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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Lee Sep 28. 2023

이재명 대표에게 ‘별의 순간’이 다가왔나?

타산지석의 지혜가 필요한 순간이다.

이재명 대표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었다. 언론에서는 기사회생, 고진감래, 새옹지마, 사필귀정이라는 사자성어로 이 상황을 정리하는 모습이다. 조만간 ‘별의 순간’이라는 말도 나올 모양이다. 2021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있던 김종인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022년에 실시될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 선거의 유력 주자가 되기 위해서는 별의 순간을 잡아야 한다.”라고 말하면서 이 말을 한국에 유행시켰다. 원래 독일어로 별(Stern)과 시간(Stunde)의 합성어인 ‘슈테른슈툰데’(Sternstunde, 별의 순간)는 미래를 결정하는 운명적인 결단이나 행위를 의미한다. 서양 점성술에서 어떤 특정 순간의 별자리 위치가 개인이나 나라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믿음에서 나온 개념이다.     


당시 윤석열 대선 후보는 김종인이 말한 대로 별의 순간의 기회를 잡아 기적적으로 대한민국 대선 역사상 가장 작은 0.73%p의 차이로 , 문자 그대로 운명적인 차이로 대권을 거머쥐었다. 그 당시 득표율은 48.56%였다. 그러나 그것이 다였다. 그 이후로 대통령 윤석열의 지지율은 30%대 초반을 벗어난 적이 거의 없다. 심지어 콘크리트 지지율인 20% 후반까지 떨어지기 일쑤다.     


천공의 주술 덕분이든 손바닥에 그린 왕(王) 자 덕분이든 지난 대선 때 윤석열 후보에게 별의 순간이 왔고 그 기회를 놓치지 않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가 당선된, 그것도 0.73%p 차이로 거의 기적적으로 당선된 결과가 말해주고 있으니 말이다. 최순실과 박근혜가 즐겨 말하던 ‘우주의 기’가 도와주었다고 말해도 반박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별의 순간을 윤석열 후보가 잡은 이후 적어도 지금까지 일어난 후폭풍이 야기한 상황을 보면 참담하다.      


서민 물가는 고공행진을 하는 데 경제 성장은 정체된 전형적인 스태그플레이션이 진행 중이다. 말 많은 사람은 윤석열 정부가 좋아하는 일본을 따라 한국식 ‘잃어버린 30년’에 돌입했다고도 한다. 반중 친미일 외교 노선을 택하면서 한국 경제만이 아니라 세계 경제의 젖줄인 중국 시장이 닫히는 파국적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자원과 내수 시장이 변변치 않은 한국이 유일하게 먹고살 수 있는 길인 수출이 죽을 쑤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한반도에서 언제든 전쟁이, 그것도 핵전쟁이 일어날 분위기를 북한만이 아니라 남한도 조장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서로 언제든 한판 붙을 기세다. 게다가 국내적으로는 실용보다는 이데올로기를 내세워 국론 분열이 가속화되고 있다. 과거 ‘빨갱이’는 남한에서 북한을 지칭할 때 사용되었는데 이제는 맘에 들지 않는 모든 이에게 붙이는 딱지가 되어버렸다. 그것도 대통령과 그 측근이 직접 나서서 이런 ‘딱지놀이’에 몰두하고 있다. 정치, 경제, 사회에서 문자 그대로 카오스, 대혼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작년에 윤석열 대선 후보가 그 별의 순간을 잡은 결과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가 지난 2년 가까이 검찰력을 거의 총동원하여 작성한 이재명 대표의 구속영장이 이틀 전 기각되었다. 그 충격파가 너무나 큰 것이어서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정신을 제대로 추스르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리고 언론도 혼란에 빠져있다. 이 상황에서 정작 가장 침착한 사람은 이재명 대표다. ‘이재명 대표 죽이기’라는 제목의 작품에서 주변의 많은 조연이 소란을 피우고 변죽을 울려도 정작 주인공인 이재명 대표가 침묵 모드에 들어간 것이다.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 기각은 단순히 법적 절차의 중간 결과가 아니다. 그동안 검찰을 중심으로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이재명 죽이기에 심혈을 기울였다. 민생도 외교도 사회 통합도 모두 내 던지고 오로지 이재명만 죽이면 모든 일이 보수 세력의 뜻대로 돌아갈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그 엄청난 공작이 결국 실패로 돌아가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이 상황에서 한동훈은 여전히 입을 함부로 놀리고 있지만 사실 가장 큰 패배자다. 이번 구속영장 기각은 그를 차기 총선 더 나아가 대선 후보로 올리려던 윤석열 정부의 공작에 치명타가 된 것이나 다름없다. 2022년 6월 8일 김종인은 <CBS라디오>의 ‘한판승부’라는 프로그램에 나와서 “(한동훈) 본인도 별의 순간을 잡을 수도 있다고도 봐요”라고 발언했다. 김종인이 작년만 해도 한동훈에게서 윤석열 후보의 그림자를 본 것이다. 그러나 2023년 3월 31일 ‘신동아 창간 91주년 대담’에서는 다음과 같은 정반대의 말을 했다. “전혀 당과 관련이 없던 윤석열 검찰총장을 갖다가 당에 입당시켜서 후보를 만들고 후보가 대통령이 됐으니까, 그와 같은 것이 내년에 또 내년에 총선에서도 가능할 것 같이 생각하는데, 국민의힘 사람들이 큰 착각을 하고 있다고 봐요. ... (한동훈) 그 사람은 정치를 한 번도 안 해본 사람이에요. 정치라는 게 갑자기 뛰쳐나와서 한다고 해서 그냥 일시적인 일반 국민 인기만 가지고서 정치를 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내가) 저거 굉장히 무모한 생각을 하는 거 아니냐.”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 가장 돋보인 존재는 누가 뭐라고 해도 한동훈이다. 그리고 한동훈은 이재명 대표 죽이기의 선두에 나서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극대화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수구 언론에서 노골적으로 한동훈 띄우기에 나서면서 그의 오만방자한 언행이 윤석열 정부 지지층에게 인기 요소가 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 기각으로 그의 이미지 메이킹이 한순간에 무너지게 되었다. 김종인의 분석대로 한동훈은 윤석열보다 더 정치를 모르는 사람으로 드러났다. 이는 수구 언론이 아무리 선전·선동을 해도 감출 수 없는 사실이 되어 버렸다. 그저 공부만 잘하고 법을 잘 이용할 줄 아는 이른바 ‘법꾸라지’의 이미지만을 강화했을 뿐이다. 그리고 그의 선배인 이회창, 김기춘, 우병우처럼 오만방자하고 안하무인으로 ‘버르장머리 없는 헛똑똑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각인하는 꼴이 되어버렸다.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기각이 되었더라도 죄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한 한동훈의 일성이 그런 사실을 잘 말해준다. 엄연한 법으로는 법정에서 최후의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된다. 그런데 한동훈은 마치 자기가 저승사자라도 된 모양으로 이미 상대방을 죄인으로 단죄해 버린다. 마치 ‘소용없어 거짓말’의 주인공 목솔희의 말대로 ‘내가 그렇다면 그런 거예요!’라는 식이다. 천공에게서 어떤 기를 받아서 신통력이 생긴 것만 같다. 이런 오만방자함으로 정치를 한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다.      


