디스는 한국의 생산 인구가 줄어 결국 잠재성장률이 2025년 이후 2.0%로 낮아질 것이라고 했다. 심지어 KDI는 2050년에는 경제성장률이 0.5% 수준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또한 빈부 격차는 심화하고 있다. 당장 2023년 1분기 기준으로 소득 상위 20%의 실질소득이 전년 대비 1.2% 증가했지만, 소득 하위 20%는 1.5% 감소했다. 그리고 이 추세도 지속적으로 악화되는 중이다.
여기에 더해 중국과 대만의 전쟁은 거의 기정사실로 되고 있다. 중대전쟁이 발발하면 한반도에 파편이 튈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그리고 그 전쟁에서 궁극적 승자는 없고 오로지 피해자만, 그것도 민간인 피해자만 넘쳐나게 될 것이다.
길은 없는가? 물론 여러 학자가 제시한 것은 있다.
가장 많이 이야기되는 것이 내수 진작이다. 분명히 국내 소비와 투자를 장려하는 정책을 시행하면 경제활동을 촉진할 수 있다. 여기에는 세금 인센티브 제공, 인프라 프로젝트에 대한 정부 지출 증가,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및 홍보 캠페인을 통한 소비자 신뢰 증진 등이 포함될 수 있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 시절에 IMF를 극복하기 위하여 내수 진작 정책을 사용했지만, 결과적으로 남은 것은 민간 분야의 부채였다. 내수를 아무리 북돋운다고 해도 5천만 명의 인구에 3만 달러 정도의 연 소득 가지고는 언감생심이다.
그다음으로 중소기업 지원 이야기는 거의 구두선처럼 되풀이되고 있다. 중소기업은 한국 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에 재정 지원, 신용 이용, 사업 개발 지원을 통하여 경제 성장에 이바지하도록 할 수 있다. 그러나 박정희 세대부터 대기업을 중심으로 차인 판이 쉽게 무너지겠는가? 중소기업이 자랄 싹만 보이면 대기업이 바로 기술 빼앗고 짓밟아온 관행은 쉽게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혁신 및 기술 발전 촉진도 이야기된다. 과거 이건희 시절 삼성의 성공 사례가 대표적이다. 물론 연구 개발 장려, 혁신 허브 육성, 신생 기업 지원은 경제 성장을 촉진하고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인공지능, 생명 공학 및 재생 에너지와 같은 신흥 기술에 대한 투자는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분야에서 한국만 관심을 보이는 것이 아니다. chatGPT라는 ‘폭탄’이 덜어지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네이버 카카오가 허둥대는 모습을 보면 이 또한 장래가 어둡다.
결국 국제 무역 강화만이 살길이다. 결국 무역 관계 확대, 자유 무역 협정 협상, 수출 시장 다각화는 한국 기업이 새로운 고객에게 접근하고 특정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주요 무역 파트너와의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지역 경제 이니셔티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도 경제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데올로기에 집착하여 친미반중 정서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중국은 물론 믿었던 베트남과의 무역도 시원치 않아 지는 상황에서 미국이나 유럽 수출도 지지부진한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길이 안 보인다.
그밖에 교육 및 인력 개발에 대한 투자, 소득 불평등 해결, 지속 가능한 개발 및 저탄소 경제를 중심으로 한 녹색 이니셔티브를 통한 녹색 일자리 창출을 말하지만, 이 분야도 이미 선진국이 훨씬 앞서가 있다. 한국의 입시 위주 교육의 고질적인 병폐는 처방이 없는 사회적 병이 되었다. 녹색 일자리는 이미 유럽이 주도하고 한국인 시작도 못 한 상황이다.
한국 경제와 국제정치가 이토록 ‘엄중’한데 민주당은 김건희 한동훈 노래만 불러대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 천안함까지 재탕 삼 탕한다면 국민은 도대체 누굴 믿고 살라는 말인가? 국민의힘에 기대 안 하는 국민에게 민주당마저 기대를 저버린다면 말이다. 앞이 캄캄하다. 민주당은 정말로 국민을 버릴 작정인가? 어차피 야당이 되어도 의석은 보장되었으니…. 참으로 날씨만큼 쓸쓸한 한반도의 하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