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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에서 이태원의 그림자가 보인다고?

새만금의 하늘 위에도 ‘돈 귀신’에 빙의된 '어른'의 탐욕만 배회한다.

by Francis Lee

지금 새만금은 문자 그대로 한국 사회의 모순을 축약해 보여주고 있다. 이제 새만금은 세계 역사에 기록될 정도의 조롱거리가 될 모양이다. 그런데 이 사달의 원인은 다양해서 그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 법과제도 그리고 관료제도라는 허울 뒤에 숨어서 도지사도 장관도 국회의원도 심지어 도의원도 다 입만 놀린다. 그렇게 ‘어른’은 다들 변명만 하면서 더위 먹으며 고생하는 ‘애들’은 아무도 관심이 없다. 심지어 '요즘 애들 너무 귀하게 자라 고생을 모른다'라며 탓하기까지 한다. 그런 말을 한 자를 새만금 땡볕 아래 하루 종일 세워두고 싶다. 그런데 이 말을 듣는 순간 기시감이 든다. 이태원 사태가 났을 때도 이 나라의 ‘어른’은 그런 곳에 놀러 간 ‘애들’을 탓했다. 이 나라에서 ‘애들’로 사는 것은 이제 힘든 차원을 넘어 위험한 일이 되었나?


게다가 뉴스를 보니 새만금 행사장 주변의 편의점 가대에 가격표가 증발했다는 소식까지 들린다. 가격을 ‘내 가게 내 맘대로’ 식으로 올린 모양이다.(참조: https://v.daum.net/v/20230804060025689) 땡볕에서 더위 먹은 애들을 등쳐 먹겠다고 작정한 ‘어른’이 그 동네에 참 많은가 보다. 한국에서 철만 되면 바가지 상혼이 벌어지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제주도 관광객이 급감한 이유도 바로 바가지 때문이었다는 분석은 이미 오래된 이야기다. 강원도도 별 차이 없다는 소식은 이제 뉴스거리도 아니다. 그런데 새만금도 어김없이 그 ‘바가지’가 등장한 것이다.


그런데 이런저런 사달이 나자 뜬금 없이 대통령이 나서서 냉방이 잘되는 버스와 냉동냉장 탑차의 ‘무한 리필’을 ‘명령’했다나? (참조: https://v.daum.net/v/20230804094317345?f=p) 그 버스와 탑차의 엔진을 하루 종일 켜 놓으면 가뜩이나 더운 새만금 지역을 매연이 뒤덮어 버릴 것인데, 그 독가스를 ‘애들’이 그대로 다 들이마실 것 아닌가? 내가 과장한다고? 새만금 지역이 평지이니 그 매연이 다 흩어질 거라고? 그저 ‘개 사과’나 던지고 싶은 심정이다. 그리고 도대체 버스 안과 탑차 안에서 무슨 행사를 진행한다는 말인가? 그것도 4만 명이 넘는 아이들이. 버스 한 대에 최대 40명이 들어간다고 계산하면 1,000대의 버스가 필요하다. 탑차에는 어찌 들어가 있나? 그냥 애들을 다 냉동해 버리면 되나? 과연 지금 이 ‘새만금 사태’와 관련된 ‘어른’ 가운데 냉동 탑차에 들어가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도대체 냉방 버스와 냉동 탑차라는 생각이 누구 머리에서 나온 것일까? 정말로 희극의 끝판을 지금 대한민국이 보여주는 것 같다. 이제 주영현의 SNL을 그만 보고 한국 정치계만 바라볼까나? 그러나 10분도 안 되어, 지금 타오르는 하늘과 땅만큼 내 속에 큰 열불을 내 견딜 수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이런 현상은 새삼스럽지 않은 것이다. 그저 오래전부터 대한민국 하늘 위를 배회하는 ‘돈 귀신’이 새만금을 잠깐 들린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현재 대한민국 사회를 지배하는 ‘집단의식’은 배려도 아니고, 염치도 아니고, 유교에서 말하는 대동은 더욱 아니다. 오로지 전 국민이 돈에 ‘미쳐’ 있다. 어제 분당 서현역에서 벌어진 ‘묻지 마! 난동’이나, 그 이전에 서울 신림역에서 일어난 동일한 난동도 결국은 사회적 박탈감, 곧 나만 가난하다는 열패감이 근본 원인이다. 나는 불행한데 남은 행복해 보이니 견딜 수 없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미쳐버린 것이다. 현재 한국 사회에는 돈 귀신이 들려 미친 듯이 돈을 벌어 미친 듯이 사치하는 계층과, 그것을 바라만 보고 도저히 흉내도 내지 못해 분노하는 계층만 존재한다. 그래서 영끌이라도 해서 집을 마련해 투기 수익을 꿈꿔보지만 쉽지 않은 일이기에 좌절하는 MZ 계층도 넘쳐난다. 그런 돈 귀신 현상이 이른바 국제 행사를 하는 새만금의 하늘 위도 배회하고 있는 것뿐이다.


