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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Lee Sep 05. 2023

중국을 정말 모르나?

이러다 이데올로기로 모두 다 죽는다.

 중국의 경제력은 오래전부터 미국 다음으로 세계 2위이고 군사력도 핵무기를 제외하고는 실질적으로 소련을 능가하며 미국 다음으로 세계 2위에 있다. 게다가 중국이 세계 1위를 하는 분야도 점점 늘고 있다. 일본의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63개 산업 분야를 대상으로 벌인 ‘2022년 주요 상품·서비스 점유율 조사’에서 중국은 16개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22개 분야에서 1위를 한 미국과 중국의 간격이 크게 좁혀졌다. 70개 항목을 조사한 2021년에는 미국의 1위 분야가 24개, 중국은 12개로 두 배 차이가 났으나 이제는 중국이 맹추격하고 있다.     


한국은 스마트폰, D램, 낸드플래시 반도체, OLED, 초박형 TV(이상 삼성전자), 조선(현대중공업) 등 6개 품목에서 세계 1위에 올랐다. 문제는 삼성 말고는 1등이 없다는 사실이다. 더구나 과거 한국 LG가 세계를 제패했던 세탁기, 가정용 에어컨과 같은 가전제품을 모조리 중국이 1위를 차지하여 한국은 3등도 못 했다. 한국은 이제 군사력만이 아니라 경제력으로도 중국을 절대로 넘어설 수 없는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이 1위를 하는 분야도 조만간 중국에 추월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이 현실이다.    

 

제조업 비중이 OECD 회원국 가운데 매우 높은 편에 속하는 이 분야를 중국에 추월당하면 무얼 먹고 산다는 말인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제조업 비중은 25%다. OECD 회원국 가운데 1위다. 유럽 최고의 제조업 국가인 독일의 19%보다 높다. 일본은 20%, 미국은 11%다. 내수 시장이 좁아서 결국 물건을 내다 파는 것으로 버텨야 하는 대외의존적인 한국 경제 구조에서 이러한 추세는 불길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수출이 안 되면 문자 그대로 한국 경제는 죽는다.     


중국이 제조업 분야에서 치고 나가는 것 때문에 이미 타격을 받은 나라가 바로 독일이다. 독일은 한 때 유럽 경제의 기관차를 자타가 공인받은 나라였다. 그러나 미국이 야기한 중국과의 무역 마찰, 우크라이나가 서방을 대리해서 소련과 맞붙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직격탄을 맞아 올해 경제 성장률이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한국과 마찬가지로 상품 수출 주도 경제 프레임을 갖춘 독일의 대중국 무역 비중은 8% 정도다. 그런데도 중국과의 무역 마찰로 독일 경제 자체가 휘청거리고 있다. 그래서 독일은 중국 달래기에 최선을 다하는 중이다.      


한국의 대중 무역 비중은 어떤가? 2023년 4월 대중 수출의존도는 19.1%다. 물론 이는 대미 의존도인 18.5%에 비하면 0.6%p 차이밖에 안 난다. 그러나 홍콩에 수출하는 액수의 비율인 3.7%까지 포함하면 여전히 대중국 의존도는 20%를 넘는다. 겨우 8%의 대중국 의존도로도 휘청거리는 독일은 세계 4위 경제 대국이다. 그런데 그 두 배가 넘는 의존도를 보이는 한국의 미래는 어떨 것 같은가?     


일부 사람들은 베트남을 포함한 동남아와 인도를 대체 시장으로 공격하면 된다고 하는데 정말 한심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인도는 이미 수입보다는 수출에 전념하는 시스템 전환을 시작한 지 오래다. 동남아 최대 시장인 베트남도 미국이 직접 공격 대상으로 삼고 있다. 베트남 전쟁 이후 껄끄러웠던 두 나라 관계가 완전한 동맹국이 되려고 한다. 그것도 피로 맺은 형제국, 문자 그대로 혈맹이 되려고 한다. 한때 베트남은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대결의 장이 되어 미국과 베트남이 철천지원수였다. 그러던 양국 관계를 미국이 자청하여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겠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두 나라가 오는 10일 조 바이든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 시기에 이 같은 내용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전형적인 ‘빨갱이’ 나라인 베트남과 자유민주주의의 선봉에 서서 신자유주의 자본주의를 이끄는 미국이 단순한 경제 관계가 아니라 대한민국이 미국과 맺기를 간절히 바라던 바로 그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맺는 것이다. 


