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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는 ‘최고 존엄’이 부르면 ‘나가요~’ 해야 해?

BTS는 모란봉악단이 아니다.

by Francis Lee

새만금의 잼버리 행사가 한국 사회의 부조리를 총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런 가운데 느닷없이 사실상 해체된 BTS를 불러 공연하자는 말까지 들린다. 그것도 국민의힘의 국회의원씩이나 하는 자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참조: https://v.daum.net/v/20230809111500271) 당연히 아미들의 분노를 일으켰다. 그런데 성일종은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궤변과 변명으로 일관한다. 성일종은 새만금 잼버리를 실질적으로 총책임진 여가부 장관과 궤변과 변명에서 한치도 안 밀리는 신공을 보여주고 있다. 어쩌면 그리도 그 나물에 그 밥인지 모를 일이다.

도대체 한국의 내로라하는 자들은 왜 다 이 모양일까? 국민이 개·돼지로 보이고, 오라고 call 하면 콧소리를 내며 걸걸한 목소리로 ‘나가요~’ 하는 존재로 여기지 않는다면 이런 망발을 할 생각조차 못 할 것이다. 아니면 누구 말대로 정말로 BTS를 ‘모란봉악단’쯤으로 여기는 것인가? ‘최고 존엄’이 부르면 한 걸음에 달려가 그가 신던 구두에 담은 술도 양말을 안주 삼아 기꺼이 맛나게 마시며 애교 떠는 그 ‘기쁨조’ 말이다. 다 국민이 무섭지 않은 탓이다. 국민이 무섭지 않으니 민심이 우습고, 민심이 우스우니 하늘도 가볍게 여기는 것이다.

하도 기가 막혀 성일종의 바이오그라피를 찾아보았다. 1963년생 충남 서산 출신으로 서울서 공부한 다음 다시 고향을 찾아 20대 총선에서 자유한국당, 21대 총선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지역구에서 승리한 경력을 지녔다. 더 살펴보니 지역구가 19대 총선에 당선된 형 성완종의 것이다. 형이 자살한 다음 지역구를 실질적으로 물려받아 형제가 합쳐서 3선을 나눠 먹었다. 그런데 성완종이 누군가 했더니 배임, 공직 선거 위반, 사기, 횡령, 정치 금품 수수 혐의로 법의 심판을 받고 결국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를 남기고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그 ‘리스트’에 오른 김기춘, 서병수, 유정복, 이병기, 허태열, 홍준표, 홍문종은 모두 멀쩡한데 말이다.


성일종은 2016년에 치러진 20대 총선에서는 새누리당 소속으로 39.05%, 2020년에 치러진 21대 총선에서는 미래통합당 소속으로 52.69%라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승리를 거두었다. 그의 형은? 자유선진당 소속으로 42.6%의 득표율로 당선되었다. 그 동네에서 터줏대감 집안이라고 할만하겠다.


그런데 그런 터줏대감이 뭐가 아쉬워서 이런 무리수를 두는 것일까? 누구에게 잘 보이려고 BTS를 거들먹거렸을까? 물론 성일종의 속을 들여다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척 보면 삼천리 아닌가?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대폭 물갈이가 있을 것이니 충청권 의석이 주요 타깃이 될 것이 뻔해서일 것이다. 국민의힘의 요새인 영남과 강원은 공천권자가 멋대로 주물러도 아무도 반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수도권은 민심이 철저히 갈려 있어 아직 승부를 예측할 수 없다. 그러니 일단 ‘만만한’ 충청권이 먼저 난도질당할 것이 뻔하다.


그런 상황에서 터줏대감이라고 무사할 리가 없다. 윤석열 대통령 최대의 무기는 빚이 없다는 데 있다. 처가에 돈이 많은 것은 물론이고 대선에서 신세를 진 사람이 전혀 없는 매우 드문 당선자로 대권을 거머쥐었다. 그래서 굳이 보은 인사의 차원에서 공천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미리 점찍어 놓은 자들을 먼저 공천하고 나머지 자리는 그저 ‘예쁜 짓’을 하는 자들에게 선심을 쓰면 그만이다.


이런 상황이니 검찰 라인이 전혀 없는 현직 의원들은 딸랑이가 되는 것밖에 다른 생존 전략을 쓸 수가 없는 처지다. 그런 맥락에서 지금 성일종의 행태는 충분히 설명된다.