한동훈의 대척점에 서 있는 이재명 대표는 어떤가?    

  

이재명 대표가 단식 투쟁을 시작할 때 적지 않은 사람들은 ‘왜 갑자기 지금?’이라는 의문을 가졌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조선일보와 같은 수구 언론은 이재명 대표가 단식 투쟁의 명분으로 내세운 것을 트집 잡아 깎아내리기에 혈안이 되었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이재명 대표의 단식 투쟁의 의미를 깎아내리기 위해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고 한동훈 띄우기에 최대의 공을 들였다. 그러면서 한동훈을 ‘조선 제일 검’으로 부르는 아부의 극치까지 보였다. 그러나 구속영장 기각이라는 결과를 놓고 이재명 대표의 수순을 복기해 보면서 정치적 지혜에서 한동훈이 이재명 대표와 비교하면 얼마나 조족지혈의 수준인지를 가늠해 볼 수 있을 정도다. 김의겸이 말한 대로 ‘조선 제일 검’이 아니라 그저 ‘조선 제일 혀’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한 것이다.    

  

이에 비해 이재명 대표는 자신의 정치생명을 끊어버릴 수도 있었던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 맞선 진검승부에서 쾌승을 거두고도 한동훈처럼 전혀 혀를 가볍게 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구속영장 기각으로 이재명 대표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두었다. 자신을 이용하여 정치적 이미지 메이킹에 전력을 기울인 한동훈에게 치명타를 먹였을 뿐만 아니라 민주당 내부의 이른바 ‘수박’들이 커밍아웃하게 만들고 그들을 척결할 명분과 칼자루를 동시에 쥐게 된 것이다. 만약 한동훈과 같은 수준의 인물이었으면 이 상황에서 흥분해 길길이 날뛰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재명 대표는 오늘도 조용하다. 직접 나서는 모습이 전혀 안 보인다.     

 

지난 대선 전에 이재명 대표의 사주를 보면서 그 그릇릐 깊이를 가늠해 본 적이 있다. 그때 받은 인상은 문자 그대로 더도 덜도 말고 ‘인동초’였다. 이재명 대표 이전에 이 인상을 준 정치가가 바로 김대중 전 대통령이었다. 그런데 사실 이재명 대표는 유능한 행정가라는 인상만 사람들에게 주었지 ‘인동초’와 같은 정치가라는 이미지는 없었다. 그런데 이번 구속영장 청구와 기각이 있기까지의 검찰과 윤석열 정부와 맞서 싸운 2년에 가까운 투쟁의 과정을 통하여 이제 이재명 대표가 본격적인 ‘인동초’ 정치가의 반열에 오른 느낌이 든다. 특히 이는 어릴 때부터 꽃길만 걸어온, 그 언행이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보여주는 한동훈과 대비되면서 더욱 돋보이는 이미지가 되었다.     