게다가 미국은 겉으로는 서로 원수처럼 으르렁대는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하여 계속 고위급 관리와 정치가를 중국에 보내면서 구애하는 중이다. 그만큼 중국의 경제력은 미국에 견주어 손색이 없는 수준으로 급격히 강화되고 있다. 사실 미국과 중국이 국제 정치 무대에서 서로 으르렁대고 있지만 2022년 기준으로도 중국은 미국에 7,594억 달러를 수출하여 중국의 대외 수출액에서 미국이 12%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데올로기와 경제는 별개의 논리라는 셈이다. 더구나 중국의 대미 무역수지는 큰 충돌이 없던 2018년의 3,233억 달러에서 갈등이 첨예화된 2022년 4,041억 달러로 무려 25%나 늘었다. 서로 겉으로는 으르렁대지만, 실익은 고스란히 찾고 있다.   

   

그런데 한국은 어떤가? 이데올로기를 내세우는 정권이 들어선 이후 대중 무역은 걷잡을 수 없이 붕괴하는 중이다. 20여 년 가까이 흑자를 이어오던 대중 무역이 1년 넘게 적자 행진을 지속하면서 수출 구조 자체가 붕괴되고 있다. 그런데도 전 세계에서 오로지 대한민국만이 중국과 손절한다고 큰소리치는 중이다. 믿는 구석이라곤 미국과 일본인 모양인데 그 믿음이 놀라울 따름이다. 한국과의 경제 관계에서 미국과 일본이 ‘봐줄’ 것으로 보이나? 참으로 어이가 없다.     


그런 와중에 대통령은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방출을 비난하는 자들은 모조리 빨갱이라고 단정한다. 그리고 그 밑의 간신배들은 노량진 수산 시장의 수족관 물을 손으로 퍼마시고 대통령이 빛나는 태양이며 구국의 지도자라고 아첨한다. 정말 미치지 않고서야 어찌 그런 만행을 저지를 수 있다는 말인가? 그런데 더 문제는 여당에서 그런 자들을 누구도 탓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말 미쳐도 단단히 미친 나라가 되어버렸다.  

   

그런데 도대체 무엇을 믿고 이른바 보수 세력은 이런 미친 짓을 거리낌 없이 하는 것일까? 참으로 궁금했던 문제의 답을 구할 실마리를 얻었다. Ipsos MORI Social Research Institute가 5대륙 27개국의 19,428명을 대상으로 벌인 <BBC Global Survey A world divided?>라는 제목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이 조사 대상 국가 가운데 정치적 성향으로 가장 분열된 나라에 속한다. 나와 다른 정치적 성향을 보인 사람을 가장 미워하는 것이다.(참조: https://www.ipsos.com/sites/default/files/ct/news/documents/2018-04/bbc_global_survey-the_world_divided-2018.pdf)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에 조사된 결과인데도 이 모양이다. 이 조사에 따르면 사실 한국인은 외국인에 대해서도 극혐주의자다. 최악인 헝가리(16%) 바로 다음으로(20%) 외국인 혐오 증세를 보인다. 한국 정부가 싫어하는 중국은 외국인에 대해 캐나다(74%) 다음으로(65%) 관대하다. 그리고 세계 인류가 하나라는 생각에 최악인 일본(35%), 차악인 헝가리와(48%) 더불어 가장 반대하는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49%) 그저 한국 이외의 나라가 다 싫다. 그리고 같은 한국인이라 해도 믿지 못하겠다는 비율이 88%다. 아무도 못 믿는 것이다. 중국은 이 항목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인 61%가 타인을 신뢰한다.      