내년 총선에 대한 여론의 향배는 아직 오리무중이다. 윤석열 정권이 들어선 이후 계속 사달을 벌여도 양분된 국론은 꿈쩍하지 않고 있다. 결국 핵심 지지층을 제외한 중도층이 내년 총선을 결정할 것인데 수도권과 충청권이 실질적인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것으로 누구나 예상할 수 있다.

사실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패배해도 윤석열 정권은 흔들리지 않는다. 윤석열 정권을 지지하는 세력은 공과를 따지지 않는 이른바 ‘묻지 마’ 지지자가 중심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자주 언급되는 사실대로 윤석열 후보를 지지한 이들 가운데 절반 이상은 ‘그가 좋아서가 아니라 문재인 정권이 싫어서’라는 이유를 들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중심 세력인 영남과 수구 계층 외에 특히 20~30대 연령층에서 지지율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이유는 한 마디로 문재인 정부에 심하게 데 버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았다.


그래서 내년 총선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민주당의 심판을 위한 선거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민주당에 대한 분노가 어느 정도 완화되느냐에 총선의 결과가 달려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무슨 ‘짓’을 하든지 선거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대통령의 장모가 구속당하든, 그의 아내가 무슨 사치를 부리든, 잼버리 행사가 완전히 파행을 겪고 결국 한국 관광 주간으로 변질하든 국민의힘에 대한 지지율에는 근본적인 변화가 없을 것이다.


물론 국민감정이 매우 분열된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대승을 거두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현재 민주당이 윤석열 정권의 사달을 전혀 지지율로 전환하지 못하는 데다 자중지란마저 지속되고 있기에 국민의힘은 전혀 불안하지 않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 쉬지 않고 사달이 일어났음에도 아직도 30%대 초반의 콘크리트 지지율을 확인하여 바닥을 다진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남은 것은 오르는 일뿐이다.

이에 비해 민주당은 대선 패배 후 동정론도 일고 그 이후 윤석열 정권의 실책 시리즈가 이어지면서 기세가 올랐지만, 현재 민주당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있다. 여기에서 반등의 모멘텀을 찾기는 이미 늦었다. 그래서 이제 8개월 남은 총선에서 지난 총선에서 맛본 압승은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다. 그저 반타작을 거두면 다행일 정도다.


이런 정체 국면에서 결국 칼자루를 쥐고 있는 것은 공천권을 장악한 권력자다. 국민의힘은 당연히 윤석열 사단을 중심으로 모든 공천 준비가 마무리되어 있다. 그리고 그에 맞서 그 누구도 항명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터줏대감인 성일종도 아부의 길을 갈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가 당권을 실질적으로 장악하는 데 실패한 모습이다. 그가 지난 대선 초기에 보여준 저돌적인 모습은 간 데가 없다. 이제 지친 모습까지 보인다. 그의 특기이자 장기인 무소의 뿔처럼 치고 나가던 패기도 사라졌다. 그의 용인술은 계속 사달과 풍파만 일으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전열을 가다듬고 심기일전할 수 있을까? 현재로서는 불가능해 보인다. 그래서인가? 민주당에는 성일종처럼 아부의 길을 가려고 작정을 한 사람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여전히 아무도 중원을 장악하지 못한 모습이다. 총선이 코 앞인데 아직도 당권을 놓고 이전투구나 벌이고 있는 민주당을 누가 예뻐할까?

한국 헌정사에서 진보 정당이 압승을 거둔 것은 지난 총선이 거의 유일무이한 사건이었다. 그런데 이런 엄청난 결과를 얻은 민주당이 지금까지 4년이 다 되도록 해 놓은 성과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저 당내의 암투와 권력 싸움만 지루하게 이어지고 있다. 그런 정당을 내년 총선에서 어쩔 수 없이 다시 밀어주어야만 하는 진보 진영의 국민의 타들어 가는 속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이다.

지금 한반도를 향해 서서히 다가오고 있는 태풍이 차라리 민주당 당사 안으로 들어가기를 바라고 싶어질 정도다. 그래서 민주당이 환골탈태하여 전열을 가다듬는다면 국민에게 새로운 희망이 생길 수도 있지 않을까 해서 말이다. 오죽 답답하면 민주당에도 성일종 같은 자가 나왔으면 하는 심정이 들 정도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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