현재 ‘새만금 사달’의 근본 원인은 장소 선정의 문제도 있지만 결국 ‘돈’이다. 이 행사를 주최하는 모든 이들, 곧 전라북도청, 행안부, 여가부 모두 돈을 제대로 써서 시설을 완비하여 이 행사에 참석한 ‘애들’이 최대한 즐기도록 할 생각을 안 하고, ‘지역 경제 활성화’나 ‘국격 상승’과 같은 말도 안 되는 ‘돈 귀신’ 놀이에 빠진 결과일 뿐이다. 투자한 것에 비해 더 많은 유형무형의 수익을 거둘 경제 논리만 내세우니 이런 꼴이 벌어지는 것이다.


물론 이 행사가 끝나고 보름 정도 지나가면 한국 사회는 다 잊어버린다. 남는 것은 ‘돈’ 뿐이다. 전라북도청은 손익을 계산하고 수익이 남았다고 좋아할 것이고, 행안부나 여가부는 그깟 ‘애들 놀이’였다고 치부하고 말 것이다. 돈 귀신에 한 번 빙의되면 염치도 예의도 없어진다. 그저 개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떵떵거리며 ‘플렉스’ 하면 그만이다.


어쩌다 한 때 ‘동방예의지국’이 이 모양 이 꼴이 되었냐고? 그 근본 원인은 당연히 아무런 준비 없이 받아들인 신자유주의다. 양심도 염치도 다 내던지고 오로지 최대한의 잉여 이익 창출만을 신의 계명으로 여기며 무차별적인 수익 추구에만 몰두하는 그 잘난 고삐 풀린 자본주의 말이다. 자본주의에도 염치가 있고 원칙이 있다. 막스 베버가 갈파한 ‘프로테스탄트 윤리에 기반한 자본주의 정신’은 한국 사회에서는 그 흔적도 찾아볼 수가 없다. 자신의 직업을 단순한 돈벌이 수단이 아니라 신이 준 ‘소명’(Berufung)으로 여기며 근검절약의 정신으로 탐욕을 배제하며 수행하는 마음으로 돈을 버는 정신 말이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는 그 어떤 직업을 가져도 그것이 천직이 아니라 오로지 돈벌이의 수단일 뿐이다. 그래서 40살 이전에 평생 놀고먹을 돈을 버는 것이 지상 목표이고 그 목표를 달성하면 소명도 천직도 다 던져버린다. 그리고 남은 삶을 ‘즐긴다.’ 그것이 다다. 그런데 그 ‘즐기는’ 것이 오로지 해외여행, 골프, 그리고 더 가능하면 외도다. 그저 음주가무, 음풍농월, 주색잡기 말고는 아는 것이 없다. 이런 나라이니 새만금 사태가 벌어지는데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것은 이상하지 않다. 오히려 너무나 당연한 수순이다. 신자유주의적 돈 귀신에 빙의된 사회의 전형적인 모습인 것이다.


그런 와중에 늘 ‘애들’만 희생당하기 마련이다. '애들'이 수장된 세월호도 그랬고 '애들'이 압사한 이태원도 그랬다. 이번에 새만금에서는 '애들'을 불태워버릴 것만 같다. 그렇게 당하기만 하는 애들이 과연 삶의 참다운 목표와 의미는 누구에게도 듣지 못하는 사회에서 무엇을 배우겠는가? 그저 더 이상 이태원 사태 때처럼 '순진한 애들’이 '무책임한 어른’의 탐욕에 오히려 욕을 먹는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애들'은 '어른'에 비해 더 나약하지도 않고 더 탐욕적이지도 않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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