이 조사에 따르면 모든 면에서 중국은 한국에 비해서 관용적이다. 그리고 한국은 세계 평균치에 비해도 현저히 불관용적인 나라다. 경제만이 아니라 세계관과 가치관에서도 중국에 비해 매우 편협한 나라가 바로 한국인 것이다. 그런데 더 문제는 그런 편협한 세계관과 가치관으로 같은 한국이 끼리 싸우는데 더 이골이 났다는 사실이다. 남북한이 서로 적으로 여기는 것은 물론 전라도와 경상도 사이에는 또 다른 눈에 보이지 않는 국경이 설치되어 있다. 내 식구 아니면 남을 못 믿는다. 내 편 아니면 상대도 안 한다. 학연, 지연, 혈연으로 철저히 모래알처럼 갈라져서 나와 내 패거리 아니면 다 적이다. 그래서 네 편과 죽일 듯이 싸운다. 다 같은 한국인이라는 인식이 조금도 없다. 이러다 우리가 다 같이 죽겠다고 이야기해도 귓등으로도 안 듣는다. 나만 살면 그만이라면서 말이다. 그런데 나라가 망하는 데 나만 살면 어찌하려는가? 물론 나라가 망해도 잘 살아난 이완용이 있다. 그만 믿고 가자고?     


중국은 미국에 맞먹는 대국으로 나가는 길을 착실히 가고 있다. 그리고 그 길을 아무도 막지 못한다. 지금 한국에서는 중국을 무시하고 나아가 맞서자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중국은 빨갱이 나라라는 것이다. 그래서 빨갱이를 때려잡는 미국에 붙어살면 이완용의 유언처럼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정말로 너무나 무식한 소리다. 중국은 빨갱이 나라가 된 지 100년도 안 된다. 그러나 그 이전에 이미 문서로 기록된 것만으로도 중국은 실제로 5,000년 가까운 역사를 지닌 나라다. 기원전 221년에 통일 제국을 완성하고 종이, 나침반, 화약, 인쇄술을 발명한 나라다. 그리고 벼농사, 도자기, 문자, 달력, 주철, 천문, 수학, 운하, 은행 제도, 화폐도 세계 최초로 만들어 낸 나라다. 그런데 한국에서 바라보는 중국은 빨갱이 안경을 통해서만 보인다. 이게 제정신인가?      


나는 결코 중국에 고개 숙이고 들어가자는 주장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이데올로기에 눈이 멀어버리면 이성을 상실하게 된다. 이성을 상실하면 국익이 무엇인지를 모르게 된다. 국익은 미국에 붙는다고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 중국과 맞짱 뜬다고 이익이 되는 것도 아니다. 세계 모든 나라가 더구나 미국과 일본도 중국과 잘해보려고 고개 숙이고 들어가는 판에 한국은 도대체 뭐가 잘나서 전 세계에서 혼자 뻣뻣하게 서서 중국을 ‘무시’하는가? 앞의 조사에서 나온 한국인의 배타적이고 파당적인 ‘성질’만으로는 다 설명이 안 된다.     


현재 윤석열 정권이 ‘빨갱이 딱지’ 붙이기 놀이에 혈안이 된 것은 오로지 내년 총선이라는 한 가지 이유 때문이다. 총선에서 대패하는 경우 이 정권은 바로 무너지기 시작한다. 어차피 모래성 위에 급조된 정권이라 바탕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의 공천권을 대통령실이 장악한 모양새이지만 문자 그대로 사상누각이다. 국민의힘 내부에 실질적인 윤석열 사단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로지 출세를 바라고 모인 ‘명박근혜’ 시절의 사골 해바라기들만 모여있다. 이들은 권력이 무너지면 침몰하는 배를 떠나는 쥐새끼들과 같이 바로 탈출하여 또 다른 살길을 마련할 것이다. 이들에게 배신과 말 바꾸기는 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몇 년 전에는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를 다그치던 것들이 이제는 윤핵관을 자처한다. 몇 년 전에는 홍범도 장군과 김일성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큰소리치던 자가 이제는 홍범도 장군이 빨갱이란다. 이런 지조 없는 자들이 모인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패배하면 모래알처럼 부서질 것은 너무나 뻔한 일이다.   