이재명 대표의 단식 투쟁은 고도의 정치적 행위였다. 물론 개인적으로 볼 때 그 의도는 이재명 대표의 정치적 생존이지만 그것만으로 이 투쟁을 시작한 것이 아니다. 바둑에 비유해 볼 때 반상의 형세를 정확히 읽고 몇 수를 내다보고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그것이 바로 정치인이 가져야 할 주요 덕목이다. 정치만이 아니라 국제정세, 경제 문제, 사회 갈등과 같은 문제를 보고 정확히 형세 판단을 하고 몇 수를 내다보며 바둑돌을 착점 할 줄 아는 이가 참다운 정치인인 것이다. 이번 구속영장 사건에서 이재명 대표는 바로 그런 능력을 보여주었다.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했다면 ‘느닷없이’ 단식 투쟁에 돌입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겨레>마저도 이재명 대표의 단식 투쟁의 목표가 단순히 체포동의요구서의 부결일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이재명 대표의 목표는 민주당 내의 ‘수박’을 겁박하는 것이 아니었다. 이재명 대표의 주요 목표는 한동훈의 몰락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는 이를 내다보고 있었다. 아무도 보지 못한 것을 이재명 대표만이 본 것이다. 이재명 대표가 표결 직전에 체포동의안 부결을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을 때 모든 언론은 그의 ‘좁은’ 속내를 비판하였다. 그리고 가결이라는 결과를 보고 이재명 대표가 자업자득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볼 때 그것은 오히려 민주당 내부의 ‘수박’이 커밍아웃하는 효과를 거두었다. 도대체 이재명 대표는 몇 수를 내다보았다는 말인가?    

 

물론 모든 결과가 정반대로 나왔다면 다른 해석도 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구속영장이 집행되었다고 해도 이재명 대표는 또 다른 수순을 준비했을 것으로 보인다. 바로 구속적부심 절차에 들어갔을 것이다. 그리고 그 뒤에도 많은 법적 절차가 마련되어 있고 그 모든 절차를 밟았을 것이다. 물론 한동훈이 구속영장을 재신청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럴 정도로 한동훈이 무모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구속영장 기각 사유의 핵심은 ‘증거 부족’이기 때문이다. 2년 가까이 400여 차례에 가까운 수색영장 집행을 했지만 ‘증거’가 없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한동훈과 국민의힘만이 아니라 진중권 같은 참새들은 이번 ‘사태’를 맞이하여 또 입방아를 찧고 있다. 누구도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결국 그릇의 차이다.     


그래서 이재명 대표에게 정말로 별의 순간이 도래한 느낌이다. 추석이 끝나자마자 10월 11일 당장 강서구청장 보궐 선거가 실시된다. 현재 여론 조사로 볼 때 민주당의 압승이 예상되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인 이준석도 민주당의 진교훈 후보가 압승을 거둘 것으로 보고 있다. 진교훈 후보는 이재명 대표가 직접 선출한 사람이다. 사실상 이재명 대표에 대한 신임을 묻는 선거인 것이다. 이 선거가 마무리되고 정확히 반년 후인 내년 4월 10일은 총선이다. 보궐 선거에서 승리하고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다면 이재명 대표에게는 문자 그대로 별의 순간이 올 것이다. 그리고 그를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 난 윤석열 정권이 바로 무너지기 시작할 것이다. 사실 이 정도 수순은 윤석열 정부의 측근도 다 읽을 수 있는 수준이다. 바둑 9급도 알 수 있는 정석이다. 다만 그사이에 숨은 많은 변수를 누가 얼마나 잘 읽고 다음 포석을 하느냐가 진검승부에서 승리를 거두는 사람의 능력이다. 이재명 대표도 그런 수 읽기에 들어갈 것이다. 아니 이미 들어갔나? 이재명 대표가 별의 순간을 잡아서 다음 대선까지 노릴 가능성이 매우 커진 현실에서 바라는 것은 그 별의 순간이 단순히 개인의 영광이 아니라 국운에도 도움이 되는 일이길 바랄 뿐이다. 별의 순간을 잡았지만 결국 경제 파탄, 한반도 위기, 사회 분열로 나라를 풍전등화와 백척간두의 위기로 몰고 가는 현재의 윤석열 정부를 타산지석으로 삼으면서 말이다. 이재명 대표가 바른길을 가도록 우주의 기라도 모으고 싶은 심정이다. 물론 노할 사기 말고 바른 우주의 정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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