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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Lee Aug 02. 2023

김건희의 명품 쇼핑이 가져온 김어준 축출 나비효과?

이미 '빨갱이 딱지'는 필요 없는 나라다.

사실 돈 있는 여자가 자기 돈으로 ‘구찌’를 사든 ‘비똥’을 든 아무 문제없다. 더구나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뭐든 맘대로 해도 되는 자유 자유 자유의 나라 아닌가? 법을 어기지만 않으면 말이다. 거짓말을 해도 사기를 쳐도 법만 어기지 않으면 그만인 자유의 나라다. 정 안 되면 수백억 수천억 사기 쳐도 1년 정도 교도소에서 반성하는 척하면서 쉬다가 나오면 그만인 나라다. 공무원이 국민을 '개·돼지'라고 불러도 결국 사면 복권되는 빛나는 자유 자유 자유의 나라다. 그러니 ‘똥’을 사든 ‘찌’를 사든 자기 맘이다.     


일부 '좌파' 언론에서는 그래도 한 나라의 ‘지도자의 아내’가 공무로 남편이 출장을 간 다른 나라에서 명품으로 둔갑한 ‘사치품’을 산다면 분명히 문제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웃기는 말이다.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인가? 인구 비율로 명품족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다. 명품 소비 1등에 당당히 등극한 나라라는 말이다. 한국 여자치고 명품 한 개 정도, 정 안 되면 짝퉁이라도 하나 안 가진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그리고 명품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고, 병석에 누웠다가도 바로 일어나는 나라 아닌가? 그런 나라에서 대통령의 아내가 ‘내돈내산’ 한 것이 어찌 문제란 말인가? 그래서인가? 사달이 난지 한 달도 안 되어 나라가 고요하다. 아니 그런 일이 있었는지조차 모른다. 기억력이 보름도 안 되는 민족성 때문인가? 아니다. 원래 어느 나라나 ‘스스로 원해서’ 개·돼지가 된 국민이 넘치는 나라에서는 늘 그런 법이다.   

  

한국은 세계에서 보기 드물 정도로 사회가 분열된 나라다. 남북한이 갈라진 것도 모자라 전라도와 경상도가 갈리고, 남자와 여자가 갈리고, 서울과 지방이 갈리고, 인서울과 지잡대가 갈리고, 인서울에서도 SKY와 나머지도 촘촘히 갈라놓아야 속이 시원한 나라다. 전제적으로 부자와 빈자가 갈리고, 자본가와 노동자가 갈렸다. 그것도 모자라 선생과 학생이 갈리고, 전 정권과 현 정권이 갈렸다. 더 나아가 친중과 진미도 갈렸다. 틈만 나면 모래알처럼 산산이 갈려보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사람이 모여 사는 나라다. 그 어떤 이슈가 생기든지 문제 해결이 아니라, 진영 논리로 시작하고 진영 논리로 끝난다. 정말 신기한 나라다. 그러니 ‘빨갱이 딱지’는 영원히 유효할 것이다.     


그런데 이제 윤석열 정권이 좌파 언론을 손보자고 나서는 모양새다. 특히 김건희 여사의 언행을 걸고넘어진 죗값인 모양이다. 걸고넘어지기의 선두에선 상징적인 인물이 바로 김어준이다. 일단 교통방송에서 몰아내는 데 성공을 거둔 윤석열 정권은 이제 김어준을 delete 할 준비를 하는 모양이다.  사실 김어준이 스스로 좌파 언론이라고 선언한 적은 없다. 그리고 사실 좌파 언론은 한국 사회에서 살아날 수가 없다. 해방 이후 이승만 정권이 철저하게 좌파 척결을 하느라고 친일 청산을 못 할 정도였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이제 대한민국에서는 ‘빨갱이’는 모든 미운 놈에 붙이는 '주홍글씨'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그 누구도 선뜻 자신이 진보-좌파라고 나서지 못한다. 그리고 사실 대한민국에는 좌파는 이미 씨가 말라버려 기껏해야 '입진보'와 '강남좌파'만 있을 뿐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빨갱이’ 딱지는 유효하다. 누구든 걸면 다 걸리게 되어 있다. 이제 그 딱지를 김어준이 받을 모양이다. 김어준을 먼저 치고 나온 것은 윤석열 정권이지만 김어준의 공격 또한 만만치 않다. 그런데 이상하게 김어준의 공격을 한동훈이 다 받아내고 있다. 그리고 김어준도 한동훈을 집중해서 치고 나간다. 왜 그럴까?  사실 앞에서 말한 대로 김건희 여사를 건드려 봐야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거의 대부분 여자가 명품에 눈이 먼 현실에서 ‘여자의 사치’를 논하다가는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 ‘프러포즈’도 100만 원짜리 호텔 상품을 골라야 하고, 그 선물도 수백만 원 하는 명품 백을 마련해야 품새가 나는 나라 아닌가?   

   

김건희 여사가 쇼핑하러 들어간 명품관인 리투아니아의 Du Broliai는 문자 그대로 최고급 물건만 파는 곳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많은 사람이 리투아니아를 한국보다 못 사는 가난한 나라로 알고 있는데 천만의 말씀이다. 국토 면적은 65,300㎢로 한국의 65%다. 인구는 2,800만 명으로 역시 한국의 55% 정도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돈, 국민소득도 명목 GDP가 41,000달러로 한국의 47,000달러에 버금간다. 한국만큼 잘 사는 나라다. 그래서인가? 자살률도 전 세계 1위인 한국 다음으로 전 세계 2위다. 그러나 리투아니아의 명품 소비율은 세계 1위인 한국에 비교가 안 된다. 아직은 미국이나 서유럽 국가만큼 부자가 아니기에 그렇다. 그런데 리투아니아보다 별로 부자가 아닌 한국은 이미 명품 소비율로 미국과 유럽을 가볍게 제치고 중국마저 제쳐 세계 1위가 된 나라다. 그러니 김건희 여사가 ‘구찌’를 사든 ‘비똥’을 사든 아무런 감흥이 없을밖에.   