  

파당적 이익을 위해서라면 외세를 얼마든지 불러들이는 전통은 신라시대부터 있었다. 그러나 좀 더 분명한 것은 조선 말기 한심한 민비와 대원군이 벌인 권력 다툼에서 잘 드러나 있다. 국내 정치권력만 잡을 수 있다면, 먹고 살길이 없어 분노한 백성을 때려잡는데 청군이든 일군이든 다 불러들여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 조선의 권력자였다. 자기 집안 식솔만 잘 살 수 있다면 무효인 조약도 얼마든지 맺어 나라를 팔아먹을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이 이완용이다.     


그런 ‘매국노’의 후예가 지금도 이른바 ‘토착 왜구’로 불리며 이 대한민국 땅에서 거들먹거리며 살고 있다. 그들의 선전·선동에 속은 무지몽매한 백성은 오늘도 같은 한국인끼리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 나 있고. 오로지 파당적인 이익만을 위해 나라를 버릴 수 있는 자들의 장단에 놀아나는 이들을 어찌해야 할까?     


내가 독일에 살면서 유럽인과 미국인만이 아니라 중국인 베트남인을 비롯해 많은 동남아와 중동, 아프리카인과 교제해 보았다. 그러나 아쉽게도 내가 가장 두려워한 사람은 바로 한국인이었다. 외국에 나가서조차도 학연, 지연, 혈연을 따지며 패거리를 만들고, 길거리에서 시끄럽게 떠들며 서로 싸우는 것도 한국인이었다. 그러면서 백인 앞에는 공손하게 두 손을 비벼대며 못 알아듣는 독일어를 알아듣는 척하면서 배시시 웃어대는 것도 한국인이었다. 나는 중국인이 독일 거리에서 서로 욕하며 싸우는 모습을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베트남인이 자기들끼리 단결하는 모습은 눈물겨울 정도였다. 그리고 나에게 중국인 욕을 하는 중국인을 본 적이 없다. 그런데 많은 한국인은 내 앞에서 다른 한국인을 욕했다. 그래서 나는 독일에 살면서 최대한 한국인을 만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랬더니 한국인을 안 만나고 혼자 잘난척한다는 소문이 돌고 돌아 내 귀에까지 들어왔다.   

  

한국인이 가장 미워하는 것은 한국인이라는 이 엄연한 현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물론 근본적으로는 한국전쟁의 상처 때문이다. 옆집에서 멀쩡히 이웃으로 잘 살던 이들이 하루아침에 빨갱이가 되어 붉은 완장을 차고 평소에 자기가 미워하던 이들을 다 반동으로 몰아 죽창으로 찔러 죽인 역사가 있다. 마찬가지로 멀쩡하게 이웃으로 잘 살던 이들을 ‘빨갱이’ 부역자로 몰아 임산부와 아기까지 총으로 쏴 죽인 역사도 있다. 그래서 겉으로만 같은 한국인이지 서로를 믿지 못하는 것이다. 상황이 변하면 언제 어떻게 나를 죽일지 모르는 잠재적인 적들이 바로 다름 아닌 한국인이다. 그런 심성이 위에서 인용한 조사에서 그대로 드러나 있다. 국민의 88%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나라에서 살아남으려면 결국 확실한 내 패거리를 만들어, 그 안에서 생존을 도모해야 하는 법이다. 지금 한국 정치판만이 아니라 사회가 돌아가는 모습도 그 프레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보인다. 참으로 숨이 막히는 나라다. 그런데 이제 그 이데올로기 투쟁을 다름 아닌 대통령이 벌이고 있다. 이제 정말 다 같이 죽어야 하는 모양이다. 사람들은 흔히 정치 모리배가 갈라 치기를 하여 국론이 분열되었다고 잘못 생각하고 있다. 이미 국민이 갈라져 있어서 그런 정치적 선전선동이 먹히는 것뿐이다. 그 갈라진 틈을 비집고 들어와 조금만 충격을 주어도 한국의 국민은 모래알처럼 부서질 준비기 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늘 정치가 탓만 한다. 참으로 비겁하다. 국민의 정신이 올바르면 그런 쓰레기 정치가들은 한국 정치계에 발을 들여놓을 생각도 못하는 법이다. 그 어느 나라든 그 국민에게 가장 알맞은 인물이 정치를 하는 법이라고 하지 않던가? 한국이라고 다를 리가 없다. 오늘 날씨만큼이나 속에서 열불이 올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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