  

그런데 우리나라가 과연 명품 구매 세계 1위를 할 만큼 잘 사는 나라인가? 아니다. 언론에 잠깐 뜬 유튜브 채널 <지식한입>에 올라온 ‘진짜 한국인 평균을 알아보자’에서 갈파한 대로 한국은 아직 ‘가난한’ 나라다.(참조: https://www.youtube.com/watch?v=wVGJmZaB6q0) 이 방송에서는 많은 한국인이 생각하는 평균인은 인서울 대학을 졸업하고 중견 이상 기업에 취직하여 자가 마련 후 그런대로 사는 사람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이 방송에서 분석한 대로 한국인의 약 30%만 집이 있다. 게다가 30대 가운데는 75%가 무주택자다. 그런데도 결혼할 때 많은 여자들이 내세우는 조건은 남자의 월급은 최소 500은 돼야 하고 서울에 수억 원 하는 전셋집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한다. 그리고 프러포즈는 아니어도 결혼은 호텔에서 하고 혼인 예물은 ‘똥’이나 ‘찌’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한다. 3부 다이아반지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현실은 어떤가? 2020년 기준 평균 소득은 월 320만 원인데, 2021년 중위소득은 월 264만 원이다. 세후는 258만 원이다. SKY도 아닌 인서울 대학을 나오려 해도 학교 성적이 전체의 10% 안에 들어야 한다. 취업자 가운데 대기업은 16%, 공직은 11%에 불과하다. 그래서 서울에서 대학을 나와 집과 직장이 있으면 한국에서 10% 위에 드는 상류층이다. 나머지 90%는 그럼 무엇인가?      


이런 사회에서 체면에 목숨을 거는 한국인들은 무리해서라도 ‘똥’과 ‘찌’를 사야만 하고, 일 년에 최소 한 번은 해외여행을 가야 하고, 주말에는 스크린골프라도 쳐야 한다. 그리고 영끌을 해서라도 서울에 집을 마련해야 한다. 그 결과는? 세계 최고의 가계부채국이다. 그리고 견디지 못해 나가떨어지는 자들이 넘치는 자살률 1위 국가이다. 그리고 노인 빈곤율 역시 세계 1위이다. 젊어서 빚을 얻어서라도 무리하게 뽀대 나는 삶을 살아보려다 가랑이가 찢어진 것이다.     


그런 나라에서 좌파 언론이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한동훈이 힘을 안 써도 저절로 좌파 언론은 몰락하게 되어 있다.  더구나 현재 한국은 찐 좌파는 사라지고 오로지 짝퉁 좌파, 곧 ‘입진보’와 ‘강남좌파’만 있을 뿐이다. 지금 이 사회에서 잘 나가는 ‘입진보’와 ‘강남좌파’의 면면을 보라. 모두 잘 먹고 잘 사는 이들이다. 인서울 대학 출신에, 서울에 집이 있고, 서울에 직장이 있다. 그런데 그것도 모자라 이런 짝퉁 좌파가 유튜브를 개설하면 집도 없는 서민이 알아서 조공을 바친다. 조민이 허접한 비디오를 올리면 광신도처럼 몰려가 칭찬만이 아니라 돈도 바친다. 누구 말대로 조민이 유튜버만으로도 의사보다 더 낫게 돈 벌 수 있는 나라다.      


그래서 좌파는 척결할 필요가 없다. 한국에 좌파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윤석열 정권에서는 여전히 ‘빨갱이 딱지’를 들고 나오나? 당연히 내년 총선 때문이다. 다시 말하지만 실제로 한국에 좌파 언론은 없다. 그러나 빨갱이 딱지를 붙이는 순간 멀쩡한 언론도 '좌파' 언론이 되고 만다. 그리고 그 '주홍글씨'를 받은 언론은 윤석열 정권이 가만히 있어도 ‘개·돼지’들이 물어뜯게 되어 있다. 잘 사는 수구세력이든 강남좌파든 그저 저 위에 앉아서 구경만 하면 된다. <오징어게임>에서 본 그 돈 많은 자들처럼 말이다. 자기들끼리 물어뜯겠다는데 누가 말릴 것인가? 그리고 그 수익은 고스란히 수구세력과 강남좌파에게 돌아가는데.      


가뜩이나 가난한 국민이 이데올로기에 함몰되어 전라도와 경상도가 죽자고 싸우고, 남자와 여자가 서로를 철천지원수로 여기고, 부자와 빈자가 서로를 죽이지 못해 안달이 났다. 게다가 세계 최고의 노인 빈곤율로 시달리는 꼰대와 세계 최고의 자살률로 시달리는 MZ세대가 서로 죽자고 싸운다. 정작 이런 사회를 만든 진범은 저 멀리서 구경만 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선거철만 되면 그 진범들은 이간질만 하고 그 농간에 사회는 다시 사분오열된다.     


그나마 그런 사회적 모순을 지적하는 일부 ‘독립’ 언론마저 이제는 빨갱이 딱지를 받을 판이다. 과연 이 나라의 미래가 있을까? 오늘 날씨만큼이나 숨이 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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